The Outcast Writer of a Martial Arts Visual Novel RAW novel - Chapter (500)
무협 미연시의 오랑캐 글쟁이-500화(501/674)
EP.500 세 번째 시험 – 6
“소리지르는 건 좋은 판단이었네. 하마터면 늦을 뻔했군.”
“철이 형님!”
조철 형님은 나를 향해 슬쩍 웃어 보이고는, 이내 고개를 암살자에게로 향했다.
“가만히 있게.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철이 형님은 삼안검이라는 성벽을 뛰어넘지 못하면, 절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듯, 자연스레 내 앞에 섰다.
타향에서 고향 사람 만났을 때 든든하다는 게 이런 기분인가. 역시 믿을만한 사람은 고향 사람뿐이라니까.
“내 친한 동생이어서 말이야. 계속할 건가?”
삼안검의 도발적인 질문에도, 암살자는 칼을 고쳐 쥐면서 묵묵부답이었다.
포기하나. 아니면 다시 들어오나. 어떻게 판단할까. 내 궁금증은 바로 해결되었다. 암살자의 신영이 순간 흐릿해졌으니까.
빠르다. 암살자의 발이 빠르다.
“쉽게 보였나.”
그러나 삼안검의 검은 더 빨랐다.
암살자의 회심의 일격이 너무나도 쉽게 막혔다.
“칫!”
오늘 처음으로 당황한 암살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삼안검의 휘둘러지는 칼. 노리는 곳은 목인가. 암살자는 맞상대를 포기하고는 몸을 뒤로 날린다.
역시 상대가 안 되나.
어?!
암살자의 품에서 구슬이 튀어나온다.
“조심하게!”
암기냐! 삼안검의 반응은 빨랐다. 한순간에 반쪽이 나는 암기. 힘을 잃은 구슬 안에서 하얀 무언가가 터져 나온다.
“연막탄?!”
“숨 쉬지 말고 뒤로 물러서!”
설마 독무(毒霧)였나. 용천혈에 내기를 운용한다. 철이 형님과 함께 안개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독이 아니라 도주용이었나. 판단이 빠르군.”
역시 삼안검은 무리라고 생각했나. 안개가 걷히자 암살자는 저 멀리 달아나고 있었다.
“몸은 괜찮나?”
“다친 곳 없습니다. 저대로 도망가게 놔두어도 될까요?”
“얕은 수법일세. 보표(保鏢)를 유인하는 사이에 다른 놈들이 호위 대상을 죽이는 거지.”
어쩐지 따라올 때보다 느리게 도망치는 거 같더라니.
“철이 형님,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암살자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살았다는 안도감이 들자마자 바로 삼안검에게 고개를 숙였다.
“감사 인사는 위에 있는 저 녀석에게 하게.”
“네?”
내 어깨 위에 갑자기 무언가가 내리 앉았다.
“구구! 구우구우우.”
나를 쪼고 어디론가 날아갔던 구구였다.
“구구? 너 이 자식. 도망간 거 아니었어?”
“그 영물이 자네를 살렸네.”
철이 형님은 대견하다는 듯한 시선으로 구구를 향해 턱짓했다.
“구구가요?”
“갑자기 내가 묵고 있는 곳까지 날아와서는 나를 쪼면서 어디로 가자더군. 살다 살다 미물이 그리 간절한 건 처음 봤네.”
“구구, 너 이 자식…….”
설마 아까 난리 친 게 암살자를 눈치채서였냐.
“구구!”
구구는 내가 이 정도라는 듯 자신만만하게 몸을 부풀렸다.
그래. 잘했다. 아주 잘했어. 잠깐이나마 몸집이 커져서, 이제는 먹을거리가 많이 나오겠구나! 생각한 거 취소하마.
바로 구구를 껴안았다.
“오늘은 내 객잔에서 묵게.”
내가 구구를 쓰다듬고 있으니, 철이 형님이 경계를 풀며 말했다.
“저택으로 돌아가는 게 더 안전하지 않겠습니까?”
암살자가 죽지 않은 이상, 호위가 더 많은 저택으로 가는 게 맞지 않나.
“내가 있지 않은가. 깊은 밤엔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을 줄이는 게 제일 좋네. 객잔에 도착하자마자, 저택으로 사람을 보내달라고 하게.”
삼안검 조철은 칼밥을 먹으며 고수가 된 낭인. 상대가 사람을 수도 없이 죽여온 암살자라면, 눈앞의 사람은 수많은 사람을 지켜오며 명성을 쌓은 호위무사였다.
지금 그의 조언보다 옳은 것은 없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바로 가시지요.”
바로 수긍하고는, 삼거리의 객잔으로 향했다.
—–
다행히 밤사이 다른 암살 시도는 없었다.
돌아온 저택은 밤새 내 암살 미수 소식으로 인하여 난리가 나 있는 상황이었지만, 내가 나설 일은 없었다.
객잔에서 밤을 지새우며, 있었던 일에 대해 무사들에게 전부 설명했으니까.
내가 저택에 돌아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따로 있었다.
“오오오! 구구 님시여!”
“구굿!”
“네에네에. 배가 고프신 모양이군요. 여기 최고급 사료가 가져왔습니다.”
“구구구구! 구구!”
“건식사료 말고 습식 사료요? 밀웜까지 추가해서요? 역시 구구 님다우십니다! 바로 대령하겠습니다.”
목숨의 은인에게 허투루 대할 수 없지.
나는 최고급 방석에 앉아있는 구구를 향해 숭배를 이어가고 있었다.
“저기…….강 공자니임?”
“야…….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너무 걱정스럽게 볼 필요는 없는데.
밤사이에 엄청난 소식을 들은 제갈 소저와 전길산은 나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고민되는지, 안절부절못하는 눈치로 내 뒤에 서 있었다.
“아닌 것 같은데.”
“저,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으면 사람이 이상해진다는 소리를 들은 적 있어요.”
“의원 불러야 하는 거 아니야?”
“구구가 내 목숨을 구해줘서 칭찬하는 중인 거야.”
나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우고는, 간략하게 지난밤에 있었던 일을 설명해주었다.
“난 또 뭐라고.”
“위험하긴 했다. 철이 형님이랑 구구가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
철이 형님은 당분간 가맹비 무료로 해드려야겠어.
“도대체 누가 강 공자님에게 그런 짓을 했을까요.”
“뻔하지. 아니다. 누가 저질렀는지는 모르겠다. 다 그럴만한 사람들이어서.”
전길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답이 없다고 생각한 거겠지.”
아마도 흉수를 고용한 범인은 후계자 후보 중 하나일 것이다.
시험에 이기는 방법. 전교 1등을 공격한다. 미소녀의 고백 공격은 얼마든지 환영이지만, 암살자라니. 어처구니가 없네.
“저, 정말 다치신 곳 없으세요?”
“하하. 괜찮습니다.”
“괜히 제가 가라고 해서…….”
죽을 뻔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일까. 나를 올려다보는 제갈 소저의 눈망울은 울기 직전이었다.
안심하라고 제갈 소저의 손을 잡으니, 손에서 격한 떨림이 느껴졌다.
“그런 생각하실 필요 없습니다. 제갈 소저 조언 덕에 도박장 전주 일도 잘 해결되었고요.”
“강 공자니임…….”
제갈 소저가 내 계획을 응원했지. 죽으라고 등 떠밀었나. 이상한 죄책감 느끼지 마세요. 몸도 무사합니다.
“구구! 구우구우!”
제갈 소저의 떨림이 진정되자, 구구가 나 좀 신경 쓰라는 듯 나를 불렀다.
“오오오오! 구구 님! 미천한 제가 보필하는 것도 잊고 한눈을 팔았습니다. 이제 목욕물을 준비할까요?”
“제가 내, 냄비에 물 데울까요오오?”
그건 깃털 뽑을 준비하는 것 같잖아요. 손사래를 쳤다.
“구구! 구구구구!”
뭐야 다른 거냐. 구구는 그게 아니라는 듯 날갯짓하여 창문 쪽으로 날아올랐다.
“따라와 보라고?”
“구구!”
무슨 일이래.
구구를 따라가니, 집무실 뒤쪽 나무 그늘에, 나뭇잎으로 무언가가 가려져 있는 것이 보였다.
“돌조각? 아니 자기 조각? 어디서 본 그림인데.”
나뭇잎을 들추고 들어 올린 것은 깨진 자기 그릇이었다.
“어? 제가 선물 드린 연적 아닌가요?”
“아! 그러네요! 제갈 소저가 제가 드린 급여로 사주신 연적이군요. 어느 날부터 안 보였던 건데 이게 왜?”
“구우구우. 구구! 구굿구굿!”
구구는 의기양양한 몸짓으로 깨진 연적이 왜 여기 있는지, 표현하기 시작했다.
“물이 너무 마시고 싶어서 연적을 건드렸다가, 와장창 깨졌다고? 그리고 완전 범죄를 위해 여기다가 숨기고, 입 싹 씻고 모른 척해버렸다는 거지?”
“구구! 구구구!”
정답입니다. 용서해줄 거지? 굳이 해석할 필요도 없었다.
“……그래 뭐 나는 용서하는데.”
엄청 비싼 연적이지만 나는 괜찮지. 근데 말이야.
“강 공자님에게 받은 돈 다 털어서 산 거였는데요오오오오오.”
그 연적. 제갈 소저가 내게 받은 돈으로 열심히 고른 녀석이거든. 제갈 소저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뭐야? 물 올려?”
“구구? 구구구구.”
구구가 당황한 듯 제갈소저의 어깨 위에서 재롱을 피웠지만, 그녀의 떨리는 손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구구 나빠요오오!”
“구구?!!!!”
그러게. 선물 받은 사람 말고 선물 준 사람도 생각했어야지.
———
저택의 호위가 강화되고, 범인이 누구인지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이. 나는 내원의 정원에서 마음을 정리하며, 어젯밤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나름대로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심장을 노렸는데,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프로는 역시 다른가. 철이 형님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분명 크게 다쳤겠지.
무영신법으로 거리를 벌리고, 목각인형을 상대로 암기를 날렸다.
암기가 있었다면 달랐으려나. 술자리에 권총 들고 간 광대가 될 수 없기에, 암기는 따로 챙기지 않았는데.
어젯밤까지 대화했던 사람들과 더 이상 대화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가슴을 무겁게 눌렀다.
미간, 목, 가슴. 암기가 정확하게 박힌다. 매일같이 연습한 성과는 어디 가지 않았다.
“혹시나 했지만, 무공에도 재주가 있었군.”
내원의 입구 쪽에서 누군가 박수치며 다가왔다.
“철이 형님?!”
“괜찮은가 하고 와봤네.”
“철이 형님 덕에 멀쩡합니다!”
암기를 내려놓고는, 반가운 얼굴로 철이 형님에게 다가갔다.
“그런 것치곤 마음이 심란한가 보군.”
“하하…….”
고수는 암기가 날아가는 것만 봐도 혼이 실려있지 않은지 확인이라도 할 수 있는 건가.
착잡한 마음에 부정하기 힘들었다.
“하던 거 마저 해보겠나?”
조철 형님은 그런 나를 말없이 지켜보더니, 이내 목각인형 쪽으로 턱짓했다.
“네?”
“껄끄러우면 하지 않아도 좋네.”
“아닙니다. 뭐 대단한 건 아니니까요.”
무림인들은 수련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걸 꺼린다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달리고 쏘는 것뿐이니까. 비전을 다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딱히 거릴 낄 것은 없었다.
“으음……. 그것뿐인가?”
삼안검은 이리저리 내달리며 암기를 날리는 나를 한동안 지켜보더니, 이내 무언가 마뜩잖다는 듯 내게 물었다.
“호신술 정도는 아닙니다. 근데 주력으로 사용하진 않습니다.”
제가 원거리 딜러라서요.
“그렇단 말이지……. 동생.”
“무슨 하실 말씀이 있습니까?”
무공 고수로서 걸리는 것이 있나. 아니면 설마 무공 수련할 시간에 호위 여러 명 대동하고 다니라고 말하려는 걸까. 아니면,
조철은 굉장히 고심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다, 이내 조심히 말을 꺼내었다.
“나에게 무공 한번 배워보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