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utcast Writer of a Martial Arts Visual Novel RAW novel - Chapter (62)
무협 미연시의 오랑캐 글쟁이 (62)화(63/674)
Chapter 62 – 칠곡현의 천살성 – 5
선수필승(先手必勝).
흑도의 세계에서는 승리의 철칙과 같은 말이다.
대부분의 뒷골목 흑도들은 구파일방이나 무림 세가의 고수들이 아니라 고작 이류, 삼류 무인들이 모여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구성원들의 실력이 떨어진다.
이런 흑도들이 싸움이 났을 때, 상대를 손쉽게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먼저 칼을 뽑아 한방에 전투 불능으로 만들거나, 예상치 못한 순간에 뒤에서 기습하는 것이다.
물론, 먼저 칼을 뽑아도 안 될 것 같은 상대도 분명 존재한다. 그럴 때는 칼을 먼저 뽑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비굴하게 넙죽 엎드려 자비를 구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고수에게 비굴하게 빌어도 칼을 뽑을 것 같다면?
“달려들어!”
다시 선수필승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청사파 두목의 한마디에, 천살성을 사방에서 옥죄듯이 좁혀오던 청사파의 무인들이 일제히 달려들기 시작했다.
한 번만 찌르면 된다.
강해 보이긴 하지만 그래봤자 계집이 아닌가. 30개의 가까운 칼 중 하나만이라도 계집의 몸을 꿰뚫기만 하면 그다음은 볼 것도 없다. 달려드는 흑도 무인들은 다 같은 생각을 했다.
천살성 주위로 몰려드는 수십 개의 칼날이 마치 철로 된 꽃잎처럼 보였다. 천살성이라는 꽃술을 베어버릴 칼날 잎.
성공이다.
사방에서 찔러 들어가는 칼날을 보며 흑도들은 성공을 예감했다. 하지만 칼날이 그녀의 몸이 닿기 전 그녀가 사라졌다.
“어디 갔어?”
“위?”
“없어!”
분명히 한 사람을 계속 바라보며 칼을 찔렀는데 사라졌다. 뛰었다면 하늘에 있어야 하건만, 몇 명이 머리를 들어도 그녀를 볼 수 없었다.
“으아악!”
“아래야! 시발!”
무사 하나가 고개를 내려 밑을 바라보았다. 칼날 때문에 순간 시야에 가려져 있던 그녀가 보였다.
그녀는 발목 하나로 몸을 지탱하여 바닥을 훑듯 낮게 누워 칼을 피했다.
그녀는 발하나를 중심축으로 시곗바늘처럼 회전하며, 말한 대로 발목을 수확하기 시작했다.
“크악!”
“으아아악!”
“내 발목!”
청사파 무사들은 화들짝 놀라 발목을 잘리지 않기 위해 뒤로 물러났지만, 이미 반수 이상이 발목을 부여잡고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선수필승이라기엔 단 한 번의 공격이 너무 많은 큰 희생을 낳았다.
“합격진! 합격진을 펼쳐!”
청사파의 간부 한명이 소리를 질렀다.
합격진. 약한 다수가 강한 소수를 이기기 위해 만들어진 전법.
청사파에서 무공의 수위가 그나마 있는 몇 명이 그 말에 한곳으로 모여 합격진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거라면 이길 수 있어.’
물론 명문정파의 합격진처럼 그 위력이 고강하고 신묘한 무리를 가진 합격진은 아니다.
사파 고수에게 주루에서 비싼 술과 여자를 대접하고 배운 합격진.
협력이라는 말도 모르는 뒷골목 인생끼리 서로 합을 맞춰서 칼을 휘두르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던가.
하지만 이 합격진으로 고수인 줄 모르고 돈을 갈취하려고 했다가 시비가 붙은 무림인도 죽여본 적 있다.
“오, 온다!”
“쪼, 쫄지마!”
“시발 붙지 마! 평소대로! 평소대로 서라고!”
청사파 무인들은 다급한 마음이었지만 그래도 구색을 갖춘 합격진을 펼쳤다.
합격진을 펼친 청사파 무인들은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우측에서 좌측으로 서로의 투로(套路)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완벽하게 그녀에게 칼을 뻗어나갔다.
제대로 펼치기만 하면 칠곡현에서 이 합격진을 상대할 수 있는 무림인은 없다. 청사파 간부들은 그렇게 기대했다.
“크악!”
“내 발! 내 발!”
그러나 기대는 허무하게 배신당했다.
천살성의 공격에 합격진을 펼친 청사파 무인들의 발목이 수확되는 데는 한 호흡이 걸리지 않았다.
——–
‘개좆됐네. 시발.’
청사파 두목은 바닥을 뒹굴고 있는 부하들을 보며 생각했다.
이 판자촌에 웬 날벼락이란 말인가. 판자촌이 왜 판자촌인가. 의지할 곳 없고 내일 먹을 끼니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아닌가.
이곳 사람들은 돈을 갈취당해도, 하소연할 사람 없고 도와달라고 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 떨어진 이삭을 줍듯 귀찮지만 안전하게 돈을 갈취할 수 있는 곳이 판자촌이다.
그런 곳에 왜 저런 고수가 나타난단 말인가.
“도망가!”
“상대가 안 되잖아!”
“못 이겨! 튀어!”
‘병신같은 새끼들.’
청사파의 두목은 이제야 눈치채고 도주하려는 부하들을 보며 비웃었다.
상대는 평범한 고수가 아니다. 실력이 가늠조차 안 되는 까마득한 고수다.
흑도끼리 칼부림이 나면 의도하지 않아도 손가락이든 팔이든 날아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저 고수는 자신이 말한 부위만 잘라내고 있다.
동네 왈패나 삼류 무사들로 이루어진 청사파로는 감히 대적하지 못할 고수라는 뜻이다. 그런 고수에게서 도망간다고?
“으악!”
“억!”
역시나. 도망치려고 한 부하들은 바로 발목이 잘려 원래 있던 곳으로 던져졌다.
“혀, 형님 도망쳐야 하는 거 아닙니까?”
“저 새끼들 뒤질 동안 도망갑시다!”
두목 근처로 청사파의 시작과 함께 한 부하들 몇 명이 모여들었다.
“몸을 뒤로 돌리는 순간 우린 뒤져 새끼들아.”
사실, 청사파의 두목은 저 여자가 등장한 순간부터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이곳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저 여자의 송장을 치우거나 아니면 자신의 송장을 치우는 것뿐이라고.
“그럼 어떻게 합니까!”
“시발. 이제 좀 사람답게 사나 했는데.”
“닥치고. 야. 석회 가루 있지.”
청사파 두목은 부하에게 위기를 타개할 비장의 무기를 지니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있긴 한데 고수에겐 안 통할 거 같은뎁쇼.”
“고수도 사람 아냐? 내가 먼저 나설 테니, 다 같이 달려들어. 눈앞에 석회 가루가 터져나가면 눈을 감을 거다. 그때를 노린다. 살길은 그것뿐이야.”
석회 가루가 다량으로 눈에 닿으면 시력을 잃을 수 있다. 주변에 다른 청사파 무사들도 많아서 쓰지 않았지만, 지금은 비장의 무기를 써야 할 때였다.
“씨발. 저년 우리 봤어!”
옆에 있던 부하의 한마디에 두목은 천살성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주변에 기어 다니는 부하들의 발목을 토막 내면서 아직 서 있는 두목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씨발. 안될 것 같은데.’
오줌을 지릴 것 같다. 시선을 마주치기만 했을 뿐인데 다리에 힘이 풀릴 것 같다.
가까이 오면 죽는다.
단지 천살성이 바라만 봤을 뿐인데, 서 있던 모든 청사파 무인들이 본능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방금까지 판자촌의 포식자들은 자신들이었건만, 지금은 호랑이 앞에 선 초식동물이 된 기분이었다.
천살성은 천천히 칼을 한 손에 든 채 그들 앞으로 다가왔다.
“형, 형님 청사도만 믿습니다.”
“할 일이나 잘해.”
청사파 두목은 부하들 앞에서 일부러 의연한 척 말했다.
그래. 쫄지말자. 뒤질 위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때마다 이 청사도(靑蛇刀)가 해결해주었다. 두목은 자신의 청사도를 꼬나쥐며 천살성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가자!”
두목은 기합 소리와 함께 제일 먼저 달려들기 위해 앞장서서 발걸음을 내밀었다. 그 모습을 신호로, 남은 부하들도 천살성을 동시에 덮치기 위해 기세 좋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두목의 속임수.
부하들이 달려들자 두목은 걸음을 멈췄다.
“제기랄!”
부하들은 두목이 자신들을 희생양으로 쓴 것을 눈치챘지만, 이미 천살성과의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억!”
“악!”
“씨발년! 이거나 받아라!”
부하 중의 하나가 발목이 잘려 나가는 와중에 아껴둔 석회 가루를 그녀의 눈앞에 뿌렸다. 그녀는 생각지도 못한 암기에 당황한 건지, 순간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기회다!’
삼류 무사로 시작해 이류 무사로. 이류 무사에서 칠곡현을 주름잡는 흑도의 두목으로.
그 모든 것은 만들어준 청사파 두목의 비장의 한 수가 천살성의 목을 노렸다. 고수라도 석회 가루는 통하는구나. 자신은 이번에도 살아남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의 착각이었다.
천살성은 당황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기계적으로 한걸음 뒤로 물러나 그대로 몸을 비틀어, 용권풍같은 와류를 만들어내 석회 가루를 걷어내었다. 그리고는 그 회전력으로 칼을 휘둘렀다.
“어?”
왜 자신이 바닥에 누워있지. 두목은 낮아진 시야에 당황했다. 두목은 황급히 청사도를 잡고 몸을 일으켜 세우려고 했다.
청사도가 느껴지지 않는다. 경악한 두목은 바닥에 붙어있는 자신의 고개를 필사적으로 돌려 떨어진 애병(愛兵)을 찾았다.
두목은 세 걸음 떨어진 곳에서 두 동강 난 자신의 애병을 발견했다.
좋은 대장간에서 비싼 철을 써서 만든 칼이다. 10년을 넘게 써도 끄떡없던 칼이 두 동강이 나다니.
“크하하하.”
두목의 입에서 실소가 나왔다.
자신이 칼을 휘두르는 인식하지도 못하는 한 수에 청사도가 잘리고 바로 양 발목이 잘렸다. 그게 가능하단 말인가.
두목은 고통보다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도대체 얼마나 고수였던 것일까.
당랑거철(螳螂拒轍).
자신은 사마귀처럼 힘없는 벌레를 잡아먹는 포식자라고 생각했는데, 저 고수는 청사파 전원을 벌레처럼 볼 수 있는 존재였던 것인가.
“시발. 바닥에 똥칠할 때까지 살고 싶었는데. 곧 애미 보러 가겠네.”
두목은 나쁜 짓 하고 살면 제 명에 못 살 거라고 울며 말렸던 어머니가 떠올랐다. 칠곡현에서 주루하나 접수하고 어머니 말은 틀렸다고 하고 싶었는데.
어머니는 평생 고생만 하고 돌아가시고 자신은 어머니 말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게 생겼다.
귓가에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청사파 두목은 이제 다가올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기 위해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