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utcast Writer of a Martial Arts Visual Novel RAW novel - Chapter (63)
무협 미연시의 오랑캐 글쟁이 (63)화(64/674)
Chapter 63 – 칠곡현의 천살성 – 6
태양은 다사다난했던 하루를 끝마치고, 일과를 마감하는 사람들을 위해 불그스름한 노을을 비추며 사라지고 있었다.
궁벽한 칠곡현의 판자촌은 그런 햇볕마저 공정하게 주어지지 않는다. 평소대로라면 노을 한 줌과 축축한 그늘만이 판자촌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칠곡현 판자촌에 노을보다 더 붉은 피가 사방에 뿌려져 있었다.
“으윽.”
“기어서라도 도망가야 해!”
“살려줘.”
“내 다리!”
미래를 걱정하기보단 내일을 걱정하고, 내일을 걱정하기보단 오늘의 끼니를 걱정하던 사람들을 태연하게 잡아먹던 짐승들.
가난한 사람들의 피를 빨아먹던 푸른 뱀의 비명이 판자촌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사람이 되지 못한 30명의 뱀은 노을 대신 땅바닥을 기어 다니며 판자촌의 바닥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윤호는.”
그곳에 선언했던 일을 끝내고 유일하게 서 있던 여인이 입을 열었다.
“너희들 때문에 걷지 못할 뻔했어.”
그녀는 칼을 들고는 아직 발목이 한쪽씩 남아있는 뱀들에게 다가갔다.
“씨발!”
아직 기력이 남아있는 푸른 뱀은 안간힘을 다해 자신의 송곳니를 휘둘렀다.
하지만 땅꾼이 뱀의 송곳니를 무서워하지 않듯, 그녀는 능숙하게 날아오는 칼을 쳐내고는 뱀의 사족(蛇足)을 잘라내었다.
“사, 살려주세요!”
“남은 발목은 제발! 으아악!”
천살성은 생선 장수가 생선을 토막 내듯, 사람이 되지 못한 뱀들에게 필요 없는 발들을 하나하나 분리하기 시작했다.
“윤호는. 너희들 때문에. 팔을 다쳤어.”
천살성은 중요 부위를 보호하느라 엉망이 된 그의 팔이 떠올랐다.
자신에게 음식을 덜어주던 손. 몸을 묶어줄 때마다 안심이 되던 팔. 약한 주제에 지켜주려고 하면 든든해 보였던 어깨.
그 소중한 팔을 이런 쓰레기들이 다치게 했다.
“아악!”
“내, 내 팔!”
그녀는 돌아다니며 청사파의 손바닥을 발로 으스러트리거나, 칼을 든 손은 그대로 잘라버렸다.
“왜. 그가. 너희들에게 맞아야 했지?”
정말로 사람을 연체동물로 만들려는 것일까. 그녀는 정성스럽게 청사파 무인들의 팔과 다리뼈를 으깨기 시작했다.
“차라리 죽여! 죽이라고!”
“으아아악!”
그녀의 잔인한 고문에 흑도들은 고통에 찬 절규를 내뱉었지만, 그녀의 복수는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그의 머리에서 피가 났어.”
천살성은 강윤호의 상태를 살피다가 손바닥에 묻은 그의 피를 바라보았다.
‘윤호의 피.’
천살성은 손바닥을 자신의 얼굴 가까이 가져다 대었다.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괴로웠을까.
머리를 맞아서 기억을 잃어버리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 만약, 그가 머리를 맞아 자신에 대한 기억을 잃어버렸다면. 자신은 그것을 감당할 수 있었을까.
‘누구……. 시죠?’
천살성은 그가 기억을 잃어버리고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상황을 상상했다.
‘아아아.’
버틸 수 없다. 상상할 수 없다. 그런 괴로움. 견딜 수 없다.
‘소희야. 오빠를 기억 못하는 거니?’
그녀는 그와 처음 만난 날을 떠올렸다.
‘소희가 옛날에…….’
‘오빠가 어릴 적 소희에게…….’
자신을 바라볼 때마다 어딘가 그리워하면서도 괴로워하는 표정.
아아. 이게 그의 기분이었구나. 그는 이 괴로움을 매일 느끼고 있었구나.
자신은 이런 기분.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다.
천살성은 분노의 찬 얼굴로 눈앞의 버러지들을 바라보았다. 이런 쓰레기들이 감히, 그의 기억을 잃게 할 뻔했다.
그가 자신을 영원히 기억하지 못하게 만들 뻔했다.
[죽이자.]이런 벌레 같은 것들. 어깨를 부수고 팔을 조각 내자. 배를 찢고 내장을 꺼내자. 살려둔 채로 내장을 꺼내 목에 걸어주자. 눈은 파내고 혀는 잘라내자. 그리고…….
‘……. 안돼’
천살성은 순간 머리를 부여잡고 비틀거렸다.
‘방금. 그건.’
천살성의 살의(殺意).
천소희는 내면에 일순간이지만, 잠자던 천살성의 살의가 비집고 올라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러나야 해.’
그동안 살심이 일어나지 않아 방심했다.
사람을 베었을 뿐인데 제어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살심이 치고 올라왔다. 지금 당장 자리를 떠야 한다. 들끓는 분노를 삼키고 이대로 물러나지 않으면 또다시 살심에 먹힐 수 있다.
조용한 장소에서 운기조식을 하면서 내면을 관조해야 한다.
그게 정상적인 판단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복수는?’
살심이 내면에 슬며시 고개를 내밀고 있지만 물러나기 싫다. 제어하면 되는 것 아닌가. 이럴 때를 위해 그렇게 열심히 무공 수련을 한 게 아닌가.
그의 복수를 하고 싶다.
이대로 물러나면 평생 후회할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윤호의 피 냄새.’
고뇌하던 천살성은 순간 코끝을 간지럽히는 냄새에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손에 묻은 강윤호의 피.
방금 윤호의 머리를 살펴보다가 묻은 피였다. 하마터면 자신이 견딜 수 없는 일이 벌어질 뻔한 상처.
천살성은 무의식적으로 강윤호의 피가 묻은 손바닥을 코에 가져다 대고는, 숨을 들이쉬어 그의 피내음을 맡았다.
‘윤호.’
코로 그의 냄새를 느끼고 가슴에 고통에 전 그의 얼굴을 새겼다. 분노가 들끓는다. 하지만 천소희의 끓어오르는 분노만큼 천살성의 살심도 같이 치솟았다.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천소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핥았다.
그가 느껴졌다. 그러자 그녀의 머릿속에 그의 다정한 목소리가 떠올랐다.
‘소희야.’
기다려. 복수하고 돌아갈게. 그녀의 가슴 속에서 한 남자를 위한 차가운 분노가 끓어오르는 살심을 불태웠다.
이들을 죽이는 것은 천살성이 아니야.
복수를 하는 건.
천소희야.
“윤호가 겪은 고통. 이제 천천히. 돌려줄게.”
됐다.
이제 뱀들을 도륙할 시간이다.
****
“사, 살려주세요! 컥!”
“씨발. 씨발!”
“흐흐흐흐”
한 명. 두 명. 세 명.
천소희는 청사파를 하나둘씩 처리해나가기 시작했다.
다섯 명째였을까. 일곱 명째였을까. 그녀의 손속이 점차 잔혹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열 명을 넘자, 그녀는 청사파를 토막 내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해체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차가운 분노는 어디 가고 어느새 환락에 젖어 황홀해하는 미소로 바뀌어 있었다.
‘29명째던가.’
발목. 팔. 다리. 내장. 잘린 목. 뭐가 빠졌더라. 심장이구나. 천살성은 한 남자의 배를 가르고 양손을 집어넣었다. 따뜻하다. 기분 좋다.
천살성은 갈라진 남자의 내장을 지나 심장을 뽑아내어 터트리고는, 피에 젖은 손으로 얼굴을 문댔다.
“……어머니.”
그나마 어설프게 저항하던 남자는 일부러 고통을 주어도 앓는 소리 하나 안 내고 버티고 있었다.
‘내가 이 사람들을 왜 죽였더라.’
피 냄새가 너무 향긋하다. 천살성은 피 냄새를 맡기 위해 손끝을 코에 가져다 대었다. 너무 좋다. 그 어떤 향기도 이것보다 황홀할 수가 없다.
‘왜 죽였지?’
천살성은 왜 이 사람들을 죽였는지 생각하려고 했다.
[사람을 죽이는데, 왜 이유가 필요해?]맞다. 사람을 죽이는데 이유는 필요하지 않다. 죽이는 데 왜 이유가 필요할까. 사람을 죽이는 건…….
[재밌으니까.]그래. 재밌다. 발목을 으스러트릴 때의 비명. 손을 자를 때 뼈를 써는 느낌. 관절을 베는 것은 재미없다. 뼈째로 썰어야 더 즐거운 비명을 들을 수 있다.
내장을 꺼내기 위해 손을 집어넣을 때의 따스함이 좋다. 어머니 품에 안긴 느낌.
“엄마. 엄마.”
끝까지 어설프게 저항하던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팔이 썰리고 뼈가 으스러지자 그제야 어린애처럼 어머니를 찾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어머니?]어머니 때문에 죽인 거 같은데. 뭐였지. 슬픈 기억. 잊고 싶었던 기억. 소중한 사람. 그런 것이 있었던 기분이 든다.
[피 냄새를 맡자.]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향긋하다. 어머니의 자궁에 들어간 기분. 그래. 이 기분 때문에 어머니를 찾았던 걸 거야.
[부족해.]‘부족해.’
사람을 더 죽이고 싶다. 이 정도로는 갈증이 채워지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사람을 죽일수록 더 갈증이 나고 있다.
[시시했어.]‘시시했어.’
무공도 익히지 않은 왈패. 삼류 무사와 이류 무사들 뿐. 이 정도로는 갈증이 채워지지 않는다.
짜릿한 살인이 필요하다.
사흘 밤낮을 침대 밑에서 기다리다가 방심한 고수의 심장을 뚫었을 때처럼. 암살은 짜릿한 살인을 느끼게 해주었다. 갈증을 채워주었다.
짜릿함이 부족하다.
심장이 저릿할 정도로 짜릿한 살인을 하고 싶다.
[다 죽이자.]기감을 넓게 펼치니 집 안에서 숨죽인 채 덜덜 떨고 있는 사람들이 느껴진다. 이들을 다 죽이면 될까.
‘부족해.’
하나를 죽이든 열을 죽이든 시시한 살인이다. 그런 것으론 갈증이 채워지지 않는다.
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피비린내 속 희미하지만 익숙한 냄새가 느껴졌다.
그의 냄새다.
다정한 얼굴. 웃는 얼굴. 나는 모르는 나를 아는 척하는 얼굴. 그런 얼굴이었던 거 같은데 희미하다.
‘그가 누구지.’
기억해보려고 해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를 생각할수록 답답하다. 괴롭다. 왜 이런 기분을 느끼지.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피 냄새가 황홀했던 기억이 났다. 감미로운 피 맛이 떠올라 혀를 다셨다.
그를 죽이면 이 답답한 기분이 사라질까.
그의 심장을 뽑으면 황홀한 기분을 느낄까.
[그를 죽이자.]‘그를 죽이자.’
그를 죽이면 이 갈증이 채워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