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utcast Writer of a Martial Arts Visual Novel RAW novel - Chapter (90)
무협 미연시의 오랑캐 글쟁이 (90)화(91/674)
Chapter 90 – 새로운 만남 – 3
당화린은 히로인일까.
내가 당화린을 발견하고 먼저 다가간 이유는, 히로인이면 무조건 공략해야지 같은 다분히 하반신 반사적인 마인드 때문이 아니다.
역천자.
당화린이 내 정체가 뭐냐고 물으신다면 대답해드리는 게 인지상정이라고 말하며 솔직하게 말할 수 없는 내 정체이자 능력.
내가 먼저 당화린을 발견하고 다가간 건 인싸들처럼 옆구리에 끼고 다닐 여자가 사라져서 그런 것이 아니라, 역천자의 능력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었다.
애초에 인싸 친구들이나 그런 생각을 하지 나 같은 놈이 그런 마인드로 접근할 리 없지 않은가.
갑자기 인싸 친구 생각나네.
一 윤호야 나 여친이랑 헤어져서 너무 괴롭다.
一 병신아. 오밤중에 전화 받아서 술 취한 네 하소연 듣는 내가 더 괴롭다.
一 하아. 걔 없이 인생 어떻게 사냐.
一 난 여친 없어도 잘 살아가고 있다.
一 그런 네가 부럽다!
一 지금 시비 거는 거냐?
친구 놈, 여친이랑 헤어진 지 일주일 만에 딴 여자 사귀고 나타날 거면 전화를 처하지 말던가. 그놈 여자 문제는 걱정해주는 놈이 손해라니까.
아무튼 내가 가진 역천자라는 이름의 히로인 공략권에 대한 능력이, 모든 원작 여자 캐릭터의 운명을 극복하여 히로인으로 바꾸는 거라면 당화린도 가능할 수 있다.
반대로 당화린에겐 이 능력이 적용되지 않아, 내가 원작의 지식을 이용해 그녀의 운명을 잠시 비틀었어도 나중에 가서 악역 캐릭터가 되어버릴 수도 있다.
역천자의 능력이 정말 원작의 여성 캐릭터들에게 적용되는 것인가. 아니면 천살성만 특이 케이스였던 것인가.
원작 캐릭터인 당화린과 친해진다면 그 사실을 알 수 있게 될지 모른다.
‘문제는 어떻게 가까워지냐는 거지.’
하하 소저. 후후 공자. 하면서 사람 좋은 인상으로 천천히 대화를 거쳐나가면 어느 세월에 당화린이 히로인인지 알아낼 수 있겠는가.
심지어 하하 소저 단계에서 관계가 끊길 수도 있다.
마치 조별 과제 중에 마음에 품고 있는 여동기의 연락처를 알게 되어서 설레는 마음에 선 메시지를 보냈지만, 그날 반응은 없고 다음날 ‘ㅇ’하나만 왔길래 실시간으로 반응해서 다시 메시지를 보냈더니 또 다음날 ‘ㅇ’ 하나만 받고 나서야 상대방의 의도를 깨달은 어떤 강씨 성을 가진 대학 신입생처럼 말이다.
급속도로 관계가 진전될 방법이 필요하다.
‘미리 준비한 설정은 있어.’
당화린을 다시 대면했을 때 꺼내려고 준비한 계획.
나의 새로운 설정. 나와 당화린의 접점.
그것을 사용하면 그녀와 관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충격적인 진실을 사용해야 하는 게 문제긴 한데.’
이번에는 내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이 아니라 극단적인 거짓말은 필요 없다. 오히려 필요한 것은 숨겨진 진실이다.
그녀가 들으면 충격받고 흔들리게 될 진실. 그것을 통해 가까워져야 한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도 없다는데, 독나비도 좀 같이 흔들려야지 어떡하겠어.
당화린.
충격요법부터 시작하자.
——————–
“화린 소저가 먼저 궁금해야 할 건 제가 아니라 당신에게 독공을 가르쳐준 사람의 정체가 아닙니까.”
시작은 그녀가 유일하게 신뢰하는 사람을 흔드는 것부터 해야 한다.
나는 여유로운 웃음을 지으며 그녀가 나에 대해 가지는 관심의 화살을 다른 사람으로 돌렸다.
“당거호 아저씨? 무언가 오해가 있나 본데. 당거호 아저씨는 수상한 사람 아니거든. 10년 넘게 나를 보살펴준 은인 같은 분이야.”
당화린은 기분 나쁜 모함을 들었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나에게 대꾸했다.
그동안 독약을 먹었다는 걸 알게 되도 저러네.
그래. 너의 무공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분을 의심하라고 말하면 기분 나쁠 수 있지. 사람은 믿고 싶은 걸 믿는 법이니까.
그래서 좋다.
나비를 흔들리게 하려면 가장 신뢰하는 날개를 먼저 믿지 못하게 만들면 되니까.
“사천당가에서 절대 금기시되는 실험이 하나 있습니다. 아십니까?”
나는 굳이 그녀의 의견에 반박하지 않고 유연하게 질문으로 넘어갔다.
“몰라. 나 사천당가의 피를 이었지만 당가에서 자란 게 아니니까.”
알고 있어. 궁금증을 유발하려고 던진 거야.
“독인 제조. 수많은 생체실험과 희생자를 낳기 때문에 사천당가에서 금지된 실험이지요. 독인에 대해서는 아십니까?”
“대충은. 사천당가의 무공을 익히고 있으니까.”
독인.
독에 대한 내성을 극한으로 올린 후에 몸에 독을 저장하거나 생성할 수 있게 된 인간. 이세계에서는 독공의 암흑진화 경지기도 한다.
사천당가 사람이라면 한 번쯤 탐낼만한 경지지만 독인은 사천당가에서 절대 금기시되고 있다.
사람은 원래부터 독 속성이 아니니까. 내성을 기르건 뭐건 극독을 처먹으면 사람은 죽는다.
가뜩이나 무림에 의문사가 생기면, ‘사천당가 또 너야?’ 이 소리 들을까 봐 노이로제에 걸려있는 곳인데 사람이 그렇게 희생되는 실험을 허가할 리가 없다.
하지만 세상에는 하지 말라고 하면 꼭 하는 놈들이 있기 마련.
“사천당문 내에서 규율을 어기고 비밀리에 독인 실험을 하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발각되면 죽임을 당하는데도 그들의 삐뚤어진 열정은 포기를 몰랐고, 결국 사천당가 내에서 독인 실험이 불가능해지자 한가지 계책을 내게 됩니다.”
“무슨 계책?”
“사천당가 외부에서 평범한 사람들 대상으로 실험하면 무림 공적은 기본이요 관까지 따라붙을 수 있다! 어떻게 해야 하지? 그래! 독에 대한 내성을 지니고 태어나 독인 제조 중에 덜 죽을 수 있고 가문의 관심을 못 받아 감시도 소홀한 사생아들을 사용하자!”
나는 마치 대단한 깨달음을 얻은 박사를 연기하는 톤으로 말하며 마지막에 당화린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사천당가의 사생아. 독인 제조의 피해자.
당화린을 말이다.
“당거호 아저씨가……. 나를 정말 독인으로 만들려 했다고?”
그녀의 초록색 눈이 불안하게 떨렸다.
“보라색 머리에 초록눈. 사천당가의 피를 진하게 이은 사생아를 알아보는 건 쉬우니까요. 그런 아이에게 아버지 노릇, 스승 노릇 하면서 천천히 독인으로 만드는 거죠.”
“지랄하지 마! 아저씨가 그럴 리 없어!”
당화린은 이를 드러내며 격하게 분노를 표출했다.
이 반응은 예상했다. 원작에서도 그녀는 그를 믿고 몸이 붕괴하는 와중에서도 독인 수련을 계속하니까. 나중에 모든 진실을 알게 되고는 배신감에 치를 떨지만.
“증거는 성가장에서 차고 넘치게 보지 않았습니까.”
나는 정말 아무것도 의심 가는 게 없냐는 듯한 시선으로 냉정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 아저씨가 그럴 리 없어.”
내 냉정한 시선에 당화린도 의심 가는 것들이 떠올랐는지 눈이 떨렸다.
그녀도 사실 알고 있다.
독인을 만들기 위한 무공서, 독인을 만들기 위한 약물, 그걸 10년 동안 먹으며 자라온 자신.
단지, 부정하고 싶은 것뿐이다.
자신을 돌봐주었던 사람이 사실은 자신을 불행으로 몰고 간 주범이었다는 걸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하지만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이 사실을 받아들이게 만들어야 한다.
“독수, 독조. 손이나 손톱에 장기간 독을 침투시켜 강력한 독공을 쓰는 방법이 있는 건 아실 겁니다.”
그녀에게 의심의 씨앗은 뿌려졌으나 필사적으로 발아를 막고 있는 상태.
그럼, 내가 직접 불안의 물을 뿌려 싹을 틔워줘야지.
“알고 있어. 그건 왜?”
“독인이 되기 위해선 독물을 섭취하여 독에 대한 저항성을 올려 몸을 독을 담을 그릇으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 과정 중에 부작용으로 그릇의 색이 변색이 되죠. 마치 독수나 독조를 익히면 해당 부위가 변색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나는 그녀를 배려하기 위해 그녀를 직접 바라보지 않고 내 팔뚝이나 하관을 조심히 만졌다. 그녀는 그게 무슨 뜻인지 바로 눈치챌 것이다.
“내 몸의 증상들이 독인의 증거라고?”
“처음 증상은 피부 변색부터 시작합니다. 조금 있으면 섭취한 독물 때문에 항시 몸이 아프죠. 그러다가 독 내성이 오르면 한동안 아프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걸 독인은 착각합니다. 사천당가에서 찾아온 사람이 약을 주어서 안 아파지는 거구나. 저분은 내 은인이야. 그렇게 착각하게 됩니다.”
“……. 맞아. 그렇게 생각했어.”
그녀는 침음성을 삼키며 내 말에 마지못해 긍정했다.
긍정할 수밖에 없지. 원작, 네 설정이거든.
“당가의 사생아는 자신이 불치병에 걸렸다고 생각합니다. 사천당가에서 온 사람이 가르쳐준 독공을 쓰거나 약을 먹으면 그나마 통증이 줄어들기 때문에 더욱더 무공에 매진하죠. 자기도 모른 상태에서 독인 수련에 매진하게 돼버리는 겁니다.”
“저, 정말 아저씨가……. ”
당화린은 몰려오는 사건의 전말에 대해 감정을 감당할 수 없는지 눈을 감아버렸다.
좋아. 첫 번째 단계는 넘겼다.
그녀가 유일하게 의지하는 사람의 진실을 알려주어 그녀의 마음을 흔든다. 하지만 이건 고작 사람 하나의 신뢰를 잃게 한 것뿐.
이제 그녀의 인생 자체를 통째로 흔들어줄 차례다.
“독공을 수련하고 독물을 섭취하고 내성이 생기면 독물을 섭취하는 과정. 그 과정에서 9할이 사망합니다.”
그녀가 얼마나 위험한 수련을 받아왔는지 알려준다.
“…….”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에 더해 죽을뻔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기 때문일까. 당화린은 감은 눈을 다시 질끈 감았다.
나는 그런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당화린의 신체로 현재 독인 과정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녀의 피부는 뭉개지지 않은 상태. 아직 몸에 독에 대한 내성을 끌어올려 독을 담을 그릇을 만드는 과정일 것이다.
그녀가 히로인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불행한 최후를 맞이하는 건 막을 수 있는 상황이다.
나는 그녀에게 다음 과정을 알려주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릇을 형성한 독인은 이제 극독을 몸 안에 독단의 형태로 만듭니다. 여기서 남은 1할이 죽습니다.”
“뭐라고?”
당화린은 놀라 눈을 크게 뜨며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9할이 죽고 남은 1할이 죽는다. 독인 실험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죽는다는 뜻이다.
“역사적으로 독인이 탄생한 건 몇 번이 되지 않습니다. 그 몇 번의 기적을 자기들 손으로 만들어보겠다고 그 미친 짓을 하고 있는 거죠.”
허상을 만져보겠다고 피로 물든 길을 걷는 미친 새끼들.
차라리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하겠다고 말하는 과학자가 더 현실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보일 지경이다.
“결국엔 다 죽는다고?”
당화린은 믿기지 않는다는 말투로 중얼거렸다.
살기 위해,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했던 독공 수련이 사실은 저승으로 가는 길이었다.
인생 자체를 부정하는 진실. 그것을 듣고 멘탈이 흔들리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당화린은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자신의 몸을 계속 바라보았다.
나는 그녀의 충격이 조금 가실 때까지 말없이 그녀를 지켜보았다.
“너 도대체 정체가 뭐야? 어떻게 이 모든 걸 다 아는 건데?”
멘탈을 조금 추스른 걸까. 당화린은 미간을 찌푸리며 의심에 찬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것으로 준비가 되었다.
이제 뿌린 씨앗을 거둘 차례다.
“완성된 그릇에 독단을 형성하면 어떻게 되는지 아십니까?”
시작은 눈빛에 자그마한 분노를 담자.
“모, 몰라.”
“몸이 녹아내립니다. 독단 때문에 시시때때로 창자가 끊어지는 고통이 찾아옵니다. 몸에는 독이 가루처럼 흘러나와 주위의 모든 것이 바스러집니다. 고통 속에 서서히 죽어가게 되죠.”
당화린은 독인이 되는 모든 과정을 기적처럼 버텨내어 불완전한 독인이 되어버린다.
그런 원작 당화린의 별호는 독접(毒蝶).
웃기지 않는가. 피부가 뭉개져 흉측해지고 악역 캐릭터인 그녀에게 독을 쓰는 아름다운 여성에게 붙는 별호인 독나비라니.
원작에서 당화린에게 독접은 별호인 동시에 멸칭이다. 나비의 날개에서 가루가 흩날리듯 몸에서 시시각각 독가루가 흘러나오니까.
“그러니까. 그걸 네가 어떻게 아는 거냐고!”
그녀는 답답한 마음에 짜증까지 나는지 나에게 소리를 질렀다.
한눈에도 멘탈이 나간 게 보이네.
나는 다시 한번 방안을 바라보았다. 엉망인 방안. 거기에 객실 요금이 밀려있는 그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 직접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뜻일 것이다.
거기에, 유일하게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사실은 자신의 불행의 원인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평생을 수련한 무공이 사실은 불행으로 가는 길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믿을 사람 하나 없는데 자신의 인생마저 부정당한 상황.
그런 상황에 갑자기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등장한다면 어떻게 될까.
“당신이 첫 번째가 아니니까.”
독인의 진실을 알고 있는 남자.
“첫 번째가 아니다?”
“사천당가에게 속아 평생을 고통받다가 한줌의 독수로 녹아버린 사람을 압니다.”
그녀의 고통에 공감하고 분노하며,
그녀에게 손을 내밀어줄 이유가 있는 사람.
“그, 그게 누군데.”
“막역지우(莫逆之友). 죽은 이는 내 가장 친한 친구였습니다.”
그녀와 같은 사람을 잃은 한 남자가 눈앞에 등장한다면 말이야.
당화린, 너는 내 손을 붙잡고 싶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