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utcast Writer of a Martial Arts Visual Novel RAW novel - Chapter (504)
무협 미연시의 오랑캐 글쟁이-504화(505/674)
EP.504 세 번째 시험 – 10
통나무 미사일이라니.
내 방에서 통나무 미사일이 발사되다니. 수많은 통나무 미사일이 창문과 벽을 강타하다니. 덕분에 저택에 있던 경비들 전체가 튀어나왔다.
“암살자다!!! 강 공자님 방에 암살자가 나타났다!!!”
“강 공자님은 무사하신가?!”
“다행히 다친 곳은 없으십니다!”
“날아간 통나무를 쫓아라! 녀석이 통나무와 함께 날아갔다!”
“네? 암살자가 통나무를 타고 하늘을 날았다고요?”
“그……!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이다! 찾아라!”
경비들은 필수 인원만을 남긴 채, 하늘의 별이 된 암살자를 쫓아 서둘러 저택 밖으로 나섰다.
암살자가 살아는 있으려나. 거의 교통사고급 충격이었을 것 같은데. 시체라도 건지면 다행일 것 같네.
목숨의 위기에서 벗어난 만큼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아앟……. 아아아앟…….”
엉망이 된 내 방 안. 쇠구슬과 장대, 그리고 통나무까지. 폭격을 맞은 방엔 멀쩡해 보이는 가구들이 별로 없었으니까.
제갈 소저는 자신이 벌인 참상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제갈 소저.”
제갈 소저는 내가 부르자마자 정신을 차리더니, 그대로 나를 향해 주저앉았다.
“핳! 소, 소녀. 제갈향. 강 공자님을 의심하다니. 모, 목숨으로 사죄를……!”
제갈 소저, 무릎은 왜 꿇으십니까. 떨어져 있는 장대는 왜 집으시는 거고요.
“장대는 왜 배에 가져다 대시는 겁니까.”
“흐으읗. 엄마에게 딸은 그래도 18살 평생 중에 가장 열심이었다고 전해주세요. 흐으읗.”
“저기. 제갈 소저? 놓고 말씀하시지요.”
“씨, 씻을 수 없는 실수의 잘못은 역시……. 근데 이거 많이 아, 아플까요?”
네. 매우 아파요.
“암살자도 많이 아파하는 것 같았습니다.”
“어, 어어엏.”
무서우면 그냥 놓으세요.
“일어나시지요.”
제갈 소저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화……. 안 나셨어요오오?”
제갈 소저는 고개는 숙인 채, 나를 조심히 올려다보았다. 내가 참상을 둘러보고 작게 한숨을 쉬니, 푸른 눈망울이 떨린다.
실수로 사고 치고 혼날까 봐 겁에 질린 작은 강아지 같네. 그대로 끌어안고 싶은 욕구를 참고, 양 손가락을 제갈 소저의 머리에 가져다 댔다.
“화났습니다. 도대체 방에 뭘 설치해 놓은 겁니까. 에잇!”
형벌이다! 정신이 번쩍 드는 두피 마사지를 시전했다.
“아아앟! 가, 강 공자님임. 아파요.”
내 손이 기적이니라. 제갈 소저는 지하철역 종점에서 앉은뱅이가 일어나는 것처럼, 장대를 던져버리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참. 쇠구슬에 장대라니.”
방이 엉망이 된 건 정리하면 된다. 가구들도 내 것이 아니라, 만금전장의 것이니 크게 상관은 없다.
제갈 소저 덕에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걸고넘어질 건 넘어가야 했다.
“그게요오오.”
“하연 소저 때문에 설치하신 겁니까?”
배신응징 진법이라고 말했던 것 같은데.
내가 추궁하듯 바라보자, 제갈 소저는 고개를 숙인 채 손가락을 꼼질 거리며 입을 열었다.
“하연 언니가 작정하고 또 배신하면, 웬만해선 막을 방법이 없으니까요. 저도 웬만한 방법으론 안 될 것 같아서요.”
“아무리 그래도 잘못 맞으면 크게 다치지 않습니까.”
서로 기 싸움을 하는 것까진 상관없다. 하지만 쇠구슬이라니. 잘못 맞았다간 큰일 아닌가.
“네에?”
제갈 소저는 무슨 소리냐는 듯 나를 올려다보았다.
“장난이어도 도가 지나치지 않습니까.”
“하연 언니, 작정하고 진심으로 덤벼들면 이거 다 피하는데요.”
“…….”
생각해 보니. 하연 소저가 무영신투로 활약할 때, 기관진식이 설치된 집을 털기 전엔, 미리 둘이 함께 실험했었지.
“제가 아무리 계산해 봐도 창가로 다시 물러나게 하는 게 고작이었어요. 그래서 경고음이 울리는 동안 시간을 버는 용도로 만들었던 거예요오.”
제갈 소저. 방에 경고장치까지 설치해 둔 겁니까.
호위를 죽이고 나를 암살하러 온 살수조차 빈사 상태로 날아가게 한 함정이, 무영신투 상대로는 한낱 시간을 버는 용밖에 되지 않은 건가.
“통나무도 있지 않습니까.”
“아핳. 그게요. 이, 일제 사출을 써도 하연 언니라면 한 대도 안 맞았을 거예요. 대신 피할 곳이 없으니까. 통나무에 올라타서 날아갔겠죠.”
“일제 사출인 이유가 그럼…….”
“하연 언니를 방에서 쫓아내려면 그, 그 정도는 해야 하니까요오오.”
왠지 통나무를 밟고 하늘로 날아올라, 이를 갈며 착지하는 하연 소저가 상상이 되었다.
물 위쪽을 걷는 도둑을 고작 물러나게 하는 것만 가능한 함정이, 암살자를 빈사 상태로 몰아버린 건가.
무섭네.
“아무리 그래도 너무 과하셨습니다.”
“하연 언니 상대라도 꼭 지켜야 하는 게 있으니까요.”
제갈 소저의 눈에서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의지가 느껴졌다. 그 시선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도 말이다.
“하하.”
제갈 소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한 건지 깨달았는지.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 죄송해요오. 하연 언니가 말도 없이 배신하고, 강 공자님도 동조하고 있는 것 같아서, 순간 참지를 못했어요오오. 사실 조금 과했던 거 같아요오오. 정말 죄송해요.”
이제야 조금 전 상황이 이해되네.
분명히 쇠구슬과 장대가 날아다니고 있을 텐데,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말한다니. 제갈 소저 입장에선 방 안에서 절대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밖에 생각하지 못했겠지.
“화난 건 다른 이유였지, 그것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저야 제갈 소저덕에 목숨을 구했는걸요. 그리고 또…….”
“네?”
떨리는 푸른 눈과 마주쳤다. 제갈 소저. 사실 알고 있습니다. 소저는 타인을 대할 때 어려워하고, 조심하는 성격에 웬만해선 급발진을 안 하니까요.
제갈 소저가 순간 이성이 끊겼다면, 이유는 하나.
그만큼 소중한 사람이라는 뜻이니까.
그 사실이 꽤 기뻤다.
“아닙니다. 제갈 소저 덕에 목숨을 구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본인이 잘못한 걸 알았으면 되었다.
나는 먼저 인사하고 충고하면 의미가 퇴색될까, 아껴두었던 감사의 인사를 했다.
“흐흫. 벼, 별거 아니었던걸요.”
갑자기 통나무 미사일이 쏘는 함정이 별것이 아니면, 작정하고 만들면 저택 변신 로봇도 가능한 건가. 순간 궁금증이 일었지만 참았다.
“다음에 작은 소원이 있으시면 꼭 들어주겠습니다.”
“소, 소원이요오?”
제갈 소저의 눈이 언제 그랬냐는 듯 반짝였다.
“대신 다음에 제 방에 뭐 설치할 땐 미리 이야기해 주시는 겁니다.”
“아……. 그……. 네에!”
묘하게 확신이 안 서는 대답인데.
———
“죄송합니다!”
“저희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날이 밝은 아침. 저택 호위의 책임자들이 내원에서 일제히 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저택 경비가 뚫리다니. 호위를 강화한 게 아니었습니까?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호위를 강화한다고 무인들도 더 데려왔잖아. 인상을 찌푸리고는 노기를 띄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것이……. 청포검객이 암살자였던 듯싶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청포검객이라면 어제저녁에 봤던 무인인데. 그 무인이 암살자라니.
“창고에서 청포검객과 같이 경비를 섰던 무인의 시체가 발견되었습니다. 근처에는 청포검객이 주로 입던 푸른 옷가지도 발견되었습니다. 아무래도 나쁜 마음을 먹고 저택에 들어왔던 것 같습니다.”
“호위로 고용했던 자가 암살자라니! 신원확인도 제대로 안 하는 겁니까?”
“죄송합니다. 성격은 모나도 돈만 주면 실력은 확실한 자라, 필요할 때마다 만금전장에서 고용했던 자인데 이럴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자주 쓰는 외주 용역이 배신한 건가.
첫 암살 시도도 철저히 준비했다더니만, 실패하고 나서 두 번째 상황까지도 염두에 둔 계획이었나.
“암살자는 결국 잡은 겁니까.”
“그것이……. 피를 몇 되나 토해낸 흔적은 발견했지만…….”
“결국 못 찾았군요.”
내 싸늘한 결론에, 보고하던 경비가 눈을 질끈 감았다.
“토, 통나무 근처의 흔적만 보아도! 몇 달은 누워만 있어야 할 정도의 부상을 당했을 겁니다.”
“네 확실합니다!”
내 목숨은 건졌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암살자도 분명히 큰 내상을 입었을 것이다. 마지막 시험이 끝날 때까지는커녕, 살았어도 몇 달은 요양해야 할 것이다.
제갈 소저 덕에 생긴 행운이지만,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강 공자님.”
내가 잠시 고민하고 있으니, 저택 호위대장이 나에게 다가왔다.
“응?”
“이번 일은 제 책임입니다. 저택 경비 책임자로서 저택 경비 대장 자리에서 물러나. 문책을 기다리겠습니다.”
호위대장이 나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대장님!”
“고개를 드세요.”
“경계에 실패하여, 주인의 목숨을 위태롭게 한자가 어찌 고개를 들 수 있습니까.”
호위대장은 전투에 실패하여 참수를 기다리는 장수마냥, 주먹을 꽉 쥔 채 내게 고개를 숙였다.
확실히 책임자로서 문책을 피할 수는 없는 결정적인 실수긴 한데.
“지난번 수많은 무인이 저택을 습격했을 때, 위험을 무릅쓰고 가장 앞에서 적들의 수급을 벤 경비 대장님 아니십니까. 일어나세요.”
도문의 낭인들이 습격했던 당시에, 기꺼이 목숨을 걸고 지켜주기로 했던 무인이다.
과묵해서, 저택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웬만하면 함구하는 데다가, 인망까지 좋다. 완벽히 믿을만한 사람은 아닐지라도, 믿음을 줄 만한 무인이었다.
아무튼 무사했잖아. 책임감 있고 성실한 사람을 실수 한 번에 날려버리기는 아깝지.
“강 공자님.”
나를 올려다보는 경비 대장의 눈이 떨렸다.
“이럴 시간 없습니다.”
“하지만……!”
“청포검객이 그간 쌓은 명성을 포기하고도 고개를 끄덕일 만큼 돈을 준 곳이 있을 겁니다.”
“……!”
낭인으로서 살던 사람이 암살자로 몰리는 위험을 감수했다면, 분명히 크나큰 이유가 있을 터.
“크게 다쳤다면 약재상이나 의원을 찾았을 수도 있겠군요. 청포검객이 주로 애용하던 의원이 있다면 그쪽부터 알아보는 것도 답이겠지요.”
“바로 움직이겠습니다.”
“다음에 실수하시면, 제 목도 날아가고 경비 대장님의 목도 날아갈 수 있으니. 최선을 다해주세요.”
“충!”
무슨 충까지야. 경비 대장에게서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던 소리가 썩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강 공자님! 감사합니다!”
“외출할 겁니다. 믿을만한 호위들을 충분히 꾸려 따라오세요. 마차를 몰 수 있는 호위면 더 좋겠군요.”
“바로 꾸리겠습니다. 근데 어디로 가십니까?”
나도 이대로 가만히 있을 생각은 없다.
이파리의 정체를 파악했으면 당연히 뿌리까지 파고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암살자의 정체를 파악했다. 분명히 충분한 돈을 주었거나, 사전에 만난 사람이 있을 것이다. 청포검객이 누구와 만났는가. 그 정보를 찾기 위해서 찾아갈 곳은 하나였다.
“기루로 갑시다.”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