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utcast Writer of a Martial Arts Visual Novel RAW novel - Chapter (546)
무협 미연시의 오랑캐 글쟁이 546화(547/674)
“들어가시지요. 가주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다음 날 아침. 어렵사리 얻은 2차전의 기회. 1차전에서 얻은 패배를 설욕할 시간이 드디어 왔다.
“왔나.”
들어가자마자 냉대 섞인 말투가 뺨을 때린다.
침착해.
1차전에서 한 실패를 그대로 답습할 생각은 없다. 장인어른. 저 할 말 많습니다. 납득할 만한 변명을 들먹여봤자, 오늘 뇌옥 특실에 내 자리를 예약할 뿐이다.
다른 계획으로 가는 거야.
자기반성 없는 같은 계획을 실행해서 성공하기를 바라는 건, 동전의 앞뒷면에 인생을 거는 것과 같다.
작전을 변경하자.
발바닥에 힘을 주자. 장인어른의 싸늘한 시선을 받아 가며 전진한다.
당당하게 걸어서.
“죄송합니다! 아버님!”
한 폭의 그림과 같이 무릎을 꿇었다.
“……무엇이 죄송하다는 것이지.”
바로 무릎을 꿇는 것은 예상 못 하셨나. 장인어른의 입이 떨어질 때까지 시간이 걸렸다.
좋은 징조네. 바닥이 돌이라 연습했던 것보다 더 아픈 것만 빼고.
바로 시작하자.
“아버님과 만난 후로 수없이 자책했습니다. 무슨 이유가 있었든 간에 애초부터 잘못되었던 동거! 당연히 아버님에게 먼저 사죄를 올렸어야 했습니다!”
시작은 무조건적인 사죄부터. 처음 만났을 때와 달리 전부 내 잘못으로 돌리자.
“그걸 이제 깨달은 건가?”
장인어른의 분노가 나에게 꽂힌다.
상관없다. 나는 지금 준비된 과녁. 기다리고 있는 바였으니까.
“정말 죄송합니다. 아버님! 당연히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려야 했는데, 제갈세가라는 이름에, 눌려 제 살길부터 찾는 실책을 저지르고야 말았습니다.”
장인어른이 칼 찬 무사들 보내셨잖아요.
무슨 일 생길 것 같아서 변명부터 준비했어요. 내 탓을 하면서 크게 화를 돋우지 않는 이유를 곁들인다.
“하! 내가 내 딸이랑 살림을 차린 놈이랑 만나고 있는 건지, 상인이랑 만나고 있는 건지 도무지 분간을 못 하겠더군.”
“전부 제 잘못입니다. 아버님의 인정을 받고 싶어 수작을 부리는 상인처럼 굴었습니다! 당연히 진심을 보여서 아버님의 마음을 얻으려고 해야 했는데!”
일부러 나 자신이 후회되고 부끄럽다는 듯 주먹을 꽉 쥔 채 떨었다.
장인어른. 저 이번에는 다릅니다.
모든 게 제 탓이요. 저 때문입니다. 나 자신을 보호하고 있던 갑옷을 벗으며, 나 자신을 드러내는 거다.
자칫하면 욕만 먹고 쫓겨날 수 있는 행동. 장인어른의 용서에 모든 걸 걸어야 하는 도박 수. 동전의 앞뒷면에 모든 걸 거는 건, 내가 좋아하는 수는 아니지만.
‘장모님이 내 안전장치가 되어주셨으니까.’
확실한 지원군이 곁을 지켜주고 있으면 다르거든.
내가 무장해제하고 무조건 항복 선언을 해도, 옆에서 도끼눈을 뜨고 있는 아내 눈치를 봐야 하니까.
장인어른은 못마땅한 시선으로 날 연신 바라보더니, 이내 씁쓸한 표정과 함께 입을 열었다.
“내 소중한 막내딸과 내 허락도 없이 동거라니!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 어떤 기분인지 아나?”
“정말 죄송합니다!”
화를 내셔도 결국 나와 대화해주실 것이다.
“무기를 들고 직접 달려갈지 고민도 했지.”
장인어른. 근데 왜 철로 된 붓을 쥐시는 걸까요.
“아하하…….”
제갈세가의 기문 병기. 판관필이라니. 아무래도 문방사우로는 내 숨통을 끊어놓을 수 없다고 생각하셨나 보다.
“왜 다리를 계속 움직이나?”
저 그거 맞으면 죽으니까요.
“다, 다리가 조금 저려서 조금 움직였을 뿐입니다.”
“으흠……. 옆에 가져온 것은 뭐지.”
다행히 판관필의 필통이 내 머리가 되진 않았다.
“조선 홍삼입니다.”
손에 들고 왔던 고급스러운 상자를 무릎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홍삼?”
“날도 추워지는데 몸보신하시라고 제가 직접 특등품만 선별하여 가져왔습니다.”
예비 장인에게 드리는 선물입니다. 상자를 열어 보였다.
“되었……. 음?!”
천하의 제갈세가 가주라도 놀라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내가 내민 것은 20년째 홍삼만 보고 자라 온 놈이 직접 엄선해서 고른 특등품 중에서도 특등품이었으니까.
어떤 무림인에게 주어도 호감도가 상승했습니다. 시스템 메시지를 띄울 수밖에 없을 정도의 조선 홍삼. 하지만 장인어른에게만큼은 시큰둥한 반응이 흘러나왔다. 메시지가 나올 수 있다.
작은 기름칠을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어머님께서 며칠 잠자리가 불편하셨는지, 손발이 유독 차신 것 같다고 하시더군요. 아버님께선 필요 없으시더라도 어머님께 직접 달여주시면 좋아하실듯합니다.”
“뭣?! 그게 정말인가?”
몰라요. 제가 어떻게 압니까.
아무튼 사위가 준 걸로 달여줬다고 하면, 장모님에게 점수 따실 텐데 받으시죠. 은근슬쩍 속삭이는 것이다.
장인어른은 홍삼과 나를 연신 번갈아 바라보더니, 이내 혀를 차며 손을 내밀었다.
“쯧. 좋아. 잘 받도록 하지.”
미묘하지만 장인어른의 얼굴에서 내 평가가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
“일어나 앉지.”
“감사합니다!”
나는 당장 뇌옥에 가둘 놈에서, 자리에 앉을 수 있는 놈으로 레벨업할 수 있었다.
“그래. 장인어른을 구했다는 게 사실인가?”
갑작스레 던져진 화두에 살짝 당황했다.
장인어른에게 나를 한번 어필해 볼 수 있는 시간이 생기다니. 참아야 한다. 장인어른의 얼굴을 봐봐. 시큰둥한 표정이야.
‘내가 자랑하더라도 한 귀로 흘려버리실 게 분명하다.’
만금전주님의 소식이나 들으려고 물어본 거지, 내 자랑 따윈 들을 생각이 없을 것이다.
좋은 기회인 것은 사실이다.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단단한 마음의 벽을 녹일 방법이……. 있나? 그래!
조심히 입을 열었다.
“만금전주님이 마시려던 술에 독이 든 걸 알아차리고 경고한 것은 사실이나, 만금전주님을 살리신 건 아버님이십니다.”
내 자랑이 아니라 장인어른 자랑으로 노선을 비틀자.
“나라고?”
“아버님께서 환갑 선물로 주신 구명환이 아니었으면 구할 수 없었을 겁니다. 거기에 저도 하나 먹었으니, 아버님께서는 제 목숨의 은인이시기도 합니다.”
“수많은 약재를 아낌없이 써서 만든 영약이지. 장인어른에게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군.”
장인어른의 한쪽 입가가 슬며시 올라갔다.
좋아. 일부러 호들갑을 떨면서 기분을 부채질하자.
“의원들이 감탄을 금치 못하더군요! 구명환이 없었다면 큰일났을 거라고요! 설마 만일의 사태까지 준비해 놓으셨을 줄이야. 만금전주님께서 평소에 자기 사위 중에 제일이라고 하신 게 괜히 그러신 게 아니더군요!”
“장인께서 정말 그런 말씀을 하셨단 말인가?”
장인어른이 눈을 크게 뜨고는 내게 물었다.
나는 누가 들을까 괜히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장인어른과 비밀을 공유하듯 속삭였다.
“자기 딸 중에 으뜸이 어머님이시고, 자기 사위 중에 가장 으뜸이 아버님이라시며, 어디 가서 말하지 말라며 자랑스러워하셨습니다.”
“흐, 흐흠! 장인어른께서도 참……. 평소에나 말씀하시지.”
장인어른의 양쪽 입가가 같이 올라갔다.
역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니까. 심지어 칭찬에 인색한 사람이 했다고 하면 효과 만점이지.
“칭찬에 인색하신 분이시지 않습니까. 내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면, 오히려 혹독하게 몰아붙이는 걸 좋아하시지요.”
문제가 있다면 장 노야에게 사적인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다는 거지만. 날 사윗감으로 허락해 주면 일등 사위로 올라갈 거니 상관없는 문제였다.
“그래. 젊었을 적에 장인어른 눈에 들으려고 고생 좀 많이 했지.”
“알고 보면 잔정이 많으신 분이시지요. 저도 만금전주님께 인정받고 나서야, 모자랐던 제가 전주님 덕분에 크게 성장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 그러신 분이지. 자네도…… 음?!”
이런. 눈치채셨나.
칭찬으로 장인어른의 기분을 올리고, 다시 만금전주님의 칭찬과 함께 화제 전환한다. 공감대를 형성하여, 나와 장인어른 사이에 동질감을 형성한다.
마지막으로, 나도 장인어른처럼 만금전주님에게 인정받았다고 하면서, 은근슬쩍 나를 칭찬하는 수를 말이다.
“……장인어른께서 재미있는 후계자를 찾으셨군.”
역시 제갈세가. 장인어른은 순간 당할 뻔했다는 듯 나를 바라보셨다.
“아무리 재미있어 봐야 자랑스러운 사윗감보단 못하지요.”
자랑스러운 사윗감. 누구의 관계를 말하는 걸까. 일부러 중의적으로 표현하며 웃었다.
만금전주님에게 장인어른이 그렇듯, 나도 장인어른에게 자랑스러운 사윗감이 되고 싶습니다. 장인어른은 딴지를 걸기에는 애매한 표현에, 이 자식이 하는 시선을 보낼 뿐이었다.
“차 한잔 내어주지.”
——
“내 딸의 어디가 마음에 들었지.”
나왔다. 예비 장인의 단골 질문. 순간 차가 코로 나올 것 같은 기분을 진정시키며, 답변을 준비했다.
예뻐서요. 가슴이 한 손으로 안 들어와서요. 볼이 너무 말랑말랑해서 기분이 좋아요. 너무 속물적인 답변은 제외하자.
“제갈 소저는…….”
“되었네.”
“네?”
“왠지 화가 날 것 같으니. 생략하지.”
장인어른은 실수였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많습니다.”
모범답안까지 준비해 왔어요.
“내 딸이랑 같이 살면서 겪은 이야기들 말인가?”
“…….”
“애초에 내 딸이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없을 텐데. 울화만 치밀 것 같으니 그만하지.”
딸에 대한 자신감 하나는 대단하시네. 하긴, 제갈 소저는 객관적으로 보아도 호북제일미에 놓아도 될 정도니까.
“꿈은 무엇인가.”
장인어른은 실수를 정정하듯, 다른 질문을 꺼내었다.
“꿈 말씀입니까.”
“사내라면 꿈 하나쯤은 있지 않은가. 무엇인가. 만금전주?”
“사내로 태어나서 어찌 앉는 자리가 꿈일 수 있겠습니까.”
“그러면 무엇인가.”
어차피 별 기대는 하지 않는다는 말투시네. 나에 대해 궁금해해 주셨는데 그럴 순 없지.
어찌 말해야 할까.
어떻게 말해야 나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게 하고, 사위로서 인정받을 수 있을까.
바로 포문을 열었다.
“아버님을 제갈세가의 가주가 아니라, 강윤호의 장인어른으로 알려지게 하고 싶습니다.”
상대의 관심을 단번에 끌어올 수 있도록, 내 목표를 도발적으로 포장한다.
“뭐? 그게 무슨 소리인가.”
“제 이름 석 자를 구주 천하에 알리고 싶습니다.”
“이름을 만방에 알리고 싶다고?”
가슴에 손을 가져다 댄다.
마음의 갑옷을 해제한다. 꿈을 꾸는 사내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자.
가슴속에 간직한 변치 않는 목표.
나는 지금, 이 순간에서도 나아가고 있다. 누군가는 불가능하다고 말할 일. 하늘의 별에 닿아야만 하는 목표일지언정, 멈추지 않고 나아가고 있었다.
“제갈세가의 사위라서가 아니고, 만금전장의 후계자라서가 아닌, 저 강윤호라는 이름 석 자를 중원 사람들이 듣고, 누구인지 다 아는 그런 사내가 되고 싶습니다. 남에게 소개하기 부끄러운 검은 머리 사위가 아니라, 자랑스레 웃으며 말할 수 있는 사위가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일부러 말을 끌어, 장인어른의 주의를 이끈다.
“그리고?”
조금은 부끄럽게.
하지만 당당하게.
“언젠가는 세상 사람들이 아버님을 언급할 때, 제갈세가의 가주보다 제 장인어른이라고 말하게 만들고 싶습니다.”
내 꿈을 말한다.
“허…….”
기분 좋은 탄식이 귓가를 간지럽혔다.
———
“마인을 잡았다고 들었는데.”
기분 탓일까.
나를 바라보는 장인어른의 시선이 조금 부드러워졌다.
“운이 좋았습니다. 설마 사람의 얼굴 가죽을 벗기고 그 뇌를 먹어 타인을 완벽하게 흉내 내는 놈이 설마 만금전장을 노리고 있을 줄은!”
“인피면구를 만들고 뇌를 먹었다는 건가?!”
“네. 그놈이 후계자 후보로 변장하여 저희 사이에 숨어있었습니다.”
“그런! 그런 놈을 잡았단 말인가?”
“네.”
“자세히 말해보게.”
아까와 달리, 들을 준비가 만전이네. 좋아. 이번에야말로 본격적인 사위 자랑을 한번 해보자.
“그것이…….”
“가주님!”
이야기를 풀려는 순간, 집무실의 문이 열렸다.
“무슨 일인가.”
왜 저렇게 다급해 보이냐.
“워, 원로회분들이!”
“원로회가 왜?”
“원로회의 분들이 가주전에 몰려오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