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utcast Writer of a Martial Arts Visual Novel RAW novel - Chapter (77)
무협 미연시의 오랑캐 글쟁이 (77)화(78/674)
Chapter 77 – 성가장 – 1
천살성에게도 약점은 있다.
고강한 무공 실력을 갖추고 있어도 목이 잘리면 죽는다던가 심장이 찔리면 죽는다는 그런 약점이 아니라, 무공 실력이 부족한 부분 말이다.
그녀의 약점은 놀랍게도 잠행술과 은신술이라고 한다.
一 일급 살수급 실력엔 조금 못 미치는 실력을 갖추고 있어.
그녀는 칠곡현에서 출발하기 전 자신의 약점을 밝혔다.
그럼 왜 갑수상단에서 들킨 건데. 추궁의 눈길을 보내자 이내 소희는 고개를 돌려 내 시선을 피하고는 다시 정정했다.
一 ……. 이급 살수급이야.
‘무협 미연시 최고의 살수 맞아?’
닌자 옷을 입고 다니면서 은신술과 잠행술에 약하다니. 나는 어처구니없는 시선으로 소희를 바라봤다.
一 무공은 그래도 특급 살수급이야.
소희는 내 황당한 표정을 보고는 소극적으로 항변했다.
혹시 암살자라는 게 적을 죽이고 유유히 빠져나와서 암살자가 아니라, 목격자도 전부 죽일 수 있어서 암살자였나.
소희는 잠행술과 은신술 실력에 대해 크게 부족함을 느껴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 실력으로도 충분히 암살하고 들키지 않고 빠져나왔으니까.
‘문제는 갑수상단에서 생전 처음으로 발각되었다는 거지.’
한번 일어난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을 수 있지만, 두 번 일어난 일은 반드시 다시 일어난다. 그녀가 주의한다면 다시 들키는 일은 없을 수 있다.
일어나더라도, 그녀는 그것을 뚫고 살아나갈 실력이 된다. 문제는 나다. 그녀가 들키면 동행한 내 목숨이 날아갈 수 있다.
나는 소희랑 칠곡현에서 연이어서 했던 대화를 떠올렸다.
一 성가장주의 방에 쉽게 잠입하려면 내원에 묵는 게 좋아.
一 내원에? 귀빈도 아니고 매담자 따위를 내원에 묵게 하진 않을 텐데?
一 외원에 묵게 돼도 상관은 없어. ……. 잠행술로 잘 빠져나가 볼게.
一 굳이 모험할 필요는 없지. 오빠가 내원에 묵을 수 있도록 수를 써보마.
一 어떻게?
一 다 계책이 있다. 그냥 오빠를 믿어 보아라.
일반적으로 장원의 내원은 가문 사람들이나 장로급 대우를 받는 무인들, 총관급 핵심 인력 등이 거주한다.
그곳에 손님으로 초대받아 묵는다는 것은 VVIP급 손님 대우를 받는다는 뜻이다.
소희가 반쯤 포기할만했다.
마음 같아서는 성세휘에게 느그 삼촌 푹 찍 하려고 왔는데 의뢰자는 너 맞지? 열심히 도와줘. 이러고 싶지만, 살막은 의뢰자가 누군지 살수에게 알려주진 않는다고 한다.
거기에 남자에게 도움을 요청한다고 하더라도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
내부인이 암살을 의뢰했다고 해도 노골적으로 도와주면 꼬투리가 잡혀 의뢰 사실이 발각될 수 있으니까.
내원에 잠입하기 위해 내부자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거기에 내원에 기예를 파는 예인, 그것도 오랑캐 따위를 모실 일도 없을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말이다.
‘도련님을 구워삶아서 날 귀빈으로 초대하게 만들어야지.’
일반적으로 아니라면 일반적인 손님이 아니면 되는 거 아닌가.
——
“여기입니다.”
하인을 따라 들어간 성가장.
성세휘가 보낸 하인은 외원을 거쳐 내원에 있는 한 방으로 나를 안내했다.
“정말로 그 조선인 매담자군!”
성세휘는 나의 방문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지 놀란 표정으로 나를 맞이했다.
“며칠만입니다.”
나는 웃는 얼굴로 성세휘에게 인사했다.
성세휘는 얼떨떨한 얼굴로 나를 편한 자리로 안내했다.
“여기는 어찌 온 것이요? 분명 초대를 거절하지 않았소?”
성세휘는 앉자마자 표정 관리도 못 한 채 나에게 물었다.
‘그게 언제부터 초대였냐. 사기였지.’
성세휘가 자기 삼촌을 도발하기 위해 나를 초대했다. 사실을 모르고 공연했다면 큰 화를 입었을지 모르는 초대.
내가 그 초대에 제 발로 다시 찾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네.
‘안가에 초대받고 내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귀빈으로 대접받아야 해.’
돈 때문에 다시 왔다고 말하는 건 하책이다.
바로 외원에 있다가 공연하고 돈 받고 꺼지라는 소리를 듣겠지.
나는 돈 따위가 아니라 큰 뜻을 가지고 성세휘를 찾아온 남자가 되어야 한다.
“……. 헤어지고 나서 옛날 생각을 했습니다.”
나는 앞에 마련된 차를 한 모금 들이킨 이후에 진중한 어투로 운을 띄웠다.
일단 공감대 형성부터 해볼까.
“무슨 생각을?”
“오랑캐로서 중원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핍박을 받던 시절을요. 저 같은 약자가 왈패들에게 무자비하게 맞고 있어도, 그 누구 하나 저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더군요.”
나는 양 팔꿈치를 소매에서 꺼내 자잘한 상처들을 바라보며 억울하고 슬픈 일들을 회상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사람들이 약자에게 손을 쉽게 내밀지 않는 세상이지. 그게 설령 얼마 전까지 가문의 적장자였던 사람일지라도 말이야.”
성세휘도 느끼는 바가 있는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공감대 형성 좋고.
“제 입장이 반대되면 전 그러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저도 입에 로제 소스 좀 묻히고 살 수 있게 되니, 사람 마음이 간사해지더군요. 제 안위를 위해 당신의 도움을 거절했습니다.”
“……. 자기 안위를 우선시하는 건 책잡힐 일이 아니요. 오히려 그 상황에서 손을 내미는 사람이 존경받을 만한 것이지.”
성세휘는 내가 이곳으로 온 이유를 짐작한 듯 사뭇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내면 안 되지.
내가 성가장에 온 이유가 이것으로 끝이면 감동이야. 손님으로 맞을게. 너도 이 정도로 끝낼 거잖아.
반전이 필요해.
“네. 거기에 심지어 당신은 저에게 사실을 말하지 않았지요.”
나는 남자에게 질책하는 시선을 보냈다.
적당한 공감대와 이유를 형성했으면 이제 약점을 잡을 차례다.
넌 떳떳한 놈이 아니야. 단순한 약자도 아니야.
넌 그냥 사기꾼 새끼야.
“내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구려.”
남자도 부끄러운 짓을 한 것은 아는지 내 질책하는 시선을 슬그머니 피했다.
“제가 당신의 속셈을 몰랐다면, 당신의 초대에 기뻐하며 성가장에서 공연하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며 무대 위에 올랐겠죠. 그게 제 도살장인지도 모른 채로요.”
“…….”
남자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지 입을 굳게 다물었다.
할 말 없지?
“당신은 불의에 처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또 다른 누군가를 곤경으로 몰고 가려고 했습니다. 그런 당신이 비열하게 성가장을 차지한 사람들과 무엇이 다릅니까?”
잘못이라고 인정했어도 이렇게 쪼아대면 반발심리가 들 것이다.
사람은 잘못을 지적을 받으면 처음엔 부끄러워하면서도 계속 지적하면 화를 내는 경향이 있으니까.
심지어 상대는 부잣집 도련님이다.
“도와주러 온 것이 아니라, 질책하러 온 거였소?”
역시 나죠.
성세휘는 안색을 바꾸어 화난 기색으로 나에게 말했다.
“아뇨. 도우러 왔습니다.”
나는 의연하게 웃으며 차 한 모금과 함께 남자의 분노를 의연하게 받아내었다.
어디서 적반하장이야.
“그런 데 왜…….”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무엇을 말이요?”
“나는 당신이 부잣집 도련님이라서 도우러 온 것도 아니고, 선한 사람이라서 도우러 온 것도 아니라는 것을요.”
“……. 그럼 왜 도우러 왔소?”
“당신이 처한 큰 곤경을 제가 도울 수 있어서 찾아온 것입니다.”
“고작 그런 이유로?”
“곤경에 처했을 때 그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 슬픔과 외로움을 압니다. 당신이 선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악인은 아니란 것을 압니다. 얼마나 억울했을지 이해합니다. 그리고 내가 짊어지게 될 위험도 이제는 압니다.”
네 앞의 남자는 모든 것을 알고 네 앞으로 찾아온 거야.
너 같은 놈을 돕기 위해서 말이야,
나는 홀로 고립무원의 고통받고 있는 남자를 결연한 시선을 보냈다.
“저, 정말 그런 목적으로…….”
남자의 감정을 건드린 걸까. 성세휘의 눈망울이 떨리기 시작했다.
아직 안 끝났어.
“돕고 싶습니다. 삼촌과 새어머니의 불의를 만인에게 알려드리겠습니다. 그것을 위해, 제 목을 걸겠습니다.”
나는 마치 마음속에 들끓는 정의를 품고 있는 협의지사처럼 성세휘를 바라보았다.
한낮 오랑캐 매담자가 목숨을 걸고 찾아왔다.
그것도 돈이 아니라 마음속에 간직한 협의지심(俠義之心) 때문에 말이다.
고전적이지만 무협지 세계라서 오히려 잘 먹히는 이야기.
고립무원의 상황에서 도움이 간절한 남자에게 순수한 호의는 크게 느껴질 것이다.
어때 감동이지?
“고맙소. ……. 정말 고맙소.”
쿵! 성세휘는 그렁거리는 눈망울과 함께 감복한 표정으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좋고. 생각보다 격한 반응이네.
“일어나십시오. 불의를 없애기 위한 준비를 위해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나는 남자에게 손을 뻗어 잡아 일으켜 세웠다.
“당신 같은 협의지사에게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남자는 내가 너무도 빛나 보이는지 감히 눈을 마주칠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내원에 묵게 해주면 충분해.
“만반의 준비를 해주십시오. 그리고 가문을 되찾으면 오늘의 저를 잊지 않고 만인에게 협의를 행해주십시오.”
“내가 성가장주가 된다면 오늘 일을 절대 잊지 않겠소.”
남자는 양손으로 내 손을 감싸 쥐며 다시금 넘치는 마음을 표현해주었다.
—–
“귀빈으로 내원에 모시겠소.”
순수한 목적으로 자신을 도우러 온 협의지사를 소홀히 모실 수는 없는 법. 성세휘는 나를 성가장의 귀빈으로 맞이하기로 했다.
“객잔에서 아내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부인이?”
“처음 만난 날 제 옆에 있던 여인이 제 부인입니다.”
“아! 여성이 보표를 하고 있어서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부인이었군.”
“남편 된 자가 아내의 보호를 받고 있어서 차마 그날 소개하지 못했습니다.”
나는 남편답지 않은 일에 부끄러워하는 사람처럼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이해하오. 하인을 시켜 아내를 데려오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성세휘는 하인에게 소희를 데려오게 시켰다.
‘소희가 아내 연기 잘해야 할 텐데.’
나야 마스터, 프로듀서, 사령관, 선생님을 거쳐 남편까지 경력직이라 문제가 없지만, 신입인 소희가 문제다.
一 나는 성가장에 도착하면 소희를 부인이라고 부르도록 하마.
一 ……. 부인?
一 싫으니?
一 아냐. 조ㅎ, 괜찮아.
一 소희는 어떻게 부를래?
一 상공이라고 부를까?
一 상공이라……. 너무 중원인스럽구나.
상공이라는 말에 순간 누군가 떠올라서 그랬을까. 소희에게 다른 호칭을 요구했다.
一 그거 말고 떠오르는 호칭은 없는데.
一 조선인답게 서방님 어떠니?
一 ……. 서방님?
一 조선인다워서 좋고, 서방님이라고 부르고 다니면 호칭 실수해도 조선인이라 실수했다고 얼버무릴 수 있잖니.
一 서방님. 서방님. ……. 응. 서방님. 괜찮은 거 같아.
소희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서방님이라는 호칭을 몇 번씩이나 입에서 되뇌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손님 모셔왔습니다.”
칠곡현에 있던 일을 회상하고 있으니, 소희가 도착했다.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제 아내입니다.”
“그날 단순한 보표라고 생각하고 인사를 못 했군. 부인, 훌륭한 남편을 두셨소.”
“…….”
소희는 얼굴이 상기된 채 입술을 달싹거렸지만, 정작 입에서 말은 나오지 않았다.
“소희야?”
“ㅅ, 서, 서방님은 훌륭하신 분입니다.”
소희야 왜 버퍼 걸린 것처럼 말을 하냐.
얼굴은 상기되어 있고 연기도 묘하게 서투르다.
실제 남편도 아닌데 서방으로 불러달라고 하니 어색했나.
“하하. 아내가 숫기가 적어서 말을 잘하지 못합니다.”
“하하하. 그런 거 같군. 그나저나 조선에선 남편을 서방이라고 부르나 보군.”
“네. 중원말에 익숙해졌지만 아무래도 호칭은 조선말이 익숙하다 보니 그렇습니다.”
“그렇군. 자! 아내도 왔으니 내원에 묵을 곳으로 안내해주지.”
성세휘는 별다른 의심 없이 우리가 묵을 숙소로 직접 안내해주었다.
“정원이 참 아름답군요.”
부잣집이라 그럴까 확실히 정원이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여기보다 더 안쪽의 정원은 훨씬 아름다운 데 보여줄 수 없어 안타깝구려. 성지루 그놈 패거리가 다 장악해버려서 그쪽 숙소를 제공해줄 수가 없소.”
“여기도 아주 아름답습니다.”
나는 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성세휘를 위로했다. 내원이면 충분하지. 너무 가까워도 암살 의심받기 쉬워.
“그렇게 말씀하셔도 안 됩니다!”
숙소로 향하는데 어디선가 언성이 높은 목소리가 들렸다.
누가 싸우나?
“아가씨! 그쪽으로 가시면 안 됩니다!”
“내 마음이야.”
실랑이를 벌이는 목소리는 점차 가까워져 왔다.
“아! 가! 씨!”
우리가 서 있는 정원 반대편에서 말리는 목소리와 함께 두 사람이 나타났다.
말괄량이 아가씨와 시종이라도 있는 건가.
나는 고개를 돌려 정원 반대편에 나타난 두 사람을 바라봤다.
생각지도 못한 사람을 만나게 될 지도 모르고 말이다.
‘네가 왜 여기 있어.’
눈앞에 나타난 사람은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