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utcast Writer of a Martial Arts Visual Novel RAW novel - Chapter (662)
무협 미연시의 오랑캐 글쟁이 662화(665/674)
“척살조라면……?!”
“드, 들어본 적 있어! 서기장께서 반동분자들을 추살하기 위해 따로 조직을 꾸리고 있다고!”
백호채주의 확신에 찬 목소리에, 백호채 잔당들의 시선이 천소희에게 쏠렸다.
냉막한 표정의 검은 머리 암살자.
깨어나고 보니 이미 산채의 절반이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수많은 산적에게 둘러싸여도 긴장한 기색조차 없다.
칼에 묻은 붉은 핏방울만이 새하얀 눈 위로 떨어지고 있을 뿐.
누군가의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만 들리는 겨울 산. 시리도록 차가운 겨울의 칼바람이 산적들의 목을 훑었다.
확실하다.
어떤 미친년이 홀로 산채에 쳐들어온단 말인가. 틀림없이 서기장이 보낸 암살자였다.
“다, 다, 단순한 소문이라고 들었는데?”
산적 하나가 믿기 싫다는 듯 턱을 사정없이 떨며 말했다.
“괜히 소문이 흘러나왔겠나! 그런데 내가 들은 건 척살조가 아니라, 다른 이름이었는데.”
“그래. 맞아. 뭐였더라. 전에 듣기로는 이름이 아마…….”
백호채주의 입에서 또 다른 이름이 나직이 흘러나왔다.
“서기장의 숙청대.”
“……!”
백호채주 배일응은 이를 갈며 눈앞의 암살자를 바라보았다.
“대숙청! 역시 소문이 사실이었나. 장차 하나의 당에 방해가 되는 자들을 분류하고 숙청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조직을 만들고 있다는 소문이!”
“…….”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일까.
천소희는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특유의 무슨 생각을 하는지 파악하기 힘든 무표정은 또 다른 착각을 자아냈다.
“어떻게 알고 있냐는 눈치로군. 나도 잠시 하나의 당에 몸담았던 몸. 서기장께서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쯤은 알고 있다!”
一 당의 자원을 사용하여 정예들을 양성하겠다.
여기가 말코 도사들이 수련하는 곳이냐. 우리는 녹림이다. 실전으로 강해지면 그만이 아니냐.
자유로움을 중시하는 녹림의 분위기와는 상반되어 결국 뛰쳐나갔지만, 백호채주는 수탈린 서기장이 기울이고 있는 노력을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자였다.
설마 자신들이 첫 대상이 될 줄은 몰랐지만.
“대숙청은 하나의 당을 완성한 뒤에 시작하겠다고 들었거늘! 우리에게 먼저 실험해 보겠다는 것이냐?!”
서기장의 서슬 퍼런 칼날이 당도했다.
천하의 백호채주가 긴장하자, 백호채의 잔당들도 술렁이기 시작했다.
“서기장께서 우리를 숙청하기 위해 사람을 보낸 거라고?”
“아무리 서기장이라도! 이럴 수가 있는가!”
“맞아! 오해야! 우린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마을에서 왔어.”
수탈린 서기장이 누구야. 나는 너희가 마을을 약탈하겠다고 해서 왔어. 천소희는 짧게나마 오해를 정정하려고 했다.
“빌어먹을! 마을에서 사정 파악까지 다 하고 온 건가……!”
물론, 오해를 가중할 뿐이었지만.
“내가 그러게, 짐만 들고 바로 도망가자고 하지 않았나!”
“생각났습니다! 저 검은 머리 년! 옥천표국 놈들 사이에 있었습니다!”
“서, 설마 옥천표국 놈들도 한 통속이었나!”
백호채주는 호들갑떠는 부하들의 이야기를 듣고는, 그럴 줄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예상했던 바다. 보름 전에 도착했다고 거짓 수결을 해달라고 한 건은 충분한 시간을 주었는데도 배신했다고 알릴 셈이었겠지.”
어디서부터 꼬인 걸까. 천소희는 말없이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산적들을 바라보았다.
서로 좋아하는 소꿉 동생과 오빠가 헤어지는 것이 보기 싫었다. 자신에게 힘이 있으니, 도와주고 싶었다.
산적들에게 굳이 설명할 이유는 없었다. 아니, 사실 오해해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오늘, 이 산채를 살아서 걸어 나갈 산적은 없을 테니까.
“기립하거나. 쓰러지거나.”
천소희는 산적들의 오해를 긍정해 주기로 했다.
“큭큭큭큭. 그래. 이제야 인정하는건가.”
“한 녀석도 놓치지 않아.”
“도주는 용서하지 않는다. 그래. 수탈린 서기장답군. 하지만 말이야.”
“…….”
채주의 손짓에 일제히 수많은 병장기가 들어 올려졌다. 달빛에 빛나는 병장기들이 한 여인에게로 향한다.
검은 머리 여인이 든 칼은 한 자루였지만.
“네년이 정말로 우릴 전부 상대할 수 있을 것 같나?”
여인의 목을 노리는 칼은 셀 수 없었다.
————
“도망치지 못하게 한쪽으로 몰아라!”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숨통을 조여오듯, 산적들은 천소희의 주변을 포위해 나갔다.
제아무리 고수라고 할지라도, 다대일은 어떠한 변수가 발생할지 모른다. 괜히 무공에 일가견이 있는 자들도, 포위되면 도망칠 생각부터 하라고 하지 않은가.
심지어 산채는 지금 눈밭. 발목보다 높게 눈이 쌓여있다. 산적들의 눈에 자신감이 엿보이는 것은 당연했다.
“눈 때문에 함부로 움직이지 못한다! 포위해!”
마치 거친 물살 위의 수적들을 당해낼 자가 없는 것처럼, 설산은 산적들의 무대였으니까.
“쳐라!!!”
목소리와 함께 가장 먼저 움직인 사람은, 산적이 아니라 사냥감이었다.
눈의 파도가 갑작스레 산적들을 덮친다.
천소희가 눈을 걷어차서, 달려들려는 산적들의 시야를 차단한 탓이었다.
“칫! 얕은수를!”
시야를 가리는 사이, 반대쪽부터 상대할 생각인가. 산적들은 눈발이 시야를 가릴까 봐 빠르게 손으로 눈을 가렸다.
“컥!”
패착은 바로 그 행동이었다.
눈의 파도를 뚫고 들어온 서슬 퍼런 칼날이, 한순간에 몇 명을 불귀의 객으로 만들어버렸으니까.
“덮쳐!”
천소희는 무심하게 시뻘게진 눈으로 달려오는 산적들을 바라보았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최후를 머리에 담을 정도로 절망적인 상황이건만, 그녀는 사람을 죽이기 위해 태어난 운명.
마치 숙련된 장인이 재료만 보고도 어떻게 다루면 최고의 작품이 나올지 알듯. 사람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죽일 수 있을지, 그녀 또한 알고 있었다.
베고.
찌르고.
자른다.
“크악!”
“커걱……!”
쓰러지는 건 백호채의 산적들이요. 포위망 속에 서있는 것은 붉은 별의 현신이었다.
“마, 말도 안 돼!”
“이것이 서기장의 칼.”
“이, 인간 도살자라도 된단 말인가!”
“계속 와.”
천소희의 한마디에, 떨어져 있던 산적들은 놀라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었다.
“으으…….”
“병신새끼들! 한 년에게 쫄아서 뭐 하는 짓거리냐!”
백호채주가 혀를 차며 외쳤다.
“채주님!”
“비켜! 내가 상대한다.”
잘못하면 산채가 전멸할 수 있다. 배일응은 위기감에 병장기를 들고 암살자를 향해 다가갔다.
“좋아.”
“도살자 년. 인제 보니 미색이 아주 출중하구나.”
“…….”
“동천십이검으로 네년을 눈 위에 눕힌 뒤에, 그 얼굴이 눈물범벅이 된 모습을 천천히 감상해 주마!”
배일응의 눈빛이 감출 수 없는 음심으로 일렁였다.
“채주님 한입 하시고 저희도 주시는 겁니다!”
“크흐흐흐!”
천살성의 시종일관 무표정하던 미간에 처음으로 금이 갔다.
채주가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하여 던진 말인 것은 알고 있지만, 천소희는 어쩐지 쉽게 넘길 수 없었다.
“내 몸은 한 사람을 위한 거야.”
자신의 모든 것을 허락할 수 있는 남자는 오직 하나뿐이니까.
“크흐흐! 서기장의 숙청대이자 수청대였나? 오냐! 서기장이 정복한 곳에 내가 또 정복해 주마!”
백호채주 배일응의 동천십이검이 천소희 앞에 펼쳐졌다.
대단한 무리가 담긴 검술은 아니다. 사이하고 강맹한 공격 일변도의 검술.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넘쳐났던 백호채주의 용력이 초식과 초식이 끊임없이 이어지게 만든다.
열두초식이 일순하기 전에 다진 고깃덩어리로 만들어버리는 검격. 배일응을 녹림 72채의 채주로 만들어준 검법이었다.
“읏.”
천소희조차 동천십이검의 초식이 일순하자, 힘에 부친 듯 한 발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하! 서기장의 도살자가 고작 이 정도 수준이란 말이더냐!!!”
“…….”
배일응이 자신있게 외칠만했다. 괜히 녹림 72채의 한 자리를 차지한 자가 아니었으니까.
“도망칠 곳은 없다! 여기가 바로 네년의 무덤이다! 뭣들 하느냐! 어서 포위하지 않고!”
처음부터 전력을 다해서 나섰어야 했다. 그랬다면 검은 머리 년을 쉽게 제압했을 텐데.
백호채주의 뼈아픈 실수였지만, 상관없었다.
“…….”
“왜 대답이…….”
배일응은 뒤를 돌아보자마자, 더 큰 실수를 깨달았으니까.
“대충 한가락해 보이는 애들은 거의 다 정리한 것입니다!”
“무슨?!”
암살자도 혼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
“어느새?”
백호채주는 쓰러져있는 간부들을 보며 놀라 중얼거렸다.
하나가 아니었다니. 아무리 한밤중이라지만, 옆 사람이 눈치채지 못하게 암살한다는 것이 가능하단 말인가.
“정리 끝났어?”
“후후후! 이목을 잘 끌어준 겁니다!”
살막의 일급 살수, 설자는 별거 아닌 듯 간부의 시체를 집어던지며, 친우를 향해 대견하다는 듯 웃었다.
“숙청대…. 빌어먹을. 그래. 혼자 움직일 리 없지. 일부러 시간을 번 거였나.”
백호채주는 그제야 자신의 뼈아픈 실수를 통감해야 했다.
“또 다른 검은 머리라니! 도망가!”
“입구가 막혔어!”
“도대체 언제?”
산적들은 간부들까지 죽자, 서둘러 살길을 찾기 위해 달렸지만, 이미 출구는 막힌 뒤였다.
갇혔다.
또 다른 암살자는 자신들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다. 하나가 채주와 호각을 다투고 있는데, 둘이라니. 산적들의 안색이 파랗게 질려갔다.
[유키코! 정면승부는 조금 자신 없는 겁니다!]물론, 설자의 생각은 조금 달랐지만 말이다.
“정리할게.”
더 이상 참을 필요 없다. 천소희의 몸에서 가공할 기도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하! 실력을 숨기고 있었나.”
“채주! 포기합시다! 돌아가겠소! 돌아가겠다고!”
절망적인 상황이다. 누군가 타협안을 내세웠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기립하거나. 쓰러지거나.”
살려둘 생각 따윈 없으니까. 천소희는 며칠 전 들은 말로 답을 대신했다.
“그 말은……!”
“기회는 한 번뿐.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쓰러지는 것뿐이라는 뜻이지. 비켜라.”
“채주!”
백호채주는 인생의 가장 큰 위기 앞에서, 결연히 검을 움켜잡으며 외쳤다.
“오거라! 수탈린의 도살자여!”
“…….”
자신 또한 활빈의 가치를 잠시나마 심장에 새겼던 몸. 이제는 각오를 다져야 할 때였다.
“변절자가 활빈의 새로운 칼을 시험해 보겠다! 정말로 너희가 새 시대를 열 힘이 있는지 확인하겠다!”
후회 하나 남기지 않고 싶다.
끓어오르는 용력과 수많은 실전으로 다져진 무리가 검격에 담긴다. 사소한 실수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초식과 초식 사이에 매끄러운 연결만이 있을 뿐.
백호채주 배일응. 그의 인생, 최고의 동천십이검이 펼쳐졌다.
“이미 본 거야.”
그리고 일격에 모든 것이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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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큭! 크크큭! 쿨럭!”
한때 활빈의 가치를 심장에 새긴 자의 피가 변절자의 안식처를 적셨다.
“채주님!”
안타까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그 누구도 검은 머리 암살자 근처로 다가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
백호채주의 무릎이 무너져간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그는 자신을 찾아온 도살자를 바라보았다.
“서기장에게 전해다오!”
“……”
칼은 말이 없다는 것인가. 배일응은 힘없이 웃었다. 상관없었다. 도구이기 때문에 전해주겠다는 뜻일 테니.
서기장의 칼. 아니, 하나의 당. 활빈당을 위한 칼이 벌써 이 정도라니.
“나 백호채주 배일응! 새로운 세상의 밑거름으로 쓰러지오!”
수탈린 서기장.
변절자이지만, 활빈당의 칼을 시험하기 위한 쓰임새가 있었길 바라오. 내 한순간의 실수로 그날을 같이 못 보는 게 통탄할 따름이외다.
“채주님!!!”
전하지 못하는 말과 함께 백호채주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쓰러졌다.
[아까부터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동감이야.]끝까지 진실을 깨닫지 못한 채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