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utcast Writer of a Martial Arts Visual Novel RAW novel - Chapter (526)
무협 미연시의 오랑캐 글쟁이 526화(527/674)
내상(內傷).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내장이 다치고, 장기 요양이 필요한 부상을 당했다고 봐야겠지만, 무협에서는 의미가 남다르다.
무림인이라면 단전에 축적한 내공을 전신 기맥에 따라 운용해야 하는데, 내상을 입었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내상은 몸 안에 있는 고속도로가 무너져 내린 거다.
내공이라는 짐을 실은 트럭이 무너진 고속도로를 내달리다가, 길을 잃고 벽에 정면충돌을 해버린다. 고속도로는 수습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진다. 심지어 부딪힌 벽조차 자기 몸이다.
내공을 쓰면 쓸수록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폐인이 되어가는 것이다.
“네놈만……! 네놈만 아니었어도!!!”
“사람의 거죽을 뒤집어쓴 짐승 새끼가 이유도 많아요.”
저러니까 실패하지. 실패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 버릇은 자기 발전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아요. 자기 합리화를 할 때나 쓰는 거지.
백면호리의 몰골은 굳이 말로 표현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안 좋아 보였다.
피를 몇 되나 토해낸 내상을 입은 몸에 독까지 흐르고 상황. 평범한 사람은 장이 끊어지는 고통에 정신을 잃을 수준이고, 당연히 죽고 싶지 않다면 내공의 운용은 불가능하다.
‘한마디로 해볼 만하다는 거지.’
회혼환이 잠력을 터트려준다지만, 신체의 능력을 활성화해 주었을 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백면호리의 몸은 시시각각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고, 교단이 황폐해지는 상황이었다.
“크아아악!”
백면호리가 정면에 있는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해볼 만해. 괜히 그간 철이 형님과 무공수련을 해온 게 아니잖아.
一 상대가 오게 만들면. 그만큼 무언가를 해볼 수 있는 시간이 생기네. 도망칠 생각만 하지 말게. 상대도 아니까. 주변 상황을 이용하게. 무엇이든 좋네. 이기는 것은 두 번째요 사는 것이 첫 번째일세.
낭인계의 일타강사. 철이 형님의 말을 떠올리며 크게 외쳤다.
“감찰대!!! 오른쪽!”
달려드는 백면호리가 아니라, 그의 옆쪽으로 시선을 보낸다.
“방해는 용납지 않는다!!! ……어?!”
백면호리의 칼이 짙은 연기를 허망하게 훑었다.
응. 사실은 아무것도 없어.
“푸흡!”
비웃으며 내공을 운용해 뒤로 빠진다.
“잔재주를!”
어쩌라고. 더럽고 치사하게 이겨도 이승이 낫거든.
역시 암살 전문가. 백면호리는 이성이 날아간 듯한 눈을 하고서도, 나에게 빠르게 달라붙었다.
“폭탄 받아라!”
뒤로 거리를 벌리는 동시에 녀석에게 작은 주머니 몇 개를 던진다. 백면호리는 폭탄이라는 소리에 잠깐 움찔하고는, 망설일 틈도 없다는 듯 단숨에 주머니들을 베어버렸다.
실력 좋네. 근데 이걸 어쩌나.
“크아아아악! 강윤호오오오오!!!”
폭탄이 아니라 당가 특제 독 가루야. 눈에 달라붙으면 후춧가루를 통으로 들이붓는 통증을 느낀대.
“이런!”
너무 뒤로 갔나. 순간 등 뒤에서 벽이 느껴졌다.
“네노오오옴!”
실눈 뜬 채로 눈물 줄줄 흘리면서 화내지 마라. 웃기잖아.
녀석이 칼이 날아온다.
흐려진 시야. 내상과 독으로 엉망인 몸. 그러나 상대는 수많은 무림의 인사들을 죽이고, 사람의 거죽을 뒤집어쓴 마교도다.
팔을 들어 올렸다.
막무가내로 휘둘러진 칼이라고 할지라도, 검은 머리 오랑캐의 팔 따윈, 일회용 로켓 펀치로 만들어버리겠지.
일주일 전의 강윤호였다면 말이다.
“윽?! 이게 무슨?”
내력도 실려있지 않고, 흐려진 시야 때문에 정확한 타점도 파악할 수 없다. 단순히 잠력을 터트려 얻은 강맹한 힘으로 휘둘러진 칼.
고작 그런 칼로는 내 팔에 어떤 상처 하나 입힐 수 없었다.
一 동생. 며칠 사이에 귀한 영약이라도 먹었나? 내력이 담긴 검이 아니라면, 동생의 피부 거죽을 뚫기 어렵겠는데.
“뭐긴! 네놈 덕에 강해진 철괴다. 이 새끼야!”
구명환 먹고 옥면호신공의 경지가 올랐거든.
이제 선물을 받았으니, 답례선물을 줄 차례. 소윤심상결을 운용한다.
시작은 발부터.
발끝에서 하연 소저의 무영신법이 펼쳐진다. 발끝부터, 허리로, 허리에서 어깨로, 어깨에서 팔로 온몸의 힘을 한곳으로 이끈다.
마무리는 주먹.
손끝에서 소희의 옥면호신공이 펼쳐진다. 움켜쥔 손가락 사이사이로 철처럼 단단해진 주먹이 느껴졌다.
이제 남은 건 실행에 옮기는 것뿐.
온 힘을 담아, 내상으로 너덜너덜해진 백면호리의 복부를 강타했다.
“크억!!!”
백면호리의 몸이 날아가는 장면은, 꽤 짜릿했다.
—————
“네놈의 가죽을 산 채로 벗겨주겠다!”
자식. 질기네. 그대로 쓰러지면 안 되냐.
만금전장의 후계자. 포쾌 강윤호가 범인을 한 방에 곰을 잡았다. 한방호리 타이틀 좀 얻으려고 했더니만.
어쩔 수 없지. 작전 변경이다.
나를 보며 이를 갈고 있는 백면호리를 향해, 피식 코웃음을 쳤다.
“너무 강한 말은 쓰지 마. 약해 보인다고.”
“크윽! 끝까지 나불대는구나!!!”
다시 백면호리가 달려든다. 독가루의 효과가 끝났나. 이번에는 눈이 충혈되어 있지만, 실눈을 뜨고 있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위험하겠는데. 어쩔 수 없지.
“감찰대! 정면!”
“또 속을 줄 아느냐!!!”
백면호리는 다시는 속지 않겠다는, 멧돼지처럼 나에게 달려들었다.
그래. 안 속으려는 자세는 참 좋은데 말이야.
“등신. 좋다고 달려드네.”
뭘 하나 잊고 있는 거 아니냐.
“컥!”
잠깐 잊었나 본데. 여긴 만금전주의 저택이라고.
두 자루의 칼날이 백면호리의 어깻죽지와 등을 가른 것은 한순간이었다.
“강 공자님! 괜찮으십니까!!!”
연기를 뚫고, 감찰대가 속속들이 백면호리를 향해 칼을 겨눴다.
“감찰대. 포위하세요.”
“강윤호오오오오오!!!!”
내가 괜히 계속 뒤로 빠졌겠냐. 감찰대 근처로 가는 줄도 모르고, 좋다고 따라와요.
“왜 미련하게 차포 떼고 진짜로 상대해 줄 줄 알았냐?”
애초부터 이길 생각 따윈 없었다.
나는 미끼 역할로 충분하니까.
————
“강 공자님! 뒤로 물러나십시오!”
“소가주님을 보호해라!”
감찰대는 실수는 한 번이면 족하다는 듯, 나와 백면호리를 이중 삼중으로 에워쌌다.
“큭큭큭큭!”
다 끝났음을 알았을까. 백면호리는 고개를 숙인 채, 웃음을 터트렸다.
“웃기냐? 내가 봐도 지금 네 몰골이 웃기긴 해.”
얼굴 가죽은 엉망으로 찢어졌지. 눈은 레이저를 쏠 것처럼 충혈됐지. 입가에는 핏자국에 등에서는 절찬리에 피가 흐르고 있다.
넝마 쪼가리가 따로 없네.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지……?”
만금전장을 한순간에 먹을 수 있는 상황에서, 한 번에 나락으로 떨어져 버렸다. 지금 상황이 너무나도 어처구니가 없긴 하겠지.
나는 하소연을 하듯 중얼거리는 백면호리를 향해, 당당한 표정으로 결론내려 주었다.
“내가 네놈의 상대인 거.”
“큭큭큭. 그래. 인정하지. 내가 모지리들 사이에 있다고, 만금전주의 눈을 과소평가했어.”
“야. 시간 없다. 감옥에 좋은 자리도 선착순이에요. 너무 늦으면 가서 눈치 봐야 한다. 얌전히 잡히든지. 아프게 죽든지. 빨리 선택하자.”
“아니. 다른 방법이 있지.”
갑자기 백면호리가 몸을 튼다. 방향은 감찰대의 포위가 가장 헐거운 곳.
“어?!”
“막아!!!”
저놈 죽으려고 작정했나? 백면호리의 몸이 튀어 오른다. 미친놈. 중독된 상황에서 내력을 운용한다고?
백면호리가 포위를 뚫고 담에 올라, 나를 향해 외쳤다.
“강윤호!!! 평생을 두려워하거라! 평생을 의심하거라!!! 네가 아무도 믿지 못해 겁에 질려있을 때!!! 네놈의 멱은 내가 친히 따러 와 주마!”
녀석은 증오 섞인 저주를 외치고는, 담을 뛰어넘었다.
“쫓아라!!!”
“가게 두어라.”
손을 들어 감찰대를 만류했다.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어서 빨리……!”
괜찮다니까. 상관없어요.
“제갈 소저가 굶주렸거든요.”
“네?”
“제갈 소저.”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자리. 습기가 축축하고, 왠지 민달팽이도 있을 것 같은 자리에 외따로이 서있는 상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헉?! 웬 상자가! 도대체 언제?!”
갑자기 상자가 떨린다고 너무 놀라실 필요 없습니다. 원래 움직이는 상자거든요.
상자 안에 있던 은발벽안의 미녀. 제갈향은 부끄러운 듯 상기된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저 아침 먹고 왔는데요오오…….”
“하하. 부탁드립니다.”
이제 끝낼 시간이다.
“앟! 네에!”
만금전장에 대해 아는 많은 사람도, 손쉽게 망각하고 있는 사실이 있다.
호북성에서 손꼽히는 부호로 불리는 만금전주에겐, 또 다른 직함 하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설마……!”
감찰대주는 은발벽안의 여인을 보고 이제야 상황을 파악했는지, 놀란 눈으로 외쳤다.
그래.
만금전주는 제갈세가 가주의 장인.
“시작할게요오오.”
몽환전도진(夢幻顚倒陣).
당연히 만금전주의 저택에도 침입자를 성대하게 환영하는, 제갈세가의 진법이 설치되어 있었다.
**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다음엔 기필코 죽여버리겠다.
백면호리는 분노를 토해내면서도 더 이상 미련을 가지지 않고, 탈출을 감행하기로 했다.
내원의 담장 하나를 넘었지만, 여전히 만금전주의 저택 안. 드넓은 저택을 빠져나가기에 요원하지만 괜찮다.
이미 시비로 위장해 다니면서, 하인들이 드나드는 샛길을 알고 있으니까. 손쉽게 도망칠 수 있으리라.
백면호리를 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백면호리!”
백면호리가 나가려는 입구 앞. 홀로 강윤호가 기다리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아니다. 상관없다. 잘되었다. 이번엔 놓치지 않으리라.
“어리석은 놈! 기어코 쫓아오다니!”
“컥!!!”
백면호리의 칼이 강윤호의 목을 단숨에 꿰뚫었다.
“교의 대계를 방해한 죗값을 치러라!”
만금전장을 삼켜 교의 자산으로 넘기려는 계획은 불발되었지만, 원한은 갚았다. 너무 간단하게 끝났지만, 원래 복수란 허망한 법 아니겠는가.
백면호리가 만족스러운 얼굴로 칼을 뽑아, 다시 도망치려는 찰나였다.
“……고작 이 정도인가?”
상처 하나 없는 얼굴로 강윤호가 일어났다.
“무, 무슨!”
당황한 칼이 연거푸 휘둘러졌다. 하지만 통하지 않는다. 강윤호는 너무나도 손쉽게 칼을 피하며, 백면호리에게 다가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런놈에게내내내내가가가가죽죽죽죽다니니니니.”
“마, 마양백?”
죽은 마양백이 왜. 놀랄 틈은 없었다.
“감히내얼굴가죽을벗기고서무사할줄알았나!”
“청포검객?”
왜 갑자기 주변이 어두워졌지. 왜 주변이 불타고 있지. 백면호리는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땅이 진흙으로 변한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윽!”
백면호리는 발목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황급히 내려다보았다.
그 자리에는.
“우리의얼굴을돌돌돌돌려줘어어어어.”
“이, 이게 도대체!”
진흙이 아니었다.
백면호리가 밟고 있는 것은 시체의 산. 하나같이 얼굴이 없는 자들의 시신이었다. 얼굴없는 자의 이빨이 백면호리의 발등을 파고들었다.
백면호리는 그제야 농담삼아 주절거리던 말을 떠올렸다.
“얼굴이따가워.아파.내가누군지모르겠데.빨리줘.빨리.”
자신이 죽으면 어디로 갈 것인가. 수많은 자들의 얼굴 가죽을 벗긴 자는 어떤 말로가 기다릴 것인가.
“서, 설마? 여기는……!”
“그래!!!네놈을위한지옥이다!!!”
**
“다가오지마!!! 다가오지 말란 말이다!!!”
“안돼!!! 떨어지란 말이다!!!”
“으아! 으아아아아악!!!!”
내원의 담장 밑. 꼴사납게 무협 세계의 VR 체험을 하고 있는 백면호리를 발견하는 것은 얼마 걸리지도 않았다.
“백면호리일세. 25살이 넘어서도 저 모양이지.”
“네에?”
제갈 소저가 무슨 소리인지 나를 바라보았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근데 무슨 환상을 보고 있는 겁니까?”
“보통은 자기가 무서워하는 걸 본다는데요.”
눈물, 콧물에 아주 난리네.
“귀신들에게 쫓겨도 저렇게는 안 무서워할 것 같은데요.”
“백면호리는 자기 머릿속에 다른 사람의 기억이 있으니까. 더 효과가 큰 게 아닐까요오?”
“과연! 녀석의 강점이 한순간에 약점이 된 거군요.”
다른 사람의 기억을 많이 흡수한 만큼, 환상을 다양하게 보고 있는가 보다.
“소가주님.”
감찰대주가 진법을 멈추면 바로 움직일 준비되었다는 듯 나를 불렀다.
“잠시만.”
손을 들어서 막고는, 점점 무너져가는 백면호리를 바라보았다.
“다 뒤진 놈들이 왜 기어 나오냔 말이다!!! 꺼져! 꺼지란 말이다!!!”
“강 공자니임?”
허송 사건. 도문의 반란. 만금전장의 후계자 시험. 나를 향한 세 번의 암살 시도. 마양백의 죽음. 만금전주의 독살 시도.
“난 살아야 한다! 살아서 교에 이 사실을!!! 꺼지란 말이다!!! 으아아악!”
도대체 일 년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백면호리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억울하게 죽고, 고통받은 걸까.
“한평생 타인의 거죽을 바꿔 쓰고 다니며, 수많은 자들의 눈에서 피눈물을 흐르게 만든 자입니다.”
만약 오늘 잡지 못했다면, 앞으로 무림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알고 있었다.
“강윤호!!! 강유우우우운호오오오오오!!!”
공포에 찬 절규가 저택에 울려 퍼진다. 누군가 진정시킬 법도 하지만, 녀석에게는 한참 부족했다.
내가 백면호리에게 고통받은 사람들을 위해서, 그나마 해줄 수 있는 말은 하나였다.
“자기가 만든 눈물바다에 빠져 허우적댈 때쯤 포박하도록 하세요.”
“충!”
“으아아아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