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utcast Writer of a Martial Arts Visual Novel RAW novel - Chapter (608)
무협 미연시의 오랑캐 글쟁이 608화(609/674)
무공 수련은 꾸준함이 중요하다.
물론 일정 경지에 이르면, 실컷 신작 게임하고 돌아와서 바로 부러진 직검으로 보스를 패는 망자들처럼 상관없지만. 나 같은 하수들은 꾸준한 연습으로 감각을 유지하는 게 필수였다.
一 팍!
비도가 멀리 있는 표적에 정확히 꽂힌다. 연달아 던진 비도들도 노린 목표물에 정확하게 꽂혔다.
여느 때와 비슷한 무공 수련이지만, 목표한 바에 정확히 적중하는 느낌은 언제나 즐거웠다.
“실력이 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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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각주!”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의각주가 감탄 섞인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공 수련 중이었느냐.”
“수련이라고 하면 수련이라고 할 수 있고, 가벼운 몸풀이라고 하면 몸풀이라고 할 수 있지요.”
하연 소저나 제갈 소저도 보고 감탄하는 솜씨니까요.
어떤 사람은 천년은 늦은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다더니. 이런 재주가 있었는지 알았다면, 다트 던지기 같은 것도 해볼걸. 바로 주점에서 인기인 되고, 여자들에게…….
아니다. 그래도 안 되겠구나.
내가 괜히 으스대자, 의각주는 묘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 피는 못 속이는 모양이구나…….”
“그게 무슨 소리요?”
“네 아버지도 마음이 어지러울 때 홀로 무공 수련을 하곤 했지.”
그거야 모든 무림인이 다 그럴 것 같은데요. 달밤에 칼 한번 안 휘두르면 그게 무림인인가.
굳이 지적을 하진 않았다. 나는 당가의 사생아. 아버지 이야기가 나왔으니, 조금 뾰족한 목소리로 답하기만 하면 되니까.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소. 초조한 마음이나 가다듬어야지.”
괜히 땅의 모래를 한번 차며 말했다.
“한 번의 때를 노리고 기다리는 것도 무인의 자세다.”
“요행으로 나오는 때를 기다리는 것보다, 그때를 만드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말이요.”
나는 기회를 노리는 무림인이 아니라, 판을 짜는 상인이라서요. 내가 당가와 선을 그으려 하니, 의각주는 다른 것을 물어보았다.
“현묘해 보이는 신법을 쓰던데. 누구에게 배운 것이냐?”
“약혼녀에게 배웠소.”
“……제갈세가가 너를 엮기 위해서 별의별 짓을 다 했나 보구나.”
은발의 약혼녀가 아니라 분홍색 머리의 약혼녀입니다.
아무래도 무영신법에 곤륜파의 운룡대팔식같은 명문정파의 무공이 섞여 있다 보니, 오해했나 보네.
가문의 무공을 배운다는 건, 집안 사람으로 인정한다는 뜻이니까. 의각주가 보기에는 제갈세가가 나를 얻기 위해 수작을 부린 걸로 보이겠지.
좋아. 굳이 오해를 정정할 필요는 없지.
“내가 사정해서 배운 거요. 가만히 있어도 칼 들고 쫓아오는 놈들이 많은 세상 아니요.”
“…….”
의각주. 우리에게 도움을 청하면 언제든지 도와줄 수 있다. 씁쓸한 표정으로 보지 마세요.
“내 발로 떠나간 거요. 너무 안타깝게 볼 필요는 없소.”
당가랑 너무 엮이면 곤란한 건 나다. 나는 집안에 아무 미련도 없는 사생아처럼 웃었다.
“그나저나 왜 부른 것이냐. 다른 무인들도 데려오라고 하고.”
의각주가 가리킨 곳엔 당가의 무인들이 서 있었다.
“작가가 독자의 반응을 궁금해하는 건 당연하지 않소. 어땠소? 제갈설록은 읽을만했소?”
“감탄했다.”
“의각주?”
바로 즉답으로 나오네. 살짝 당황했다.
“왜 네 뜻으로 글을 썼다고 했는지, 이해되더구나.”
“내 말하지 않았소.”
다행이다. 납득한 눈치네. 방금 때를 기다리라고 말하면서, 부드러운 태도를 보인 이유가 있었구나.
“강 공자님. 다들 호평 일색입니다.”
“당패!”
당패와 함께 기다렸다는 듯 당가의 무인들이 다가왔다.
“처음부터 끝까지 예상을 통 못하겠더군요!”
“생전 처음 보는 글이었습니다!”
“역시 호필! 당가풍운, 풍운협객전에 이어 이런 글을 쓰실 줄이야!”
“세상에 이런 글을 쓰실 줄은! 포쾌 일을 하면서 겪은 일로 쓰셨다는 게 정말 사실입니까?!”
“과장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진실입니다.”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참으로 놀랍습니다! 단권 완결이라는 게 아쉬울 정도로요.”
흥분한 목소리 너머, 어디선가 움찔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누군가의 동작이 느려지고, 누군가는 몸을 멈춘다.
나는 굳이 내색하지 않으며, 흔쾌히 답했다.
“다음 권을 쓰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하긴 중요한 건 따로 있으니 말입니다.”
당가풍운의 이야기지만, 해석하기에 따라 애매모호한 대화를 나누고는, 바로 손님방을 가리켰다.
“다들 이러지 말고 들어가서 차나 한잔하지요.”
——
“재미있게 있다가 갑니다.”
“일이 있다면 따로 연락을 하도록 하마.”
“잘 들어가세요.”
당가의 사람들을 배웅하고 방으로 돌아오니, 기다렸다는 듯 길산이가 들어왔다.
“왜 갑자기 당가 사람들을 부른 거냐. 정말 소설 평가 듣고 싶어서?”
당연히 아니지. 고개를 가로저었다.
“원래 소문에는 장작을 던져주는 게 중요하거든.”
“응? 무슨 소리야?”
“원래 잠룡 강 선생. 누구누구와 회동. 설마 거취 결정을 할 것인가. 사람들이 누군가에 대해 떠들 때는 이런 소식만큼 흥미로운 게 없어요.”
상황에 따라서, 차 한잔 마셔도 뉴스 1면에 실리는 경우가 있는 법이니까.
“일부러 보라고 불렀다고?”
“괜히 단체로 오라고 했겠냐. 은발들 사이로 보라 머리들이 우르르 우리 숙소로 향하는 모습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겠어.”
내 이야기는 현재 제갈세가 최고의 화젯거리. 당가의 무인들이 내 숙소에 단체로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바로 소문이 퍼질 것이다.
“거참…….”
그뿐만이 아니다.
“거기에 이 숙소에는 듣는 귀, 보는 귀도 있으니까.”
괜히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마당에서 대화를 나눈 게 아니다. 제갈세가에 일하는 시비들이 나 대신 입이 되어줄 거니까.
본인들이 적극적으로 염탐하진 않지만, 일하다가 듣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지.
제갈설록은 단권 완결. 사천당가가 제갈설록을 노리고 있다는 소문은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될 것이다.
내가 노리는 바였다.
**
“당가의 무인들이 몰려갔다더군.”
“뭣?!”
“향후 일에 관한 내밀한 이야기를 한 것 같다던데. 제갈설록이 단권 완결이라는 말도 했다더군.”
“허어! 어떻게 그런!”
제갈세가의 가주전. 가주의 측근들 몇몇은 탁자에 앉아, 현재 가문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장 큰 화제에 대해 떠들어댔다.
“가주님께서 드십니다.”
문이 열리자, 가주의 측근들은 자리에서 바로 일어났다. 며칠간 두문불출했던 가주 제갈극이 드디어 얼굴을 비춘 것이다.
“오셨습니까!”
“다들 모였나. 갑작스러운 부재 동안 수고했네.”
“이를 말씀입니까. 저희가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가주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며칠간의 업무 보고를 들었다. 자리에 앉아있는 내총관으로부터 이미 들은 이야기지만, 민감한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내가 이 자리에 모이라고 한 이유는, 딸아이 일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일세.”
가주는 업무가 일단락되자마자, 조심스레 본론을 꺼내었다.
“제갈향 아가씨의 일 때문이라면…….”
무표정하게 앉아있는 내총관을 제외하곤, 모두 난처한 표정으로 시선을 돌렸다.
“물론 결정은 내가 하네. 다만, 귀를 열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네.”
“…….”
가주의 말이 끝났어도, 자리에 모인 이들이 서로의 눈치를 보는 것은 당연했다.
결혼은 집안의 중대지사. 가장인 아버지가 결정할 일이다. 집안의 어른들이 조언할 순 있어도, 하급자들이 이래라저래라 떠드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 일이니까.
설령 상급자의 허락이 있더라도, 민감한 문제인 만큼 함부로 건드릴 일도 아니었다.
“말하기 껄끄러운가?”
“혹시 방침을 정하신 것이 있으신지요.”
유일하게 담담한 표정으로 있던 내총관이 물었다.
가주께서는 어디까지 생각하고 있는가. 어떤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으신가. 그에 맞춰서 조언하는 시늉이라도 해보겠다.
제갈극은 내총관의 물음에 굳은 표정으로 답했다.
“파혼까지도 생각하고 있네.”
“……!”
자리에 모인 자들의 눈이 일제히 커졌다.
“아니. 애초에 약혼이 아니니 파혼도 아니겠군.”
“그, 그런!”
“다들 왜 그리 놀란 표정인가.”
다들 난처해하던 표정은 어디 가고 안색이 바뀌어있다. 설마 자신이 어떤 결정까지 내릴 수 있을지 몰랐단 말인가.
제갈극은 측근들에게 물었다.
“너무 감정적으로 생각하실 필요는…….”
“충분히 이성적으로 생각한 결과일세.”
문제가 너무나도 얽히고설켰다. 단순히 결혼 문제가 아니라 집안 대 집안의 문제로 격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제갈극은 딸아이의 아버지인 동시에 한 가문의 수장.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잘라내는 것도 방법이다.
가주로서 충분히 이성적으로 생각한 방법이었다.
“…….”
측근들은 그 이야기를 듣고, 어쩐지 이성적이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말이다.
“가감 없이 말해보게. 경청하겠네.”
“말씀대로 파혼을 하면 모든 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입니다.”
“내총관!”
측근들은 가주의 곁에서 언제나 합리적인 답을 하는 내총관이 입을 열자, 불안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파혼한다면, 만금전주님의 행동은 후계자를 얻기 위한 독단이 될 것이며, 장 부인의 행동은 사소한 일탈로 치부하고, 당가와의 오해를 서둘러 매듭지을 수 있습니다.”
“내 생각도 그러하네.”
결국 파혼까지 생각해야 하는가. 제갈극이 고개를 끄덕이려는 찰나였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원론적인 이야기입니다.”
가주의 생각을 칼로 그어버리듯, 냉철한 반론이 내총관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원론적인 이야기라고?”
“당가가 납득할지는 별개의 문제니까요. 어떤 말을 하든, 저희가 서둘러 사태를 수습하는 꼴로 보일 수 있습니다.”
“잘못을 저지르려다가 아닌 척하는 걸로 보일 수 있겠군.”
오해가 아니라, 들켜서 어쩔 수 없이 수습하는 꼴로 보일 수 있다. 오히려 오해를 더 가중할 수도 있다.
제갈극이 생각에 잠기자, 내총관은 가주가 눈치챌 수 없도록 빠르게 다른 사람에게 눈짓했다.
‘빨리 지원해 주시오.’
외당주는 그 눈빛의 끝을 읽고는, 바로 가주를 향해 입을 열었다.
“맞습니다. 당가에게만 이로운 일이 될 수도 있지요.”
“외당주.”
“당가가 이번 일을 빌미로 제갈세가를 물어뜯으려고 할 겁니다.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손해만 볼 수 있습니다.”
외당주의 목소리는 어딘가 다급했다.
“외당주의 말은 손해를 감수하고 얻어야 할 보물이 있다는 뜻 같군.”
“아! 그, 그, 그런 것이 아니라. 만금전주님과 장 부인께 과가 돌아갈까 봐 걱정이 되어서 그랬습니다.”
“나도 그 점이 고민이네.”
선을 그어도 허물은 남는다. 아내와 장인어른에게 향할 화살이라면, 자신에게 돌아가는 것이 맞다.
자신에게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가주 제갈극은 우려 섞인 표정으로 답했다.
“커흠! 제갈향 아가씨의 입장도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가주가 약한 모습을 보이자, 눈치를 보던 누군가가 또 입을 열었다.
“현원대주.”
제갈극은 무한에서 강윤호와 제갈향을 데려온 현원대주를 바라보았다.
“만약 이번 약혼을 그르친다면, 다른 남자와 살림을 차렸던 제갈세가의 막내딸이라는 과거만이 남습니다.”
“그 정도 일도 못 덮어줄 사람으로 보이는가.”
“서로 다 알고도 죽고 못 사는 사이를 갈라놓을 필요가 없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제일 앞서서 딸아이를 데려온다고 한 현원대주답지 않군.”
“제가 강 공자를 헐뜯으니, 아가씨께서 강 공자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오래 아가씨를 봐왔지만, 한 번도 보이신 적 없는 표정이었습니다.”
“…….”
딸의 미래. 딸의 사랑. 딸바보 아버지에게 아픈 약점일 수밖에 없었다.
‘다들 뭣들 하는 거요. 어서 한마디씩 거들지 않고!’
이제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다들 무슨 시선을 보내는지 눈치 못 채는 사람은 없었다.
생각이 많은 가주를 제외하고 말이다.
“오히려 잘된 일일 수도 있습니다.”
“잘된 일이라고?”
“당가주의 아들이라면, 당가와 일종의 혼인 동맹을 맺는 것이 아닙니까. 향후 무림의 일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당백호와 사돈지간이 된다라…….”
“물론 이번 혼인에 대해 조율해야겠지만, 오해를 해결하고 보면 꼭 나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측근들은 직접적으로 약혼녀가 하나 더 있어도 된다느니.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용서하라느니. 가주의 심기를 건드는 말은 할 수 없다.
무엇이 이득이 될까. 다른 사람의 감정은 어떨까. 어떤 것이 나은 방법일까.
측근들이 하는 것은 평소처럼 대신 상황을 저울질 해주는 것뿐.
다만 평소와는 다른 점이 있다면.
‘어떻게든 파혼만은 막아야 한다!!!’
다들 저울 한쪽에, 무거운 무게추를 올려 놓았다는 사실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