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116)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116화(116/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116화
“요즘 랩은 어때?”
일주일 후, 유성투자증권 대표실.
“시장 상황과 똑같습니다.”
랩 어카운트 1팀 파트장 서용원은 대표 심주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평소에도 심주원은 각 팀의 파트장을 불러 의견을 청취하는 일이 잦았다.
“그렇지.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데 랩이라고 좋을 리가 있나.”
“하지만, 최근 헷징 수단으로 들어간 미국 달러의 강세로 고객들의 포트폴리오가 조금은 숨통이 트이고 있습니다.”
“달러를 샀어?”
“네. 시장 상황에 맞춰서 바닥을 보일 때까지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려고 했습니다만, 원달러환율이 1,450원까지는 갈 것 같다는 보고서가 들어와서 들어갔는데 꽤 괜찮은 것 같습니다.”
서용원의 보고에 심주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들어 전 세계 자산운용사들의 현금 보유 비중이 늘어가고 있었다.
당연히 바닥을 보이지 않은 시장의 모습에 새로운 투자를 할 수는 없었으니까.
“매크로 팀 분석이야?”
심주원은 조심스레 물었고, 서용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윤도경 씨의 분석입니다.”
심주원은 자신이 내려보낸 도경이 잘하고 있나 싶어 에둘러 물었던 것인데 서용원이 도경의 얘기를 해오자 흡족하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잘하고 있나?”
“매우 잘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의심을 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지. 어디 PB 하던 놈을 데려다가 매크로 분석을 시키라고 하니 당연한 의심이지.”
“그런데 지금 보면 대표님께 정말 감사하고 싶습니다. 최근 저희가 영국 채권에 투자를 하려고…….”
서용원은 최근 팀에서 있었던 일들을 설명해 주었고, 심주원은 놀란 표정으로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니까, 결국엔 하지 않았다는 거지?”
“예. 그리고 시장 상황은 묘하게 윤도경 씨의 전망대로 흘렀고요.”
서용원의 말에 심주원은 씨익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 친구가 특별한 건 아니야. 이건 자네도 알아야 해.”
“…….”
“그런 전망은 그 데이터를 보면 누구나 할 수 있어. 그런데 왜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지 못했을까?”
“아무래도 시장의 밝은 부분만 보려고 노력했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경제 활황기에는 모든 투자 상황을 앞으로도 경기가 좋으리라는 것에 베팅을 하며 투자한다.
실제로 많은 투자은행을 비롯한 기관들이 위험을 가정하기보다 경기가 더 좋은 것을 가정해 레버리지를 일으키고는 하니까.
서용원의 답에 심주원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친구는 1순위가 고객이야.”
심주원의 말에 서용원은 가만히 집중했다.
“재미있지 않나? 우리는 어쩌면 이 회사에 고용된 일개 직원일 뿐이야. 그냥 내 자리를 보전하겠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라고.”
이 금융계는 특별하지 않았다. 다른 회사와 같이 적당히 열심히 하며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는 것이 우선인 직원들이 대다수였다.
그것이 잘못된 것도 아니었다.
아무리 고용주들이 주인의식을 강조해도, 진짜 내 회사가 아닌데 주인의식이라는 게 생길 리는 만무했으니까.
“그리고 이 업계에서 내 연봉이 내 미래를 책임져 준다고 생각하면 연봉을 위해서든 뭐든 할 수 있지.”
심주원의 말에 서용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 친구는 달라. 무엇을 해도 우선순위가 고객이야. 이건 그 친구가 창구직을 할 때부터 그랬다는 얘기를 들었으니까.”
하지만, 도경은 영 별종 같았다.
회사를 위한 것도 아니고 자신을 위한 것도 아니다.
그저 고객을 우선으로 두고 선택을 내렸다.
“재미있지 않아? 물론 그런 사람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1순위가 고객이라고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은 처음 본다고.”
“그 말씀을 들으니 최근 윤도경 씨가 했던 말이 떠오르긴 하네요. 고객의 돈으로 도박을 할 수 없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하하하, 그거야. 이놈은 회사에서 월급을 받아 가면서, 회사보다 고객이 우선이라고 떠들고 다닌다고. 그런데 말이야.”
심주원은 가만히 서용원을 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아.”
그 말에 서용원은 피식하고 웃었다.
“내가 못 하는 걸 대신하는 사람이 있다는 안도감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다고.”
“그것도 그렇지만…… 결국 윤도경 씨가 고객을 위해 한 행동들이 마지막엔 늘 회사의 이득으로 돌아왔으니까요. 윤도경 씨의 이득도 되고요.”
“자네 말이 맞는 것 같아. 확실한 건 겉으로만 번지르르하게 말하는 놈이었다면, 얄미웠겠지.”
겉으로만 고객을 위하는 척하며 자신의 이득을 챙기는 사람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얘기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도경은 늘 진심이었고, 그런 점에서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뭐 어쨌거나 내가 자네 앞에서 그 친구 칭찬만 너무 하는 것 같구먼.”
“아닙니다. 칭찬만으로는 부족한 친구죠.”
“칭찬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서용원의 말속에 뼈가 있음을 느낀 심주원은 되물었고, 서용원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대표님께서 취임하신 이후, 저희 랩에는 아주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심주원은 대표 취임 이후 개인자산관리 부문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일선 지점의 PB부터, 본사에 있는 랩 어카운트 팀까지 여러 직원이 효용성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아낌없는 지원을 하고 있었다.
“남들은 내가 개인자산관리 부문 출신이라 그곳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결국 어떻게 됐나? 모든 증권사가 개인자산관리를 강화하고 있지 않나?”
변명이 섞인 심주원의 말에 서용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은 사실이었으니까.
“송구스러운 부탁 하나 더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이것 참, 겁나는데.”
“팀의 인원을 좀 더 충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서용원의 말에 심주원은 미간을 찡그리며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지금 랩 1팀이 몇 명이지?”
“1인 결원이 생겨 현재는 12명입니다.”
“부족한가?”
“관리자 입장에서는 부족합니다. 그리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랩에도 매크로가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습니다. 리서치 센터에서 넘어오는 자료를 기다리기엔 너무 늦습니다.”
물론 증권사 내부에는 매크로와 기업분석을 해주는 리서치 센터가 있었지만, 그곳은 그곳의 일이 있었다.
애널리스트는 각자 커버리지하는 기업들이 있었고, 갑작스럽게 이쪽에서 자료를 요구한다고 해도 넘겨줄 수는 없었다.
“현재는 2과장 체제입니다만, 매크로 팀을 끌어올려 3과장 체제를 만들고 싶습니다.”
“매크로를 강화하고 싶다는 얘기구먼.”
“그렇습니다. 윤도경 씨가 제게 이런 말을 하더군요.”
서용원의 입에서 도경의 얘기가 나오자 심주원은 흥미롭다는 듯 그의 말에 집중했다.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 보지도 듣지도 않아도 되는 시대는 막을 내렸다고 말입니다.”
서용원의 입에서 나온 말을 들은 심주원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맞는 말이지.”
“데이터에 집착하지는 않겠습니다만, 데이터를 좀 더 챙겨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 자네 말 잘 알았어. 이 부분은 내가 이사회에서 강력하게 얘기해 볼 테니, 하반기 신입 채용 때 한번 각을 보자고.”
“예, 알겠습니다.”
심주원의 승낙에 서용원은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 * *
“윤도경 씨.”
한편, 도경은 일을 마치고 퇴근을 하고 있었는데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익숙한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어…… 지점장님!”
도경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부른 사람을 향해 다가갔다.
“아니, 이제는 부장님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도경의 말에 상대는 피식하고 웃었다.
“잘 지냈습니까?”
“네, 본사에 발령받자마자 찾아뵈려고 했는데 큰일들이 많았습니다.”
도경이 환하게 웃으며 얘기를 나누는 상대는 전 성남지점 지점장이자, 현재는 WM본부 휘하에 있는 전략사업부를 이끌고 있는 류태화였다.
도경에게는 어쩌면, 인생에 전환점을 제시해 준 인물이었다.
“변명이라고 하기에는 윤도경 씨라면 정말 큰일을 맞이한 것 같아 믿어야겠네요.”
류태화는 서운하다는 듯 말했고, 도경은 고개를 숙였다.
“정말 죄송합니다. 잘 지내셨죠?”
“그럼요. 잠시 커피나 한잔할까요?”
류태화는 본사 1층에 있는 카페를 손으로 가리켰고,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리더스 센터에서의 활약은 매번 보고받았습니다.”
아무래도 전략사업부가 리더스 센터를 관리하는 부서라 그런지 류태화는 도경의 활약상을 잘 알고 있다는 듯 얘기해 왔다.
“그리고 도경 씨가 보직을 변경한 이후, 많은 고객님이 도경 씨를 그리워한다는 것도요.”
실제로 매일 아침 도경이 시장 브리핑을 하는 그룹채팅방에는 도경이 글을 올리면 눈물을 흘리는 모양의 이모티콘이 댓글로 달렸다.
“그리고 매니저들도 굉장히 힘들어하고요. 전임자가 워낙 잘난 사람이었어야지.”
류태화의 말에 도경은 머쓱한 듯 코를 훔쳤다.
“리더스 센터 3팀 팀원분들을 믿으니까 쉽게 이직을 택할 수 있었습니다.”
“좋네요. 사실 말은 힘들다고 하면서, 다들 잘 해내고 있거든요. 도경 씨 덕분에 좋은 방향으로 바뀐 거겠죠.”
“아닙니다. 원래…….”
류태화는 도경의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본사 생활은 어떻습니까? 지낼 만은 하고요?”
“네. 재미있습니다. 물론 수입적인 부분은 적지만, 정말 내가 하고 싶었던 일에 가까워진 것 같아서요.”
PB로서의 생활도 좋았다. 하지만, 본사 생활을 하며 도경은 즐겁게 일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아무래도 이렇게 본사에서 일하는 게 체질이 아니었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말 윤도경 씨는 여러모로 이상합니다. 즐겁게 일을 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류태화는 그리 말하면서도 얼굴에는 미소가 만연했다.
“잘해낼 겁니다. 제가 아는 도경 씨라면…… 머지않아 나에게 말했듯, 세계적인 펀드매니저가 되어 있을 수도 있겠죠.”
류태화의 말에 도경은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묻어놨던 ‘꿈’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때마다, 마음은 늘 설렜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힘든 일이 있으면 찾아오세요. 이제는 윤도경 씨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으니까요.”
류태화의 말에 도경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내가 모든 것을 포기하려고 할 때, 윤도경 씨를 보며 다시 일어나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열심히 하는 사람을 보면 그런 마음이 드는구나 하고 처음으로 알게 된 계기기도 하고요.”
“…….”
“그때에 대한 보답입니다. 이 넓은 본사 빌딩에서 윤도경 씨 편이 없다고 생각될 때, 나를 찾아오세요. 나는 윤도경 씨를 믿으니까요.”
류태화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때가 있다면, 부장님을 찾아뵙겠습니다.”
도경의 말에 류태화 또한 흡족스러운 듯 환하게 웃었다.
* * *
“영국 상황은 점점 안정되어 가는 느낌이네…….”
한 달 후, 도경은 사무실 한쪽에 있는 블룸버그 터미널을 통해 여러 가지 뉴스와 지표를 보고 있었다.
처음 영국의 정책적 ‘실수’를 불러왔던 총리와 재무장관 중, 재무장관이 사임을 하면서 시장은 ‘반시장 주의자’가 물러났다는 것에 크게 반응하고 있었다.
“채권 자경단이 물러난 것 같기도 하고.”
가지고 있는 채권을 팔아대며 영국 정부에 경고하던 채권 자경단이 영국 국채 시장에서 철수를 한 느낌이었다.
“총리가 그만두지 않는 이상 달라지는 게 있겠나 싶기도 하지만, 뭐. 호재는 호재니까. CS는 아직도 진행 중이고.”
영국의 문제가 끝났다고 모든 게 끝은 아니었다.
유럽 거대 투자은행인 CS의 문제는 아직도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CS의 경영진들은 자신들의 상황은 괜찮다며 말해오고 있었지만, 시장의 분위기는 믿지 않았다.
“CDS 프리미엄이 4배나 올랐어.”
CDS(Credit Default Swap, 신용부도스와프)는 기업이나 국가가 부도 위험 자체를 사고팔 수 있도록 만든 파생상품이었다.
쉽게 말하자면 CS란 은행의 기업채권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가 다른 은행에 수수료를 주고 CS가 파산하면 채권을 보전받을 수 있는 상품이었다.
즉, A에게 돈을 빌려준 B가 C에게 일정 부분 수수료를 주고 A가 파산을 해 돈을 못 받더라도 C에게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상품이었다.
“시장은 CS가 부도난다는 것에 모든 걸 걸고 있네.”
도경은 앞으로도 여러 머리 아픈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걸 느꼈다. 해당 자료들을 메모하고 자리로 돌아온 도경은 본격적으로 보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띵띵-
그때, 사내 메신저에서 메시지 도착 알림이 울렸고, 도경은 도착한 메시지를 확인했다.
[이연지: 도경 씨! 승진 축하해요!]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리서치 센터에 있는 대리 이연지였는데 도경은 메시지 내용에 고개를 갸웃했다.
[나: 승진이요?] [이연지: 회사 인트라넷 안 봤어요? 빨리 봐요! 승진 인사발령 났으니까!]그 말에 도경은 재빠르게 인트라넷에 접속해 인사발령을 확인했는데 하반기 신규 채용을 앞두고 엄청난 인원의 승진 인사가 발령 났다.
[홍세준 – 랩 어카운트 1팀 과장 승진 발령] [윤도경 – 랩 어카운트 1팀 대리 승진 발령]자신의 이름을 확인한 도경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0-31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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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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