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utcast Writer of a Martial Arts Visual Novel RAW novel - Chapter (648)
무협 미연시의 오랑캐 글쟁이 648화(651/674)
“다서각이 만금전장에게 넘어갔다니?!”
“당가풍운은? 그러면 당가풍운은 어떻게 되는 건가?”
당가풍운 4권은 언제 나올 것인가. 의창에서 고대하던 소식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소식이 들려오자, 사천당가는 한바탕 난리가 벌어졌다.
“제자의 약혼자에게 변고가 생겼다는 게 정말 사실인가?”
당옥란이 문을 열고 들어간 가주전도, 평소보다 훨씬 더 소란스러웠다.
“독무후 님.”
가주, 당백호는 고모를 향해 반갑다는 듯 인사했지만, 그 눈빛은 대책 없이 몰려오는 먹구름을 보는 선장과 비슷했다.
“제자가 오매불망 낭군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런 비보가 들리다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일인가?!”
“혼자만 궁금한 거 아니니까. 목소리 좀 죽이게.”
당옥란은 익숙하지만, 달갑지 않은 목소리에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일장로? 노친네들이 여긴 왜?”
원로회 뒷방 늙은이들이 왜 가주전에 몰려왔단 말인가. 정말로 집안에 큰일이 아니면, 원로원에서 잘 나오지 않는 놈들인데.
독무후가 낯익은 얼굴들을 쏘아보자, 장로들은 무언가 켕기는 듯한 헛기침을 하며 빈자리를 가리킬 뿐이었다.
“크흠! 앉기나 해.”
“의창에서 가져온 소식을 자세히 말해보게.”
가주, 당백호는 독무후가 착석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소식을 가져온 사람에게 물었다.
“다서각은 당화린 외조부의 유산입니다. 채무변제를 조건으로 다서각을 상속받았는데, 만금전장이 다서각의 채무를 빌미로 압류한 모양입니다.”
“이해하기 힘들군. 당가풍운이 별로 안 팔렸나?”
“판매는 호조였습니다. 당가풍운 때문에 매일 같이 줄이 늘어섰으니까요. 다만…….”
의창에서 소식을 가져온 무인은 말을 끌며, 가주의 눈치를 보았다.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가.”
“그것이……”
무인이 계속 망설이자, 원로회 쪽에서 답답함에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왜 망설이는 건가!”
“가감 없이 말해보게.”
기탄없이 보고하라고 했더니, 왜 망설인단 말인가. 왜 빼앗겼는가. 왜 돈을 갚지 못했는가. 이유를 말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인가.
무인은 원로회의 분노어린 시선에, 어쩔 수 없다는 듯 사실을 고했다.
“저희 사천당가 때문입니다.”
“……!”
가주전이 순간 얼어붙었다.
“그게 무슨 소리지? 우리 당가의 잘못이란 말인가?”
“독인 사건때문에 상황이 복잡하게 되었습니다. 당화린의 모친이 변절자들에게 살해당한 탓에, 그 채무가 강윤호에게 승계되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만금전장에서 강윤호에게 들먹인 이유였다.
“허어.”
“거기에 더해 당가에 강제적으로 끌려가는 모양새 때문에 채권자들에게 불안감을 가중한 듯합니다.”
“채무자가 언제든지 도망갈 수 있다고 생각했겠군.”
“네, 맞습니다. 실 채무자인 당화린이 당가에 머무르고 있으니, 의심은 배가 되었겠지요.”
“…….”
무거운 침묵이 가주전을 감돌았다.
만금전주가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 분명 다른 꿍꿍이가 있을 것이다. 강윤호 입장에서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었지만, 소식을 들은 당가의 입장은 달랐다.
반년 전. 사천당가에는 거대한 폭풍우가 연이어 몰아쳤다.
당가의 배신자, 독인의 탄생. 당가주의 사생아. 그리고 당가풍운까지. 당가의 사람들은 그 폭풍우 홀로 맞고 떠나간 자의 이름을 알고 있다.
강윤호.
한 여인을 구하기 위해 호랑이 우리로 뛰어 들어간 남자. 모든 걸 가질 수 있었으나, 여인을 위해 모든 걸 포기하고 떠나간 당가주의 사생아.
모든 걸 포기하고 떠나간 당가주의 아들이, 가지고 있던 것마저 잃고 말았다.
자신에게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는 사천당가 때문에.
“면목이 없군.”
보고를 듣는 내내 침묵을 유지하고 있던 당가주의 입에서 쓰디쓴 한마디가 새어 나왔다.
“가, 가주…….”
“지금 강윤호, 그 아이는 무엇을 하고 있지? 혹시 서천표국에 몸을 의탁하고 있나?”
“어떻게든 홀로 해결을 보기 위해 만금전장이 있는 무한으로 출발했다고 합니다.”
“그래. 그 아이라면 그럴 테지…….”
역시 내 아들답다. 젊을 적 자신과 같은 패기를 지닌 아이다. 당가주는 도무지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검은 머리 아들의 얼굴이 눈에 아른거렸다.
“다른 이야기는 없는 건가?”
당가주의 핏줄이 당가의 잘못으로 길거리에 나앉게 생긴 상황에, 모두 가주의 눈치를 보며 무인을 채근했다.
“서천표국 의창 지부에서 온 소식은 이게 마지막입니다. 무한 지부에서 사건이 정리되는 대로 소식을 보내주겠다고는 했습니다.”
“무한에서 다른 소식이 들어오기 전까지 일단 제자에겐 비밀로 해야겠군.”
당무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화린이에게 말입니까.”
“해결되지 않은 이야기에 전전긍긍하는 것보단 낫지 않겠나.”
벽을 만나 마음이 심란해진 상태다. 거기에 약혼자 소식을 들으면, 마음이 꺾일 수 있다. 당분간 비원 밖으로 나가게 하지 말자.
상황이 정리되면 그때 알려주자. 독무후는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면서, 한 가지 사실을 망각해 버렸다.
“윤호가 어떻게 되었다고요?!!!”
하필, 오늘 제자에게 취미를 찾아보라면서 비원 밖으로 외출을 허락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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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리가 없어요.”
독인이 폭주할지 모른다.
가주전에 모인 사람들은 혹시나 돌발상황에 긴장했지만, 당화린은 모든 사정을 듣고 냉정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었다.
“충격적인 소식인 건 이해한다. 하지만 분명 의창에서…….”
“아니요. 그런 뜻이 아니에요. 다른 사람은 모를까. 만금전주님이 그럴 리 없어요. 무슨 오해가 있는 걸 거예요.”
당화린의 목소리에는 확신마저 어려있었다.
“아는 사이더냐?”
스승은 제자에게 자세한 사정의 설명을 부탁했다.
“외할아버지의 막역지우세요. 채무 문제를 해결할 때 도움까지 주셨던 분이에요.”
“그런 자가 왜?”
“원래도 만금전장이 채권을 소유하고 있지 않았어요. 그런데 상황이 이렇게 되었다면,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거예요.”
“다른 이유라……. 혹시 짐작 가는 것이 있느냐?”
“그게……. 아니요.”
당화린의 눈 위로 순간 무언가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이내 그럴 리가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유라면…… 혹시.”
“의각주. 무슨 일이 있나?”
가주 당백호는 무언가 깨달은 표정의 의각주 당무기를 향해 물었다.
“강윤호가 만금전주의 외손주와 부딪힌 일이 있었습니다.”
“인쇄기 입찰 이야기는 들었네. 설마?”
“보복일 가능성도 있을 것 같습니다.”
버릇없는 외손주를 혼내줬더니, 외할아버지가 직접 나선다. 알려지기 부끄러운 일이지만, 무림에 생각보다 흔한 일이었다.
“당가의 귀인이라는 것을 알고서도, 그따위 일을 저질렀다는 건가! 무슨 자신감으로?!”
“만금전주라면 뒷배가 있긴 하지. 왜 제갈극의 장인어른이 만금전주 아닌가.”
“혼을 내려면 확실히 싹을 밟아놨어야지! 강윤호를 지켰던 무인들은 뭣들 한 건가!”
돌고 돌아 또 당가의 잘못이다. 사생아를 향한 죄책감이든, 하급자를 향한 질책이든, 곳곳에서 원성이 터져 나왔다.
“가주님, 당장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사실이라면 쉽게 넘어갈 일은 아니다. 의각주가 가주에게 명령을 내려주길 청하자, 바로 누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그게 무슨 소리인가.”
“일장로님.”
강윤호가 당가에 왔을 때, 가장 극렬하게 그를 부정하던 일장로다. 일장로는 단호한 목소리로 의각주에게 말했다.
“연을 끊은 아이일세.”
“일장로님! 지금 다 들으셨지 않습니까! 아무리 당가의 아이로 인정받길 원하지 않는다고는 하나, 지금 상황이 상황이지 않습니까!”
“귀 안 먹었네. 그리고 의각주 자네야말로 상황을 따져보게.”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그 아이가 도움을 청했는가?”
“그건…….”
“제 발로 나간 아이일세.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가 아니란 말이야. 궁지에 몰려 도움을 청한 것도 아닌데, 이리 나서야겠는가?”
강윤호는 당가의 아이가 아니다. 가문의 그늘에 벗어난 아이거늘. 어찌 가문이 직접 나서서 도우려고 하는가.
일장로의 말은 정론이었다.
“도의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의각주는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으며 일장로에게 들이박듯 말했다.
아무리 가주의 측근이라지만, 행실을 문제 삼을 수 있는 상황. 그러나 일장로는 오히려 잘되었다는 듯 웃을 뿐이었다.
“도의적으로 돕는 것은 나도 찬성일세.”
“……!”
가주전에 모인 사람들은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듯 놀란 시선으로 일장로를 바라보았다.
일장로가 돕는 걸 찬성하다니. 강윤호를 극렬히 반대하지 않았는가.
“왜 다들 놀라는가. 나는 적자 당윤호를 반대하는 거지. 나 또한 호필 강윤호의 작품을 열렬히 기다리는 독자일세.”
“계속 경청하겠습니다.”
의각주는 한발 물러서는 태도로 말했다.
“강윤호는 외인이야. 우리가 나서서 도와줘서는 안 되네. 그리 합의 보지 않았는가. 하지만 말일세.”
“…….”
“호필 강윤호가 당가에 도움을 청한다면, 가문의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당가로서 호필을 도와줄 순 있네. 어디까지나 외인을 돕는 수준으로 말이야.”
선을 지켜라.
강윤호는 외인이다. 서로 그리 합의 보지 않았는가. 일장로가 말하는 것은, 결국 기준이었다.
적극적이기보단 도의적으로. 직접적으로 무력을 사용하기보단, 일단 항의부터. 채무를 변제해주기보다는, 도움을 청했을 때 도의적으로 구휼을 해주는 정도로.
가주. 선을 넘지는 마시오. 후계 문제가 걸려있소. 간신히 해결한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지 마시오.
일장로의 말은 의각주를 설득하는 동시에, 당가주에게 하는 일종의 충고였다.
“되게 말장난 같은데요.”
물론, 그 말을 매우 고깝게 생각하는 여인이 있었지만.
“화린아.”
“그냥 도와주면 되잖아요. 돈 갚아주는 게 그리 어려워요?”
후계 문제고, 정치 싸움이고, 사랑하는 사람이 위기에 처했는데 도와야지. 당화린에게 있어서는 어른들의 유치한 싸움일 뿐이었다.
“물러서 있거라.”
“스승님!”
가주, 당백호는 당돌한 며느리를 향해 속으로 흐뭇한 미소를 지은 뒤에, 일장로를 바라보았다.
“언제나 좋은 조언 감사합니다. 추후 상황을 지켜본 후에 도의적으로 움직이도록 하겠습니다.”
아버지가 자식에게 할 수 있는 도의적인 어느 정도 수준인가. 당백호는 굳이 말하진 않았다.
“너무 걱정하지 말게. 호필에게는 당가풍운이 있지 않은가. 그깟 다서각을 빼앗긴다고 해도, 호필의 머리엔 절대 훔칠 수 없는 무가지보가 있네. 분명 좋게 해결될 것이야.”
일장로도 가주가 이해한 모습을 보이자 만족스레 웃음 지었다.
일장로도 어디까지나 집안 어른으로서 조언했을 뿐, 호필 강윤호의 수결본을 소중히 보관해 두었을 만큼 열렬한 독자다.
강윤호에게 빼앗을 수 없는 소설이 있는데, 어디 큰 문제겠는가.
“그것이…….”
일장로는 상황을 너무나도 쉽게 생각하고 있었다.
“……?”
“만금전장이 당가풍운 판매권을 가져가 버려서. 해결 볼 때까지 당가풍운을 팔지 못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뭣?!”
“그, 그러면 당가풍운 4권은 어찌 되는 건가?”
“무기한 연재 중단이랍니다.”
숨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경악이 가주전에 들이찼다. 누가 하나라도 움직이면 바로 터질 것 같은 상황.
“……지금 당장 만금전장으로 간다.”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일장로였다.
“일장로님! 참으십시오!”
“놔! 놓으라니까! 만금전장 놈들이 선을 넘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