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108)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108화(108/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108화
“미국 이외의 대안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유성투자증권에는 랩 어카운트를 운용하는 세 개의 팀이 있었다.
개인자산관리 부문을 담당하던 심주원이 새로운 사장으로 임명되자마자 개인자산관리 부문을 대규모로 강화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만큼의 시장 수요도 따르고 있었다.
시장이 어려울수록 직접 주식을 사고파는 것보다 전문가들에게 맡겨보자는 식의 투자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미국 이외의 대안이 있겠습니까?”
이 중 도경이 새롭게 발령받은 랩 어카운트 1팀은 2천만 원 이상을 맡긴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을 운용 중이었다.
유성투자증권에서 만든 랩 어카운트 상품 중 가장 고액이었다.
“고객들께서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하면 꺼리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맡긴 돈이 많든 적든 고객들이 자신의 계좌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똑같았다. 하지만, 적극성의 차이는 분명 있었다.
내 돈 2천만 원을 은행 계좌에 넣어두고 고정적인 이자를 받는 걸 택할 수도 있었지만, 위험 자산들에 투자했다는 건 그만큼 관심도 많다는 얘기였으니까.
“음…….”
파트장 서용원은 직원의 보고에 깍지 낀 두 손으로 턱을 괸 채 고민에 빠졌다.
“마땅한 곳이 있겠습니까? 어쨌거나 미국이 힘드니 전체적으로 힘든 건데.”
“저희 트레이딩 쪽 생각으로는 미국으로 투자한 자산 일부분을 유럽 쪽 국채로 돌리는 방향으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파트장 서용원과 이야기를 주고받는 직원은 트레이딩 팀을 이끄는 과장이었다.
“유럽 쪽 국채요?”
서용원의 물음에 과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박현재 대리를 불러도 되겠습니까? 박 대리가 먼저 꺼낸 얘기라…….”
“그렇게 하죠. 지금 얘기할 때 다 얘기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서용원의 말에 과장은 자신의 팀원을 불렀다.
호출된 직원은 두 사람의 앞으로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박 대리, 유럽 국채 얘기를 한번 해보지.”
과장이 그리 얘기하자 박현재는 서용원을 바라보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최근 유럽의 국채는 미국의 국채금리보다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박현재는 트레이딩 팀의 실무자였다. 트레이딩 팀은 고객이 맡긴 자산을 직접 운용하는 일을 했다.
즉, 일선에서 직접 주식과 채권 등 자산을 사고파는 일을 하고 있기에 그들의 의견은 함부로 넘기지 않았다.
시장의 변화를 가장 피부로 느끼는 팀원들이었기 때문이다.
“유럽은 에너지 가격 상승의 영향이 있지 않습니까?”
파트장 서용원의 물음에 박현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합니다만, 영국의 5년 만기 국채의 흐름을 한번 보여 드리겠습니다.”
박현재는 그리 얘기하며 준비해 온 태블릿PC 화면에 영국 국채의 가격 차트를 띄웠다.
“국채금리가 2.0%대를 유지 중이네요.”
“그렇습니다. BOE(Bank Of England, 영국중앙은행)가 지난 8월 기준 금리를 1.75%대까지 올렸음에도 여전히 단기 국채의 흐름은 2.0%대를 유지하며 시장은 영국에 대해 좋게 보고 있습니다.”
“이유가 있습니까?”
서용원은 이런 흐름이 이어지는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물었다.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박현재는 서용원의 물음에 아주 간단하게 답했다.
그리고 그 말은 모든 것을 이해하게 만드는 답이라는 듯 서용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운 총리에 대한 기대감이군요.”
“그렇습니다. 영국의 신임 총리에 대한 기대감입니다. 치솟는 에너지의 가격을 잡을 정책을 기대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정치와 자산시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정책 입안자들의 정책에 따라 자산 가격은 상승하기도 하고 가라앉기도 했다.
박현재의 말대로 영국은 새로운 총리가 전 세계적인 경제불황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을 내어놓을 거라 기대하는 중이었다.
특히 치솟는 에너지 가격을 잡는 정책을 내어놓는다면, 다음 분기 영국의 CPI(소비자 물가지수)가 내려갈 거라 생각했다.
“영국의 물가는 현재 식음료품의 상승과 더불어 에너지 때문에 오르고 있습니다.”
“영국은 천연가스로 전기를 생산하는 비율이 높으니까요.”
“그렇습니다. 식음료는 둘째로 치더라도, 에너지 가격의 상승은 영국 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당연히 신임 총리는 이 부분을 잡으려는 정책을 내어놓을 테고, 이는 다음 분기 물가가 하락한다는 얘기입니다.”
많은 전문가가 영국의 국채에 베팅하는 이유였고, 전 세계적으로 힘든 와중에 영국 국채금리가 매력적인 가격대를 유지하는 이유기도 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상식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는 예상이었다.
“채권의 변동성은 어떻습니까? 채권에 대한 분산은 리스크 헷지(위험 분산) 정도로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희 트레이딩 쪽도 그래서 다각도로 봤습니다만, 그런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단기채 쪽으로 투자를 하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었습니다.”
나라에서 발행하는 국채에는 단기채와 장기채가 있었다.
만기에 따른 구분이었다. 만기가 20년 이상 되는 채권을 장기채, 5~10년은 중기채, 1~3년은 단기채라고 불렀다.
이 중 위험도는 장기채가 높았다.
당연히 만기 기간이 길수록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었다. 같은 돈을 빌려주더라도 1년 뒤에 받는 것과 20년 뒤에 받는 것에는 위험성의 차이가 있었으니까.
20년 후 이 돈을 받을지 못 받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수익 또한 장기채가 높았다.
“단기채에 리스크 헷지용 자산을 조금 추가한다면, 최근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이 떨어지는 와중에 고객을 안심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현재가 그리 얘기하자 서용원은 나쁘지 않은 생각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매크로 데이터를 받아보죠.”
하지만, 서용원은 돌다리도 두들겨 보자는 식의 말을 박현재에게 건넸다.
“지금이라도 들어가야 합…….”
“아뇨. 일단 매크로 데이터가 우선입니다.”
박현재는 빠른 결단이 필요하다 얘기했지만, 서용원은 그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듯 얘기했다.
“우리는 고객의 돈을 운용 중입니다. 이에 대한 투자 실패는 박현재 대리가 진다고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증권사에서는 회사 자본을 이용한 트레이딩 부서들이 있었다. 그들은 주식을 사기도, 채권을 사기도 하며 회사의 자본을 불려 나갔다.
투자에 대한 성공으로 어마어마한 성과급을 받았고, 반면 실패한다면 모든 책임은 해당 트레이더가 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랩 어카운트 부서는 달랐다.
고객의 돈을 굴리는 부서였다. 실패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혼자 진다는 건 먼 나라의 꿈과 같은 얘기였다.
회사는 평판의 하락을, 고객은 자산의 손해를.
나 하나의 실패가 아니라 모두의 실패가 될 수 있었기 때문에 조심스레 접근해야 한다는 게 서용원의 생각이었다.
“……알겠습니다.”
박현재가 그리 답하자 서용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사무실 한편에 있는 홍세준을 호출했다.
“파트장님, 부르셨습니까?”
다가온 홍세준은 서용원에게 인사를 하고는 주변에 서 있는 트레이딩 팀원들을 향해서도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영국 채권 쪽에 투자했으면 한다는 게 트레이딩 쪽 의견입니다. 모레 아침까지 매크로 데이터 가능하겠습니까?”
서용원의 물음에 잠시 고민하던 홍세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유럽은 윤도경 씨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모레 아침에 윤도경 씨가 발표…….”
“홍 대리가 직접 해주세요.”
홍세준의 말을 끊으며 박현재가 입을 열었고, 모두가 그를 바라보았다.
“윤도경 씨는 팀으로 온 지 이제 하루 되었는데 뭘 알겠습니까? 홍 대리가…….”
“아뇨, 박현재 대리님. 저희는 이미 그렇게 하기로 정했습니다.”
홍세준은 이건 이쪽의 일이라는 듯 단호하게 답했다.
“아니, 홍 대리. 윤도경은 이틀 전까지 PB 센터에서 일하던 PB라고. 뭘 안다고 매크로 데이터를 만지작거리냐고.”
홍세준에 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박현재는 어느새 파트장 앞이라는 것도 까먹은 듯 홍세준에게 반말로 얘기했다.
“이곳에서 오래 있었던 제가 그렇게 판단했습니다. 윤도경 씨의 일입니다.”
하지만, 홍세준은 관여하지 말라는 듯 얘기했다.
“지금 고객의 돈을…….”
“그만.”
다시 한번 박현재가 반박하려 할 때 파트장 서용원은 손을 들어 올려 제지했다. 그러고는 홍세준을 바라보았다.
“좋습니다. 홍 대리의 판단대로 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가 보겠습니다.”
홍세준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자리로 돌아갔다.
“홍 대리의 판단을 믿읍시다.”
파트장 서용원이 그리 얘기하자 박현재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박 대리도 가 보세요.”
서용원이 그리 얘기하자 박현재는 인사를 하고는 돌아섰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박현재의 차가운 시선은 사무실 한편에 있는 도경과 홍세준에게 향해 있었다.
* * *
“……영국 채권에 투자할 것 같습니다. 모레 아침 발표할 수 있겠습니까?”
한편 사무실에 앉아 일하던 도경은 사수인 홍세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영국에 관해 보고 있습니다. 내일까지 초고 준비해 보여 드리겠습니다.”
“좋습니다. 고생해요.”
홍세준이 그리 얘기하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모니터를 바라보는 도경의 얼굴에는 어느새 미소가 사라져 있었다.
‘결국 모든 방향이 영국을 가리키네.’
어젯밤 메시지는 영국에 관해 얘기해 왔다. 언제나 그렇듯 우연히 영국을 가리켜 온 것이 아니었다.
그 이후 영국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을 때 여전히 두 가지의 시선이 공존했었다.
메시지가 말한 ‘불안한 고리’가 된 영국.
그리고 여전히 금융계에서는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금융 강국’ 영국의 모습이었다.
‘중간은 없어.’
평가는 양극단으로 나누어져 있었고, 영국에 대한 낙관론과 비관론 중 도경은 어느 쪽이 정확하게 지금의 영국 상황을 말해주는 것인지 판단하는 일을 해야 했다.
한숨을 내쉰 도경은 영국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영국이 불안한 고리가 된 것은 에너지 가격의 상승.’
영국의 에너지 가격 상승은 그냥 무시할 정도가 아니었다.
전쟁 이후 다른 유럽 국가들의 물가상승률은 아무리 높아도 6~7%대였다.
하지만, 영국의 물가상승률은 9%대 후반에 달했다.
‘결국 천연가스 가격의 상승이 다른 부분에 전가되고 있다는 얘기.’
영국의 전기 생산의 반절 이상이 천연가스를 통해서 생산되었다. 그러다 보니 발전 단가가 올라가고 전기세가 올라가며 다른 산업에도 영향을 주고 있었다.
‘이러다 보니 명목임금과 실질임금에 차이 나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발전 단가는 여러 분야에 가격을 전가했고, 당연히 전기 사용료를 내는 일반 국민의 부담도 커지게 되었다.
내가 200만 원의 월급(명목임금)을 받았는데 전기료, 가스비, 기름값 등등을 내고 나면 남는 돈은 50만 원(실질임금)이 채 되지 않는 것이 지금 영국의 상황이었다.
‘소비가 이런 식으로 위축되는 건…….’
미국이나 다른 나라처럼 기준 금리를 올리며 시장에 도는 화폐를 줄여 소비를 위축시키는 것과는 얘기가 달랐다.
위의 경우에는 소비가 줄어들고 대신 돈이 은행의 예·적금이라든지 빚을 갚는 데 사용된다면, 영국의 상황은 아예 쓸 돈이 없어서 소비가 위축되는 것이었다.
‘시한폭탄…….’
지금의 모습은 말 그대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다름없었다. 문제는 이 폭탄이 터지면 이 여파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
전 세계가 이 폭탄의 영향을 받을 수도 있었다.
‘아직 턴이 남았으니까, 내 전망이 틀리길 빌어야겠네.’
영국은 신임 총리의 내각이 들어섰다. 모두의 기대처럼 신임 정부의 정책이 좋은 영향을 주길 바라면서 도경은 보고서의 첫 문장을 쓰기 시작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0-31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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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