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103)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103화(103/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103화
“다현 씨, 그동안 고생 많았습니다.”
보름 후, 테헤란 밸리에 위치한 한 식당에는 유성투자증권 리더스 센터 자산관리 3팀의 팀원들이 옹기종기 앉아 한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팀장인 서정환의 말에 한다현은 미소를 지었다.
“팀장님께 그동안 감사드려요. 갑작스레 회사를 떠나겠다고 말씀드렸을 때 솔직히 잡아주셔서 기뻤습니다.”
도경은 그렇게 말해오는 한다현을 바라보며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한다현과의 첫 만남은 예상치 못하게 좋은 동료를 만나 지난 1년간 즐겁게 일을 했다.
하지만, 좋은 만남은 늘 그렇듯 예상치 못한 이별로 다가왔다.
“제가 아직 이곳에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거든요.”
한다현의 말에 도경을 제외한 팀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이런 풍경이 익숙한 것 같았다.
업계가 좁아 인재는 한정적이었고, 잘난 사람들은 회사를 떠나 더 좋은 대우를 받고 가기도 했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이런 헤어짐은 안타깝긴 했지만, 상대를 위해 축하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있는 듯했다.
하지만, 도경은 아직 그런 자세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듯 혼자 울상이었다. 도경에게 있어서는 이런 식의 이별은 처음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다현은 맞은편에 앉아 울상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도경을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리더스 센터로 와서 처음으로 만난 동료, 그리고 선배님들이 여러분들이어서 저는 참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말하는 한다현의 눈가는 어느새 촉촉해졌다.
“언제나 고객들을 만나면 어떤 자세여야 하는지 알려주셨던 팀장님, 그리고 언제나 저를 응원해 주셨던 두 선배님.”
한다현의 말에 팀장인 서정환과 팀원들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제게는 정말 누구보다 큰 힘이 되어주었던 동기. 도경 씨.”
한다현은 도경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정말 고마웠습니다. 지난 1년간의 제 경험은 어디에서도 얻지 못했을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다현 씨가 가는 곳을 듣고 처음에는 말리고 싶었습니다.”
서정환은 안타깝다는 듯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적어도 다현 씨가 이 업계에 계속 있을 줄 알았거든요.”
“저도 많은 고민을…….”
“아, 아쉬워서 한 말입니다. 다현 씨는 업계에서 원앤온리(One & Only)가 될 수 있다고 봤거든요. 스타트업 전문가로서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결정을 응원합니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요.”
기실 한다현이 유성투자증권을 떠나 향하는 곳은 증권가가 아니었다.
도경은 아직도 한다현에게 행선지를 듣던 그 날이 떠올랐다. 적잖이 놀란 결정이었다.
“사실 이전부터 스타트업은 어떻게 돌아갈까 하는 고민이 많았어요. 물론 스타트업들은 투자를 받아야 하기에 꽤 많이 자신들을 공개하지만, 내부의 분위기는 외부인인 제가 알기는 힘드니까요.”
한다현은 자신이 이직을 결정한 배경을 얘기하고 있었다.
“그래서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스타트업을 경험해 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와중에, 마침 제 모교가 있는 실리콘밸리에서 좋은 제의가 왔어요.”
한다현은 실리콘밸리에 있는 유명 대학교를 나왔다. 당연히 그녀의 네트워크는 도경이 상상하는 것보다 더 넓고 깊을 것이다.
“외부에서 투자를 받기 위해 투자자들을 설득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고요.”
어쩌면 한다현에게나 새로 시작하는 스타트업에게나 서로 윈윈이 되는 제의였다.
스타트업 내부구조를 궁금해하는 한다현과 투자자들에게 투자를 받기 위해 투자업계에서 몸담았던 사람이 필요한 스타트업.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원히 증권가를 떠나는 것은 아니니까요. 앞으로 제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저도 모르겠지만, 제가 이직하는 회사의 끝은 봐야겠죠.”
도경은 그날 혹시 자신 때문에 이직을 선택한 것이냐는 물음을 던진 적이 있었다.
그 물음에 한다현은 바보 같은 물음이라는 듯 크게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로지 한다현 자신을 위한 선택이니 응원해 달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안타까웠지만, 동료를 위해 도경은 한 가지 약속을 받은 후 그녀의 결정을 응원해 주었다.
“그리고, 그 이후 다시 돌아올 거예요. 이곳 테헤란 밸리든 아니면 여의도든…… 한국으로요.”
도경은 언젠가 다시 한번 같이 일하자고 제의했고, 한다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약속했다.
언젠가는 도경과 함께 팀을 만들고 싶다고, 그때 자신이 찾아왔을 때 팀을 꾸릴 만한 위치에 있어달라는 요구도 해왔다.
도경은 그녀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두 사람은 서로 각자의 길에서 열심히 해, 언젠가 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뛰어난 팀을 만들자고.
“그러니까 다시 돌아오거든 모른 척하시면 안 돼요.”
한다현은 팀원들을 향해 말했고,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돌아오기만 하세요.”
단 한 사람 도경만이 그녀의 말에 진심으로 답했다.
“하하하, 윤도경 씨가 오늘 유난히 진지하네요.”
서정환은 그런 도경의 모습이 새롭다는 듯 얘기했다.
“동기가 떠나서 그런가 봅니다.”
다른 선배마저 그리 얘기하자 한다현은 미소를 지으며 도경 씨를 바라보았다.
“진심으로 고마워요.”
한다현은 도경을 향해 그리 말했고,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다현 씨에게 고마운 게 참 많습니다. 부디 다시 만날 그날까지 몸 건강하세요.”
“저랑 연락 이제는 안 할 사람처럼 얘기하시네요.”
비장한 도경의 모습에 한다현은 놀려주고 싶다는 듯 토라진 말투로 말했고, 도경은 당황한 듯 양손을 저었다.
“그럴 리가 있습니까? 언제든 다현 씨의 전화는…….”
“하하하.”
허둥대는 도경의 모습에 자리에 있는 팀원 모두가 크게 웃었고, 한다현 또한 ‘풉’ 소리를 내며 웃자 도경은 자신이 당했다는 걸 느끼고는 부끄러운 듯 뒤통수를 긁적였다.
“자, 새 출발 하는 다현 씨를 응원하며 잔을 듭시다.”
서정환의 말에 모두가 잔을 들어 올렸다.
“한다현을 위하여.”
“위하여!”
서정환의 선창에 모두가 크게 외치자 한다현은 환하게 웃으며 잔을 부딪쳤다.
“우리 3팀 모두의 미래를 위하여!”
3팀의 모두는 그날 그렇게 회포를 나누며 한다현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 * *
“이야, 강 대표가 웬일이야.”
한편, 유성투자증권 본사 대표실.
유성투자증권의 대표 심주원은 자신을 찾아온 손님을 맞이하며 환하게 웃었다.
“선배님, 무탈하셨습니까?”
“아이고, 내 처지를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나.”
심주원은 상대의 인사를 받으며 자신의 머리를 내밀고는 두 손으로 머리의 한 곳을 보여주었다.
“여기 보이지? 내 이 나이에 원형탈모라는 게 생겼어.”
“하하하, 그래도 얼굴은 보기 좋으십니다.”
“맞아. 그래도 대표일 때 받는 스트레스가 중간관리자일 때 받는 스트레스보다는 나아.”
심주원은 너스레를 떨며 상대를 자리로 안내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차 한잔하겠나?”
“아닙니다. 선배님도 바쁘시고, 저도…….”
“그럼 여의도에서 제일 바쁜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면 열이면 열 강성호를 얘기하겠지.”
심주원을 찾아온 인물은 업계 최고를 달리는 사모펀드 KFSG의 대표 강성호였다.
“선배님도 참.”
두 사람은 따로 학연이나 같은 곳에서 일한 적은 없었지만, 업계에 오래 있다 보니 안면을 튼 사이였다.
심주원은 개인자산관리 부분에서 강성호는 사모펀드라는 부분에서 업계의 큰 한 축을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서로를 인정하는 사이였다.
“그래, 오늘 무슨 일 때문에 찾아왔어? 요즘 좀 바쁘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하하하, 여의도 사람들은 참 짓궂습니다. 벌써 소문이 퍼졌습니까?”
“그래. 얼마 전에 트라이브의 인수가 엎어졌다는 얘기가 나왔을 때 모두가 KFSG일 거라는 얘기를 했거든.”
심주원의 말에 강성호는 숨길 필요가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희가 맞습니다. 그쪽에서 워낙 발칙한 장난질을 해대서.”
“그래서 그냥 넘어가지는 않았던데.”
“예, 저를 가지고 논 대가는 치르게 해야겠지요.”
KFSG와의 인수 협상이 무산된 이후 트라이브에 대한 의혹 기사가 터지기 시작했다.
한 번 터진 기사는 제아무리 언론 친화적인 대표가 있는 회사라도 막지 못할 만큼, 후속 보도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균열이 난 댐이 한 번에 무너지는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검찰에서 조사를 한다는데.”
“뭐, 그건 제가 넘긴 건 아닌데. 언론보도를 보고 나선 것 같습니다. 실제로 투자자가 고발하기도 했고요.”
그 이후, 지금까지 트라이브는 모두의 손가락질 대상이 되어 있었고, 트라이브의 대표 허준수는 레드오션을 뚫은 개척자에서 희대의 사기꾼이 되어 있었다.
당연히 플랫폼의 신뢰도 하락해, 있었던 시청자들도 트라이브를 떠나고 있었다.
“뭐 어쨌거나 그 친구는 이제 이쪽에 발붙일 수가 없어졌으니 더는 대화의 주제는 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강성호의 말에 심주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럼 강 대표가 나를 왜 만나러 왔는지 본론을 좀 꺼내보지.”
“트라이브에 유성투자증권도 투자하려고 했다는 걸 아십니까?”
강성호의 말에 심주원은 놀란 듯 물었다.
“우리가?”
“예, 정확히는 리더스 센터인 것 같은데.”
“금시초문일세.”
“아마 투자가 단행되지 않아서 따로 보고가 올라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강성호의 말에 심주원은 당황스럽다는 기색을 좀처럼 지우지 못했다.
“하하하, 선배님. 그리 당혹스러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유성이 저희보다 먼저 발을 뺐으니까요.”
“그게 무슨…….”
“말 그대로입니다. 저희보다 트라이브의 수상함을 먼저 알아차렸고, 투자 의사를 철회했습니다. 거기에 더해 우리에게 트라이브에 대해 알려주었고요.”
강성호의 말에 심주원은 다시 한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트라이브의 문제점을 우리 측에서 KFSG에 알려줬다?”
“예, 그렇습니다.”
그 말을 들은 심주원은 가만히 생각하다 무언가가 떠오른 듯 강성호를 바라보았다.
“그런 일을 할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한 사람이 있는 것 같군. 리더스 센터에 말이야.”
심주원의 말에 강성호는 피식하고 웃었다. 자신이 조사해 본 결과 심주원이 전폭적으로 밀어주는 직원이라 들었다.
“예. 그 친구입니다.”
“그렇군……. 그 친구라면 모든 게 다 이해가 되지. 그래서 그 친구를 칭찬하려고 나를 만나자고 했나?”
“아닙니다.”
강성호는 자신을 향해 의아하다는 듯 물어오는 심주원을 바라보며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
“윤도경 그 친구를 왜 아직 PB로 두고 계십니까?”
“뭐라고?”
“제가 데려다 써도 되겠습니까? 너무 탐이 나서 먼저 그 친구를 만나려고 했습니다만, 선배님과 사이가 멀어지기 싫어 찾아뵌 거니 제 건방을 용서해 주십시오.”
강성호의 말에 심주원의 표정은 굳어갔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0-31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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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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