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utcast Writer of a Martial Arts Visual Novel RAW novel - Chapter (86)
무협 미연시의 오랑캐 글쟁이 (86)화(87/674)
Chapter 86 – 악녀 – 3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른다.
오늘 먹을 끼니를 걱정하는 오랑캐에게도, 죽기 위해 살아가는 미망인에게도 시간은 똑같이 흐른다.
한 달 뒤면 모용세가의 결혼식 참극이 있은 지 1년.
모용상아가 그토록 알고 싶어 했던 소식이 도착했다.
“조선에 사람을 보냈던 일 말인가요.”
모용상아는 창봉대주에게 몰래 조선에 사람을 보내라고 시켰다.
목적은 역모에 연루된 강씨 가문 사람들과 죽은 강윤호의 소식.
“네. 그 소식이 조금 전에 도착했습니다.”
창봉대주는 모용상아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변해버린 주군.
그는 자신의 주군이 가주가 되기 위해 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로 냉혹해지기를 원한 것은 아니었다.
그날로부터 이제 거의 1년. 왜 이렇게 변하셨을까. 이제는 그도 이유를 안다.
강윤호.
그 망나니 자식에게 가진 어마어마한 죄책감이 그녀를 변하게 한 것이다. 아니, 단순한 죄책감뿐만이 아니다. 그 짧은 시간에 두 남녀의 불붙은 감정이 그녀를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바꾸었을 것이다.
“오래 기다려온 소식입니다. 빨리 보고하세요.”
창봉대주는 착잡한 심정을 감추고는 생각했다. 보고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이 소식으로 어떤 충격을 받든지 그것은 주군이 알고 싶어 하는 소식이었으니까.
창봉대주는 보고를 위해 입을 열었다.
“알려진 대로 강씨 가문의 모든 남성은 역모죄로 참형(斬刑)을 당했습니다.”
역모죄에 연루된 강씨 가문의 화는 가주를 포함한 3대로 끝나지 않았다.
일가친척 모두 전부 강씨 가문 사업체에 종사하고 있었고, 조선 조정은 이것을 그들 모두가 역모에 가담했다는 논리로 진행하였다.
모용상아가 얼마 전 베었던 남자처럼 인척이라고 부를 수 없는 사실상 남에 불과한 관계가 아니라면, 강씨 가문의 남성들은 전부 목이 베어졌다.
멸족(滅族).
한 때 강씨 가문의 집성촌이라고 불리던 곳은 이제 폐허만이 남아있는 마을이 되었다.
“……. 노비가 된 강씨 가문의 여성들을 모시는 건 어떻게 되었습니까.”
아직 포기는 이르다.
모용상아는 자신이 벌인 일에 대한 참담한 결과에 순간 눈을 감고 싶은 감정을 참으며, 강씨 가문 여성 친족들에 대한 소식을 물었다.
상공에 대한 작은 속죄조차 되지 못 할 일이지만, 그분의 남은 가족들을 보살피고 싶다. 그러기 위해 그녀는 조선으로 보낸 사람들에게 노비가 된 그분의 가족들을 비밀리에 모셔오라고 시켰다.
“살아남은 사람이 많지 않다고 합니다.”
“그게 무슨 소리죠? 여성들은 참형을 피했다고 하지 않았나요?”
“원래부터 강씨 가문은 손이 귀한 가문이었다고 합니다. 거기에 가문의 역모로 모진 고초를 겪고 육체적,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상태에서 노비가 되어 지방으로 끌려가 객사하거나, 관기가 되어 더럽혀질 수모를 겪을 바엔 자결한 여인들이 부지기수라고 합니다.”
“그, 그래도 살아남으신 분들이 있을 거 아닙니까.”
“그나마 강윤호 공자의 먼 친척분들은 고초를 많이 받지 않아 살아계셨지만, 모용세가에서 모시겠다는 말을 듣고는 모두가 단칼에 도움을 거부하셨다고 합니다.”
모용상아의 역모 고변(告變).
강씨 가문의 역모가 사실이었든 거짓이었든 간에, 역모를 고변한 원수의 도움을 받을 강씨 가문의 여인은 없었다.
“조선에 보낸 사람들은 누구죠? 모용세가의 이름을 말하다니. 생각이 있는 건가요?”
그녀는 조선으로 간 사람들의 어처구니없는 보고에 은은한 노기를 띠며 창봉대주를 추궁했다.
“죄송합니다. 저의 불찰입니다.”
모용상아는 고개를 숙인 창봉대주를 바라보며 화를 삼켰다.
자신은 누구에게 화를 낼 입장이 아니다.
모든 것이 자신의 죄로 일어난 일인데 누구를 탓한단 말인가.
무능한 년. 상공께서는 갚을 수 없는 은혜를 이리도 주었는데, 무능한 자신은 그분의 남은 가족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있다.
모용상아는 마음을 잠식하려는 끈적한 무력감을 애써 뿌리치며, 상공의 가족들을 모시기 위해 다른 방법을 잠시 고민하였다.
“……. 강씨 가문에 큰 은혜를 입은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그런 사람들을 주축으로 조선에 사업체를 따로 만들고, 그 사업체에서 노비가 된 강씨 가문의 여성들을 빼 오도록 하세요.”
더러운 죄인의 손을 거부한다면 손이 보이지 않도록 도와드리면 된다.
강씨 가문에 은혜를 입은 사람들에게 노비가 된 여인들을 보살피게 시킨다면, 분명 극진히 보살펴 줄 것이다.
“바로 실행하겠습니다.”
“억만금을 주어도 상관없습니다. 무슨 수를 쓰든 상관없습니다. 그분들을 모셔와 부족함 없이 챙겨주세요.”
알량한 자기 위로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 어떤 금은보화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여인의 가슴에 난 구멍을 메워주지 못하는 사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공의 가족들을 모른 척할 수 없다.
죄인의 위선이라고 할지라도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야 한다.
모용상아는 상공의 남은 가족들을 어떻게 모실지 창봉대주와 심도 깊게 의논했다.
“네. 그럼 말씀하신 대로 하겠습니다.”
“조선으로 보낸 사람들에게 하나 더 알아 오라고 시킨 게 있을 텐데요. 그건 어떻게 되었죠?”
오늘 소식을 가져왔다면 분명 그 소식도 가져왔을 것이다.
조선에 사람을 보낸 두 가지 이유.
모용상아가 이따금 창봉대주에게 조선에 보낸 사람들의 소식을 재촉했던 이유.
모용상아는 떨리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고는 태연한 모습을 가장하며 창봉대주가 꺼낼 다른 이야기를 기다렸다.
“강윤호 공자께서 어디에 묻혔는지 말씀이십니까?”
창봉대주는 고개를 들어 보고를 보채는 주군을 바라보았다.
앞의 강씨 가문의 소식만으로도 충분히 주군의 감정이 동요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소식마저 전해도 될까.
“그래요. 어디에 묻혔는지 알아 오라고 시키지 않았습니까.”
강한 일권(一拳)이라도 먼저 약한 일권을 맞은 후라면 통증이 덜하기도 하다.
창봉대주는 부디 앞선 이야기로 인해 주군의 충격이 덜하기를 바라며 입을 열었다.
“원래 강 공자는 가문의 선산에 묻혔었다 합니다.”
요동성에서 죽은 강윤호의 가짜 시신은 미리 계획된 대로 일부러 염을 하지 않아, 조선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썩은 내가 진동을 하고 있었다.
신원 확인을 위해 강씨 가문의 고향에 파견 온 조정의 관리는 오만상을 찌푸리며 얼굴이 맞는지만 대충 확인하고는 강씨 가문의 선산에 그를 매장하도록 하였다.
“묻혔었다면 지금은 아니라는 말입니까.”
모용상아의 뇌리에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태연함을 가장했던 그녀의 시선은 어느새 불안한 눈길로 바뀌어있었다.
창봉대주는 보고 이후에 일어날 주군의 감정을 감당해낼 자신이 없기에 그녀의 시선을 피해 입을 열었다.
“최근에 부관참시(剖棺斬屍)를 당하셨다고 합니다.”
“부, 부, 부관참시라니요? 그분이 왜 부관참시를 당한단 말입니까!”
모용상아는 대경실색하여 창봉대주에게 되물었다.
부관참시(剖棺斬屍).
무덤을 파헤치고 시신을 꺼내 토막을 내는 형벌.
시신에 손을 대는 것은 유교 국가의 논리에서도 매우 가혹한 형벌이기 때문에, 죽은 자라도 형벌을 집행해야 할 정도의 아주 큰 죄를 저질러야만 받는다.
강윤호가 역모죄로 죽었어야 할지라도 부관참시까지 당할 이유는 없었다.
“조선 조정에서 대역죄인 강윤호의 처벌이 너무 가벼웠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가 오갔다고 합니다. 결국 여죄를 추궁하던 중의 하나가 죄목에 추가되어, 결국 다 썩은 시신을 꺼내 부관참시하였다고 합니다.”
“도대체 상공이 무슨 죄를 저질렀다고 시신에 손을 대었단 말입니까!”
“모반(謀叛)죄입니다. 외국 가문과 결혼하여 반란에 외세를 끌어들이려 했다는 모함을 받으셨다고 합니다.”
나라를 배반하고 다른 나라와 몰래 통하여 반역을 도모하는 죄. 조선에서 역모와 같이 십악의 죄로 구분하는 최악의 죄 중 하나.
강씨 가문은 역모를 일으키려고 하였다. 거기에 더해 강윤호라는 남자는 직접 외세를 끌어들이려고 하였다.
비록 모용세가는 남자의 역모 사실을 고변하여 상을 받았지만, 그렇다고 강윤호의 죄가 사라진 것이 아니다. 그는 벌을 받아 마땅하다.
그렇게 결론 내려져 강윤호 앞에 걸어진 죄.
내란죄인 역모죄에 더해 외환죄인 모반죄까지.
강윤호가 부관참시 된 이유였다.
“저, 저 때문이란 말입니까.”
“부관참시 된 시신은 역모죄에 휘말릴까 봐 아무도 수습하지 않고 있다가, 어느 날 밤. 누군가 시신을 수습하여 사라졌다고 합니다.”
창봉대주는 흔들리고 있는 모용상아의 말을 차마 긍정할 수 없었다. 그는 보고를 마치기 위해 담담히 남은 사실을 말했다.
“죽어서도, 죽어서도……. 저 때문에…….”
一 위기에 처한 아녀자를 구하는 것만큼 가치 있는 장사가 어디 있겠소?
자신을 위해 목숨을 걸고 찾아온 협객.
살아서는 자신이 구하려고 했던 악녀의 손에 목숨을 잃고,
죽어서는 상공이 가지고 계셨던 그 순수한 의도마저 더럽혀졌다.
망자가 안식을 취할 수 있는 무덤마저 파헤쳐지고, 그 시신은 토막이나 행방을 알 길이 없어졌다.
자신 때문에.
그 모두가 전부 자신 때문에.
모용상아의 정신이 순간 아득해졌다.
“아가씨! 아가씨! 정신을 차리십시오! 의원!!! 어딨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