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102)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102화(102/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102화
“대표님, 왜 실사를 다시 하자고 하는 겁니까?”
일주일 후, 심각한 표정으로 혼잣말을 하며 사무실을 돌아다니고 있는 허준수에게 트라이브의 이사가 다가와 물었다.
“KFSG 측에서 우리 재무제표가 부실하다고 얘기해 오고 있답니다.”
이사의 물음에 걸음을 멈춘 허준수는 미간을 찌푸리며 답했다.
이사는 자신과 창업 당시부터 회사를 같이 운영한 팀원은 아니었다. 초창기 멤버들은 지금 전부 트라이브를 떠나고 없었다.
이사는 후발로 트라이브에 합류한 멤버로 허준수 본인이 플랫폼 개발에서 손을 뗀 이후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현재의 트라이브의 위상을 만드는 데 크게 공헌한 인물이었다.
허준수가 가장 믿고 곁에 두는 사람이었다.
“재무제표요?”
“네. 저쪽에서는 우리 회사를 사서 바로 기업공개에 들어가야 하는데, 아마추어 같은 재무제표로는 안 된다고 합니다.”
허준수가 그리 말하자 이사의 표정은 급격하게 굳어갔다.
“그럼…….”
“KFSG 측의 회계전문가들이 지난 우리의 회계를 다시 정정하고, 그 이후 매각 가격에 대해 협상하자고 하는군요.”
“일단 틀어진 건 아니네요.”
이사는 다행이라는 듯 답했다.
“하지만, 가격을 후려치려는 속셈일 수도 있습니다.”
허준수는 그런 안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얘기했다.
“대표님의 말씀을 잘 알겠습니다만, 어쨌든 실책은 우리 쪽에 있는 거 아닙니까?”
“실책이라니요.”
“사실 재무제표에 그림을 그린 것도 우리니까요.”
이사의 말에 허준수는 다시 한번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꾹 다물었다.
KFSG 같은 프로들이 자신들의 재무제표를 보면 당연히 알아차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간 재무제표상 고정비를 동결한 것은 사실이니까.
하지만, 변명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IT 기업의 개발비는 즉, 인건비였다.
특히나 스타트업의 인건비는 대부분 회사의 지분을 주는 스톡옵션 계약이 많다는 것을 저쪽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KFSG에 있는 선배님을 만나신 거 아닙니까?”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 하는 부분도 그겁니다. 그때 그 선배는 이런 스타트업의 재무제표를 이해한다고 했습니다. 어차피 우리 회사를 사업성만 보고 사는 거라고요.”
허준수는 자신이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던 이유를 얘기했다.
“솔직히 우리 같은 스타트업이 없겠습니까? 업계 모두가 고정비용을 동결하는데, 우리에게만 너무 가혹하게 구는 것 같아 당혹스럽네요.”
“뻔하지 않습니까? 실제로 인수하고 싶으니 가격의 협상을 유리하게 가져가려는 속셈이죠.”
이사의 말에 허준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자신이 엑시트를 준비한다는 얘기를 어디서 들은 것인지 엑시트에 성공한 선배들은 금융계 인간들을 제일 조심하라고 했다.
그들은 눈 뜨고 코 베어 갈 인간들이라고.
“그런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실제로 맞닥뜨리니 당황스럽네요.”
“그래도 모르는 것도 있지 않습니까?”
이사의 말에 허준수는 놀란 표정으로 조용히 하라는 듯 검지를 코에다 가져다 댔다.
“누가 듣습니다.”
“누가 듣습니까? 그리고 그때의 개발 인원들은 소수였고, 지금 회사에 아무도 없습니다.”
“업계는 좁습니다.”
“좁은 소문이 퍼지기 전에 우리는 엑시트를 하겠지요.”
이사는 마치 둘의 목적은 회사를 팔아넘기는 것이라는 듯 얘기해 왔고, 허준수는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멈추라는 건…….”
“네, 지금은 서버상에 있던 BOT들의 존재를 모두 지웠습니다. 제가 직접 관리해 왔던 거니 아무도 모를 테고요.”
“다행이네요. 그럼…….”
지이잉-
이사와 한창 얘기를 하던 허준수의 휴대전화에서는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고, 허준수는 이사를 향해 조용히 하라는 듯 손을 들어 올리고 전화를 받았다.
“예, 한 매니저님. 허준수입니다.”
-…….
“아이고……. 저희도 유성의 돈은 정말로 필요한 투자금인데 혹시 생각을 바꾸실…….
-…….
“고객의 생각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요. 네네. 이달 말까진 기회가 열려 있으니 혹시라도 고객님의 생각이 바뀌신다면 다시 연락해 주십시오. 말씀드렸듯 인수 협상이 잘되어가고 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들어가십시오.”
허준수가 전화를 끊으며 한숨을 내쉬자 이사는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유성투자증권입니까?”
“네. 저번에 실사를 나왔던 자산관리 매니저인데 고객이 우리 회사 투자를 원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어떡하죠? 이번 달 말에 당장 초기 투자자금을 돌려줘야 하는데요.”
이사의 물음에 허준수는 가만히 서서 고민하다 이사를 바라보았다.
“어쩌겠습니까? 다른 쪽을 찾아봐야죠. 그건 내 일이니까 나만 믿으면 될 것 같습니다.”
허준수의 말에 이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허준수가 저렇게 말한 이상 어떻게든 투자금을 확보해 왔으니까.
자신이 이곳으로 합류를 한 이유도 신기하리만치 투자금을 잘 가져오는 대표 허준수의 존재 때문이었다.
“일단 이 일은 내게 맡겨…….”
지이잉-
“오늘 전화가 왜 이렇게 많이 오는지…….”
푸념을 하며 발신 번호를 확인한 허준수는 재빨리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네, 선배님. 허준수입니다.”
허준수는 누가 보지도 않는데 두 손으로 전화를 받들며 공손한 태도로 전화를 했다.
“네? 선배님. 그게 무슨…….”
-…….
“저희는 당연히 재무제표에 관한 요구도 협조해 드리려고……. 선배님, 선배님!”
허준수는 화면을 확인하고는 전화가 끊어졌다는 걸 확인했다.
“무슨 일입니까?”
다급해 보이는 허준수의 태도에 이사는 물었지만, 허준수는 들리지 않는 듯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뚜루루-
상대는 전화를 받지 않으려는 듯 통화 연결음이 계속되었다.
-고객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이……익!”
허준수는 전화기를 사무실 한쪽으로 던져 버리고는 씩씩거리며 이사를 바라보았다.
“KFSG 측에서 인수 협상을 없던 것으로 하겠다고 알려왔습니다.”
허준수의 말에 이사의 표정은 급속도로 굳어갔다.
* * *
“변동성이 너무 커서 지금은 현금을 쥐고 관망하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일주일 후, 도경은 여느 때와 같이 장 마감 이후 고객들과 전화를 하며 시장에 관해 브리핑하고 있었다.
“네네, 확실한 모멘텀이 나오고 매수를 해도 괜찮을 때 제가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최근 들어 미국의 긴축속도가 빨라지며 우리나라와 같은 신흥국 시장에 엄청난 타격을 주고 있었다.
“아, 저점을 잡겠다는 말씀을 드리는 게 아닙니다. 그저 지금은 너무 시장의 방향성이 어지러워서요. 투자하기 옳은 타이밍이 아닌 것 같습니다.”
도경은 시장이 어느 정도 방향이 정해진 이후 투자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고객을 설득하는 게 최근 일과였다.
“네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네, 들어가십시오.”
오늘의 과제를 모두 끝낸 도경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모든 것이 변함없는 일상이었다.
아니, 단 하나.
그날 이후 도경과 한다현의 사이는 예전과 같지 않았다.
‘제 일은 여기까지입니다. 남은 건 다현 씨의 선택뿐이죠.’
그날 자신이 그렇게 얘기하고 나온 다음 날부터 한다현은 마치 자신을 피하는 것만 같았다.
도경은 자신이 괜한 오지랖을 부렸나 생각하며 자책하기도 했지만, 결론은 자신은 할 일을 했을 뿐이라 생각했다.
‘결국엔 우리를 믿고 돈을 맡긴 고객의 자산을 보호했으니까.’
한다현은 도경의 말을 잘 이해한 것인지 고객을 설득해 트라이브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도록 설득했다.
그리고 고객은 다행히도 한다현의 말에 따라 트라이브에 대한 투자 의견을 철회했다.
‘다행이야.’
고객뿐만 아니라, 한다현에 대한 자신의 눈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한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했다.
도경은 그날 한다현에게 말한 것처럼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실수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그 사람의 본질이 정해진다고 믿고 있었다.
도경 자신과 부딪혔던 선진증권의 이동혁 또한 자신의 판단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도경의 손을 들어주었던 그것처럼.
모든 것은 결국 그 이후의 행동이 그 사람의 본질 그 자체를 가리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다현 씨도…….’
한다현 또한 더 큰 피해가 나오기 전에 올바른 선택을 했다. 그녀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확실하게 도경에게 보여주었다.
“퇴근합시다.”
도경이 이런저런 고민을 할 때 어느덧 시간은 퇴근 시간이 되었고, 팀장인 서정환은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나섰다.
하나둘 팀원들이 떠나자 도경은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사무실 한편에 있는 한다현의 자리를 바라보았다. 그녀도 사무실을 떠날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다현 씨, 오늘 고생 많았습니다.”
도경은 돌아오지 않을 인사란 걸 알았지만, 그렇게 인사를 하고는 돌아섰다.
“도경 씨.”
그때, 도경의 귓전을 때리는 한다현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도경은 놀란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잠시 커피라도 한잔하실래요?”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좋습니다.”
도경이 승낙하자 두 사람은 센터 한편에 있는 휴게실로 들어왔다.
한다현은 커피를 두 잔 내려 도경의 앞에 내려놓고는 자리에 앉았다.
“저는 다 이해합니다. 다현 씨가 얼마나 힘드셨을지……. 그런데도 다현 씨는 바른 선택을 하셨어요. 저는 그게 정말 다행이라고…….”
도경은 한다현이 아무런 말을 하지도 않았는데 마치 변명하듯 말을 쏟아냈고, 그 모습에 한다현은 ‘풉’ 하며 웃었다.
“도경 씨는 재밌어요.”
“네?”
“일에 관련된 얘기는 정말 날카롭거든요. 그런데 일 외적인 부분은 너무 허둥대요.”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멋쩍은 듯 코를 훔쳤다.
“지금도 저는 정말 아무렇지 않은데…….”
“그런데 며칠간 왜 제 인사를 피하셨어요?”
도경은 작심한 듯 한다현을 향해 물었다.
“……그게.”
“화나셨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아뇨. 부끄러워서 그랬어요.”
“네?”
도경은 당황스럽다는 듯 되물었다.
“부끄러웠다고요.”
“아니, 그게 부끄러울 일이 아닌…….”
“저는 부끄러웠어요. 동기가 좀 잘난 사람이어야지.”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입을 꾹 다물었다.
“도경 씨가 너무 뛰어나니까. 저도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늘 있었어요.”
단 한 번도 내색한 적 없던 그녀의 말에 도경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만약 자신이 같은 상황이라면 혼자서 심적 압박을 받았을 것 같았다.
“그런데 내가 잘 안다고 자랑했던 스타트업 관련 부분에서 그런 문제를 내가 아닌 도경 씨가 알아차린 거니…….”
“그건…….”
“저는 그게 업계의 당연한 관례라는 말로 넘기려고 했어요. 그거 자체가 제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는지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한다현은 ‘자신이 잘 아는 분야니까, 그런 문제쯤은 업계에 깔린 부분이니까’라는 말들로 시야가 좁아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의 본질은 스타트업 전문가가 아니라, 고객의 돈을 관리하는 자산관리 매니저였던 거죠.”
“…….”
“그렇게 생각하니까 제 눈을 가리고 있던 것들이 하나둘 보이더라고요.”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을 들었다.
“저는 말로만 프로라고 했지. 실상은 내가 뭐 하는 사람인지도 모르는 사람이었던 거예요.”
“아닙니다. 다현 씨는 이번에 충분히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저에게 보여주셨어요. 존경스럽습니다.”
자신이 틀렸음을 인정하는 일은 생각보다 꽤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한다현은 현실을 부정하지 않고, 바로잡을 용기를 냈기 때문에 도경은 존경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존경까지는……. 도경 씨에게 참 고마워요.”
한다현은 피식하고 웃으며 도경에게 얘기하기 시작했다.
“부끄럽기도 하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깨닫느라 늦었어요. 고마워요.”
“아닙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다현 씨가 정말로 큰일을 했다고…….”
“그래서, 저는 이제 회사를 떠나려고 해요.”
이어지는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말하던 것을 멈추고는 두 눈을 크게 뜬 채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0-31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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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