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1)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1화(1/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1화
“도경 씨, 나 좀 봐.”
“예? 예…….”
유성투자증권 성남지점의 아침은 늘 똑같은 모습으로 시작되었다.
엉덩이가 무거운 지점장이 직접 창구로 나와 한 직원을 데려가는 모습에 주변 직원들은 으레 있어왔던 일인 양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고 제 할 일을 하기 바빴다.
“어제 상품 계좌 몇 개 텄어?”
지점장의 목소리엔 짜증이 가득했다.
도경은 날마다 자신을 불러 짜증을 내는 저 사람도 아침부터 저러고 싶겠냐고 순진하게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두 개 개설했…….”
“아휴, 본사에서 내려온 올해 1인 일임형 상품 할당량이 몇 개라고 했어?”
도경의 답이 끝나기도 전에 지점장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도경의 말을 끊어왔다.
“50개입니다.”
“보자, 어제 두 개 팔았다고 했으니까 도경 씨는 아직도 40개가 넘게 남았네? 다른 직원들은 벌써 20개 넘게 팔고 있는데 도경 씨는 왜 이렇게 적을까?”
“그게…….”
“고객들이 거절한다, 고객이 원하지 않았다, 창구를 찾아오는 고객들이 관심이 없다.”
지점장은 도경이 할 변명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쉴 새 없이 말을 뱉어냈다.
“이런 답은 피해야겠지? 다른 직원들도 똑같은 환경에서 판매량을 달성한 거니까.”
“…….”
도경은 말문이 턱하고 막혔다.
애당초 도경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도경은 이제 익숙해질 때도 된 것 같았는데 오늘따라 유난히 지점장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듣기 싫어졌다.
“……고객께 여러 가지 상품을 비교해 가며 설명해 드렸습니다.”
“비교를 한다고? 장점만 얘기해 주면 되잖아! 장점만!”
한참을 망설이던 도경은 두 주먹을 꽉 쥔 채로 그간 생각해 왔던 말들을 지점장을 향해 뱉어내기 시작했다.
“장점을 설명해 드려도 고객께서는 탐탁지 않아 하십니다. 직접 투자와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는 고객께 일임형 상품을 권하는 건 고객을 위한 게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막말로 원금이 보장되는 안전한 상품에 가입하려는 사람들은 여기 유성증권의 창구가 아닌 은행이나 보험사 창구로 향할 것이다.
고객으로서는 주거래 은행에 투자 상품을 만드는 것이 더 이득이 클 테니까.
요즘같이 온라인으로 주식투자를 할 수 있는 시대에 수고를 무릅쓰고 증권사 창구까지 찾아오는 것은 온라인 업무와 투자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고객들의 성향은 무시한 채 지점장은 실적을 위해 밀어내기식 영업을 하라고 지시해 왔다.
“……뭐라고?”
지점장은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어 도경을 향해 다시 물었다.
평소 자신이 질책하면 그저 고개를 숙이고 죄송하다고 말하던 도경이 오늘은 무엇을 잘못 먹었는지 제 말에 반박해 오고 있었다.
“이봐, 윤도경 씨.”
“네, 지점장님.”
도경은 고개를 들고 지점장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도경 씨가 생각할 건 고객이 아니라 회사라고, 회사!”
“…….”
“도경 씨 여기 들어오기 전에 선진이니 태산증권이니 이력서 넣었다가 탈락했다고 했지?”
지점장이 아픈 곳을 찔러오자 도경은 아무런 대꾸를 하지 못했다.
“여기저기 증권사에서 탈락한, 그저 그런 학벌을 가진 도경 씨를 우리 유성에서 뽑아줬으면 회사에 충성을 다해야 하는 거 아닌가?”
“…….”
“왜 아무 말이 없어? 아니야?”
“……맞습니다.”
“그런데 도경 씨는 왜 그런 태도로 일을 하는 거지? 나도 매일 아침 도경 씨를 불러서 이렇게 말하는 게 쉬운 일인 줄 알아?”
지점장의 특기인 어르고 달래기가 나왔다.
도경은 처음에는 지점장이 자신을 위해서 이런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윤도경 그놈 일은 정말 잘하는데 사회생활을 너무 못해. 얼른 내보내야지.’
‘조카분은 아직 준비 중이십니까?’
‘그래, 윤도경이 빨리 나가야 조카를 추천하든 뭐든 할 텐데…….’
의도치 않게 화장실에서 지점장의 속마음을 들은 적이 있었고, 지점장은 자신을 위해준 것이 아니라 정말 쫓아내기 위해 괴롭히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죄송합니다.”
도경은 지점장에게 덤벼봐야 그에게 좋은 일만 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고는 꼬리를 내렸다.
“죄송해야지! 도경 씨가 매달 받고 있는 월급은 사회 초년생들이 받고 싶어 하는 월급인데! 어쨌든 이달 말까지는 판매량 유의미하게 늘려와! 알았어?”
“……예, 알겠습니다.”
“나가봐.”
도경의 반란은 보기 좋게 제압당했고, 지점장의 축객령에 도경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지점장실을 빠져나왔다.
“괜히 들이받았나.”
마음 한편으로는 속이 시원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냥 처음부터 고개를 숙이고 죄송하다고 말할 걸 그랬나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자신은 그저 하루살이와 같은 증권사 창구 업무 직원일 뿐이었다.
지점장의 말마따나 도경 자신이 아니더라도 이 자리에 올 사람들은 줄지어 서 있었고, 이곳을 나가봤자 갈 곳이 없는 인생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불법 영업은 할 수 없으니까.”
지점장의 말대로 장점만 부각하고 상품을 판매한다면, 그건 불완전판매였다.
불완전판매는 위험성을 모두 얘기해 주고 고객이 이 상품을 투자하는 게 적절한지 말해주지 않아 생기는 문제였다.
도경은 고객보호의무를 저버리고 밀어내기식 상품 가입은 권유하고 싶지 않았다.
“정신 차리자.”
마음을 다잡은 도경은 언제 그랬냐는 듯 영업용 미소를 얼굴에 장착하고는 자리에 앉아 버튼을 눌렀다.
딩동-
알림 소리와 함께 한 노인이 도경의 앞으로 다가왔고, 도경은 미소와 함께 인사를 했다.
“아버님, 어서 오세요. 오랜만에 오셨네요?”
“요즘 수익률 좋은 상품이나 종목 뭐 있어?”
“일임형 상품으로 알려 드릴까요?”
“일임형?”
“네. 전문가가 엄선한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짜서 운용해 드려요.”
“……음.”
도경의 말에 노인은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고,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노인을 향해 입을 열었다.
“아버님이 지난번에 오셨을 때 상품보다는 그냥 주식만 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맞으실까요?”
“자네는 어떻게 그걸 다 기억하나? 매번 올 때마다 무서울 정도로 기억을 잘하는구먼.”
“그럼 이 상품은 별로 마음에 안 드실 수도 있어요. 기대수익률도 낮고 직접 투자하는 맛이 없어서요.”
노인은 자신이 직접 종목에 투자하는 걸 재미있어하고, 고수익을 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에잉, 그럼 됐어. 우리 손주 줄 건데 적어도 시장수익률은 나오는 상품이어야지.”
도경은 고수익을 원하는 고객에게까지 기대수익률이 낮은 상품을 팔고 싶지 않았다.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파는 것은 불완전판매와 다를 바 없었다.
강매식으로 떠넘기다 보면 결국 피해는 고객이 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럼 종목으로 가셔야죠.”
“그렇지? 미래전자 지금 호가 얼마야?”
노인의 물음에 도경은 재빠르게 컴퓨터를 조작해 주가를 확인했다.
“44,000원이네요.”
“그럼 미래전자 주식 44,000원에 2,500주 사줘. 우리 손자 물려줄 거야.”
“잘 선택하셨어요. 통장 가져오셨죠?”
“여기.”
도경은 노인이 건넨 통장을 받아 노인이 원하는 주문을 체결해 주었다.
“미래전자 주식 44,000원에 2,500주 1억 1천만 원에 체결해 드렸습니다.”
“고마워.”
“다음에 또 찾아주세요. 감사합니다.”
* * *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피터 브라운이 오늘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피터 브라운은 29년간 자산운용사 블랙세일즈의 대표 펀드인 ‘글로벌 다이내믹’ 펀드를 운용하며 12,000%라는 경이적인 누적수익률을 올린 월가의 전설…….]다음 날 아침.
열 평 남짓한 도경의 월세방에는 TV 뉴스 소리가 흘러나왔다. 출근 준비를 하던 도경은 잠시 TV 화면에 집중하고 있었다.
“며칠 전부터 은퇴한다는 루머가 돌더니……. 진짜였네.”
TV에서는 월가의 전설이라 불리는 피터 브라운의 은퇴식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도경이 중학생이었을 때, 우연히 TV에서 그의 강연을 본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월가의 전설이라 불렸던 피터 브라운의 강연은 순진했던 중학생을 증시에 빠지게 했다.
‘투자란 철저한 분석을 통해 원금을 안전하게 지키면서도 만족스러운 수익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투기다.’
강연에서 들었던 투자의 본질을 설명하는 그의 한마디가 어린 도경의 호기심에 불을 댕겼고, 도경은 그날로 피터 브라운이라는 사람과 주식에 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피터 브라운이었지만, 점점 주식시장과 금융계가 돌아가는 시스템에 매료되었다.
‘기업의 가치를 남들보다 먼저 알아낼 수 있는 곳.’
‘숫자로 세계의 정세를 알 수 있는 곳.’
‘그 어디보다 빠르게 정보가 도는 곳.’
주식시장은 그런 곳이었다.
남들보다 빠르게 성장할 기업을 찾아내고, 그런 기업의 가치를 알아보는 곳.
“같이 일해보고 싶었는데 말이야.”
도경은 TV 화면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피터 브라운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와 함께 일하는 것은 도경에게 꿈이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전설적인 펀드매니저의 발치에 닿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
“좀 더 열심히 할 걸 그랬나.”
하지만 도경의 관심사는 오직 경제와 투자에 치중되었고, 학업성적이 그다지 좋지 못해 지방 거점의 국립대학교 경제학과를 겨우 졸업했다.
그래도 도경은 포기하지 않고 증권사에 펀드매니저로 입사하기 위해 필요한 각종 자격증을 따고 증권사의 문을 두드렸지만, 도경을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현실에 좌절한 것도 잠시, 끈기 있게 도전해 대한민국 3위의 증권사인 유성증권의 창구 업무 담당으로 입사하게 되었다.
“점점 멀어졌지만 말이야.”
창구 업무와 펀드매니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도경은 점점 목표인 피터 브라운과 멀어졌지만, 그래도 증권가에 발을 걸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했고, 열심히 했다.
지점장과의 마찰쯤은 도경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내 정신 좀 봐, 얼른 출근해야지.”
넋 놓고 TV를 보다 감상에 빠져 있던 도경은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차리고는 출근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지이잉-
한창 출근을 준비하며 대충 책상 위에 던져놨던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고, 도경은 휴대전화를 들어 올려 화면을 확인했다.
【귀하는 VIP 서비스 회원으로 당첨되셨습니다.】
【좋은 투자정보 드리겠습니다.】
【종목: 지원오토텍】
【오늘은 맛보기일 뿐입니다.】
【내일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어휴, 요새 진짜 극성이네.”
최근 주식시장에 관한 관심이 커지며, 일명 ‘주린이’들을 울리는 불법 주식 리딩방 문자였다.
제도권에 등록되지 않은 이런 유사 투자자문업체가 주식 종목을 추천하며 회원을 모집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었다.
피해를 보더라도 구제받을 길이 전혀 없었다.
“나는 주식투자가 불가능한 몸이라고.”
증권사 직원의 주식 거래에 대해서는 회사에 보고하도록 자본시장법에 정해져 있었다.
이 법에 더해 도경의 회사인 유성투자증권은 아예 자사주를 제외하고는 주식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내부 규정을 엄격하게 정해두었다.
증권사 직원이 중요한 거래 정보나 시장 정보를 활용해 자기 수익을 추구하는 행위가 여러 부작용을 낳았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바쁜데 스팸 문자야.”
도경은 메시지가 온 전화번호를 차단하고, 휴대전화를 대충 던져놓고는 재빠르게 출근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 * *
“안녕하세요.”
“어, 도경 씨 좋은 아침. 오늘은 늦었네?”
매일같이 일찍 나와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도경이 늦자 옆자리에 앉은 선배가 놀랍다는 듯 물었고, 도경은 무안한 듯 웃으며 입을 열었다.
“늦잠 잤어요.”
“난 또, 지점장 피해서 늦게 온 줄 알았네.”
“하하, 그것도 맞고요.”
도경이 익살맞게 한쪽 눈을 윙크하며 말하자 옆자리에 앉은 선배는 씩 웃었다.
“좀 지랄 맞긴 해? 그치?”
도경은 대답 대신 미소로 답했다.
저런 질문엔 함부로 대답하지 않는 게 좋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오늘 지점장 본점 들어가서 안 오니까 걱정 붙들어 매.”
“앗, 정말요?”
“그래, 오늘 뭐 황인용 부사장 만나러 간다나?”
선배는 그렇게 말하고는 업무를 준비했고, 도경 또한 자리를 정리하고는 업무 준비를 시작했다.
“오늘 장은 좋은데 고객 방문은 적네?”
두 시간 후, 주식시장이 시작되었음에도 지점을 찾는 고객이 적자 선배들은 서로 모여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도경은 일에 집중하는 척하며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장이 좋을 때는 원래 적잖아.”
“맞다. 맞아.”
장이 좋을 때는 지점을 찾아 상담하는 고객도 적었고, 주식에 대해 걱정하는 고객도 적었다. 장이 좋지 않을 때 지점은 바짝 경계해야 했다.
본사 리서치센터에서 발간한 리포트를 보고 주식을 샀는데 왜 주가가 내려가냐며 따지는 고객부터 펀드 수익률이 낮은데 책임질 거냐고 찾아와 따지는 고객까지.
일선에 있는 창구 직원들은 늘 장이 좋기만을 바랐다.
“이거 한동안 안 움직이더니 오늘 장초에 상한가를 쳐버리네?”
“뭐?”
“지원오토텍. 얼마 전에 너무 내려서 판다는 고객님이 있었거든.”
선배들의 대화에서 들려오는 종목을 듣던 도경은 순간 흠칫했다. 도경은 재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니터에 지원오토텍의 주가와 차트가 뜨자 도경의 두 눈은 한참이나 화면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본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기업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만들어진 허구임을 밝힙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0-28
정가 : 비매품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이 책은 KWBOOKS가 저작권자와의 계약에 따라 전자책으로 발행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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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