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utcast Writer of a Martial Arts Visual Novel RAW novel - Chapter (6)
무협 미연시의 오랑캐 글쟁이 (6)화(6/674)
Chapter 6 – 무협 미연시의 망나니 약혼자 – 5
시간이 필요하다.
이대로 모용세가의 창룡대 의견을 따라 바로 출발하면 계획을 이룰 수 없다.
어떻게든 시간을 좀 더 끌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망나니 강윤호가 되어야 한다.
“뭐, 뭡니까?”
화난 모습으로 젊은 창룡대 무사 앞에 서자, 젊은 무사는 당황하며 입을 열었다.
“뭡니까? 그래 넌 내가 뭐로 보이냐?”
“강윤호 공자로 알고 있습니다.”
“아니지. 아니지. 넌 내가 오랑캐로 보이지.”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강 공자 저희 무사 하나가 작은 실수를…….”
부대주가 개입하려고 했지만, 손을 올려서 막았다.
“부대주. 지금 입에서 ‘작은 실수’라고 한 걸 내가 짚고 넘어갈까요? 아니면 이 새끼에게 말을 이어 나갈까? 응?”
마무리는 반말로 강하게.
“……. 계속하십시오.”
“야 칼잽이.”
모용세가의 젊은 무사를 노려보았다.
“네.”
“느그 아버지 뭐 하시는 분이냐?”
일단 시비를 걸 땐 호구 조사부터 시작하는 게 필수다. 내가 얘 조졌다가 갑자기 내가 상대할 수 없는 놈 나타나면 큰일 나요.
“예?”
뜬금 없이 아버지를 왜 찾냐는 표정의 무사.
“느그 아버지 뭐하시냐고!”
객잔이 떠나가도록 고함을 질렀다. 느그 아버지 건달 아닌지 일단 알아보려는 거야. 고함을 지르자 주변 사람들이 전부 쳐다보기 시작했다.
“요동성에서 약방 하십니다.”
좋아. 건달 아니라는 거지.
“약방? 야. 중원의 모든 약방 주인들이 조선 인삼 하나 자기네 약방에 들여놓으려고 그렇게 조선 사람들에게 굽실거린다. 내가 오랑캐면 그럼 느그 아버지는 오랑캐 똘마니냐?”
“아버지 이야기는 하지 마십시오.”
무사는 부모님 이야기를 하자 안색을 굳혔다. 굳히면 어찌할 건데.
“그래. 아버지가 무슨 잘못이냐. 이런 자식새끼 가르치려고 뼈 빠지게 일한 죄밖에 없지. 그렇게 열심히 가르치셨는데 자식새끼는 칼 좀 쥐고 있다고 어깨에 따악 힘 들어가서 못 배운 짓이나 처하고 있네.”
이 레이시스트 새끼야. 어디서 못 배운 짓이나 하고 있어!
“그만하십시오.”
화를 참느라 앙다문 무사의 입에서 간신히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싫은데.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무사는 나를 건드릴 수 없다. 어딜 대 강씨 가문 장손을 건드릴 수 있겠는가.
“어이쿠. 무섭네. 무서워. 야. 중원의 법도를 지키지 않으니 야만인인 거고, 예법(禮法)을 모르니까 오랑캐인 거야. 맹자께서도 공부하면 오랑캐도 성인이 된다고 하셨는데. 너는 중원인인데 예법도 모르고 버릇도 없으니 영락없는 야만인 새끼다. 그지?”
이 말은 내가 배우지 않았는데도 머릿속에 들어있다. 강윤호 아버지가 아들 쥐어패면서 오랑캐 취급 안 받으려면 공부해야 하는 이유로 이걸 들었거든.
어느새 객잔에서 식사하던 일행들 모두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큭!”
“이 야만인 새끼야. 못 배운 새끼. 아! 혹시 천자문도 모르는 거 아냐? 하늘 천 따지 검을 현 누를 황은 쓸 줄 아냐? 아냐 아냐. 이거 혹시 한일자도 못 쓰는 거 아니야? 내가 가르쳐줄까?”
젊은 무사의 콧구멍이 벌름거렸다.
“새끼 화났네. 화났지? 그러게 왜 화날 일을 만들어 응?”
“화나지 않았습니다. 계집애처럼 입으로만 쫑알쫑알 거리는 어린애에겐 화나지 않습니다.”
무사는 그러면서 내 옆구리에 채워져 있는 칼을 흘겨봤다.
이게 도발하네. 칼 뽑으라고?
싫어 임마.
나 칼질 못 해.
왜 니 유리한 판에 내가 싸워줘야겠어.
“맞아 나 어린애야. 그래서 니네 상아 아가씨랑 결혼해서 어른이 되려고. 큭큭.”
내 허리 앞쪽에 손으로 엉덩이 모양을 만든 다음 허리를 흔들었다.
내가 말이야 니네 아이돌이랑 이렇게 할 예정이야.
문제는 어른의 계단을 오르기 전에 칼에 찔려 죽을 운명이라는 거지만.
“크윽!”
무사는 입을 앙다문 채 갑자기 칼자루에 손을 가져다 댔다. 어. 시발 좆됐나?
모용세가의 아이도루 상아짱을 언급하면 안 되는 거였어?
다행히 이성의 끝자락이 살아있었던 건지 뽑지는 않았다. 다행이다. 시발. 좆될뻔.
아니 아니지. 이젠 내가 좆되게 해줘야지.
“야! 너 지금 손이 어디로 갔냐?”
“그게……. 다른 뜻이 있던 게 아닙니다.”
“하. 호위대장. 이 새끼 방금 나 찌르려고 했던 거 맞죠?”
“입에 담기도 무서운 일이지만 맞습니다. 살기를 느꼈습니다.”
진짜 큰일 날 뻔했네. 이 새끼들 진짜 내 저승문이었어.
“어서 죄송하다고 사과드려!”
부대주는 황급하게 무사에게 윽박질렀다.
“죄송합니다.”
“죄송? 죄에에에송?”
무사의 얼굴에 내 얼굴을 가져다 댔다. 부딪히는 코. 무사의 눈이 사정없이 떨린다.
“야.”
지근거리에서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넵.”
“죄송하면 이제부터 손 가만히 있어라. 알았지? 움직이면 너도 좆되고 다 좆되는거야.”
“네? 네.”
짝!
바로 풀 싸대기를 날렸다.
“큿!”
“큿? 아직 안 끝났어! 새끼야!”
사정없이 날아가는 싸대기.
이 분위기에 객잔에서 아무도 식사를 하지 못하고 우리만을 바라봤다.
조용한 객잔에 사람 빰과 손바닥으로 만들어진 북소리만 요란하게 울릴 뿐이었다.
“헉헉.”
싸대기를 계속 날리니 내가 먼저 지쳐버렸다. 강윤호 이 개 저질 체력. 살아남으면 체력부터 길러야지.
“공자. 이만하시지요.”
부대주는 내 숨소리에 조용히 만류했다.
“아직 안 끝났어. 야 젓가락 잡아봐.”
상에 있던 젓가락을 무사에게 던졌다. 오른손으로 젓가락을 잡는 무사.
“그래. 오른손잡이네? 호위대장 이새끼 오른손 깔끔하게 잘라서 포장해줘요.”
다시 말하지만 난 칼질 못 해. 그냥 포장해줘.
별일 아닌 것마냥 사이코패스처럼 말하고 돌아서려는 그때.
“공자님. 이만 용서해주시지요.”
창룡대 부대주가 은근히 위압감을 드러내 목소리를 낮게 깔며 말렸다.
“용서? 부대주 저 새끼가 나에게 뭐라고 했소.”
어느새 오랑캐라는 말은 나에게 한 거로 되었지만 그걸 정정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차마 입에 담지 못 할 말을 한 건 맞습니다. 본가로 들어가면 징벌방에 100일간 가둬놓겠습니다. 부디 노여움을 풀어주십시오.”
“부대주. 이름이 모용… 뭐라고 했지?”
너 따위는 내 기억에 넣을 필요 없는 놈이다. 그런 뉘앙스로 말했다.
“모용진수입니다.”
“그래 모용진수. 너도 모용세가 사람이네! 그치?”
“먼 방계지만 맞습니다.”
“근데 말이야. 나는 니들 가문 직계 중의 직계. 모용상아 소저와 결혼할 사람이야. 근데 그런 사람에게 오랑캐? 응? 오랑캐? 이게 나만 욕먹고 끝나는 일이니? 아니지. 이건 우리 강씨 가문의 명예를 욕보이고 지금 결혼하게 될 모용세가의 명예를 욕보인 거야. 알어?”
“…….”
어떻게 다른 일행에게 한 말이 두 가문을 욕보인 게 될 수 있단 말인가. 부대주 얼굴에 황당함이 느껴졌지만 내가 그런 거면 그런 거다.
“그러니까. 내가 친히 팔 하나로 용서하겠다는 거야. 그게 비싸 보이니?”
너희 모용세가의 명예가 그렇게 싸? 그렇게 들릴 수 있는 말이었다.
“…….”
부대주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알았으면 호위대장 저 새끼 팔 포장해와.”
“네 알겠습니다.”
호위대장은 미약하게 웃더니 바로 칼을 뽑았다.
“부대주님! 부대주님!”
무사는 울먹거리며 창룡대 부대주를 찾았다.
“강 공자님.”
“응?”
쿵!!!
창룡대 부대주가 바닥이 울릴 정도로 크게 무릎을 꿇었다. 오……. 그러고는 바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저희 창룡대의 책임은 제 책임. 강씨 가문과 모용세가를 욕보인 죄. 모두 저의 책임입니다! 입에 담지 못할 말을 한 대원과 제가 같이 징벌동에 들어가겠습니다! 부디 노여움을 거둬주십시오!”
오우 기백 봐. 부대주는 정말 불판을 올려놓으면 거기에 오체투지를 할 것 같은 느낌으로 사과를 해왔다.
“너만 죄송하니?”
나는 사태를 지켜보고 있던 다른 창룡대원들을 쓱 훑어보았다.
쿵!
쿵!
쿵!
[[[[[죄송합니다!!]]]]]모든 창룡대원들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그래. 이쯤 해준다. 오늘 객잔에서 쉬고 갈 테니까 내일 보자고.”
그렇게 창룡대의 사과와 우리 일행들의 미소를 보며 방으로 올라갔다.
아오. 계획 짤 시간 벌기 힘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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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돌쇠입니다.”
객잔 방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돌쇠가 찾아왔다.
“그래 들어와.”
“이야! 우리 도련님!”
돌쇠는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한 손에는 술병을 든 채 찾아왔다.
“뭐야. 임마.”
“사람들 완전 통쾌해한 거 아십니까? 아까 가는 내내 괴롭힘당한 사람들은 방금 그 모습 보고 안주도 없이 술이 넘어간다고 합니다.”
“잘됐네.”
시간을 벌려고 한 일이지만, 기도 죽여 놨고 인심도 얻었으니 일석이조 아니 일석삼조였다.
“제가 대표로 도련님에게 술 한잔 올리려고 왔는데 드시겠습니까?”
돌쇠가 술병을 흔들자 안에서 술이 짤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됐다. 내일이면 모용세가야.”
“오……. 약혼녀 만나시는 자리에선 만취하셨던 분이 그래도 이번엔 좀 다르시군요.”
“실없는 소리할 거면 나가.”
“아! 이것 좀 가져가십쇼.”
돌쇠에게 축객령을 내리려고 하자 돌쇠는 소매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냈다. 나온 것은 작은 주머니였다.
“뭐야?”
“뭐긴요. 주문하신 가락지죠. 모용세가에 갈 거라고 보챘더니 장인 몇 명이 달라붙어서 하루 만에 만들어서 갖다 줬습니다.”
주머니를 받아서 열어보니 아름다운 세공이 된 은반지가 들어있었다.
좋아. 늦지 않았구나.
이것만 있으면 개연성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쓴 서책과 반지.
이걸로는 아직 부족하다.
“돌쇠야.”
“네 도련님.”
“너는 내일 모용세가 앞에 도착하면 모용세가로 들어오지 말거라.”
“예?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넌 내 결혼식에 참석하지 말라고.”
“아니 도련님! 제가 도련님에게 무슨 큰 잘못을 했길래 그러십니까?”
돌쇠는 당황하여 눈망울이 커졌다.
“자세한 내용은 알려줄 수 없지만 중요한 일이다. 너는 들어오지 말고 내가 적은 목록 좀 혼롓날 밤까지 필히 구해놓거라.”
“아니 여기까지 왔는데…….”
내가 너 살려주려고 그런다.
빙의 전 강윤호에게 돌쇠는 얼마 안 되는 친구 같은 존재였다.
계책이 잘 먹히면 좋겠지만, 만약 내 계책이 실패한다면 강씨 가문 일행들이 살해당할 수도 있다.
“여기 내가 여비로 쓰려고 한 금화다. 그리고 다른 구해야 할 것들이랑 이걸 언제 어디에 준비해야 할지 적어둔 종이를 주마.”
품에서 주머니를 꺼내 넉넉히 금화를 주었다. 1골드면 4인 가족의 한 달 생활비라고. 무협지인데 철전, 은자를 쓰는 게 아니라 동화, 은화, 금화를 쓰다니. 순간 입맛이 조금 썼다.
“도련님 정말 저 참석하면 안 되는 겁니까?”
진짜 자기가 무슨 죄를 지었나. 돌쇠는 고심하는 얼굴을 했다.
“대신 그 금화 쓰고 남는 돈은 니가 다 가져라.”
“……. 그깟 결혼식 참석 안 하면 어떻습니까. 하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깟 결혼식이 내 결혼식인데. 돌쇠는 바로 함지 막한 웃음을 지었다. 그래 새끼. 뭐가 중한지 아는구만.
“마음 바뀌기 전에 나가봐. 사람 부족할 거 같으면 다른 애들 좀 쓰고. 금화 모자라면 강씨 가문 전표도 줄 테니까 써라.”
“여부가 있겠습니까. 잘 주무십시오!”
돌쇠는 금화를 소중히 넣은 채 방을 나갔다.
그래 이제 준비는 끝났다.
드디어 내일 결전의 장소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