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utcast Writer of a Martial Arts Visual Novel RAW novel - Chapter (551)
무협 미연시의 오랑캐 글쟁이 551화(552/674)
다음은 어떤 관문일까.
준비된 것은 다섯 개의 관문. 긴장된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침대?”
문을 열자 보인 것은 방 안에 있는 커다란 침대였다. 갑자기 침대라니. 무슨 시험이지.
“설마! 색욕인가?!”
첫 번째 방은 식욕이라고 했다. 사람의 인성을 평가하는 시험이라면 분명 색욕도 시험에 있을 터.
강윤호. 정신 똑바로 차리자. 또다시 의식을 잃으면 안 돼.
갑자기 거유 바니걸, 엉덩이 큰 오피스 레이디, 치파오, 메이드, 알몸 에어프런, 언더붑 한복, 비키니 수영복, 고양이 귀 미인, 서큐버스, 산타복. 기타 등등. 미인들이 나타나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잠깐만.
‘제갈세가의 성의를 봐서라도, 그 정도면 잃어도 되지 않나.’
한 시험당 평균 이틀꼴이라고 했잖아.
그러면 이틀만 의식을 잃어도 되지 않나. 준비한 사람들 성의도 있는데.
‘좋아. 일단 처음 나타난 여자의 미모를 보고 결정하자.’
극적인 내적 타협 끝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리기로 했다.
과연, 제갈세가가 자랑하는 진법의 성능은 어느 정도일까.
안녕! 나는 색욕의 요정. 바니걸부터 시작할까. 언더붑 한복부터 시작할까. 같은 너무 어려운 질문만 안 해줬으면 좋겠다.
나는 침대에 앉아서 어떤 행운이, 아니, 어떤 시련이 나올지 계속 기다렸고.
“응……?”
아무리 기다려도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지. 그제야 뇌리에 장인어른이 해주었던 말이 떠올랐다.
“맞다. 관문 사이에 휴게실이 있다고 했지.”
괜히 긴장했네. 침대가 커서 다인용인 줄 알았잖아. 작게 한숨을 쉬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좀 출출하네. 어디 보자……. 벽곡단 같은 거라도 있으려나.”
식욕관의 여파인가. 출출한 배를 붙잡고 주변을 살폈다. 분명 장인어른이 휴게실에 식량도 있다고 했는데…….
금세 문이 달린 식량창고를 찾아, 문을 열었다.
[프로슈토.]“하…….”
먹음직스러운 돼지 뒷다리가 창고 안에 걸려있었다. 큼지막하게 쓰인 안내문과 함께 말이다.
[옆에 있는 칼로 썰어 드세요. 썩은 거 아닙니다. 곰팡이를 걷어내고 먹으면 됩니다.]“이래야 무협 미연시지.”
그래. 무슨 벽곡단이야.
[항아리 안에 크래커도 있습니다. 프로슈토를 올려서 카나페로 드세요. 물은 수도꼭지 틀면 나옵니다.]진정해. 강윤호. 벽곡단보단 맛있잖아. 이런 곳까지 상하수도 관리가 잘되는 건 축복이라고.
나는 왜인지 떨리는 칼을 진정시키며, 적당히 고기를 썰어 크래커와 함께 입에 털어 넣었다.
“으……. 짜! 소가주 후보들을 챙겨주는 거면, 멜론 같은 것도 좀 넣어주지.”
소가주 시험을 보는 장소면, 음식에 더 신경 써줄 수 있는 거 아닌가. 맛은 있네. 야채가 부족한 것만 빼면 말이야.
출출한 배를 채우며, 방안을 살펴보니 커다란 종이 보였다.
“시험 포기하고 싶으면, 울리라고 했던 종인가. ……어?”
[멜론 달라고 종 치지 마세요. 장난으로 울려도 실격입니다.]“…….”
누군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있었나 보다.
빠르게 허기를 채우고는, 가부좌를 틀었다. 피곤하지는 않다.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일단 운기조식으로 허기만큼이나 중요한 단전을 채웠다.
“바로 가볼까.”
다음 관문은 어떤 시험일까.
허기까지 채웠으니, 몸은 최상. 각오를 다시 굳히며 다음 관문을 열었다.
“……이건?!!!”
**
제갈세가의 원로회.
원로회가 가주의 검은 머리 사위 소식에 분노했던 것도 잠시. 가주의 대처에 납득한 원로회에선 지금 한바탕 다른 난리가 펼쳐지고 있었다.
“아직도 다 안 읽었나?!”
“기다려보게! 한창 재미있는 장면일세.”
“어딜 보고 있나? 사형제들과 싸울 때? 아니면 마인들과 싸울 때?”
“마인? 운현이 후반부에 마인이랑 싸운다고?”
“……이런!”
“이 노친네가 초 치는 것도 한두 번이어야지! 무기를 들고나오게! 내 한바탕 오늘 꼭 해야겠네!”
“그럼 내가 먼저 읽어도 되나?”
“끄응. 이, 이따가 두고 보지!”
풍운협객전.
원로회의 모두가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하던 소설에 열광하고 있었다.
“풍운협객전이라니……. 도대체 이런 기서가 어디서 나왔을꼬.”
“무림의 이야기를 이리도 재미있게 풀어내다니. 운현의 이야기를 보고 꼭 젊은 시절로 돌아간 듯했네!”
“오장로, 젊은 시절은 별로 운현 같진 않았는데.”
“말이 그렇다는 거지! 말이!”
“나는 우리 손주 생각나더라니까.”
“손주? 누구? 설마 아침 수련 빼먹고 도망갔다가, 며느리에게 엉덩이 맞고 돌아온 그 손주?”
“요, 요새는 열심히 수련하네!”
“아무리 그래도 운현과 칠장로 손주를 비교하는 건 아니지! 우리 손주라면 모를까!”
“뭣?! 지금 우리 손주가 네놈 손주보다 못하다는 건가!”
고아가 되었지만, 의협심을 잃지 않고 바르게 자라는 아이. 누구보다 열심이고, 노력한 만큼 강하게 자라는 이야기.
누군가의 할아버지이자, 정파의 무인인 원로회에게, 운현의 성장은 손주를 바라보는 듯한 재미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조용히 좀 하게! 책의 의미를 한 자 한 자 되새김질하면서 보고 있는데! 정신 사납네!”
“뭣?! 자네, 아까 한 번도 읽어보지 않았다고 빌려달라고 하지 않았나!”
“그, 그것이……!”
“다음궈어어어어언!”
“쯧쯧. 저놈도 저러는구먼!”
“풍운협객전이라니! 오래 살고 볼 일이야. 이런 책이 세상에 나올 줄이야!”
물론 풍운협객전은 기존 무림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들과 다른 소설.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재미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도대체 이런 재미있는 책이 있으면, 우리에게 알려줬어야지!”
원로회 중 하나가 서운하다는 중얼거리자, 옆에 있던 다른 장로가 쓴웃음을 지었다.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그 문란한 책의 저자가 쓴 책은 절대 들여오지 말라고 했으니 말이야.”
설마 풍운협객전을 쓴 호필과 당가풍운의 작가가 같은 사람이라니. 원로회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근본도 없는 작가라며, 애들 앞에 세워놓고 다들 면박을 주지 않았나. 누가 용기 있게 풍운협객전을 알려주겠어.”
“요즘 젊은것들은 운현과 같은 기개가 없어! 면박 좀 당했다고 쯧쯧!”
“당분간은 자네들도 풍운협객전을 본다고 떠들지 말게. 가주가 검은 머리 사위를 들이려는 마당에, 괜히 원로회가 이랬다저랬다 말 바꾼다고 욕먹기라도 하면 큰일이니 말이야!”
“끄응……. 알았네! 2권이나 좀 찾아오게!”
**
“아가씨! 계획이 통한 것 같습니다. 원로회 전부! 풍운협객전에 열광하고 있다더군요!”
“걱정했는데. 다행이에요오.”
제갈향은 감찰대주가 기쁜 소식을 들고 오자, 가슴을 부여잡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무한에도 난리가 난 책인데 당연하지. 거기에 사천당가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소설도 아니고, 야한 소설도 아니니까. 내용도 합격점일 테니, 원로회가 트집잡을 게 어디 있겠어.”
전길산은 별거 아니라는 듯 말하면서도,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주먹을 움켜쥐었다.
“맞아요. 저희 제갈세가는 무당파와도 사이가 좋으니까요. 매년 기부금도 낸다고요오.”
“원로회에서 2권을 어디서 구하고 있냐고 찾고 있다던데. 바로 원로회에 방문하여 2권을 가져다드리겠습니다!”
풍운협객전으로 원로회의 마음을 얻는 작전. 감찰대주는 강윤호의 계책이 통하고 있는 것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아니요. 그러시면 안 돼요오오오.”
제갈향은 손과 머리를 맹렬하게 흔들며, 감찰대주의 행동을 막았다.
“네?”
“왜? 윤호 녀석이 혼천미리진에 들어가서 그래? 원래 반응 좋으면 2권 풀려고 했잖아.”
제갈향은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심호흡했다.
예정이 조금 틀어졌다. 강윤호의 계획에도 조금 수정이 필요한 상황. 하지만 수정해 줄 사람은 이 자리에 없었다.
“제가 새, 생각이 있어요. 여기부터는 제 계획을 따라주세요.”
다행인 사실은, 강윤호와 일 년 가까이 살면서, 그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는 여인이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이었다.
“뭘 하려는 건데.”
“그게요. 흐흫흫!”
제갈향의 입꼬리가 기묘하게 올라갔다.
“향이야. 너 어쩐지 미소가 그 녀석 음모 꾸밀 때랑 비슷한 거 같다.”
제갈향은 굳이 부정하진 않았다.
‘부부는 닮는 법이라고 했으니까요. 흐흫!’
제갈향은 남이 들을까 부끄러운 생각에 괜히 허공을 한번 휘젓고는,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자고로 정실부인이라면, 남편이 부재중에 제 할 일을 하는 것은 당연한 법.
“흐흫. 할아버지들에게 저 같은 애독자의 괴로움을 알려드리려고요.”
이번에는 제갈향이 나설 차례였다.
**
“삼장로님!”
“왔다!”
원로회의 사람들은 2권을 구하러 간 사람이 돌아오자, 일제히 문 쪽으로 몰려들었다.
“2권은 가져왔나?!”
“빨리! 빨리 2권을 주게!”
“무슨! 이런 건 위아래 순서대로 받아야지!”
“이 사람이! 먼저 읽은 순서대로 받아야지!”
“지금 싸우자는 건가?”
자칫하면 칼부림이 날 것 같다. 2권을 구하러 갔던 남자는 점점 사색이 되어갔다.
“왜 그러는가?”
“그것이…….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뭐라고?!”
2권을 못 구했다니. 도대체 그게 무슨 소리인가. 문 앞에 모여있던 원로회의 눈이 일제히 커졌다.
“왜?! 만금전장에서 가지고 있다고 하지 않았나? 설마 2권이 없다던가?”
“아닙니다. 만금전장의 무사들이 연못 근처에서 풍운협객전 1권을 나누어주고 있더군요. 2권도 가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2권이 있는데 왜 못 구했단 말인가. 원로회는 답을 보챘다.
“근데 왜?”
“2권은 나눠주는 1권에 비해 물량이 적다면서, 1권을 다 읽은 독자만 가져갈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남자의 고개가 면목 없다는 듯 숙였다.
“쯧쯧! 설마 그래서 그냥 온 건가? 읽었다고 하면 그만이지 않은가!”
거짓말 좀 하면 그만인 것을. 아무래도 시킨 자가 융통성이 없었구나. 원로회의 얼굴에 실망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남자가 2권을 못 구해온 이유는 융통성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를 맞힌 사람만 가져갈 수 있습니다.”
“뭣?”
“무료로 1권을 배포한 대신, 2권을 보려면 1권 내용의 문제를 맞혀야 한답니다. 다 맞히지 못하면 2권을 가져갈 수 없다고 하더군요.”
2권을 구하러 온 남자에게 내밀어진 것은 시험 종이였다.
당연히 원로회의 명령을 수행하러 갔을 뿐, 풍운협객전을 읽어보지 못한 남자가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원로회의 이름을 대도 말인가?”
“제갈세가의 사람이라면 모를까. 손님들이 무료로 책을 나눠주고 있는데, 그걸 억지로 달라고 할 순 없었습니다.”
책을 내놓아라. 아무리 제갈세가의 원로회라고 하나, 손님에게 명령하는 것은 경우에도, 예의에도 어긋나는 일이었다.
“시험 문제라니.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걸…….”
사람을 시켜 몰래 2권을 구해오게 시키려고 했거늘. 원로회 사람들의 얼굴에 난처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어찌해야 하는가. 원로회에서 고민하는 사이에, 남자는 또 하나의 소식을 꺼내었다.
“풍운협객전의 소문을 들었는지, 가문 사람이 많이 몰려 있더군요. 내일이면 1권을 다 읽은 사람들이 2권도 금세 가져갈 것 같습니다.”
“그럼 어찌하란 말인가?”
“무한에 사람을 보내시거나……. 아니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원로회의 뇌리에 절망적인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풍운협객전 1권을 읽은 사람이 늘어난다면, 당연히 2권을 원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다. 당연히 2권이 동이 나는 건 시간 문제.
무한에 사람을 보낸다고 한들 보름이 넘게 걸릴 것이다. 당장 2권을 읽고 싶은데 언제 기다리란 말인가.
결국은 지금 당장 풍운협객전을 읽을 방법은 하나뿐.
야설이나 쓰는 근본 없는 작가의 소설을 제갈세가의 문턱에 들어오게 하지 말라고 했던 원로회가.
“우리가 그 사람 많은 곳에 직접 가서 2권을 받아야 한다고……?”
직접 시험을 보러 가는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