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utcast Writer of a Martial Arts Visual Novel RAW novel - Chapter (597)
무협 미연시의 오랑캐 글쟁이 597화(598/674)
장모님, 믿고 있었다고요.
역시 사위 사랑은 장모님뿐이라니까. 속으로 작게 한숨을 돌렸다.
집중하자.
내가 단 한 번이라도 실수하는 순간, 예정된 파국은 찾아온다. 모든 상황을 이용하고 사람을 이용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이 자리에 모여있다. 상황이 정리되고, 모든 잘못이 나를 가리키기 전에, 남들보다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제일 먼저 장모님의 도움이 필요했다.
약혼녀가 있다는 사실을 빠르게 인정할 때, 장모님와 시선을 교환했다. 장모님은 이 약혼이 파혼으로 끝나길 절대 원치 않으시는 분이니까.
“부인. 설마 저 아이에게 다른 약혼녀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단 말이요?”
장인어른은 장모님이 갑작스레 입을 열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며 물었다.
“자기 여생을 걸어볼 만한 아이라고 했어요.”
장모님은 작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장인어른이……. 말이요?”
“아버지 인생의 최고 투자가 될 수 있는 아인데. 문제가 하나 있다고 했죠. 10년 뒤에 결혼할 약속을 한 약혼녀가요.”
“10년?”
“화린이는 어릴 때 걸린 병이 있습니다. 당가에서 가까스로 치료법을 찾았지만, 10년 가까이 치료가 필요하다고 하였지요.”
화린이가 독인이라는 사실은 아직 무림에 알려져서는 안 되는 비밀. 나는 서둘러 모든 사람이 들을 수 있도록 부연 설명을 했다.
“당가에 약혼녀가 있다는 게…….”
“그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장모님은 남편에게 한 발 더 다가가며 말했다.
“부인.”
“남들 다 일가를 이룰 나이에, 사랑 때문에 10년을 기다릴 수 있는 남자라니. 아버지를 봐서라도 맞선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장모님은 몰랐다. 동거하고 나서야 알았지.
장모님의 시선이 나에게 닿는다. 끼어들지 마라. 내가 독박을 쓰겠다. 어떻게든 살아봐라. 의지가 담긴 눈빛이었다.
“어미로서 어찌 그럴 수 있단 말이요?!”
“향이가 사랑에 빠졌는걸요.”
“…….”
딸의 일로 분노하는 아버지는 사랑스러운 딸을 가진 어머니의 미소에, 한 방 먹은 듯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맞선이라는 말만 나오면 도망가기 바빴던 아이가. 남자를 생각하며 얼굴을 붉히면서, 어떻게든 옆에 있으려고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내가 어떤 기분이었는지 알아요?”
“어, 엄마…….”
괜찮다. 듣고만 있어라. 딸을 누구보다도 걱정하는 어머니는 다가오려는 딸을 제지했다.
“그러면 다 알고서 약혼녀가 있는 남자랑 동거하게 했다는 거요?”
노기를 가라앉히지 못한 목소리가 장모님을 향했다.
“억지로 맞선에 끌려 나온 남자의 마음을 녹이려면, 그 방법밖에 없었으니까요.”
“……!”
장인어른의 눈이 순간 커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제갈세가가 강윤호를 강제로 맞선을 보게 하고. 동거까지 시켰다. 지금까지 의각주가 말했던 이야기가 어느 정도는 사실에 근거한 말이었다는 뜻이니까.
“아버지의 안목은 정확했어요. 저 아이는 만금전장의 후계자가 되었고. 나는 두 아이를 만나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했죠.”
“부인.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고 있소?”
“내가 함구해달라고 했어요. 저 아이는 당신에게 말하려는 거. 내가 손주 보고 말하라고 설득한 거예요.”
장모님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에게 시선을 보내었다.
‘사위.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예요.’
‘장모님. 감사합니다.’
“부인…….”
장인어른의 얼굴에 난처한 기색이 역력했다.
제갈세가의 안주인이 만금전주의 계획에 가담했다. 더 이상 만금전주의 개인적인 일탈로 치부할 수 없는 일이니까.
제갈세가의 일이 되었으니, 원로회의 지탄은 물론이요. 가문과 가문의 대립으로 격화될 문제였다.
“다, 당가 놈들이 한 말이 사실이란 말인가!”
“장 부인! 이 일은 보통 일이 아니요!”
이대로라면 원로회의 추궁은 피할 수 없는 상황. 장인어른은 이 난감한 상황에서, 나를 바라보았다.
“강윤호. 계속 입을 닫고 있을 것이냐?”
물론, 할 말이 있지요.
——
“아버님.”
“나는 너를 알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장인어른이 나를 바라보자, 가주전은 한순간에 고요해졌다.
“…….”
“나는 너를 이해하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 속고 있던 건지 모르겠구나.”
실망 섞인 목소리가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실망 속에 슬픔이 느껴져서 더욱더 그랬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고민하지 마. 계획대로 가자.
장모님이 만들어주신 기회다. 내가 가진 큰 폭탄 중 하나를 짊어주셨다. 이제 다음 폭탄을 해체해야 한다.
“제 이름은 강윤호입니다. 날 때부터 검은 머리였고. 제가 조선인임을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습니다.”
내 출생의 비밀을 말이다.
“앞서 들은 말과는 다르구나.”
“저를 배 아파 낳아주신 어머니는 조선인이고. 저를 사랑으로 키운 아버지도 조선인입니다.”
모두가 들을 수 있게. 망설임 하나 없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강윤호!”
물론, 이 말에 반발하는 사람들도 전부 들을 수 있게 말이다.
고마워. 의각주. 예상대로 반응해 줘서. 바로 몸을 돌렸다.
“의각주. 당가에서 무슨 일로 왔건, 내 의지는 당가를 나설 때와 달라진 건 없소.”
이미 한번 해본 연기는 언제든지 또 할 수 있다. 나는 굳은 의지를 눈빛에 담아 의각주에게 말했다.
“이런 일을 당하고도 저들을 두둔하느냐! 저들이 하는 건 지금 가증스러운 연기일 뿐이다. 저들이 너에게 한 일을 너는 직접 겪지 않았느냐!”
일부러 오해를 해결하지 않은 보람이 있네. 터져 나오는 당가의 분노를 한데 뭉쳐서 방향을 비틀자.
“의각주 말대로 제갈세가의 주인공으로 소설을 쓰라고 강요받은 건 사실이요.”
원로회로 말이다.
“어흠!”
“흐흠.”
천하의 제갈세가 원로회도 당가의 합당한 분노에 시선을 피하는 것이 보였다.
“그럼……!”
분노가 다시금 무르익었을 때, 다시 한번 의각주에게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붓을 잡은 건 결국 내 손이요.”
결국은 내 의지로 썼다고.
너무 탓하지 말라고.
당가의 무인들과 제갈세가 원로회의 시선이 변하는 것이 보였다.
“너는 항상 그런 식으로……!”
“나는 제갈 소저를 위해 글을 썼소. 당가풍운을 화린이를 위해 썼듯이 말이요.”
거짓말. 나의 모두를 위한 거짓말이 각자의 가슴에 다른 의미로 새겨질 것이다.
“너는 여기서 이런 대우를 받을 사람이 아니다.”
“내 잘못이요.”
“나는 당가주님의 명을 받고 이 자리에 왔다.”
“…….”
당가주님. 미련 버리시라니까. 20년 넘게 못 챙겨준 아들이 핍박받았다고 화가 많이 나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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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가의 원로회도 네 이름을 족보에 쓰는 데 동의했다.”
“…….”
확실히 당가의 모두가 분노할 사안이긴 했나 보다. 후계자 문제로 인해 날 민감하게 대하던 원로회조차 동의하다니.
“모두가 너를 기다리고 있다.”
나에 대한 걱정은 고맙긴 한데 말이야.
“내 이름은 강윤호요.”
확실한 선을 그었다.
“강윤호!”
“앞으로도 그렇게 불러주시오.”
“너는 정녕…….”
의각주. 너무 애석해할 필요 없어요. 제가 사실은 정말로 당씨가 아니라, 강씨 집안 아들내미라서 말입니다.
나는 애석하다 못해 미련이 뚝뚝 남은 의각주를 뒤로하고, 다시 몸을 돌렸다.
“다시금 소란스럽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먼저 원로회에게 사과했다. 내가 굳이 이 상황을 의도적으로 연출한 이유가 있었다.
‘먼저, 원로회가 나를 반대하는 상황을 없애버린다.’
다시 한번 원로회에게 빚을 지워둔다.
원로회도 당가가 오해하게 된 책임이 있으니까. 내가 당가에 붙었다간 제일 곤란하게 될 사람들이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다.
“어흠.”
“누구든 복잡한 집안사는 가지고 있는 법이지. 안 그런가?”
“그래. 당가주도 젊은 혈기에 무슨 일이 있었나 보지!”
원로회도 난처한 상황을 이해했는지, 한 발 물러서는 태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두 번째로, 장모님이 공격받는 상황을 막아버린다.’
겸사겸사 장인 장모님에게 점수를 따는 거지. 원로회도 잘못이 있는데. 누가 누굴 지적하는 겁니까. 모두에게 상기시키는 것이다.
장인어른도 내 의도를 이해한 걸까. 나를 바라보던 장인어른의 미간이 조금 풀리는 것이 보였다.
“아버님.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모르는 오해들이지만, 확실히 말씀드릴 것은 있습니다.”
“무엇이 말이냐.”
“제 부모님은 돌아가셨습니다. 저는 날 때부터 조선인이고. 죽을 때까지 조선인일 것입니다. 전에 말씀드린 대로 그대로 말입니다.”
‘세 번째로. 내 핏줄을 긍정한다.’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나는 조선인이다. 거짓을 말함으로써 오히려 모두에게 확신하게 만드는 것이다.
‘강윤호는 당가주 당백호가 아끼는 아들이라고!’
언제 어디에서 폭탄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확실한 보호구를 입는 것이다.
“그래. 어찌 된 이유인지는 알겠다.”
겨우 두 번째 폭탄을 해제할 수 있었다.
——
“다른 것들은 어디까지 사실인 것이냐.”
“…….”
모든 준비가 되었다.
악혼녀 문제. 출생의 비밀. 두 문제를 짚고 넘어갔다면, 이제 남은 폭탄을 전부 해체할 차례다.
“정말로. 장인어른께서. 만금전주께서 너에게 그러한 일을…….”
“그것이 정녕 중요한 일입니까?”
시작은 부정부터.
“뭐라?”
“제 잘못입니다.”
내 잘못을 인정하는 데부터 시작하자.
“…….”
“무슨 이유가 있었든 간에 결국 제 결정이었습니다.”
장인어른이 가장 좋아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一 하! 내가 내 딸이랑 살림을 차린 놈이랑 만나고 있는 건지, 상인이랑 만나고 있는 건지 도무지 분간을 못 하겠더군.
一 전부 제 잘못입니다. 아버님의 인정을 받고 싶어 수작을 부리는 상인처럼 굴었습니다! 당연히 진심을 보여서 아버님의 마음을 얻으려고 해야 했는데!
잘못을 구한다.
변명하지 않는다.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한다.
나는 이미 장인어른과 오답 노트를 맞춰봤으니까. 어떻게 하면 장인어른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지 알고 있으니까.
“어떤 이유에서든 맞선을 본 건 저이고. 아버님의 허락 없이 동거를 결정한 것도 저입니다. 약혼녀의 문제도 어머님의 잘못이 아닙니다. 제가 아버님을 속였습니다.”
“강 공자님! 아, 아빠! 저도 알고!”
“제갈 소저에게 가만히 있어 달라고 했습니다. 어머님이 말씀하셨을지언정 수긍한 건 접니다. 제가 아버님을 속인 겁니다.”
물론, 모든 잘못을 떠안으려는 것은 아니다.
끝이다. 폭탄을 안고 익사해라. 외치며 독박 쓸 생각은 전혀 없다.
이미 변명할 필요가 없으니까. 지금, 이 순간을 위해 모든 상황은 마련되었으니까.
一 강윤호의 약혼녀가 병으로 인해 장기 요양 중인 틈을 타! 강제로 결혼시키려고 했으면서!
나는 약혼녀가 있었지만, 억지로 맞선을 봤으며.
一 내가 저 아이에게 함구해달라고 했어요.
다른 약혼녀가 있다는 사실을 말하지 못한 것은 장모님 때문이며.
一 강 공자님! 아, 아빠! 저도 알고!
제갈 소저 또한 이 사실을 알고 나와 결혼하기 위해 손을 잡고 왔다.
一 모두가 너를 기다리고 있다.
당가와의 분란을 당가주의 아들인 내가 진정시킬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내가 변명할 필요도 없다.
나 대신 변명해 주게 했으니까. 이제 모두가 알 것이다.
강윤호는 피해자일 뿐이라고.
“시작이 잘못되었을지라도, 길을 걸은 것은 접니다. 그렇기에 책임을 지고 싶었습니다.”
“책임을 지고 싶었다고?”
“제 지음을 찾았습니다. 가면 속의 저를 바라봐줄 여인을 찾았습니다. 평생 변치 않을 것 같은 마음을 그녀에게 내어주었습니다. 그러니 책임을 지고 싶었습니다.”
“강윤호…….”
그런 남자가 잘못했다고 인정한다. 잘못했다고 용서를 구한다.
장인어른의 눈에 이제 내가 어떻게 보일까?
이제 내가 할 말은 하나뿐.
“아버님. 제갈 소저를 제가 책임질 수 있게 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