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utcast Writer of a Martial Arts Visual Novel RAW novel - Chapter (654)
무협 미연시의 오랑캐 글쟁이 654화(657/674)
독인이 벽을 부수었다.
“독인 상대로는 당가의 독이 전혀 안 통하는데. 저희는 무엇을 할 수 있죠?”
“우린 쓸모가 없다. 팝콘이나 가져와라. 당패.”
당가에겐 크나큰 홍복이었지만, 지금 당화린을 상처 없이 제압해야 하는 당가의 무인들에겐 최악의 소식이었다.
거기에 문제는 더 있었다.
“으윽! 배가! 갑자기!”
“어떻게 칠보분에 당할 때까지 모를 수가 있나!”
칠보분(七步糞).
역시 독인인가. 설마 당가의 무인들이 짓궂은 장난을 할 때 쓰는 독 따위에게 역으로 당할 줄이야.
당화린을 막을 것인가. 아니면 몸을 돌릴 것인가. 무인으로서의 자존심인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인가.
당가의 무인들은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마두를 상대하는 일이라면, 그 누구도 물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연인의 바람에 분노한 당화린이었다.
누구 죽이려고 간다는 것도 아니잖아. 약혼자 만나러 가겠다는 거니까. 뱃속에 끓어오르는 불가항력적 반응은 인간의 존엄성을 저울질하며, 끊임없이 무인의 인내심을 시험했다.
“비켜여어어어어어!”
“안에 사람 있습니다!”
“크으윽! 제발! 제발 측간 문 좀 열어주게! 합심하면 둘이서도 사용 가능하지 않나!!!”
“잘하면 셋도 가능하네!”
결국, 무인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벽은 너무나도 손쉽게 무너져 내렸다.
“대충 끊고 나오라고!”
“머, 멈출 수가 없어!”
“변비가 열흘 만에 나았다아아아아!”
“안 돼! 이럴 수는 없어! 제발! 이 나이에 이럴 수는 없다고!”
“원래 나이 서른 넘어서도 가끔 인생에 위기가 찾아오는 법이라네.”
“측간 안에서 여유롭게 그딴 말을 하지 말란 말이다!!!”
빠른 결정을 내린 자와 아닌 자. 잠깐의 망설임이 희비를 갈랐다.
“지금 제일 먼저 나오는 놈에게 1 골드를 주겠네!!!”
“그 정도의 돈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없습니다! 어서 다른 측간을 알아보시지요!”
물론 협상을 시도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헛된 시도일 뿐이었다.
“크흡! 지, 지금 움직이면 골든 로드가 생길 거라고! 측간 앞에 펼쳐진 길이 보고 싶나?!”
“골든 로드, 저희가 막겠습니다. 어서 들어가시지요!”
“좋아! 억?! 안 돼! 안 돼에에에에에에에에!”
자고로 결승점에 도착하기 직전까지 긴장을 놓쳐서는 안 되는 법이거늘. 성급했던 자의 단말마가 사천당가에 구슬프게 울려 퍼졌다.
칠보분 사건.
사천당가의 그 누구도 이후로 감히 언급하기 꺼리는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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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가 맑다. 뜨겁지만 차갑다.
당화린은 어느새 풀린 포위망을 보며 생각했다.
벽이 무너졌다. 분노로 가득 찼던 방 안의 벽이 무너졌다. 분노 자체가 사라지진 않았지만, 사람으로서 격이 커진 느낌이다.
들끓던 가슴에 찬 공기가 들어오고 있다. 분노한 머리에 한줄기 이성이 돌아오고 있었다.
‘윤호를 잔뜩 쥐어짜야겠어.’
방향성이 조금 달랐지만.
다른 여자 생각 안 들도록 쥐어짜야지. 남녀 간의 관계는 아직 힘들겠지만, 쥐어짤 방법은 윤호를 위해 여러 가지를 알아두었다.
일단 만나자.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멈추거라!”
의각주. 당무기였다.
“비켜요.”
“네 마음은 이해한다. 그러니 일단 화부터 삭이거라.”
“윤호를 만나러 갈 거예요.”
“큭!”
의각주가 기세에 밀릴 정도로, 당화린의 목소리는 완강했다.
난처한 상황이다.
근접전으로 가게 되면, 독인의 독기를 감당해야 한다. 제압하려면 근접전으로 가야 하는데도 말이다.
원거리에서 제압도 쉽지 않다. 어설픈 암기는 쉽게 피할 거고, 작정하고 제압하자니 피를 흘려야 한다. 마교 놈들이 괜히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독인을 얻고 싶어 했던 게 아니었다.
“의각주님도 흉한 꼴 보기 싫으면 물러나 주세요.”
당화린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충만한 것도 당연했다.
다만, 당화린이 하나 간과한 것이 있었다면.
“나는 떨어져도 된다고 했지. 불태워도 된다고 하진 않았는데.”
자신감이 넘칠 때는 언제나 자만을 경계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어?! 스……!”
등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화들짝 몸을 돌렸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잠시, 머리 좀 식히거라.”
“흐악!”
당화린이 정신을 잃기 전 본 것은 화난 표정의 스승님이었다.
“독무후 님!!!”
“고모님.”
독무후 당옥란은 노기를 감추지 않고, 의각주와 당가주를 바라보았다.
“내 제자가 갑자기 왜 이러는지. 다들 알고 있는 눈치구나.”
“…….”
“다들 이야기 좀 하지.”
분노한 독무후의 목소리는 당화린의 분노만큼이나 매서웠다.
——
“일단 근신하고 있으라고 일러두었네.”
독무후는 사고 친 제자를 간신히 뒷수습하고는, 다시 가주전을 찾았다.
“고생하셨습니다.”
“도대체 어찌 된 영문인가. 연인의 편지를 읽고 기뻐해야 할 아이가 왜 저리 화가 난 것이야?”
독무후는 조금 전 상황을 다시 한번 떠올리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켜야 했다. 갑자기 제자가 날뛰다니.
“그것이…….”
“여자 둘과 동거 중이라고? 어디 유언비어를 들은 것이 아닌가?”
독무후는 가주와 의각주가 늘어놓은 소식을 도무지 믿기 어려웠다. 남자에게 지조를 기대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지만, 상대는 그 유명한 강윤호가 아닌가.
제자를 위하여 목숨까지 걸었던 아이가 반년 만에 여자를 들이다니. 그것도 둘이나 말이다.
“한 아이는 도주 기녀라고 합니다.”
의각주는 쓰게 웃으며 독무후에게 말을 이었다.
“도주 기녀? 설마 그 아이의 출신 때문인가.”
출생의 비밀. 제자의 약혼자가 당가주의 사생아라는 것쯤은 당옥란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원래는 보호만 해주려고 하다가, 정분이 난 듯합니다. 들려오는 소문으론 조선인 향우회의 안주인으로 불리며, 내조를 매우 잘한다고 하더군요.”
“하필 사랑하는 사랑과 강제로 찢어진 남자 옆에 아픈 상처를 어루만져줄 여인이 생겨버렸군.”
상황의 윤곽이 간신히 보인다. 어찌 이런 공교로운 상황이 벌어질 수 있나. 당옥란은 미간을 찌푸리며 이마를 짚었다.
“세상 모든 사람이 이 여인을 포기하라고 할지라도, 이 여자를 지켜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겠지요.”
가주 당백호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가주……”
“어찌 그 아이의 잘못이겠습니까. 못난 아비 탓입니다.”
사나이라면 세상 누구라도 절대 양보하지 못하는 일이 있는 법이다. 아비와 다른 삶을 살겠다고 나간 아이가 어찌 아비와 같은 선택을 하겠는가.
일찍 여인 어머니 생각에 더욱 가까워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어느날 찾아온 사랑에 자식은 분명 고뇌했을 것이다.
“사내들이란……. 사정은 알겠네. 그런데 둘이라고 하지 않았나?”
도주 기녀의 사정은 알겠다. 하지만 둘은 이상하지 않은가. 당옥란이 묻자, 가주는 조금 떨떠름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것이……. 만금전주가 수작을 부린 것 같습니다.”
가주, 당백호도 반신반의하는 표정이었다.
“수작이라니?”
“만금전주의 외손녀와 맞선을 보았다더군요.”
“만금전주는 내 제자 외조부의 막역지우라고 하지 않았나……?”
가주가 농담하는 것은 아닐 텐데. 아까부터 계속 믿기 힘든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다.
“상황을 좀 더 파악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말입니다.”
당가주도 일단 보고를 받았지만, 도무지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무한에서 온 보고는 어디까지나 외부자의 단순한 보고였으니까.
“응?”
“화린이. 그 아이의 마음이 가라앉으면, 편지 내용을 물어봐 주실 수 있겠습니까.”
당사자의 사정이 필요했다.
“어려운 부탁을 하는군.”
“부탁드립니다.”
——
“제갈세가라니?! 강윤호가 제갈세가의 여식과 맞선을 보았단 말이요?”
며칠 뒤. 무한에서 날아온 소식에 회의가 열렸다.
“맞선 정도가 아니요. 아예 살림을 차렸다니까!”
“뭣?! 제갈세가의 막내딸이랑 살림을 차려?!”
제갈세가가 어떤 가문인데. 도무지 믿기 어려운 이야기였다.
“사천당가의 핏줄이라는 게 어디서 새어나간 것인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검은 머리랑 제갈세가의 금지옥엽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요. 애초에 사실이 맞기나 한 소리요?”
“무한에 도착하고 나서 맞선을 보았다는데. 왜 가을 다 되어서 소식이 올라온 것인가.”
“그것이…….”
“너무 허황된 이야기지만, 사실인듯합니다.”
당백호는 자리에 모인 장로들과 측근들에게 사실을 긍정했다. 당화린도 분노했으니까. 믿기 어렵지만, 분명 사실이었다.
“만금전주에게 상재를 인정받아. 후계자 시험에 참여하라고 했다더군요.”
“제갈세가의 여식을 옆에 붙여줄 정도면 사실상 후계자로 점 찍었다는 말이잖소!”
단순히 남녀가 눈이 맞은 게 아니라 맞선이라니. 추가로 나온 소식에 더욱 상황은 미궁으로 빠져들었다.
“강윤호에게 이미 약혼녀가 있는데 맞선이라니! 제갈세가가 우리 사천당가를 개무시하는 것이 아니라면 어찌 그럴 수가 있소?!”
“현 제갈세가의 가주. 제갈극은 가족을 끔찍이도 아끼는 남자요. 아무리 그래도 검은 머리에게 막내딸을 시집보낸다는 게 말이 되오?”
“말도 안 된다니까! 무슨 헛소문이 올라온 거겠지! 만금전주는 당화린 외조부의 막역지우라고 하지 않았나! 하나 남은 외손녀의 사위를 빼앗으려 들 리가 있나?!”
사실 여부가 파악되었다지만, 너무나도 이상한 점이 많다.
제갈세가의 금지옥엽을 검은 머리에게 시집보내는 것도 난리가 날 일인데, 이미 약혼녀가 있는 남자에게 시집을 보내겠다니.
제갈극이 미치지 않고서야 도대체 이런 무리수를 쓸 이유가 없지 않은가.
“가주. 의제에 올리기조차 이상한 일입니다. 강윤호가 당가의 핏줄이라는 사실은 비밀이고, 강윤호도 그 사실을 어디 가서 떠벌리고 다닐 아이가 아니요.”
“서천표국 무한 지부장을 엄히 문책해야겠습니다! 어디 제갈가의 방계랑 살림을 차린 일을 두고 호들갑을 떤 게 틀림없습니다!”
“이유가 없단 말입니다!”
“확실히…….”
강윤호의 상재가 뛰어나다는 사실은 알겠다. 포쾌로서의 자질도 뛰어나다는 것도 알겠다. 강윤호는 가장 진한 보라색 피가 흐르는 남자니까.
하지만 부족하다.
고작, 그런 이유로 제갈세가가 이런 일을 벌일 리가 없다.
“만금전주 할아버지가 알고 있거든요.”
남자의 약혼녀가 차분한 표정으로 나타나기 전까진 말이다.
“당화린?”
“죄송해요. 폐를 끼쳤어요.”
당화린은 가주전에 모인 사람들에게 연신 사과의 인사를 올렸다.
“흠흠. 다친 사람 없으니 되었다. 근데 알고 있다니?”
사람들의 시선이 당화린에게 쏠렸다.
만금전주는 도대체 무엇을 알고 있단 말인가. 저 아이는 상황이 이렇게 된 이유를 알고 있단 말인가.
당화린은 당가에서 유일하게 자신만이 알고 있던 사실을 밝혔다.
“윤호가 호필이라는 거요. 만금전주 할아버지는 알고 있어요.”
“뭐……?”
“지, 지금 뭐라고?!”
“윤호의 상재도 문재도 전부 알고 있어요.”
“…….”
갑작스러운 침묵이 가주전에 내리 앉았다.
“잠깐만……. 그 말은…….”
당가 사람들의 머리가 급격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고작 상재 때문에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질 리가 없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생각이 공회전을 한다.
그런데. 그런데 만약.
一 제갈세가가 강윤호가 호필인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공회전하던 사고에 톱니바퀴가 맞춰진다.
단순히 만금전주가 강윤호의 상재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제갈세가가 강윤호의 문재를 알고 있는 것이라면.
그렇다면 이 모든 일의 결론은.
“제갈세가가 호필을 노리고 있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