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utcast Writer of a Martial Arts Visual Novel RAW novel - Chapter (99)
무협 미연시의 오랑캐 글쟁이 (99)화(100/674)
Chapter 99 – 옥천표국 – 1
표국.
표국은 쉽게 말하면 무력을 가진 중원의 택배 회사다. 표사는 칼 든 택배원이고 표두는 표사 대장.
치안이 좋지 않은 무협 세계에서 물자나 인력을 이동하려면 수많은 위험에 노출될 수 있으므로, 운송업에는 무력이 필수였다.
무협지에서는 그 취급이 물건 털리고 주인공에게 해결해줘 외치는 수준부터, 과거에 합격하고도 관직보단 유명한 표사가 되겠다고 하는 위상을 가진 급까지 천차만별이었다.
‘나도 처음엔 표사나 쟁자수가 하고 싶었는데.’
무협 애독자로서 알거지가 된 후에 표국에서 일이나 할 수 있을까 찾아간 적이 있었다.
대충 물건들 힘만 있으면 칼 든 표사는 몰라도 짐꾼인 쟁자수는 시켜줄 줄 알았는데, 검은 머리 오랑캐는 서류전형부터가 컷이었다.
열심히 일해서 나중에 표국을 탈퇴했더니 표사들이 집착하는 쟁자수가 되었다 급 에이스가 되려고 했는데 나쁜 놈들. 너희들은 기회를 놓친 거야.
“이런 곳에서 그 유명한 옥천 표국의 표사분들을 만나게 뵈어 영광입니다!”
나는 주변의 무사들을 표사로 자신을 표두라고 소개한 남자에게 반가운 얼굴로 말했다.
“하하. 옥천 표국을 알고 있소?”
“표행에 있어서 표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그 어떤 위험에도 맞서며 약속한 기일을 확실히 지키는 매우 신의 성실한 표국이라 들었습니다.”
“정말 제대로 알고 있군! 오랑캐도 우리 표국의 위명을 들어볼 정도라니. 그동안 우리의 노고가 헛되지 않았어!”
“참으로 그런 거 같습니다. 표두님.”
표두는 다른 표사들과 시선을 교환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사실 너희들 몰라.
그냥 택배 회사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로 칭찬했을 뿐이야.
“그 유명한 옥천 표국 분들을 만났는데 아쉽게 되었습니다.”
나는 대박 판매 기회를 놓쳐 아쉬움이 묻어 나오는 영업직의 얼굴로 그들에게 말했다.
“어허. 어제 쟁자수가 구매해온 약 효과가 너무 좋아 표행 길에 지친 표사들을 먹이려고 했는데, 약이 떨어졌다니 아쉽게 되었군.”
표두는 진심으로 아쉬운지 우리 앞에서 탄식했다.
아쉬워하긴 일러요. 약이야 약재상 가서 만들면 되지만, 고의로 약이 없다고 말한 거거든.
내가 표사들의 호의를 사고 표사들은 목적을 이루지 못하게 만든 상황.
“꼭 지금 드셔야 하는 게 아니면 방법이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좋은 이미지로 다른 제안을 건네볼 수 있다.
“어떤 방법 말이요?”
“이곳의 약방의 약재가 떨어져서 약을 못 만들고 있을 뿐. 다른 마을로 이동한다면 표사님들에게 약을 만들어드릴 수 있습니다.”
“동행해서 약까지 만들어 주겠다고? 흐음.”
표두는 내 말뜻을 이해하고는 가는 눈초리로 나에게 의심의 시선을 보냈다.
당연한 행동이다. 중요 물품을 옮기고 있는 표행에 처음 보는 검은 머리 오랑캐가 약 만들어 주겠다고 동행하고 싶다고 한다? 의심이 안 갈래야 안 갈 수가 없다.
내가 시작부터 금칠한데다가 저들이 먼저 목적을 가지고 와서 이루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바로 거절하거나 칼을 뽑고 본심을 말하라고 하지 않는 것뿐.
‘이럴 때 쓸 수 있는 비장의 수가 있지.’
나는 못 쓰는 유전적 치트키가 말이다.
“하하. 저 같은 오랑캐 매담자가 어떻게 약을 만들겠습니까. 약은 여기 소저께서 만들어 주실 것입니다.”
나는 표두와 시선을 마주친 다음 고개를 돌려 그의 시선을 말없이 있던 당화린으로 안내했다.
“이분은……?”
보라색 머리에 초록 눈. 면사를 쓰고 있어 비밀스러운 여인. 거기에 약을 제조했다.
표두정도 되면 어떤 가문이 바로 연상될 것이다.
바로 이걸 활용해야지.
“사천당가의 당화린 소저이십니다.”
“사천당가! 처음 뵙겠습니다. 옥천 표국의 표두. 옥대암이라고 합니다.”
나에겐 자연스럽게 하오체 쓰더니 사천당가라니까 바로 자세 낮추는 거 보소.
하긴, 그럴 수밖에 없다. 무림세가. 그중에서도 부동의 1티어 사천당가니까.
무협에서 무림세가는 한 지역의 패자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들이다. 괜히 무림세가가 한 성에 하나밖에 없는 것이 아니다.
물론 무공은 구파일방에 비해 한 수 아래라고 평가받지만, 그들이 가진 재력이나 권력, 인맥 등은 상상을 초월한다.
현대로 치면 재벌가의 아가씨가 택배 회사 부장님 앞에 나타난 격일 것이다. 당연히 예의를 차려야지.
“…….”
당화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표두에게 가볍게 목례를 했다.
“하하. 당화린 소저께서는 낯을 많이 가리십니다.”
“이해하오. 그런데 내 견문이 짧아 당화린 소저의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군.”
표두는 당화린의 면사 너머를 슬쩍 보더니 이해한 눈치를 보이고는 나에게 물었다.
“이번이 강호 초출이라 그러실 수 있습니다. 혹시 당거호 대협은 들어본 적 있으신지요?”
“아! 사천당가의 당거호 대협은 들어본 적 있소.”
“당화린 소저의 스승이 당거호 대협이십니다. 소저께서는 가문에서 금지옥엽으로 자라오시다가, 그동안 공부한 약학을 사용하여 세상에 이로운 일을 하고 싶어 이번에 강호에 나오셨습니다. ”
“어허. 그래서 그 효능 좋은 약을 싸게 판 거였군. 좋은 일을 하시고 계십니다.”
표두는 당화린이 선행하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감탄한 얼굴로 당화린에게 가볍게 인사했다.
당화린은 엉거주춤 인사를 받고는 다른 사람은 티 나지 않게 이 병신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하는 시선을 보내왔다.
가만히 있어라.
내가 기름칠 잘해놓고 거기에 네 혈통을 사용하면 쉬운 길을 갈 수 있으니까.
“당화린 소저께서는 자신의 약을 찾는 사람이 헛걸음하는 걸 좋아하지 않으십니다. 마침 저희도 떠날 예정이었으니 다음 마을까지 동행하시는 게 어떠십니까?”
어때. 동행만 한다면 사천당가랑 작은 연이라도 생길 수 있는 길이야.
쉽게 거절하기 힘들지?
“당화린 소저. 정말이십니까?”
표두는 조심히 당화린의 동의를 구했다. 당화린은 마치 과묵하고 정숙한 여인처럼 남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어허! 정말 그래 주신다면 내 두 분을 옥천 표국의 손님으로 모시겠소.”
좋았어. 사람이 이래서 혈연, 지역, 학연을 사용해야 한다니까.
표두의 허락으로 우리는 의창과 가까운 마을로 향하는 표행에 손님으로 동행할 수 있었다.
———-
“정말 이래도 되는 거 맞아?”
당화린은 표물을 실은 짐마차 뒤 칸에 앉아 옆에 있는 나에게 얼떨떨한 어투로 말했다.
“틀린 건 뭐 있냐.”
“네가 말한 거 전부 사! ……기잖아.”
당화린은 살짝 언성이 높아지려다가 주위 사람들이 들릴까 봐 나에게만 들리게 황급히 목소리를 낮춰 속삭였다.
“넌 어제 내가 그렇게 말했는데 아직도 이해를 못 했냐.”
나는 시험 전날 족집게 과외로 알려주었는데, 다음날 선생님 까먹어서 문제 틀려버렸어요. 히히. 하고 웃는 학생을 보는 느낌으로 말했다.
“뭐가.”
“내가 아까 거짓말한 게 있어?”
“어……. 없나?”
“사천당가의 핏줄인 것도 맞고, 당거호가 스승인 것도 맞고, 성씨 ‘가문’에서 금지옥엽으로 자라온 것도 맞잖아. 혹시 이로운 일 때문에 그래? 구할 수도 없는 사천당가의 피로회복제를 그런 싼값에 파는 거면 충분히 이로운 일이잖아.”
“그렇긴 한데……. 내가 사천당가의 정식 가문원이 아니잖아.”
“야. 착한 소리는 그만해라.”
“뭐어?”
당화린은 내 질책에 살짝 화난 기색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네가 사천당가 놈들 때문에 그 꼴이 된 건데. 이름 좀 판 게 문제야? 내가 마음 같아선 이름 좀 파는 게 아니라, 사천당가에 쳐들어가서 당화린을 이렇게 만든 놈들 다 튀어나와! 하고 따지고 싶다.”
“지랄. 마음에도 없는 말은.”
어떻게 알았지.
“거짓말 같아?”
이럴 땐 오히려 당당하게 나와야지. 나는 뻔뻔하게 진지한 얼굴로 당화린에게 반문했다.
“어……. 진짜야? 그, 그런 거야?”
내가 당당한 태도로 답변을 안 하자, 당화린은 눈이 떨리더니 갑자기 내 시선을 피해 고개를 숙여버렸다.
고맙냐. 나도 네 혈통 팔아서 마차탈수 있어서 고마워.
“아무튼. 방금 내가 한 건 어제 약처럼 널 홍보했을 뿐이야. 그게 죄는 아니잖아. 그치?”
“응응.”
긍정해주려면 얼굴을 마주치고 해라. 왜 시선을 안 마주치냐. 뭐 이해해서 다행이긴 한데.
당화린의 불만이 사라지자 편안한 여행이 되었다.
—————
“정지! 정지!”
옥천 표국과 여행을 한 지 이틀. 갑자기 선두에서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지. 앞에 산사태가 일어나서 길이 막혔나.
“야. 강윤호. 조심해.”
당화린은 경계심 어린 태도로 주변을 살펴보며 나에게 말했다.
“무슨 일이길래.”
“크하하하하! 이거 어디서 표물을 들고 오나 했더니 옥천 표국이군!”
표행의 산이 떠나갈듯한 큰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표행의 뒤쪽에서도 칼 든 무사들이 등장하여 길을 막았다.
산적인가. 나는 짐마차에서 일어나 선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바라보았다.
어? 저 머리색은 설마.
“가까이 오면 바로 암기 남은 거 던질 테니까 넌 일단 가만히 있어.”
당화린은 품에서 얼마없는 암기를 챙기며 잔뜩 긴장한 얼굴을 했다.
그렇게 긴장 안 해도 되는 상황인데.
“너나 무기 내리고 가만히 있어.”
나는 대수롭지 않은 태도로 그녀를 진정시켰다.
“산적이잖아. 뭘 가만히 있어.”
“앞에 표사들을 봐라. 칼 꺼냈는지.”
나는 당화린이 주목하도록 칼 든 표사를 손으로 가리켰다. 표사들은 분명 긴장하고 허리춤에 손이 가 있는 상황이었지만, 칼은 아직 뽑고 있지 않았다.
“그러네. 왜?”
“선두에 나타난 산적 대장. 머리카락 색을 봐라.”
“머리색? 초록색인데. 어? 초록색은…….”
오래 씻지 않아 떡져있는 초록색 머리를 한 사람들이 선두와 후미에 몇 명씩 서 있다.
어처구니없는 설정이지만, 이 세계에서 산에서 칼 들고 나타나는 초록 머리들은 한 부류밖에 없다.
“그래. 녹림이다.”
녹림.
내가 그동안 만났던 산적들이 생계형 강도에 가까웠다면 저들은 기업형 무력 단체에 가깝다.
저들은 유동 인구가 많은 산에 산채를 세우고 길을 정비하며 온종일 상단이나 표국이 지나가길 기다린다.
사람들은 녹림이 무서워도 이 길이 아니면 돌아가야 하니까 울며 겨자 먹기로 통행료를 지불한다.
녹림도 어차피 줄 선 사람 많으니 상대가 반항하지 않으면 피를 보지 않고 통행료만 받고 보내준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유료도로당, 무림의 톨게이트다.
“흑호채의 부채주 아니십니까! 오랜만에 뵙는군요. 그동안 강녕하셨습니까!”
선두에 서 있던 표두는 마치 오랜만에 만난 무림 선배를 대하듯 부채주에게 인사했다.
“나야 잘 있었지. 자네 요새 바쁜가 보군. 얼굴 자주 보기가 힘들어. 하하하!”
“쟤네. 너무 친한 척하는 거 아니야?”
당화린은 표두와 부채주의 대화를 들으며 불만스러운 어투로 말했다.
“적대적 공생 관계니까.”
“적대적 공생?”
“녹림이 많아야 사람들이 표국에 의뢰하고, 표국은 그 돈으로 녹림과 친해져서 싸게 통행료를 내니까.”
“산적 새끼들에게 돈을 뜯긴다는 게 납득이 힘든데.”
“원래 세상 사는 게 그런 법이다.”
나도 말하면서 납득이 힘든 게 있긴 하다.
왜 이 세계에서는 녹림 간부급이면 초록색인 건데.
이 세계는 무공에 따라 가끔 머리색이 바뀔 수도 있다고 하지만 저건 너무 하잖아.
무슨 산적 새끼들이 단체로 한 학원 졸업해서 산적 취직하는 것도 아니고. 산에서 들키지 않기 위해 수렴진화라도 한건가.
“조금만 기다리면 길 열릴테니까. 느긋하게 앉아있자.”
내가 톨비를 내는 것도 아니고 동전을 옆에서 준비해줄 필요도 없다. 나는 짐마차 뒷칸에 다시 편안히 앉았다.
“통행료를 10배나 올리다니!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옥천표국! 전원 검을 들어라!”
망했네.
———————–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다. 쳐맞기 전까지는.
“강윤호! 내 뒤에 있어!”
당화린은 당황하여 나를 뒤에 세웠다.
“오랑캐 실드!”
나는 열심히 당화린 뒤로 날아오는 창이나 칼을 옥면호신공으로 막아내며 버텼지만,
“아아악!”
어디선가 날아온 창에 당화린 허벅지에서 피가 철철 흐르기 시작했다.
“흐흐흐. 웬 계집년이.”
그러자 간부급으로 보이는 초록머리 녹림도가 음흉한 목소리를 내면서 당화린에게 칼을 휘두르려고 했고.
“오랑캐 펀치!”
“크악!”
나는 그동안 연습한 보법으로 단번에 발바닥에 있는 용천혈에 내공을 터트려 급가속. 방심한 녹림도의 턱주가리를 날려버렸다.
“당화린! 괜찮아?”
“어, 어어.”
“쟁자수 살려!”
“천표사가 칼에 맞았다! 도와!”
“안돼!”
망했네. 옥천표국 표두의 결정은 최악의 악수였다. 기다렸다는 듯이 숲에 숨어있었던 수많은 녹림도 들이 나타나, 쟁자수와 표두를 너무나도 손쉽게 제압하기 시작했다.
“야! 업혀!”
나는 최대한 침착하게 당화린의 허벅지를 천으로 묶어 지혈하고 당화린에게 등을 내밀었다.
“시발! 어떡하게!”
“산적 새끼들 별로 없는 쪽으로 달릴 테니까. 넌 남은 암기 남김없이 써!”
“알았어!”
당화린은 내 너른 등에 업히더니 내 목을 꽉 껴안았다.
와. 느낌 뭐야. 등에서 느껴지는 압도적인 부위의 중량감에 사고가 잠시 정지했다. 이럴 때가 아니다.
일어나서 달려야 해.
“합체 완료! 화린호 가자!”
당화린과 강윤호가 합쳤으니 화린호다.
“아까부터 계속 뭐라는 거야. 진짜.”
당화린은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말을 했지만, 그걸 신경 쓸 내가 아니었다.
무림에 적응한 튼튼한 강윤호의 발!
움직이는 이동포대 당화린의 손!
최적의 루트를 계산하는 강윤호의 머리!
사고 시 에어백급으로 부상을 방지하는 당화린의 푹신함!
옛날 로봇 애니였으면 엔딩즈음에나 나올법한 완벽한 합체폼이다!
“가즈아아아아아.”
우리는 녹림도가 가장 없는 곳으로 내달렸고.
“저 연놈들 잡아!”
“넵!”
바로 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