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12)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12화(12/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12화
“네, 그건 제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한편, 유성투자증권 성남지점 PB 최우진은 아침부터 걸려오는 고객들의 전화에 시달리고 있었다.
“아뇨, 아뇨. 어차피 지금 15% 이상 빠졌으니까 그냥 들고 계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니, 최 대리가 추천해서 산 건데…….
고객의 불만이 가슴에 비수가 되어 박혔다.
PB로 살다 보면 늘상 듣는 말이었지만, 언제 들어도 적응되지 않았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선택은 자신이 하는 것이지만, 돈을 잃다 보면 누군가를 탓할 구실이 필요했으니까.
“죄송합니다. 하지만, 정말 좋은 종목입니다.”
-그러니까 이대로 들고 있자 이거죠?
“네, 그렇습니다. 오늘 빠진 이유는 악재도 없는 터라 제가 한번 알아보고 오후에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오전 중으로 연락해 주세요. 나도 이것만 보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네, 알겠습니다. 들어가십시오. 사장님.”
뚝-
평소 자신을 향해 살갑게 대하던 고객도 추천 종목이 곤두박질치자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아니, 이게 왜 내리박는 거야?”
최우진은 마음 아파할 시간도 없다는 듯 바로 트레이딩 시스템과 뉴스를 뒤지며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미성테크놀로지 왜 내리는 거임?] [미성테크놀로지 왜 내리는지 궁금하신 분 필독]└좋은 정보 드리겠습니다. Ka.톡 39@@3
[2만 원 애궤리 쩌어어어억-]└2만 원까지 내려오면 줍는다 애궤리 쮀에에엑에에엑~
종토방은 물론이거니와 대형주식 커뮤니티에서도 안전한 배당주인 미성테크놀로지의 하락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어그로들만 잔뜩 꼬이고 있었다.
유성투자증권 리서치 센터에서 운영하는 그룹채팅방에도 들어가 봤으나 이쪽도 내린 이유를 모르는 건 마찬가지였다.
“이게 MG 쪽 창구에서 다 흘러내려 갔네.”
MG는 세계 유명의 투자은행이었는데 국내 주식시장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외국계 기관이었다.
MG의 창구에서 대규모로 미성테크놀로지의 주식이 매도되고 있었다.
흘러나오는 물량에 주가가 -15%까지 내리자, 개인투자자나 국내 기관들도 덩달아 물량을 쏟아내고 있었고, 그 흐름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최우진은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익숙한 번호를 눌렀다.
“어, 나야. 나 뭐 하나만 물어보려고.”
-미성?
본론을 꺼내지도 않았는데 수화기 너머에서는 이미 예상했다는 듯한 답변이 나왔다.
수화기 너머의 상대는 유성투자증권 본사 리서치 센터에 있는 대학 동기였는데 미성테크놀로지를 커버하는 애널리스트였다.
“어, 너도 곤란하겠다.”
-그렇지 않아도 여기저기서 전화 와서 미치겠다. 블룸버그 터미널상에는 아무것도 안 떠. 연합도 마찬가지.
블룸버그 터미널과 연합 터미널은 국내 증권사에서 쓰는 단말기였다.
두 단말기 다 실시간으로 전 세계 주식시장 데이터와 뉴스 속보, 이용자가 아니면 볼 수 없는 심층 리서치와 분석이 올라왔다.
블룸버그 터미널 같은 경우는 연간 단말기 사용료가 대리, 과장급 연봉과 맞먹어 블대리, 블과장이라고도 불렸다.
“이거 MG 쪽 창구에서 물량 쏟는 데 어디야?”
-홍콩 쪽 같은데.
“홍콩? 그럼 아시아태평양 지사 있는 곳 아냐?”
세계 유수의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들은 아시아, 태평양지사를 홍콩이나 싱가포르에 뒀다.
아시아 지역에서 투자된 자본을 움직이는 컨트롤 타워나 다름없었다.
-맞아. 거기 지사가 있어.
“일단 알았어. 고마워.”
최우진은 급하게 전화를 끊고는 다시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았다.
-15%대에서 어느 정도 매수 물량이 들어오며 지지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개인들이 물량을 털어내고 있었다.
“아니, 리밸런싱 기간도 아닌데 이걸 왜 털어내는 거야?”
미성테크놀로지의 주식을 만약 MG에서 털어낸다면, 펀드에서 가지고 있는 물량일 가능성이 컸다.
그런데 보통 펀드의 구성 종목을 조정하는 리밸런싱은 따로 기간을 정해두고 했다.
지금 흘러나오는 물량은 리밸런싱 물량도 아닌 것 같았다.
거의 가진 지분의 전량을 매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거 도경 씨한테 물어봐야 할 것 같은데.”
최우진은 지금 누구보다 시야가 넓은 도경이 필요했다.
“아, 근데 지점장이…….”
하지만, 새로 온 지점장은 도경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발휘하는 걸 싫어하는 것 같았다.
“아씨, 모르겠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가 개인적으로 윤도경한테 묻는 거다.”
똑똑똑-
최우진이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할 때 노크 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리며 도경이 방으로 들어왔다.
“어, 도경 씨. 안 그래도 내가 가려고 했어.”
“대리님, 궁금한 게 하나 있습니다.”
“급한 거야? 급한 게 아니면…….”
“대리님도 제게 미성테크놀로지에 관해 물어보려 하셨지 않습니까?”
도경이 그리 물어오자 최우진은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떴다.
최우진은 미성테크놀로지라는 주식이 -15% 떨어지는 게 모두에게 이렇게 관심일 일인가 하고 생각했다.
“아니, 미성테크놀로지에 도경 씨도 관심 가지고 있었어?”
“네,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해드릴게요. 제가 지금 급해서. 이거 어디서 물량 쏟아내는 건가요?”
“MG, 홍콩 창구에서 물량 쏟아내고 있어.”
도경이 다급한 듯 묻자 최우진은 덩달아 다급해진 듯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리밸런싱도 아니야. 확인해 봤는데 5월 말에 리밸런싱 예정이야.”
“홍콩 창구면, MG가 가진 물량이라는 거죠?”
“그렇지.”
“선배, 이거 이상합니다. 나쁜 소식이 하나도 없거든요?”
도경은 이곳에 오며 줄곧 속으로 생각하던 것을 최우진에게 말하기 시작했고, 도경의 입이 열리기 시작하자 최우진의 두 눈은 커져갔다.
* * *
“그러니까 자네는 사는 게 좋겠다. 이거지?”
한편, 도경은 최우진과 대화를 마치고 다시 창구로 돌아와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노인과 대화를 나누었다.
노인에게 장시간에 걸쳐 지금이 미성테크놀로지 주식을 사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그렇습니다. 아마 그동안 속수무책으로 올라 지켜만 봤던 사람들에게도 매력적인 가격대까지 내려왔습니다.”
미성테크놀로지의 주식이 내리박기 시작한 지 30분이 지났지만, 여전히 왜 내리는지 모두가 영문을 모르는 상황이었다.
도경은 그사이 한 가지 가정을 세웠다.
보통 정상적으로 주식이 내릴 때는 주변 상황이나 직접적인 재료가 있어야 했다.
이 회사가 계약을 파기당했다는 뜬소문이라든지, 아니면 실제로 공급계약 파기 공시가 올라왔다든지.
하지만, 이번 하락은 아무런 재료가 없었다.
“지금 얼만가?”
“주당 23,350원입니다. 저는 이 주식을 사신다면 적어도 오늘 떨어진 만큼은 다음 주 안으로 복구가 가능할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자네는 확신을 가진 것처럼 얘기하는군.”
도경의 가정의 끝에는 결국 글로벌 투자은행인 MG의 홍콩 창구에서 무언가 주문 실수를 냈다는 것이다.
오직 그 한 창구에서만 물량이 쏟아져 나오며 지금의 하락을 이끌었다.
모두가 상황 파악을 끝마치게 된다면 도경 자신처럼 사고라는 것을 깨닫고 쏟아져 나오는 매도 물량을 줍게 될 것이다.
“네. 사고가 아니라면 내릴 이유가 없으니까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답을 보여주던 메시지가 추론에 확신을 심어주고 있었다.
“좋아. 내 자네를 2년 동안 지켜봐 왔네. 자네는 절대 나에게 손해가 되는 결정을 추천하지 않겠지.”
노인은 그렇게 말하며 신분증과 계좌를 창구 위에 올려두었다.
“거기 있는 예수금에 맞춰서 체결해 주게.”
“제 판단이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
“이 노인네 마음을 들뜨게 해놓고 인제 와서?”
노인은 피식 웃으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만약 자네 판단이 틀려 더 떨어진다고 해도 괜찮아. 2년간 자네가 이 고약한 노인네 비위 맞춰준 값으로 생각하겠네.”
노인은 도경을 믿었다.
앞에 앉은 직원은 처음에는 어리숙했지만, 자신이 올 때마다 반겨주었고, 투자 스타일 또한 기억해 주었다.
표정이 좋지 않을 때마다 자신에게 무언가 상품 판매를 권유하다 고개를 두 번 젓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자신에게 맞춰주었다.
“그리고, 좋은 회사잖나.”
“네, 이 일이 아니더라도 오를 회사입니다.”
“좋아. 그럼 체결해 줘.”
생각보다 통이 큰 노인의 결정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계좌를 받아 들었다.
그러고는 눈앞에 있는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며 노인이 원한 계약을 체결하기 시작했다.
“주당 23,300원에 5,500주 체결해 드렸습니다.”
도경이 그렇게 말하며 계좌와 신분증을 건네자 노인은 흡족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 *
“나름 잘 굴러가고 있었군.”
닷새 후, 유성투자증권 성남지점 지점장 류태화는 자신이 부임하기 전 해왔던 지점의 거래들에 대한 파악을 해왔고, 오늘 모든 자료를 숙지했다.
확실히 전국 49개 지점 중 실적 상위권을 달리는 지점인 만큼 이상한 거래는 없었다.
“허튼짓만 하지 않았어도…….”
이전 지점장이 왜 그런 선택을 했던 건지는 몰라도 그저 이대로만 흘러갔더라도 본사 발령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몇몇 부분은 수정을 하는 게 좋겠지.”
똑똑-
류태화가 직원들에게 당부할 상황을 정리하는 와중에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당황한 표정의 부지점장이 방으로 들어섰다.
“지, 지점장님.”
“무슨 일이 있습니까?”
“지금 창구로 나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창구요?”
“예, 업무가 마비되었습니다.”
부지점장의 말에 류태화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구로 걸음을 옮겼다.
“이게…… 무슨.”
창구로 나온 류태화는 할 말을 잃은 듯 입을 꾹 다물고 창구에서 벌어지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수십 명의 고객이 특정 창구 앞에서 나란히 줄을 서 있었다.
“업무가 마비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조금 전까진 막무가내였는데 그사이에 줄을 세운 것 같습니다.”
“줄을 세우지 말고 번호표 드리고 자리에 앉히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다른 내방객들이 놀랄 수도 있으니까요.”
류태화의 말에 부지점장은 객장을 통제 중인 직원을 불러 지시 사항을 전달했다.
“무슨 일인지 들어봐도 되겠습니다?”
류태화는 정리되는 객장을 바라보며 부지점장에게 물었다.
“3영업일 전 터진 팻 핑거 기억하십니까?”
팻 핑거(Fat Finger)는 굵은 손가락을 지칭하는 영어였는데 증권가에서는 굵은 손가락 때문에 주문 입력을 할 때 실수를 한다는 뜻이었다.
즉, 주문 입력 오류로 잘못된 거래가 발생하는 것을 통칭했다.
“예, 미성테크놀로지였던가요?”
류태화는 모를 수가 없다는 듯 말했다.
지난 며칠간 증권가를 뜨겁게 달군 이슈였다.
세계 유명 투자은행의 아시아태평양 지사에서 주문 실수를 내 보유 중인 미성테크놀로지의 주식을 매도해 버렸고, 내리꽂는 주가에 공황을 일으킨 기관과 개인투자자의 물량이 쏟아져 나오며 장 중 한때 -17%까지 주가가 내려갔다.
하지만, 한 시간 이후 주문 실수인 것 같다는 소문이 퍼지며 당일 주가의 상당한 부분을 해결했다.
“네. 그렇습니다.”
주문 실수를 내고 물량을 모두 팔아버린 투자은행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오른 가격에 물량을 거둬들이며 다음 영업일에 전날 손해를 만회하고 10% 이상 주가가 올랐다.
그리고 해당 투자은행에서는 모든 물량을 복구한 이후 주문 실수가 있었음을 발표했다.
“그때 팻 핑거임을 재빠르게 알아채고 고객에게 이 상품을 추천했다고 합니다.”
“그래요? 어느 PB입니까?”
“PB가 아닙니다.”
“PB가 아니라고요?”
“네.”
부지점장의 시선은 도경에게로 향했다.
“윤도경 씨란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럼 이 창구의 모습은…….”
“당시 종목 추천을 받고 미성테크놀로지를 사신 분이 지역에 있는 중소기업 공장을 운영하는 회장님이셨습니다.”
류태화는 가만히 부지점장의 말을 들었다.
“그때 산 주식이 37%의 수익률을 봤다고 합니다.”
“3영업일 만에 말이죠?”
“그렇습니다.”
그런 일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팻 핑거 사건이 터질 때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문 실수를 누군가가 빠르게 알아차리고 주식을 매수한다면 단기간에 고수익률을 낼 수 있었다.
주문 실수를 낸 금융사는 거의 고객의 위탁을 받고 운용 중인 물량이거나 펀드에 들어가야 하는 물량이 대부분이었고, 재빠르게 시장에 풀린 물량들을 다시 회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가격이 이전보다 오르더라도 금융사는 손해를 감수하고 원래 보유 중이었던 수량에 맞춰야 했다.
“그래서요?”
“그분이 큰 수익을 보자 고맙다고 회사 직원들을 상대로 퇴직금 IRP 계좌를 우리 증권사로 옮기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현행법상 근로자가 55세 이전에 퇴직할 때는 의무적으로 IRP(개인형 퇴직연금)로 퇴직금을 이체받아야 했다.
“그럼 다른 창구도 있는데…….”
“윤도경 씨에게 개설을 하라고 지시하셨다고 합니다.”
창구 직원은 특정 계좌를 유치했을 시 성과에 따라 성과급을 받을 수 있었다.
개인형 퇴직연금 통장 또한 그 대상이었다.
즉, 오늘 개설되는 수십 개의 계좌가 도경의 성과로 인정되는 것이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그뿐만이 아니라니요?”
“윤도경 씨가 해당 일을 최우진 대리에게 빠르게 알려준 덕에 최우진 대리 또한 자신이 관리하는 고객들에게 종목을 빠르게 살 것을 추천했고, 꽤 많은 고객이 이득을 봤습니다.”
“그렇습니까?”
“네, 신규로 유치된 자금도 있습니다.”
“윤도경 씨는 어떻게 확신했다고 합니까?”
류태화의 물음에 부지점장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입을 열었다.
“저도 방금 상황이 터지고 전해 들었습니다. 자세한 얘기는 알지 못합니다.”
그 말에 류태화는 굳은 표정으로 도경을 잠시 바라보다 부지점장을 바라보았다.
“지금 밀린 업무 처리하고 윤도경 씨 제 방으로 보내주세요.”
“네?”
“왜 확신을 가졌는지, 그 확신이 타당하지 않다면 고객을 상대로 도박을 한 것이니까요. 이유는 들어야겠습니다.”
말을 마친 류태화는 굳은 표정으로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0-28
정가 : 비매품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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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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