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113)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113화(113/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113화
“아직도 할 얘기가 남았습니까?”
이틀 후, 유성투자증권.
파트장실을 찾아온 박현재를 보며 서용원은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원래 박현재는 자아가 강한 사람이었다.
그간 팀에서 별다른 잡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의 성격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 보았던 서용원이었지만, 최근 박현재의 모습은 혹시나 하며 걱정했던 단점들만 보이고 있었다.
“영국…….”
“박현재 대리, 영국에 관한 문제는 더 이상 얘기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을 텐데요.”
“하지만, 이대로 덮기에는 너무 좋은 기회인 것 같습니다.”
“이 상황에서 말입니까? 아직도 감정적으로 투자를…….”
“자료를 준비했습니다.”
박현재의 말에 서용원은 하던 말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자신의 감에 의해 계속해서 영국에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해오던 박현재였다.
그랬던 그의 논리가 도경이 준비한 데이터에 의해 반박당했고 더 나아가 지금 상황도 도경의 데이터와 똑같이 흘러가고 있었다.
“자료요?”
“네.”
박현재는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서용원의 앞에 내려놓았다.
서용원은 그런 박현재와 서류를 번갈아 보다 한숨을 내쉬고는 서류를 읽어 내려갔다.
어쩌면, 박현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때로 떨어져 있다고 느꼈다.
“…….”
박현재는 자신이 준비한 보고서를 읽어 내려가는 서용원의 표정을 살폈는데 그의 눈썹은 시시각각 변해갔다.
무언가 동요하는 모습이었는데 박현재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종합하자면, 위기가 올 거라는 말입니까?”
“확실한 건 영국 증권가에 있는 채권 플레이어들은 이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현재의 답에 서용원은 다시 한번 그가 준비한 보고서를 바라보았다. 꽤 정교한 데이터들로 전망을 한 보고서였다.
“규모는 얼마 정도 될 것 같습니까?”
“확실하지는 않지만 현재 영국의 연금, 보험사들이 운용 중인 LDI 규모가 745억 파운드(한화 약 120조 원)라고 합니다.”
“그게 다…….”
“다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300억 파운드(한화 약 48조 원) 규모는 마진콜을 이미 받은 상황인 것 같습니다.”
결국 영국의 정치 문제로 인해 국채 금리는 무지막지하게 상승을 해버렸고, 부채로 영국 국채에 투자하던 연금과 보험 운용사들이 추가 증거금 납부를 요구받고 있었다.
천문학적인 돈을 추가로 낼 수 있는 곳은 없을 것이고 이는 저들의 부도를 얘기했다.
“영국중앙은행에서는 이대로 보고 있지 않을 겁니다.”
“공감합니다.”
서용원은 박현재의 이번 보고서에는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세계적 금융위기가 올 때마다 각국의 중앙은행은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더군다나 영국의 국민연금과 보험사들이 연쇄적으로 부도가 난다면 관련 산업들이 모두 영향을 받게 되고, 다시 영국의 국채 금리는 상승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도미노 현상을 막기 위해 누군가는 나서야 했고, 그 누군가는 영국중앙은행 하나뿐이었으니까.
“곧 시장의 눈이 영국중앙은행으로 몰릴 겁니다.”
“그럼 박 대리의 의견은요.”
“보고서 마지막에도 적혀 있지만, 영국중앙은행이 개입하기 전 들어가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당연히 영국중앙은행이 시장에 개입해 국채를 사들인다면, 국채 금리는 내려가고, 수익률은 올라갈 것이다.
지금이 적기나 다름없었다.
“한 가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서용원은 서류를 내려놓고는 박현재를 바라보았다.
“왜 이렇게 집착을 하는 거죠?”
“집착이라시면…….”
“영국에 대한 투자를 고집하는 이유를 묻는 겁니다.”
“어찌 되었건, 저는 포트폴리오 매니저입니다. 고객의 자산을 배분해 투입할 곳을 찾아야 하고요. 가장 최적의 투자처를 찾았을 뿐입니다.”
“그게 다인가요?”
“그리고 고객의 수익이 저의 수익도 되니까요.”
박현재가 그리 얘기하자 서용원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 알았습니다. 일단 나에게도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나가보겠습니다.”
박현재가 인사를 하고 나가자 서용원은 한숨을 내쉬었다.
“성과급을…….”
박현재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수익을 얘기해 왔다.
결국 저 말이 핵심일 것이다.
그게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결국 금융계에 있는 사람은 고객의 돈이든 회사의 돈이든 이익을 보는 만큼, 대가를 받는 업종이었으니까.
“하지만, 거기에 너무 매달리는 것도 좋지 않은 것 같은데 말이지…….”
서용원은 그리 혼잣말하며 잠시 고민하다 책상 위에 있는 전화를 들어 올렸다.
“영국 자료 업데이트된 것을 좀 보고 싶은데요. 네, 지금.”
그렇게 얘기하고 전화를 끊은 지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익숙한 얼굴이 들어왔다.
“아, 윤도경 씨.”
“파트장님, 자료 준비해 왔습니다.”
“설명을 같이 들어볼까요.”
서용원은 그리 말하며 서류를 펼쳐 들었다.
“영국의 10년물 채권 금리가 4.5%를 찍었습니다. 10여 년 만의 고점인데, 시장이 영국을 믿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많이 올랐습니다.”
영국의 중기채는 보통 1.5~2%대였고, 최근 좋지 않을 때도 2.5%대의 국채 금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수익률 하락이 어마어마하다는 소리였다.
“채권 자경단이 영국으로 온 것 같습니다.”
도경의 말에 서용원은 미간을 찌푸렸다.
자경단은 공권력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때 자신의 마을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조직된 경찰조직을 얘기했다.
채권 자경단 또한 그와 성질이 비슷했는데, 자신이 보유 중인 국채를 계속해서 팔아 채권 금리를 끌어올려, 정부나 중앙은행에 경고를 하는 집단이었다.
너희가 똑바로 하지 않아 내 채권수익률이 엉망이 되었으니 똑바로 하라고 말이다.
“상황이…… 그런 것 같군요.”
급격한 채권 금리의 인상은 영국 정부의 실책도 있겠지만, 결국 세력화된 조직이 한 번에 채권을 시장에 내던져야 있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채권 금리의 급격한 상승이 몇몇 파생상품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령?”
“연금이나 보험사에서 운용 중인…….”
“LDI를 얘기하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도경이 박현재와 똑같은 말을 해오자 서용원은 피식하고 웃었고, 도경은 그가 왜 웃는지 몰라 의아한 표정이었다.
“아, 미안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영국 국민연금 같은 경우는 마진콜을 받을 위험에 노출된 것 같습니다.”
“채권 투자를 꽤 많이 했나 봅니다.”
꽤 덤덤하게 물어오는 서용원의 물음에 도경은 점점 의아했다. 어젯밤 이 데이터를 보고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습니다.”
“그럼 윤도경 씨도 영국중앙은행이 개입할 것이라 보나요?”
“필연적으로 개입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영국 국민연금에 관한 부정적인 기사가 나올 때 채권을 산다면, 수익을 볼 수 있겠군요.”
서용원의 물음에 도경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아닙니다.”
도경이 그리 답하자 서용원은 도경과의 대화에서 처음으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왜죠? 영국중앙은행에서 개입하면 채권수익률이 오를 텐데요.”
“애매한 개입은 하지 않는 게 좋을 테니까요.”
“자세하게 얘기해 보죠.”
좀 더 풀어서 얘기해 보라는 듯한 서용원의 말에 도경이 다시 입을 열기 시작했다.
“영국이 이번 긴축을 주도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긴축은 미국에서 주도하고 있죠.”
전 세계적인 재정 긴축은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 상승이 이끌고 있었다.
“2008년 리먼 사태 당시 미국의 재무장관 팀 가이트너는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쓸데없어 보일 정도로 압도적인 화력을 준비해야 최소한의 손실로 위기를 진화한다’.”
결국 시장에 떠도는 내러티브(Narrative, 전망)가 ‘영국을 더 이상 믿지 못하겠다’라는 상황이면, 이들이 믿게 만들면 되었다.
시장이 다시 영국을 믿게 만드는 것은 결국 최소한의 금액으로 피해 예상치만큼 투자하는 것이 아닌, 너희가 가지고 있는 모든 채권에 대해 보장해 주겠다는 움직임 그것 하나였다.
다시 말해, 영국중앙은행이 나서서 무제한으로 국채를 매입한다면? 누구도 채권을 팔려고 하지 않을 것이고, 금세 채권시장은 안정될 것이다.
하지만 영국중앙은행은 현재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영국중앙은행은 할 수 없나요?”
“할 수 없을 겁니다. 앞서 말했듯, 긴축을 이끄는 주체는 미국이니까요.”
미국은 오로지 자국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미국은 계속해서 긴축의 속도를 올릴 텐데 이 와중에 영국중앙은행이 무제한으로 채권을 매입한다면, 파운드화의 가치는 계속 하락할 것입니다.”
한쪽은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둬들이는데 한쪽은 계속해서 돈을 푼다면 당연히 거둬들이는 쪽의 화폐가치가 오를 수밖에 없었다.
“저는 말씀드렸듯 영국에 대해 투자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여전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서용원은 진지한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초지일관 영국에 대해 투자를 하지 말자고 하는데 이유가 있습니까?”
“……이유 말씀이십니까?”
도경은 서용원의 물음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다.
“네, 뭐 다른 건 없고 이유가 궁금할 뿐입니다.”
“이유는 제가 보여 드린 데이터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모든 데이터가 영국을 좋지 않게 그리고 있는데 여기서 영국에 대한 투자로 모험을 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도경은 진지한 표정으로 서용원을 바라보았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 될 수 있으니까요. 우리가 운용하는 상품의 수익이든, 성과급이든 말입니다.”
“……죄송하지만, 파트장님 의견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은 온전히 리스크의 책임을 나 혼자 졌을 때 할 수 있는 전략입니다. 우리는 고객의 돈을 운용하고 있고요.”
서용원은 가만히 도경의 말에 집중했다.
“고객의 돈으로 모험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나온 도경의 말에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렇군요. 고객의 돈으로 모험은 할 수 없다……. 잘 알았습니다. 고생했습니다. 나가봐도 좋습니다.”
서용원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파트장실을 나섰고, 서용원은 그런 도경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같은 전망을 보는데 한 사람은 투자를 하라고 하고, 한 사람은 투자를 하지 말라고 하고.”
자신을 찾아온 박현재나, 도경 모두 영국에서 금융위기에 맞먹는 사고가 터질 것이라고 보고 있었다.
그로 인해 영국중앙은행이 개입하리라는 것도.
“결국 마음가짐의 차이인 건가.”
서용원은 자신이 두 사람에게 마지막으로 던졌던 물음에 대한 답을 떠올렸다.
‘고객의 수익이 저의 수익도 되니까요.’
‘고객의 돈으로 모험을 할 수는 없습니다.’
자신이 우선이냐 고객이 우선이냐 마음가짐에 따라 두 사람은 다른 답을 내어놓았다.
“그럼 나는?”
서용원은 자신을 향해서도 똑같은 물음을 던졌다.
그러고는 한참을 생각에 잠겼다.
톡톡톡-
책상 위를 손가락으로 두들기며 고민하던 서용원은 답을 낸 것인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 답은…….”
그러고는 책상 위에 나란히 놓여 있는 두 개의 보고서 중, 박현재가 가져온 보고서를 들어 올려 서류 파쇄기에 넣기 시작했다.
* * *
“박 대리.”
다음 날, 유성투자증권 랩 어카운트 1팀.
최근 들어 각 증권사의 랩 운용팀은 죽을 맛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전 세계 주식시장이 좋지 않은데 자산을 배분해 둔 영국의 채권을 비롯해 전 세계 자산 시장이 점점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트레이딩 팀의 과장은 대리 박현재를 불렀는데 무언가에 집중하느라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박현재.”
다시 한번 부르자 박현재의 시선이 과장에게로 향했고, 과장은 이리 오라는 듯 손짓했다.
“부르셨습니까?”
“너 영국 채권 보고 있냐?”
과장은 박현재 자리에 있는 모니터 화면을 턱짓하며 물었다.
“네.”
“파트장 찾아갔었다며?”
과장이 파트장과의 일을 알고 있다는 것은 파트장이 무엇인가 말을 했다는 얘기였다.
박현재는 기대된다는 표정으로 과장을 바라보았다.
“그렇습니다. 혹시 파트장님께서…….”
“접으래.”
“네?”
“영국 투자에 관한 얘기는 그날 회의에서 있었던 걸로 끝내겠다고, 그만하자신다.”
과장의 말에 박현재의 얼굴에는 냉기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너, 인마. 내가 그렇게 안 된다고 접으라고 했는데……. 뭐 어쨌든 이번에는 파트장이 네가 들고 온 자료에 대해 칭찬했으니까. 다음에 기회가 되면 진행하자고 하시네.”
“…….”
“왜 대답이 없어?”
“……왜 안 된다고 하십니까?”
“말했잖아. 다음 기회로 미루자고 이미 결정한 걸 되돌릴 수는 없다고 하셨어.”
“그게 다입니까?”
“그래. 다야.”
“알겠습니다.”
박현재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고, 과장은 또 반발을 해올 거라 생각했는데 달관한 듯한 모습에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다 제 일을 하기 시작했다.
“후…….”
자리로 돌아온 박현재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무언가 결심이 선 듯 자리에서 일어나 저벅저벅 걷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한 사람의 자리 뒤에 섰다.
“윤도경 씨, 나랑 얘기 좀 할까?”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0-31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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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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