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utcast Writer of a Martial Arts Visual Novel RAW novel - Chapter (552)
무협 미연시의 오랑캐 글쟁이 552화(553/674)
별다른 것 없는 일상이 반복되어 한가로운 제갈세가.
최근. 외부에서 날아든 두 가지 소식으로 인해 제갈세가가 들썩이고 있었다. 하나는 당연히 한 검은 머리가 가주의 딸과 결혼하기 위해 제갈세가에 찾아왔다는 소식이었고.
“호필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고? 당가풍운의 호필 말인가?!!!”
다른 하나는 금지된 책에 관련된 이야기였다.
“정말이라니까. 현원대 놈들이 떠드는 이야기도 못 들었나?”
“현원대랑은 교분이 두텁지 않아서 말일세.”
“풍운협객전이라고 호필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더군. 현원대 놈들은 극찬을 해가면서 떠들어대는데, 이놈들이 정작 책은 안 내놓는 거야!”
보여주지 않을 거면 자랑이나 늘어놓지 말든가. 남자는 작은 우월감에 도취된 현원대를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그야 위에서 한 소리가 나왔으니, 공공연하게 돌릴 수는 없겠지.”
“그럼 떠들지나 말든가! 나도 어디서 구할 곳이 없을까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었는데! 만금전장의 사람들이 풍운협객전을 나누어준다더군!”
내부적으로 보지 말라고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즐겨보는 자가 많았다는 뜻이 된다.
당가풍운은 정말 제갈세가의 사람들에게 충격을 가져온 책이었고, 금지된 지금도 남몰래 다음 권을 기대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풍운협객전. 호필 작가의 신작이라니.
현원대가 공공연하게 떠들어대니, 자연스레 세가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호필 작가의 신작을 세가 안에서 나누어주어도 괜찮은 것인가?”
“우리가 들여왔나? 만금전장에서 들여왔지.”
“아무리 그래도……”
“손님이 선물을 나누어준다는데, 거기에 핏대 세우는 게 예의인가? 심지어 만금전장은 가주님 장인어른이 운영하는 곳 아닌가. 빨리 따라오기나 하게.”
남자는 만금전장이 책을 나누어주고 있다는 연못 방향을 가리키며, 친우에게 길을 보챘다.
“원로회 귀에 들어가면 큰일날 것 같은데.”
“관심 없으면 돌아가게. 난 줄 서러 가겠네. 현원대 놈들이 당가풍운보다 더 대단하다고 평하는 책이 얼마나 대단한지 꼭 봐야겠어!”
풍운협객전을 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놓칠 수 없다. 남자의 눈은 그 누구도 말릴 수 없다는 듯 불타고 있었다.
“걱정되어서 그러는 거지! 내가 당가풍운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면서 그런 소리인가? 같이 가지.”
“원로회에서만 안 들키면 그만 아닌가! 원로회에서 이야기 나오기 전에 빨리 가세!”
두 사람은 더는 고민하지 않겠다는 듯 연못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자네들.”
지금 당장 달려가도 모자랄 판에 누가 초를 치는가. 당장 달려가려던 두 사람은 뒤를 돌아보고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누구? 헙!”
“오, 오장로님?! 여, 여긴 어떻게?”
두 사람에게 말을 건 사람은 원로회의 오장로였다.
원로회에 계실 오장로님이 왜 여기에 계시는 거지. 어디서부터 듣고 계셨던 걸까. 두 사람의 눈이 사시나무 떨리듯 흔들렸다.
“장로님. 마침 무도한 무리들이 문제가 되는 책을 나눠주고 있다고 하여 감시하러 가는 중이었습니다.”
남자는 빠르게 변명했다.
“뭐?!”
“다 듣고 있었으니까. 조용히나 하게.”
“그, 그러십니까…….”
끝장이다. 남자는 눈을 질끈 감았다.
왜 원로회의 장로가 하필 여기 있어서는. 아니야. 혹시 원로회가 파놓은 함정이었나. 어쩐지 호필 작가님의 신작이 나온다는 게 이상하다고 했어. 당가풍운도 완결 안 냈잖아.
어쩌지. 간신히 세가 내에서 자리를 잡았는데. 장로님에게 무릎이라도 꿇어서 용서를 구해야 하나.
남자는 무릎이 굽혀질락 말락 할 때쯤, 예상치 못한 물음을 들을 수 있었다.
“흐, 흐흠! 줄을 서려면 자네들 따라가면 되는 건가?”
“네?”
———
“어떻게 오셨습니까.”
아무리 참으려고 해도 참을 수 없다.
다른 놈들은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자고 말했지만, 역시 2권을 바로 얻으려면, 직접 가는 수밖에 없다.
만금전장의 사람들이 풍운협객전을 나눠주고 있는 연못 근처. 오장로는 남이 볼세라 얼굴 전체를 가린 삿갓을 들어 올리며, 작게 헛기침했다.
“흐, 흐흠! 그 책. 2권을 받으러 왔네.”
“그 책이요? 저희가 나눠주는 책이 여러 개라, 정확히 말씀해 주셔야 합니다.”
“풍운협객전 말일세. 풍운협객전. 2권을 가지러 왔네.”
다른 책들이야 흔해 빠진 책 아닌가. 빨리 내어주기나 할 것이지. 뭐 하러 두 번 말하게 만드는지.
오장로는 급한 마음에 자기 얼굴을 보자마자, 만금전장 사람의 눈빛이 달라지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아하. 그러셨군요. 어느 작가가 쓰신 풍운협객전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뭣?”
“직접 받으러 오시지 않고 사람을 보내시는 분들이 있어서 말입니다. 직접 찾아오시는 독자들에게만 나누어주려는 거니, 정확히 말씀해 주십시오.”
번거롭게 무슨 확인까지 하려고 하나. 오장로는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빈손으로 돌아온 하인을 떠올리며 간신히 말을 참았다.
“호…. 호… 필 작가의…….”
“안 들립니다! 그 정도도 말하지 못하면 다음 단계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풍, 풍운……. 협객……. 전 2권을 가지러 왔네. 제발 조, 좀 조용히 말하게.”
풍운협객전 2권이 너무나도 보고 싶지만, 자신의 소문이 퍼지기는 원치 않는다. 어떻게 변장해서 왔는데 들킬 순 없지 않은가.
오장로는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며, 만금전장의 사람에게 주의를 주었다.
“더 크게! 안 들립니다! 큰 소리로! 정확하게! 말해주십시오!”
물론 만금전장의 사람들은 들을 생각이 없었지만.
결국, 오장로는 울 것 같은 기분으로 외칠 수밖에 없었다.
“호필 작가의 풍운협객전 2권을 가지러 왔네!!!”
“좋습니다! 아주 활기차군요!”
“으윽.”
“원로회! 오! 장! 로! 님에게 풍운협객전 애독자용! 시험지 하나 내줘.”
——
“오장로님이 시험을 보러 오셨다고?”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결국 들켜버리고 말았다. 원로회의 등장에 연못 근처가 들썩였지만, 오장로에게 지금 중요한 것은 다른 일이었다.
“이게 말이나 되는가!!!”
“오장로님. 무엇 때문에 그러십니까.”
오장로는 벌게진 얼굴로 시험지를 들어 올리며 외쳤다.
“아니! 운현이 매일 스승님을 만나기 위해 물통을 짊어지고 올라간 계단의 개수를 적으라니. 이런 걸 어찌 안단 말인가! 다른 문제를 주게!”
시험의 문제는 열 가지. 분명 풍운협객전을 읽었다면 쉽게 맞출 수 있는 문제였지만, 마지막 문제만큼은 정말 예상치 못한 문제였다.
혹시 자신을 골탕 먹이려고 이런 문제를 준 게 아닌가. 아니. 골탕 먹이려고 하는 게 맞다. 방금 자신에게 망신을 주지 않았는가.
오장로가 분노를 터트리려고 하자, 만금전장의 사람은 멀리 나무 그늘 밑에 누군가를 가리켰다.
“저기 계시는 다른 장로님들은 적으셨습니다만…….”
“뭣?!”
오장로가 고개를 돌리자, 다른 원로회의 장로들이 한쪽 입꼬리를 올린 채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저놈들. 안 가겠다고 하지 않았나. 도대체 언제부터 있었던 거지.
“뭐야? 오장로. 못 풀었어?”
“쯧쯧. 그것도 기억 못 하나? 운현이 돌아가신 어머니가 산에서 힘겹게 물을 긷고 돌아오는 추억을 회상하면서, 마음을 다잡는 장면이 아닌가. 그때 오른 324개의 계단을 어찌 까먹는단 말인가.”
“그걸 외웠다고?”
설마 그걸 다 맞혔단 말인가. 오장로의 물음에, 다른 장로들은 대답하지 않고 여유로운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내가 그래서 대사만 보지 말고 한 글자, 한 글자 의미를 찾으면서 읽으라고 하지 않았는가! 계단의 개수를 생각해 보게. 324개는 108번뇌의 3배. 즉, 작가는 고난의 길이라도, 운현이 아버지와 어머니 몫까지 최선을 다해 살아가려는 다짐을 표현하려고 한 것이겠지!”
“그래. 내 생각도 그러하네. 언뜻 보면 글이 가볍지만, 그 안에 아주 진중한 의미를 섞어 넣었어!”
“이 늙은이들이 도대체 뭐라는 건가…….”
자기들이 금지한 작가가 쓴 책이라는 말에, 대충 읽기만 할 거라고 했으면서. 도대체 언제 그런 것들을 다 외우고 있었단 말인가.
“저놈 저럴 줄 알았어. 젊을 때도 대충 융통성 발휘하면서 살면 된다고 말하다가 큰코다쳤지. 사파 그 누구더라. 여유 부리다가 그놈 자식에게 팔 잘릴 뻔했잖아.”
“기억난다! 저 자식, 이기고 나서 자기 손부터 붙어있나 확인했잖아.”
“크흐흐!”
“그 이야기를 왜 지금 하는 건가!”
“그러니까 사람이 말이야. 기본기가 중요한 거야. 기본기가!”
“언제부터 계단의 수가 기본기가 되었나?”
“제갈세가의 사람이 시험을 보러와 놓고. 시험 문제를 탓하다니!”
“저놈 저거! 원로회에서 이름 빼버려야 해.”
원로회는 제갈세가의 사람들이 보기엔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가문의 어른들이다. 하지만 원로회끼리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원로회끼리는 평생 지긋지긋하게 봐온 친구이자, 형제 사이일 뿐.
자기들 중에 유일한 탈락자가 생겼다. 장로들은 놀림거리가 생기자 웃음을 참지 못하고, 계속 시시덕거렸다.
“크으으윽!”
“장로님들 여기 2권이 있습니다.”
만금전장의 사람은 공손한 태도로 장로들에게 풍운협객전 2권을 내밀었다.
“고맙네! 우리 오장로는 못 보는 2권! 잘 받아 가겠네!”
“시험지 다시 주게! 바로 풀어주지!”
모두가 통과했는데 자신만 통과하지 못했다. 오장로는 자존심에 작은 상처를 입고는, 바로 손을 내밀었다.
“두 번째 보시는 분들은 시험지도 다릅니다.”
“뭐라고?!”
“또 줄도 다시 서셔야 합니다.”
“다, 다시 서라고?”
오장로는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이미 연못가는 어디서 소식을 들었는지 모를 사람들로 줄이 늘어서 있는 상황. 저 끝에 다시 서란 말인가. 지금 다시 서면 무슨 망신을 당하겠는가.
오장로의 얼굴에 절망감이 스쳐 지나갔다.
“누구 생각인지 모르지만, 아주 악랄하구먼!”
“나는 안 빌려줄 거야!”
“나도!”
“탈락자 나가신다!”
“빨리 뒤로 가게! 사람들 기다리지 않는가!”
오장로는 고민을 오래하고 와서 몰랐겠지만, 다른 장로들도 2권 시험을 보러 왔다며 크게 외쳐야 했다.
부끄럽다. 같은 놈들이 많아서 다행이지만, 은근히 부끄럽다. 이럴 때는 역시 조금 유치하게 제일 부끄러운 놈을 만들어, 부끄러움을 희석하는 게 제일이었다.
어찌해야 하는가.
“으으윽!”
오장로는 결국 돌아가지 못하고, 줄 맨 끝에 서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