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utcast Writer of a Martial Arts Visual Novel RAW novel - Chapter (72)
무협 미연시의 오랑캐 글쟁이 (72)화(73/674)
Chapter 72 – 초대 – 2
로미오와 줄리엣.
고전 로맨스 중에 가장 많은 오마주가 되는 이야기.
이야기를 간단하게 축약하면 원수 가문의 두 남녀가 서로 반한다. 사태가 꼬여서 줄리엣은 약을 먹고 죽은 척한 뒤에 로미오와 도망가려는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로미오는 이 사실을 몰랐고 죽은 척한 줄리엣 앞에서 자살. 줄리엣도 그거 보고 자살. 충격받은 두 가문은 화해. 두 주연에겐 비극이지만 가문은 화해해서 희극인 그런 이야기다.
‘죽은 척 후 도주 전문가로서 안타깝구만.’
죽은 척한 후에 도주하는 건 아주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죽은 척을 하려고 했으면 빌드업부터 시작해서 여러 안전장치를 마련해뒀어야지. 어설프게 하니까 비극으로 끝난 거 아니냐.
하긴,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인공들은 다 10대였다고 하니 어설픈 계획이 되어버린 건가.
‘마지막 비극 덕에 매담자 이야기를 선택한 거지만.’
죽은 척 전문가로서는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내가 이 이야기를 선택한 이유가 마지막 엔딩 때문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스토리를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라도 엔딩은 알정도로 유명한 희극이니까.
마지막 비극만 지켜주면 무슨 이야기를 채워 넣어도 상관없고, 등장인물도 최대한 줄여버리고 시연할 수도 있다.
그야말로 동네 매담자용 이야깃거리로는 최적의 이야기이다.
“로! 미오! 로! 미오! 아직도 불만인가?”
나는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로미오가 아니라 로 미오인 주인공을 2번 부르며 이야기의 시작을 알렸다.
일단 시작하자마자 간단한 설정 설명을 위해 로미오 친구를 투입한다.
“무공 수련은 매일 해야 하는데. 날 잔칫집에 끌고 오다니.”
“그냥 잔치가 아닐세. 일 년에 한 번밖에 없는 남녀가 춤을 추고 놀 수 있는 자리인데. 왜 그리 불만인가.”
“로씨 가문과 불구대천인 그 가문 놈들도 여기 올 거 아닌가.”
“연회일세. 제아무리 불구대천의 원수 가문이어도 잔칫집에서 만났다고 칼을 뽑겠나?”
나는 심통 난 친구를 달래는 성격 좋은 친구의 연기를 했다.
“저런 대사 나오면 꼭 칼을 뽑더라.”
“두 가문이 치고받고 싸우는 이야기인가?”
“무림인 이야기는 너무 잔인할 거 같은데.”
관객들도 새로운 이야기의 기본 정보를 제공해주자 수군대며 전개에 대해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시작 몰입 괜찮네.
“조선에서 제일가는 미녀라는 주 소저도 온다니까. 얼굴만이라도 구경해보자고.”
“관심 없……. 정말 그렇게 이쁜가?”
나는 부채를 황급히 내리고 까치발을 든 채 주변을 서둘러 살피는 연기를 했다.
“하하! 성실한 줄 알았는데 그냥 또래 남자인가 보구만.”
“근데. 저 매담자. 여자 연기도 해?”
응. 잘해. 하무린 공자 때도 새어머니 악독한 연기 잘했어.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나는 황급히 단상 아래로 내려갔다.
“야! 벌써 내려오면 어떡해!”
“저! 저! 이야기도 별로 시작 안 했는데 벌써 요전법 쓰려는 못된 심보 보게!”
좀 기다려보세요.
나는 여자 관객들이 몰려있는 곳에 가서 아름다운 소저를 하나 찾아 말을 걸었다.
“당신이 혹시 주 소저이십니까?”
“네?”
말을 붙인 소저는 당황하여 입을 벌리며 사선으로 고개를 꺾었다.
“아름다운 외모. 혹시 당신이 말로만 듣던 주 소저이십니까?”
“아, 그게…….”
에이 텄다. 텄어. 다음 사람.
“아니시군요. 혹시 당신이 주 소저이십니까?”
바로 다음 사람으로 바꿔 말을 걸었다.
“네. 제가 주 소저예요!”
눈치 빠른 다른 여성 하나가 당돌한 미소를 지으며 자원했다.
“아름다운 당신의 이름을 알 수 있겠습니까?”
“히힛. 물론이죠! 소소에요!”
“주소소! 너무나도 아름다운 이름이군요.”
역시 어디에나 붙어도 괜찮은 이름이지.
값비싸 보이는 장신구에 비단옷, 구김살 하나 없어 보이는 외모. 딱 봐도 고생 모르고 자란 활달한 성격의 소저 같다.
덕분에 이런 돌발 상황에 재미있게 대처를 해준 거겠지.
나는 그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 후에 돈 한 푼 받지 않고 다시 단상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는 잠깐 춤을 추는 시늉을 하고 사람들에게 크게 외쳤다.
“아아!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
로미오는 사랑에 빠졌으나 그것이 큰 비극인 마냥. 무릎을 꿇고 괴로워했다.
“사랑에 빠진 게 무슨 일이라고 저러는 건가.”
“왜 그러는 거야!”
로미오가 왜 절망했는지 궁금하게 하도록 유도한 후에 무릎을 꿇고 탄식하는 어투로 입을 열었다.
“소소 소저는 로씨 가문의 불구대천의 원수 가문! 주 가문의 딸이다!! 우리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다!!!”
“어머!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래!”
“선남선녀가 금단의 사랑을 한 건가 봐.”
역시 금단의 사랑은 치트키지. 반응이 없던 여성 관객들이 자세를 고쳐잡으며 몰입하는 게 보였다.
“아아아! 주소소 소저의 외모를 잊을 수 없다! 그 아름다운 외모! 천상에서 선녀가 내려와서 춤을 췄던 것일까!”
나는 황홀한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며 선녀를 상상하는 동작을 취했다.
“얘. 저 잘생긴 매담자가 너에게 반했대.”
“히힛.”
“좋단다. 그냥 연기거든?”
나는 주씨와 로씨 가문이 싸우게 된 이유를 사람들에게 설명한 후에 주소소 칭찬을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내가 칭찬하면 칭찬할수록 관객석의 소소는 어깨가 날아갈 것처럼 들썩였고, 그 모습을 주변의 여성들은 부러운듯 바라보았다.
고뇌하는 로미오. 수많은 고민 끝에 로미오는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사랑에 대해 관객들에게 고백했다.
“아아아! 그녀의 얼굴을 보기 위해 주 가문에 몰래 침입해야겠다.”
나는 다시 단상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대신 바가지를 든 채로.
“또 너에게 오나 봐!”
주소소 주변으로 사람들이 길을 터주었다. 나는 성큼성큼 그녀 근처까지 갔으나 한번 멈춘 후에 다시 사람들 앞에서 크게 외쳤다.
“아아! 주 소저가 너무 아름다워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저 수많은 방에 소저들의 이름이 쓰여 있건만 어느 방이란 말인가!!!”
“여기있어요오오오!!”
원래 주소소 소저는 손을 들어 자기 위치를 알렸다.
알아요. 근데 안 갈 거예요.
“아! 저 소저가 주 소저였던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고개를 숙인 채 은근슬쩍 바가지는 들어 올렸다.
돈 줘.
히로인 계속하고 싶으면.
“흥! 사랑은 돈으로 사는 게 아니에요!”
원래 주소소 소저 역할을 했던 아가씨는 팔짱을 낀 채 나를 외면하려고 했다. 그래. 그렇게 나오신다 이거지.
“아아아! 저 소저가 주 소저가 아니었던 건가! 그럼! 그럼! 누가 주 소저였던 건가!”
나는 탄식하면서 다른 여자들과 눈을 마주치며 주변을 서성였다.
“여기요!”
그러자 눈치 빠른 여자 관객 하나가 돈을 던졌다!
“아니!!! 설마 당신이 주 소저?”
나는 놀란 얼굴로 아주 천천히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
다른 사람이 돈을 또 던질 수 있는 속도로.
“앗! 내가 할래! 여기요!”
어떤 상황인지 빠르게 파악한 여성 관객이 방금 바가지에 들어간 돈보다 큰 액수를 나에게 던졌다.
“아! 그냥 다른 소저였구나. 당신이 내 주 소저!”
“여기 더 가져가요!”
“아앗! 역시 저 소저가! 주 소저!”
“내가 주 소저 할래!”
“내가 할래!”
“이이익! 방금 당신 나랑 춤췄잖아!! 여기 2실버!”
“소소 너 미쳤어? 매담자에게 2실버를 던지면 어떻게!”
결국,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원래 주소소 소저는 2실버를 쾌척하여 사태를 종결시켰다.
그래. 이거지.
이번에 내가 새로 쓰는 요전법은 주연 캐릭터에 이름 넣어주기 방식이다.
여성 관객 중에 한눈에도 좋은 옷을 입고 있는 사람에게 가서 이 요전법을 쓰면 후한 후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해본 요전법인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다.
하기야 그냥 돈 몇 푼 주면 이야기 속 여주인공이 자신이 될 수 있다는데 꽤 매력적인 후원일 것이다.
나는 다시 단상에 올라 서로 사랑을 속삭이는 두 사람을 연기했다.
“아아아아! 로미오! 왜 당신은 로미오인가요!”
사랑하는 사람이 원수의 가문이라는 것에 괴로워하는 주 소저.
“장미는 그 이름을 버려도 향기는 사라지지 않소! 그대가 그대이듯 나는 나일 뿐이오!”
가문과 상관없이 우리 둘은 사랑에 빠졌다는 걸 피력하는 로미오.
“당신이 내 사랑이라는 서약만 해준다면! 저는 더는 주씨 가문의 사람이 아닐 것입니다. 모든 걸 버리고 당신의 소소가 되겠어요!”
나는 이번에도 여지없이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창문 넘어 손이 닿지 않는 로미오를 향해 애달픈 사랑 고백을 하는 주 소저를 연기했다.
“어머, 낭만적인 것 봐.”
“원수의 가문이라도 저렇게 애절하게 사랑을 할 수 있구나.”
“저저저! 쌍년 보게! 아버지가 먹여주고 재워줬는데 외간 남자에게 홀랑 빠지는 거 보소!”
“여봇! 당신 내가 아버지가 정한 사람이랑 약혼해야 한다니까 결혼해달라고 한 거 까먹었어?”
“아니. 그건 그거고 저건 저거고!”
“남자가 저렇게 몰래 침입할 용기라도 있어야지! 약혼한다니까 대로변에서 엉엉 울기 나하고.”
“아니……. 여보. 그 일은 꺼내지 않기로 했잖아.”
어디 비슷한 결혼사가 있으셨나 보네.
운명의 사랑을 결심한 두 사람은 사찰로 가 주지 스님을 통해 비밀 결혼식을 올리려고 한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해야지.
아주 큰 문제가!
“아아아! 하늘이시여어어! 내 사랑하는 그녀에게! 아름다운 예물과 옷을 입혀주고 싶습니다!”
나는 하늘을 향해 사랑에 빠졌으나 가난에 한탄하는 청년의 모습으로 외쳤다.
“집에 돈 많잖아!”
누군가 낌새를 느낀 건지 빠르게 태클을 걸었다. 아니. 그게 내 돈인가. 로씨 가문 돈이지.
“아아아아아! 하늘이시여어어! 나와 그녀는 로씨와 주씨를 버리고 멀리 떠날 것입니다! 불효자로서 부모의 손을 벌릴 수는 없습니다아아아!”
그러면서 빠르게 바가지를 든 채 단상을 내려왔다.
“하늘이시여! 오늘 이 비밀 결혼식의 증인이 되어 주십시오! 하객이 되어 주십시오! 사랑의 빠진 남녀를 위하여 축복을 내려주십시오!!”
하객 여러분. 지금 결혼식장에 온 거야. 빨리빨리 축의금 내라고!
“여기 가져가게! 살다 살다. 매담자 축의금으로 돈 내는 건 처음이구먼.”
“저 매담자 요전법이 기발하니까! 옜다 가져가라!”
“소소! 행복해야 해! 여기 축의금!”
“나 결혼 안 했거든! 저도 줄게요!”
여성 관객들이 몰입을 많이 한 덕일까. 몰입한 여성 관객들이 적극적으로 돈을 던져주자 축의금 바가지에는 돈이 쌓이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국수 정돈 먹고 가라고 하고 싶을 정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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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주 가문과 로씨 가문은 두 남녀의 죽음을 계기로 다시 화해하고 평화를 이룩할 것이다!”
비극적으로 자결한 두 남녀의 시신을 계기로 화해하는 두 가문.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눈물을 소매로 찍어내고 있는 관객들.
“으흐흑. 너무……. 너무 슬퍼!”
“왜 두 사람이 죽어야 했는데! 그냥 사랑하면 되는 거잖아!”
첫 공연이었지만, 무공으로 몸이 단련되어서 끝까지 지치지 않고 연기가 잘되었다.
“잘 봤네!”
“다음에 또 올게!”
“역시 조선인 매담자가 이야기를 잘해!”
“나 슬퍼서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 부축 좀 해줘.”
“로미오 공자 그냥 소소 같은 거 버리고 재혼하지.”
“소소. 너말야 너무 불쌍하더라.”
“응. 내가 봐도 부, 불쌍했어.”
“소소 너 울어? 얼마나 몰입했으면 그러는 거야. 다음에는 내가 주 아가씨 해야지.”
“다, 다음에도 또 내가 할 거거든.”
하무린 공자 때와는 달리 사이다 엔딩보다는 로맨스에 치중한 엔딩이어서 그런가, 여성 관객들의 반응이 훨씬 더 격정적이었다.
이 정도로 성공적이라니. 당분간 새로운 이야기 걱정은 없겠네.
바가지에 든 돈을 보니 간만에 대박을 터트렸다.
오랜만에 소희 좋아하는 음식이나 먹으러 갈까.
“자네가 칠곡현에서 유명한 조선인 매담자인가.”
단상에서 내려와 소희를 기다리는데 이제 갓 성인이 된 것 같은 남자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네. 그렇습니다만. 누구시죠?”
누구지.
어깨가 딱 벌어지고 손을 슬쩍 바라보니 무공을 익힌 무림인이다.
얼굴도 남자답게 생겼고 입은 옷은 고급스럽다.
자세나 말하는 투로 보니 가만히 있어도 불량함이 느껴지는 흑도는 아닌 거 같고.
저번에 봤던 창검문 놈 중엔 이런 놈은 없었는데. 도통 정체가 파악되지 않는다.
난 빠르게 소희를 찾았다.
꼭 이렇게 공연 끝나고 누군가 말 걸면 나쁜 일 생기더라.
다행히 소희는 남자 모르게 그의 뒤에 서 있었다. 소희도 경험으로 학습되었는지 경계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남자는 자기가 불순한 목적으로 왔다면 어떤 운명에 처하게 될지 모르고, 나에게 의외의 말을 꺼냈다.
“나는 대흥현에 있는 성가장에서 온 사람일세! 자네를 성가장주님의 생신잔치에 초청하기 위해 이곳까지 찾아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