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123)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123화(123/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123화
“제가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다음 날, 도경은 사무실 한편에 딸린 회의실로 향하고 있었는데 옆에 선 최대훈이 불안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안 될 이유라도 있을까요?”
“……그게 아무래도 제가 실수를 해서.”
“그건 그거고 이건 우리 일이니까요.”
도경의 말에 최대훈은 여전히 불안했지만, 그래도 조금의 불안함은 덜 수 있었다.
며칠 전 도경에게 혼이 나고 난 이후, 자신의 사수는 평소와 똑같은 모습으로 돌아왔다. 뒤끝 없는 사수의 모습에 고맙기도 했지만, 여전히 눈치가 보이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리고 팀에 사람이 셋인데 나와 대훈 씨가 안 들어가면 누가 들어가요?”
도경은 피식 웃으며 회의실 문을 열어젖혔다.
회의실 안에는 이미 트레이딩팀에서 두 사람이 나와 있었는데 한 사람은 트레이딩팀 사원 김선우였다.
일전에 최대훈을 불러 혼낸 그 인물이었다.
“대리님, 어서 오십시오.”
도경이 들어가자 김선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는데 한 사람이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보며 무언가 메모를 하고 있었다.
트레이딩팀 대리 이지훈이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도경은 김선우를 향해 인사했고, 도경의 옆에 있는 최대훈도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도경은 노트북을 보며 메모를 하고 있는 이지훈의 맞은편에 자리했는데 소음은 들리지 않는다는 듯 상대는 엄청난 집중을 하고 있었다.
“저, 대리님…….”
도경이 자리에 앉았음에도 이지훈이 아무런 반응이 없자 김선우는 조심스레 그를 불렀다.
도경은 처음에는 기 싸움을 하려나 싶어 유심히 맞은편의 이지훈을 바라보았는데, 기 싸움이라기보다는 엄청난 집중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대리님.”
“네, 선우 씨. 잠시만…….”
“윤도경 대리님 오셨습니다.”
김선우의 말에 이지훈은 놀란 듯 고개를 들어 올렸고, 도경과 눈이 마주쳤다.
“아, 정말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윤도경입니다. 일전에 인사드렸었죠?”
이지훈이 처음 발령받아 온 날 두 사람은 안면을 텄다.
“이지훈입니다. 반갑습니다.”
이지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도경을 향해 손을 내밀었고, 도경은 손을 맞잡았다.
“이쪽은 저희 팀 직원 최대훈 씨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최대훈입니다.”
“반가워요.”
이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하고는 도경을 바라보았다.
“앉으실까요?”
이지훈의 제의에 도경은 자리에 앉았고, 이지훈도 자리에 앉아 책상을 정리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집중을 하면 주변 상황을 신경 못 쓰는 경향이 있어서요.”
“이해합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보며 최대훈은 묘함을 느꼈다. 인상도 그렇고 집중을 하면 주변을 보지 못하는 것도 그렇고…….
‘완전 거울상이네…….’
두 사람은 마치 거울을 보고 서 있는 한 사람 같다고 최대훈은 느꼈다.
“그럼 회의를 시작해도 될까요?”
도경의 물음에 이지훈은 고개를 끄덕였고, 도경이 자신을 바라보자 최대훈은 서류를 꺼내 모두의 앞에 한 부씩 내려놓았다.
“트레이딩팀에서 요청한 금융 테마와 관련해 저희가 작성한 전망보고서입니다.”
“재미있겠네요.”
이지훈은 마치 새로운 만화책을 손에 넣은 사람처럼 재빠르게 서류를 넘겼다.
도경은 가만히 그런 이지훈의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때로는 놀랍다는 듯 두 눈썹을 치켜올리고, 때로는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이지훈은 자신이 작성한 보고서를 읽어 내려갔다.
얼굴에 표정이 묻어 나오는 사람이었다.
“솔직히 이렇게 꼼꼼하게 작성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보고서를 다 읽은 이지훈은 서류를 내려놓으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이곳에 처음 발령받았을 때 매크로팀이 있다길래 놀랐거든요. 솔직히 증권사의 일개 랩에서 리서치를 돌린다는 소리를 못 들어봐서.”
이지훈의 말에 도경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이 랩으로 발령받고 제일 놀란 것이 그것 때문이었으니까.
보통 상품 운용 팀들은 리서치 센터에서 발간한 보고서를 읽거나, 애널리스트와 대화를 통해 전망을 보곤 했다.
“그리고 있어봤자 얼마나 잘 쓰겠어. 조금 무시한 것도 사실이고요.”
이지훈은 거리낌 없이 도경을 향해 얘기를 이어나갔다.
“그런데 오늘 본 보고서는 좀 기분 좋은 배신이라고 할까요?”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정말 놀랐습니다. 그러면, 무엇부터 얘기해 볼까요.”
이지훈은 이제 시작이라는 듯 도경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단도직입적으로 저는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은행업종보다는 보험업종을 좋게 보고 있습니다.”
이지훈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것이라 예상했다.
“예상하셨죠?”
“네. 조금은.”
“조금이라기엔 보고서는 거의 보험업종 위주로 적혀 있더군요.”
이지훈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하다 이내 표정을 굳히고는 입을 열었다.
“첫째, 단기적으로 4분기 실적이 좋지 않을 거라고 전망하신 점.”
“보고서에도 쓰여 있지만, 4분기 실적은 지난 저금리 시점의 매출이 발표됩니다.”
도경의 말에 이지훈은 가만히 집중하기 시작했다.
“아직 기준금리가 정점을 찍지 않은 이상 실적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3분기에 국내 보험사에서 컨퍼런스 콜(실적발표)을 하며 4분기 실적 전망을 낮게 제시한 점도 있고요.”
국내 보험사들은 이전 분기에 실적을 발표하며 4분기 전망치를 낮게 잡았다. 그래서 시장의 실적 예상도 그들이 제시한 전망치에 근사한 수치였다.
“저도 그 점을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4분기 실적발표 이후에 본격적으로 포지션을 잡으려고 합니다.”
이지훈은 도경의 말을 받았다.
“실적이 예상을 밑돈다면, 당연히 주가가 내릴 테니 꽤 싼 가격에 포지션을 잡을 수 있고, 실적이 예상치보다 높게 나온다고 하더라도 무릎에서는 올라탈 수 있다고 보거든요.”
이지훈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보험업종에 투자를 해야 할 상황이라면 실적발표 이후가 적기였다.
“만약 투자를 해야 한다면 시점은 그때가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동의해 주시니 좋네요.”
이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저는 보험주의 주가는 누적적이고 점진적이며 장기적으로 오를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저는 그 부분에서 동의하지 않습니다.”
두 사람이 가장 차이를 보이는 지점이 나오자 도경은 동의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역사적으로 보험업종의 주가는 금리와 상관관계가 높습니다.”
이지훈은 동의할 수 없다는 도경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얘기했다.
“보고서에도 그리 적혀 있던걸요. 금리가 높으면 보험사가 투자한 상품의 매출이 올라 보험료가 싸지는 효과가 있다고.”
이지훈이 말한 것은 도경이 보고서에 장점으로 써둔 부분이었다.
“보험료가 저렴해지는 시기에는 전통적으로 보험 가입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납니다. 당연히 매출이 오르는 것이고요.”
“네, 이지훈 대리님 말씀처럼 보고서에 장점으로 써둔 부분입니다. 하지만 그 모든 장점을 고려하더라도 단점이 더욱 크기 때문에 투자를 유보하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도경은 어디 한번 얘기해 보라는 듯 가만히 자신을 바라보는 이지훈을 향해 입을 열었다.
“첫째, 올해 금리 변동이 너무 가파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일정 부분 쉬었다 가는 것이 없이 통화정책 회의가 열리는 시기마다 기준금리가 오르니 시중금리도 당연히 따라 오르고 있고요.”
말 그대로 1년 새에 금리가 엄청나게 올랐다.
언론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빅 스텝(0.5%P)이니 자이언트 스텝(0.75%P)이니 하며 가파른 금리 상승을 얘기해 오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보험업종의 주가 상승 기대수익만큼의 이익을 얻을 곳이 많아졌습니다.”
금리 상승 시기에는 주식 말고도 꽤 매력적인 투자상품들이 많았다.
주식시장에서 돈이 빠져나간다는 얘기였다.
“저는 단기적으로 10%의 수익률을 예상합니다.”
“그 수익이 적다고 얘기하시진 않겠죠?”
“물론 10%도 높은 수익률입니다. 하지만.”
도경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이지훈을 향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현재 채권시장이 매우 힘듭니다.”
“…….”
“보험사가 보험료를 지급하기 위해 채권시장에서 투자수익을 내는 것을 알고 계실 겁니다.”
“채권을 발행하기도 하고요.”
“그렇습니다. 가장 중요한 운용 시장이 어지럽다 보니 단기적으로 현금 조달이 안 될 수 있습니다.”
이지훈은 입을 꾹 다물고 도경의 말에 집중했다.
“보험사들이 투자한 채권의 손실이 크다 보니 여기서 더 확대된다면 RBC 비율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RBC(Risk Based Capital)는 지급여력을 얘기했는데 말 그대로 보험 가입자 전원이 한꺼번에 보험금 지급을 요청했을 때 지급할 수 있는 여력을 얘기했다.
국내에서는 금융당국이 보험사에게 150% 이상 지급여력을 갖추기를 권고했다.
즉, 보험료를 다 지급하더라도 50%의 현금을 남겨둬야 한다는 얘기였다.
“150% 이하로 떨어지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실 겁니다.”
이 지급여력이 150% 이하로 떨어지면 재무개선 계획과 자본확충을 해야 했는데 이를 하지 못한다면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되었다.
“채권 운용 손실이 150% 선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보험사에 계셨으니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도경이 보험사에 투자를 꺼리는 이유가 그것이었다.
채권시장의 흐름은 단기간에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 부분은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
이지훈은 가만히 도경을 바라보며 얘기했다.
“하지만, 보험사의 채권 운용은 시장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크지 않습니다. 채권을 운용하기보다 채권을 발행해 시장에 돈을 빌려오는 방식을 사용하고요.”
“채권시장의 손실이 커지고, 시중금리가 급격하게 상승해 높은 이자를 챙길 수 있는 곳이 많은데 누가 보험사에 돈을 빌려주죠?”
도경은 다시 한번 반박했고 이지훈은 입을 꾹 다물었다.
“대리님, 보험사가 전통적으로 이 시기에 강하다는 대리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지금 시기는 이전 시기와는 다른 특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특수성은 채권시장의 불안정함을 얘기했다.
“부디 이 투자에 대해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도경이 그리 얘기하자 잠시 고민하던 이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윤도경 대리님의 의견도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보험업종의 강세를 예상합니다. 저는 시장이 순환한다는 것을 믿고, 경험해 왔기 때문입니다.”
도경은 너무나도 자신 같은 이지훈이 왜 지금은 다른 결과를 도출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하죠. 보험사의 4분기 실적발표 이후, 채권시장의 손실이 줄어든다면 보험사에 투자하는 것으로요.”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 이후에 사건이 터질 수도 있습니다.”
“윤도경 대리님의 의견은 존중하지만, 만약 동의하지 않으신다면 저도 제 의견을 저희 팀 과장님께 강권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 보험사죠?”
“제가 누구보다 잘 아는 부분이니까요.”
그 한마디에 도경은 자신과 이지훈이 유일하게 다른 점을 알았다. 이지훈은 자신의 경험에 의존하는 사람이었다.
같은 데이터를 두고도 도경은 해본 적이 없는 경험을 이지훈은 했고, 그리고 이지훈은 그 경험을 누구보다 믿고 있었다.
“그럼 오늘 회의에서는 제자리걸음을 해 결과를 낼 수 없었다고 과장님께 보고드리겠습니다.”
도경은 이지훈을 향해 말했다. 양보할 수 없었다.
불을 보고 뛰어드는 부나방같이 타 죽을 걸 알면서도 그곳에 들어갈 수는 없었으니까.
“고생하셨습니다.”
도경은 그리 인사를 하고는 최대훈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에서 빠져나갔고, 이지훈은 그런 도경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원래 저 팀이 타협이 좀 안 되는 팀입니다.”
이지훈의 옆에 앉은 트레이딩 팀원 김선우는 그리 얘기했다.
“파트장님의 뒷배를 믿고…….”
“글쎄요.”
“네?”
“원래 전망을 보는 쪽은 저래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선우 씨도 어딜 가든 자신의 인사이트에 확신을 가지는 게 좋을 겁니다. 그게 이 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무기가 되거든요.”
이지훈은 그리 말하며 짐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죠. 과장님께 보고드려야겠습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1-23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이 책은 KWBOOKS가 저작권자와의 계약에 따라 전자책으로 발행한 것입니다.
본사의 허락없이 본서의 내용을 무단복제 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의해 금지되어 있습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