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utcast Writer of a Martial Arts Visual Novel RAW novel - Chapter (58)
무협 미연시의 오랑캐 글쟁이 (58)화(58/674)
Chapter 58 – 칠곡현의 천살성 – 1
다음날.
나는 객잔을 옮기기 위해 아침 일찍 홀로 나와 다른 객잔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여긴 너무 안 좋네.”
“여기 2인실 하루에 얼마입니까?”
“뭐 그렇게 비싸요?”
여러 객잔을 돌아다녀도 생각보다 마음에 드는 곳이 없네.
나 혼자 묵으려면 제일 저렴한 곳을 찾았겠지만, 이번과 같은 일이 안 생기려면 적절한 곳을 찾아야 한다.
“우리 객잔 방음 잘되네.”
결국 발품을 팔아 가성비 좋은 비즈니스 호텔같은 느낌의 객잔을 찾아내었다.
“일행은 남자인가 여자인가?”
시설을 잠시 확인하고 요금을 내려고 하자 객잔주인이 물어보았다.
“여자입니다.”
“그럼 굳이 침대 두 개인 방이 필요한가? 방음이 잘되는 곳이 필요한 거면 한창때인 거 같은데, 침대 큰 방에 방음도 더 잘되는 곳으로 잡아주지. 대신 가격이 조금 더 나가네.”
남녀가 한방에서 자겠다는데 침대 두 개인 방은 확실히 이상해 보이긴 하지.
“애인이 아니라 부인입니다.”
나는 매일 밤이 무서운 불쌍한 유부남 같은 얼굴로 객잔주인에게 말했다.
“아, 그래서……. 그래도 아직 젊은 거 같은데.”
객잔 주인은 순간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영업인으로서 미련을 버리지는 않았다.
이럴 때는 한방에 이해되는 말을 해야지.
“아내는 무림인인데 전 무공을 배우지 않았습니다.”
“방음 제일 잘되고 침대도 제일 먼 방으로 잡아주지.”
“감사합니다.”
“힘내게.”
객잔 주인은 동정심 어린 눈빛으로 내 어깨를 툭툭 치며 격려를 해주었다.
객잔을 옮기자 같은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단지, 밤에 저녁 식사를 하고 그녀와 객실로 올라갈 때마다, 객잔 주인이 안타까운 눈길로 바라보는 일이 잦아졌을 뿐이다.
——-
“자네가 요새 저잣거리에서 공연하는 검은 머리 매담자인가.”
공연이 끝나고 단상에 내려가 소희를 기다리고 있는데, 영웅건을 쓰고 있는 일련의 무사들이 나에게 다가왔다.
“네. 그렇습니다. 어디서 오신 분들인가요?”
꼭 이렇게 칼 차고 오는 놈들이 몰려오면 나쁜 일만 발생하던데.
“창검문에서 나왔네.”
40대로 보이는 중년의 무사 하나가 나에게 말했다.
“창검문이라면 칠곡현의 영웅호걸들이 아니십니까. 그런 분들이 저에게 무슨 일이십니까?”
생각나는 건 하나뿐이다.
윤 소인배 이 새끼가 일러바쳤나.
영문을 모르는 표정으로 물으면서 눈으로는 황급히 천살성을 찾았다.
“옆에 있다는 여자는 어디 있나?”
중년의 무사는 내 말을 무시한 채 주변을 살펴보았다. 다른 무사들은 적극적으로 주변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무공의 고수라는 소리를 듣고 단체로 온 건가. 상대할 자신이 있다고 생각해서 온 거겠지.
어떻게 하는 게 최선일까.
창검문 무사들이 우리를 어떻게 할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 상황에 따라 칼부림이 일어날 수 있다.
천살성은 어떻게 대응할까. 그녀가 아무리 강하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라면 숨어있다가 기습하는 게 나을 것이다.
그럼 나는 어떡할까. 홀로 창검문도들 포위를 뚫고 도망갈 수 있으려나.
“나. 여기 있어.”
의외로 그녀는 무사들 앞에 순순히 나타났다.
무사들은 갑자기 기척도 없이 나타난 그녀에 긴장하여 허리춤에 손을 놔둔 채로 그녀를 포위하기 시작했다.
천살성은 그들이 무슨 행동을 하든 아랑곳하지 않고 내 앞으로 당당하게 다가왔다.
“윤호. 뒤에 있어.”
그녀는 무사들과 나 사이를 가로막고는 검병에 손을 뻗었다.
“저년이 어디서 손에 칼을!”
“먼저 뽑을까요?”
창검문의 무사들은 소희가 검병에 손을 가져가자 황급히 칼을 뽑으려고 했다.
“뽑으면. 다 죽어.”
천살성의 목소리는 나지막했지만 과열된 분위기에 찬물을 쏟는 듯한 음색이었다.
“뭐, 뭐지?”
그녀의 기도에 순간 모든 창검문도들이 뒤로 주춤거렸다.
그녀는 그 틈을 타서 빠르게 손을 펼치더니 나를 자신의 등 뒤로 숨겼다.
무슨 늑대 무리 가운데 호랑이 같네. 늑대무리가 무섭긴 한데 나를 지켜주는 호랑이가 절대 질 거 같지 않다.
“저년이 감히 창검문을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계집이 건방지구나!”
“사형! 시간도 없는데 제압해서 데려갑시다!”
수준 차이를 느끼지 못한 것일까. 창검문도들은 천살성에게 송곳니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만!”
중년의 무사가 손을 올려 다른 무사들을 제지했다.
바로 칼을 뽑을 생각은 없다는 건가. 그러면 말해볼 만하지.
“잠깐 나와보렴.”
나는 호랑이 여동생의 어깨를 잡고 조선어로 말했다.
“위험해. 물러서.”
“위험한 건 저들이지. 네가 있는데 내가 무슨 걱정이겠니. 잠깐만 대화를 나눌 시간을 다오.”
그녀는 허락할 수 없다는 시선을 보냈지만 내 의지가 더욱 굳건했다.
야. 저놈들이 칼 휘두르는 것도 무섭긴 한데, 네가 칼을 휘둘렀는데 겸사겸사 내 모가지도 안 따라리라는 보장이 없어.
칼은 나중이다. 일단 대화로 해결해봐야지.
“잠깐만이야.”
그녀는 내 시선을 못 이기고는 결국 비켜주었다.
“왜 저희를 핍박하시려고 하는지 연유를 알 수 있겠습니까?”
나는 대표로 보이는 중년의 무사에게 당당한 태도로 말했다.
윤 소인배의 복수를 하려고 그들이 모인 걸 수는 있다.
윤소인배에게 그녀의 수준을 들었다면 무사들이 저렇게 건방을 떠는 게 아니라 최대한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
혹시, 내가 생각하는 이유로 온 것이 아닐 수 있다.
“제보가 들어왔네.”
중년의 무사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제보요?”
“검은 머리 매담자가 데리고 다니는 보표가 갑수상단 상단주의 암살범이라는 제보가.”
창검문의 무사가 꺼낸 말은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였다.
윤소인배 때문이 아니었나.
예측과는 다르지만, 이 이유가 더 위험하다. 정말로 천살성을 제압하기 위해 칼을 뽑을 수 있다.
천살성이 살인을 하는 상황은 웬만하면 피하고 싶은데.
그녀도 평소에 내가 신신당부를 해서 칼은 뽑지 않았지만, 저들이 칼을 뽑으면 결국 뽑게 될 것이다.
“암살범이라니요. 어디서 이상한 이야기를 듣고 오신 겁니까?”
“검은 머리 매담자가 보표를 부르는 이름을 들은 사람이 있네. 옥분이라고 했다지? 옥분은 갑수 상단 상단주의 암살범 이름이 아닌가.”
뭐야. 엄청난 증거를 가져온 줄 알았네.
무린이에게 사실 천마의 근본은 남자도 여자도 아니고, TS천마라고 말하는 수준의 충격적인 소식인 줄 알았는데. 실망이야.
“하하. 그거 때문에 오신 거면 오해가 있으신 겁니다.”
“응? 오해라니.”
“옥분이라는 이름은 조선에서 흔한 이름이라 그런 오해를 하신 듯합니다. 창검문 무사님들처럼 갑수상단의 무사분들도 제보를 받고 저희에게 오셨다가 가셨습니다.”
“검은 머리에 붉은 눈. 이름도 옥분인데 오해라고?”
중년의 무사는 의심을 풀지 않은 채 나에게 물었다.
“네. 정 의심이 가시면 갑수상단에 한 분만 보내셔서 확인하시면 바로 알게 될 겁니다.”
나는 당당한 태도와 웃는 얼굴로 그들에게 말했다.
“허어. 정말인가.”
내 당당한 태도에 중년 무사의 의심이 가득했던 표정이 누그러졌다.
“상식적으로 암살범이 왜 칠곡현에 남아 있겠습니까. 그것도 옥분이라는 이름을 당당하게 쓴 채 말이죠.”
“그, 그렇긴 하지.”
“단상에 앉아 있을 테니 확인 끝나면 저희도 돌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사람을 보내서 확인을 해보도록 하지.”
시간 자체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오해해서 미안했네. 가보지.”
중년의 무사는 윤 소인배 놈과 달리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 후에 무사들을 이끌고 사라졌다.
사과를 다하네.
당연한 일이건만, 외눈박이 세상에서 두 눈이 있는 사람을 발견한 기분이다.
정파가 다 윤 소인배 같지는 않은 건가.
그러고 보니 윤 소인배도 나름 살기 위해 약속은 지킨 듯싶다. 창검문도들은 그 사건을 모르는 눈치였으니까.
“소희야. 가자꾸나.”
창검문 무사들이 우리를 찾아온 이유를 듣고 난 후에 긴장을 조금 놓은 나와 달리, 그녀는 무사들이 나에게 접근하지 않도록 끝까지 경계했다.
“응.”
천소희는 창검문의 무사가 눈에 보이지 않게 되자 그제야 손을 검병에서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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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잔으로 가는 길.
천살성은 조금 전의 상황에서 못 벗어난 건지 평소보다 분위기가 무거워 보였다.
“방금 소희 덕에 얼마나 안심이었는지 모르겠다. 무슨 이렇게 시비 거는 사람들이 많은지.”
이럴 땐 칭찬이지. 칭찬은 고래도 불판 위에서 탭댄스를 추게 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안심돼?”
“물론이지. 오빠 혼자 중원을 돌 때는 말이다. 이리저리 시비 거는 사람이 많았거든. 얼마 전에는 청사파인가 뭔가 하는 놈들에게 죽도록 처맞고 돈도 뺏기기도 했고 말이야. 그런데 이젠 소희가 있어서 그런 일이 없잖니.”
천소희가 보표 일을 해준 이후로 칼을 들고 온 사람은 윤 소인배랑 창검문 뿐이었지만, 그 외에도 여러 시비는 있었다.
그럴때마다 소희가 나서서 한 수에 가볍게 제압해버리니 공연은 성황리에 진행될 수 있었다.
“그래.”
내 칭찬에 기분이 좋아진 걸까. 긴장되어 있던 그녀의 눈매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그나저나 소희야. 오빠가 제안이 하나 있다.”
이렇게 좋은 분위기에 원래 목표로 한 말을 꺼낼 때가 됐다.
“뭔데.”
“옥분이라는 이름 말이다. 바꾸면 안 되겠니?”
만악의 근원 같은 이름. 이제 좀 바꿀 때가 됐다.
처음에는 내 목숨을 노리는 상황이라 가명을 다른 걸로 바꾸자는 말조차 하지 못했지만, 오늘을 계기로 말해볼 만 했다.
“왜?”
“그 이름. 곡예단에 들어갔을 때 쓴 거잖니. 벌써 그 이름 때문에 두 번이나 시비가 붙었으니까 가명이면 바꿀만할 것 같다.”
“싫어.”
아니 왜.
맨날 시비 걸리는 이름인데 굳이 가명에 집착할 이유가 없잖아.
무력으로 다 제압할 수 있으니까 시비 걸려도 상관없다는 건가. 그런데 내 생각도 좀 해줘야 할 거 아니야.
처음이었으면 깨갱거리면서 의견을 굽혔겠지만, 내 안전을 위해서도 좀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할 필요가 있다.
“옥분이라는 이름 너무 촌스러운 이름이 아니니. 오빠는 가명이라지만 절대 소희에게 어울리는 이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름이 촌스러?”
“그래. 요새 누가 그런 이름을 쓰니. 그런 촌티나는 이름말고 다른 걸로 바꾸면 어떨까. 지수라던가 나연같은 이름으로 말이야.”
닌자 복장을 보면 일본 이름도 괜찮긴 한데 그래도 신토불이 이름이 낫지.
“옥분이라는 이름.”
겨우 풀린 그녀의 목소리가 갑자기 무거워졌다.
너무 강하게 주장했나.
“응?”
“우리 엄마 이름이야.”
“…….”
아.
순간 뇌가 정지했다.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에는 미약하지만 확실한 분노가 서려 있다.
“소, 소희야. 맨날 소희 어머니라고 해서. 오빠가 소희 어머니 성함까지는…….”
탈룰라 상황에서 필사적으로 변명거리를 찾아 말했으나 그녀는 고개를 홱 하고 돌려버렸다.
“나. 먼저 갈게.”
그녀는 그 말과 함께 내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소희야!”
사고 쳐버렸네.
—–
객잔으로 바로 달려갈까 하다가 걸음을 멈췄다.
내가 한 변명이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의 이름을 촌스럽다고 욕했는데 기분이 쉽게 풀릴 리도 없다.
이대로 객실에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일부러 데드볼 던진 야구 선수와 그 선수에게 먼저 주먹질을 한 타자의 강제 화해 현장만큼이나 어색할 것이다.
그녀가 감정을 조금 누그러트리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오랜만에 판잣집이나 가볼까.’
갑자기 판잣집에 놔두었던 지필묵이 떠올랐다.
질이 매우 떨어지는 도구들이고 내 상황이 그럴 경황도 아니라 찾으러 가지 않았지만, 이 기회에 찾으러 갔다 올까.
‘언젠가 다시 소설을 써야 하니까.’
아직 상황이 아니지만 언제가는 다시 책을 써야 한다.
도둑이 들어도 훔쳐가지 못하도록 구석에 땅을 파서 묻어놓았으니, 판잣집으로 가면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청사파 놈들도 안 보인지 오래됐어.’
청사파 놈들도 칠곡현에서 사라진지 시일이 꽤 지났다.
칼든 무림인이 아니라 왈패 몇 명 정도는 때려눕힐 자신도 있으니 소희없이 혼자 가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난 잠깐 시간을 내서 판잣집으로 향했다.
“아니! 이게 누구야! 우리 돈 주머니 아니야? 칠곡현에 다시 오자마자 보네! 오랜만이야!”
이런 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