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119)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119화(119/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119화
“오히려 중국에는 악수가 될 것 같습니다.”
일주일 후, 도경은 사무실 한편에 있는 작은 회의실로 들어와 부사수인 최대훈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좀 더 자세히 얘기해 보죠.”
도경의 말에 최대훈은 침을 꼴깍 삼켰다.
요 며칠 동안 최대훈은 자신의 사수인 도경과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날이 많아졌다.
경제의 흐름을 예측한다는 게 하루아침에 뚝딱 되는 일이 아니어서, 자신의 분석을 사수인 도경에게 들려주며 토론을 하는 방식으로 배우고 있었다.
그런데 의견을 얘기할 때마다 미동도 없는 무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도경의 눈빛을 마주할 때면 최대훈은 미칠 것만 같았다.
마치 면접을 보는 것만 같았다.
“중국의 집권 세력은 이미 시장의 신뢰를 잃었습니다. 지난 10년간 연임을 하며 중국의 주석은 그간 중국의 주석들이 그래왔던 것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여주었습니다.”
“자세히.”
아니, 면접보다 더 까다로웠다.
마치 잡아먹을 듯한 눈빛으로 더 자세히 얘기해 보라며 자신을 시험하는 사수였으니까.
“냉전 시대 개혁개방정책을 펼치며 적어도 중국은 자신들이 공산주의 국가긴 해도 친서방, 친자본시장 체제라는 걸 끊임없이 보여주었고, 납득시켰습니다.”
최대훈은 침을 꼴깍 삼키며 도경을 향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근 5년 중국은 반서방주의와 반시장주의를 표방하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위안화는 계속해서 평가절하되고 있고, 현 체제가 앞으로 5년 이어진다면, 외국자본은 점점 중국에서 빠져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최대훈은 그렇게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고 도경을 바라보았다.
도경은 잠시 고민을 하는 듯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전망은 좋네요.”
도경의 말에 최대훈은 환하게 웃었다.
“아! 감사…….”
“그런데 대훈 씨.”
도경은 자신을 향해 웃어오는 최대훈을 보며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지금 대훈 씨의 전망은 증명해야 하는 수학 문제가 있는데 증명은 하나도 없이 정답만 맞는 것과 유사합니다.”
도경의 말에 환하게 웃던 최대훈은 다시 좌불안석이 된 듯한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물론 앞으로의 시장 방향은 예측할 수 없습니다만, 정답은 유추할 수 있겠죠. 그런데 이 정답을 유추하는 가장 큰 것은 지표입니다.”
도경은 가만히 최대훈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매크로를 읽는다는 것은 정부의 정책 연속성을 보는 것도 있지만, 내가 이렇게 전망을 보는 것을 뒷받침하는 지표도 있어야 합니다.”
도경의 말에 최대훈은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리며 열심히 받아 적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보죠. 나도 중국에 대한 대훈 씨의 결론은 공감합니다. 다만 저였다면…….”
최대훈은 침을 꼴깍 삼키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사수는 늘 이런 식으로 상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자신이라면 이렇게 했을 것이라고 말해주니 큰 도움이 되었다.
지난 일주일간 이런 식의 조언을 들으며 시장을 어떻게 예측하고 분석해야 할지 많이 배웠으니까.
“대훈 씨가 생각하기에는 중국 지도부의 가장 큰 반시장 정책이 뭐라고 생각합니까?”
“…….”
“떠오르는 게 없나요?”
“아! 아닙니다. 너무 많아서 고민했습니다.”
“그럼 다 얘기해 보죠.”
“국진민퇴, 강도 높은 기업규제, 제로 코로나, 지표 발표의 불투명성…… 일단은 이 정도입니다.”
최대훈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국진민퇴부터 얘기해 보죠.”
국진민퇴國進民退는 민간기업보다 국영기업을 더 강화하는 움직임을 얘기했다.
“2019년부터 지난 3년간 중국의 국영기업은 800억 달러(한화 약 115조 원)를 써서 시장에 상장된 민간기업 110개를 인수했습니다.”
최대훈은 앞에 있는 노트북을 이용해 해당 자료를 검색해 보았다.
그러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너무도 정확한 수치를 자신의 사수가 말해왔기 때문이다.
도경은 그 모든 것을 외우고 있었다. 정말 무서운 사람이었다.
“주식 시장에 상장된 민간기업을 국영기업이 인수했다는 것은 민간기업을 정부 입맛대로 움직이겠다는 얘기와 같습니다.”
도경의 말에 최대훈은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50년간 중국이 유지해 온 시장개혁개방의 움직임과는 상반된 움직임이죠.”
국영 부분이 확장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 인프라와 관련된 부분은 국영기업이 맡는 것이 더 나았으니까.
하지만, 중국의 국영 부분 확장은 조금 기이했다.
“지도부의 입맛에 맞지 않는 기업인들을 이러한 방식으로 숙청하고, 이들이 일군 기업들을 모두 국영화를 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가장 불안한 점이 아닐까 합니다.”
최대훈은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제로 코로나에 관해서도 얘기해 보죠. 이 정책으로 인해 청년 실업률은 20%에 육박했습니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의 하나로 도시의 강력한 봉쇄를 택했다.
“올해 중국의 대졸자는 2천만 명가량이라고 하는데 이들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이들이 소득을 올려 국가 성장률의 기반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하지만 중국은 반대되는 선택을 했습니다.”
자신의 말에 최대훈이 답하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오히려 도시를 봉쇄하니 기업들은 신입 사원을 채용할 수 없고, 일자리는 점점 줄었죠. 그리고 도시의 생산력이 내려가니 당연히 경제성장률도 하락하고요.”
도경의 말에 최대훈은 점점 감이 잡히는 것 같았다.
“불투명성에 관해서도 얘기해 볼까요? 그간 강력한 경제성장률을 자신들의 집권 정당성으로 삼았는데, 앞선 정책들의 문제로 성장률이 하락하자 숨기기 시작했죠.”
중국 정부는 경제성장률 발표를 늦췄고, 인구조사에 대한 불신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었다.
“제가 지금까지 말한 것과 대훈 씨의 전망에 차이점을 알 것 같습니까?”
“네, 대리님께서는 수치와 일어난 일들을 모두 제시하셨습니다.”
최대훈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의 전망을 보강할 수 있는 데이터를 찾아야 합니다. 데이터를 두고 전망을 해야지, 내 전망에 데이터를 끼워서 맞춰서도 안 됩니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전망이 맞는 것인지 끊임없이 의심해야 하고요.”
“…….”
“결국 우리는 고객의 돈으로 투자를 하고 있으니까요.”
“유의하겠습니다.”
“좋습니다. 하지만, 대훈 씨를 보면 기분이 좋네요. 모로 가도 서울은 가니까요. 토론할 게 적어서 좋아요.”
도경은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그럼 대훈 씨가 해야 할 게 뭐죠?”
“제가 지금 보여 드린 보고서에 데이터를 추가하는 일입니다.”
“좋습니다. 오후에 보죠.”
도경은 그렇게 말하며 회의실을 나섰고, 최대훈은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일은 더 늘었는데 기분은 나쁘지 않네.”
자신의 사수는 무슨 마법을 부리는 것인지 늘 일을 더 주면서도 일을 하고 싶게 만들었다.
“아휴, 열심히 하자.”
한숨을 내쉬면서도 최대훈의 얼굴에는 미소가 자리 잡고 있었다.
* * *
“국내시장이 너무 어렵네요.”
이틀 후, 도경을 포함한 매크로팀은 팀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겨우 3인밖에 없는 팀이었지만, 신입 최대훈이 들어오고 난 이후 개인이 감당해야 할 일은 줄어들었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모여 회의할 시간도 생기고 당연히 분석의 퀄리티는 올라갔다.
과장 홍세준은 머리가 지끈거리는 듯 이야기했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발 긴축, 영국, 유럽발 금융위기 전조 때문에 힘든데 국내 기업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니까 정말 힘이 쭉 빠집니다.”
부정적인 내러티브가 시장 전체에 깔려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좋지 않은 시장에 아주 자그마한 사건·사고가 터져도 화들짝 놀란 투자자들은 주식과 채권 등을 팔아대기 바빴다.
“트레이딩팀도 힘들겠지만, 매번 안 좋다는 얘기를 하려고 하는 우리도 참 힘이 듭니다.”
상품 수익률이 내려가며 팀 전체에 부정적인 기운이 깔려 있었는데 거기다가 매크로팀에서 앞으로 더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전망만 뿌려대니 팀원들이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그런 전망을 말하는 이쪽도 기분이 좋을 리는 없었다.
“뭐 이건 우리끼리 하는 얘기고……. 그래도 우리는 우리 일을 해야겠죠.”
홍세준은 마음을 다잡고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고, 도경은 입을 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조금 긍정적인 신호들이 있습니다.”
도경의 말에 홍세준은 의외라는 듯 도경을 바라보았다.
“미국 시장 얘깁니다. 경제는 순환한다는 관점으로 접근했을 때, 11월과 12월은 연중 최고 수익률을 올리는 시즌입니다.”
“북 클로징인가요?”
홍세준의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11월부터는 각종 거대 자산운용사들이 북 클로징(book closing)을 하는 달이었다.
북 클로징이란 한 해의 주식 시장을 결산 내는 회계장부 정산을 얘기했는데 은행, 펀드, 보험사들은 장부상 손실이 나는 것을 굉장히 꺼리기 때문에 보통 11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가지고 있는 채권이나 주식을 정리했다.
“네. 그렇습니다. 1조 7천100억 불을 굴리는 뮤추얼펀드가 10월 31일에 북 클로징을 마감한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우리 돈으로 2,450조 원을 굴리는 펀드가 북 클로징을 마친다는 것은 시장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하나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들이 수익이 저조한 것을 정리하기 위해 시장에 내던지는 물량만 해도 엄청날 것이기 때문이다.
“북 클로징이 지나면 12월 말에는 산타 랠리, 1월에는 재뉴어리 이펙트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산타랠리(Santa rally)는 크리스마스 전후부터 1월 초까지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기간이었다.
크리스마스 때 선물을 하고 모여 식사를 하는 분위기에 힘입어 내수 소비가 늘기 때문인데, 내수 기업들의 주가가 상승하며 시장을 이끌어가는 기간이었다.
경기의 선순환 구조였다.
“1월은 늘 좋았죠.”
지난 수십 년간 1월은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이를 재뉴어리 이펙트(January effect, 1월 효과)라고 불렀는데 새해를 맞아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전망이 흘러나오며 투자자들의 심리가 한층 고조되는 시기였다.
“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미국의 11월 중간선거 문제는 누가 이기든 상관없을 것 같습니다.”
미국은 대통령 임기 2년 차에 의회 상원 의원 1/3, 하원 의원 전체, 주지사 등 선거가 있었다.
행정부 평가의 성격이 강했는데 도경은 누가 승기를 잡든 상관이 없다고 말해오고 있었다.
“여당이 지더라도 말입니까? 백악관은 국정 동력을 잃을 텐데요.”
“데이터상, 여당이 지더라도 중간선거가 있던 해에는 중간선거가 끝난 이후부터 다음 해 4월까지는 쭉 상승 랠리를 했었습니다.”
도경은 그리 말하며 서류를 한 장 건넸고, 홍세준은 서류를 읽어 내려갔다.
“그렇네요. 내가 잘못 알고 있었습니다. 신선하네요.”
홍세준은 흡족하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이번에는 이와 같은 일들이 일어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나쁜 전망에 둘러싸인 것보다는 좋은 것 같습니다.”
“도경 씨의 말대로 시장이 이제는 좀 좋아졌으면 좋겠네요.”
홍세준은 그리 말하며 서류를 다음 장으로 넘겼다.
“다음은 트레이딩팀에서 요구한 사항입니다. 우리가 운용 중인 상품 중에 테마 추종 상품에서 새로운 테마를 발굴하려고 한답니다.”
랩 어카운트 1팀에서 운용 중인 랩 어카운트 상품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주식과 채권 현금을 일정 비율로 유지하며 운용하는 자산 배분, 국내외 주식만을 투자하는 주식투자형, 채권을 추종하는 채권투자형 등.
홍세준이 얘기하는 것은 국내 주식 시장에서 특정 테마 업종의 주식들을 사는 걸 얘기했다.
당연히 한 업종의 흥망 시기는 예측할 수 없었기에 고위험 상품이었다.
“고금리 시대에 맞춰서 은행이랑 보험 쪽 테마를 잡겠다고 하는데 분석을 부탁했습니다.”
홍세준의 말에 도경은 미간을 찌푸렸다.
“내부 얘기는 잘 모르지만, 아마 새로 온 대리가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도경과의 마찰 이후 박현재가 그만두고 새로운 대리가 트레이딩팀에 입사했다.
얼마 전 인사를 나눴었는데 보험사 쪽에서 상품을 운용하던 사람이라는 소개를 들었다.
“일단 저는 그렇게 좋게 보지는 않습니다만, 한번 파악해 보겠습니다.”
도경이 그렇게 얘기하자 최대훈은 메모를 하기 시작했다.
“그래요. 다음 주까지 준비해 달라고 했으니 천천히 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회의가 끝나고 자리로 매크로팀 전원이 자리로 돌아왔는데 최대훈은 트레이딩 시스템에 은행과 보험사 등 금융업종을 검색했다.
‘확실히 고금리니까 좋아 보이긴 하는데…….’
시중금리가 높다 보니 은행과 보험업종은 매출이 크게 상승할 것이라 예상되었다.
‘근데 도경 선배는 안 좋게 보는 것 같았는데…….’
최대훈은 두 눈을 빛내며 여러 가지 전망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1-02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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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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