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124)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124화(124/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124화
“그래?”
트레이딩팀 대리 이지훈은 사무실로 돌아오자마자 과장을 찾아 회의할 때 있었던 일을 보고하고 있었다.
“네. 아무래도 매크로팀의 의견은 바꿀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지훈이 그리 얘기하자 트레이딩팀 과장은 미간을 찌푸렸다.
“어때?”
앞뒤 다 잘라먹은 물음에 이지훈은 잠시 생각하는 듯하다 입을 열기 시작했다.
“괜찮은 것 같습니다.”
“뭐?”
“솔직히 처음에는 의심했었습니다. 랩에 리서치 부서가 있다고 해서 해봤자 얼마나 잘하겠냐는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는 뛰어난 것 같네요.”
“칭찬을 하라는 게 아니잖아.”
“솔직한 제 평가가 듣고 싶으셨던 거 아닙니까?”
“솔직함은 빼고.”
과장은 그리 얘기하고는 매크로팀에서 작성한 보고서를 책상 한쪽으로 던졌다.
“거슬리지 않냐 이 말이지.”
“거슬린다고 말할 필요까지 있겠습니까? 혹시 매크로팀의 의견을 우리가 받지 않으면 안 되나요?”
“그런 건 아니고…….”
과장이 말끝을 흐리자 이지훈은 아까 들었던 얘기가 떠올랐다.
“아, 파트장님 말씀이시군요.”
“벌써 내부 분위기 파악한 거야?”
“아뇨. 김선우 씨가 지나가는 말로 하는 얘기 들었습니다.”
과장은 콧방귀를 꼈다. 눈앞에 있는 이지훈은 무언가 포장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처럼 뭐든지 직설적으로 얘기해 왔다.
“저는 보험주가 단기적으로 고객들의 포트폴리오 수익을 올려줄 거라 생각합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건 나도 아는데.”
“파트장님께 같이 가서 보고드려도 되겠습니까?”
“뭐?”
“우리가 우리 의견을 제대로 얘기하면 파트장님께서도 이해하지 않으실까요?”
이지훈의 말에 과장은 놀란 듯 그를 바라보았다.
“제 의견이 혹시…….”
“아니, 맞아. 그동안 내가 파트장님이랑 얘기를 똑바로 해볼 시간이 없었네.”
“보고서 정리해 올리겠습니다.”
“그래. 보고서 올라오면 바로 파트장님 찾아뵙자고.”
과장의 말에 이지훈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자리로 돌아갔고, 과장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이지훈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 * *
“우리 측에서 그렇게 자료를 제공했는데 상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쩔 수 없죠.”
한편, 도경은 자리로 돌아와 과장 홍세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번에는 저도 회의에서 느꼈는데 트레이딩팀의 의지가 강한 것 같습니다.”
“그럼…….”
“일단은 좀 두고 봅시다.”
홍세준의 말에 도경은 씁쓸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 포기하자는 말은 아닙니다.”
홍세준은 도경의 모습을 보며 피식하고 웃었다.
“어쨌든 파트장님의 결재가 있어야 투자를 진행할 수 있으니, 시장을 계속 주시하고 보고서는 매일 올려야죠.”
“네. 그럼 매일 보험주와 관련된 전망 올리겠습니다.”
“좋아요.”
홍세준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려 했다.
“도경 씨.”
돌아서는 도경을 불러 세운 홍세준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이지훈 대리는 어떻던가요?”
“네?”
“같이 얘기를 나눠보니 어떠냐고 묻는 겁니다.”
도경은 잠시 고민을 하다 입을 열기 시작했다.
“괜찮은 분 같았습니다. 저희의 전망이 본인이 듣기에 납득이 가능하면, 굉장히 빠르게 동의를 해주셨고요.”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협업을 하는 사이였지만, 생각하는 최종 결과가 달랐을 때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기는 어려운 일이니까.
물론 상대를 존중한다면 응당 그래야 할 일이지만…….
“그런 사람들이 많지 않은데, 재미있네요.”
홍세준의 말대로 그런 사람들보다 상대의 의견을 뭉개려는 인간들이 많다 보니 이지훈은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사람이라고 도경은 생각했다.
“그래도 설득은 하지 못했네요.”
홍세준이 그리 얘기하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분의 경험을 모조리 부정할 만큼의 데이터를 제시하지 못한 제가 부족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진심이었다. 적어도 자신의 의견이 틀리지 않았다면 제안을 받아들일 만큼 열린 마음을 가진 이지훈이었다.
하지만, 그의 경험은 도경 자신이 제시한 데이터보다 더 확고했고, 그 확고한 경험을 무너뜨리지 못한 것은 온전히 자신의 데이터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도경은 생각했다.
“글쎄요. 그건 도경 씨가 좀 자신에게 가혹한 것 같은데요.”
홍세준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지훈 씨에 대한 평가는 도경 씨가 본 것이 맞겠지만, 사실 경험에 의존하는 사람들은 그다지 열린 사람들이 아니거든요.”
홍세준은 도경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특히나 하루에도 수십 가지가 변하는 이 금융시장에서 자신의 경험에 갇혀 있다? 그건 스스로가 덫에 빠지는 것과 똑같은 겁니다.”
“…….”
“변화에 적응하기보다 기존의 성공 공식에 기대는 건 좋지 않겠죠.”
물론 기존의 성공 공식에 기대는 것은 중간은 간다는 보장은 되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변화무쌍한 시대에 기존의 경험은 오히려 독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우리같이 시장 상황을 파악해 주는 사람들의 일이 더 중요하고요.”
이전과는 다른 경제 상황이었다. 이럴 때일수록 변화를 빠르게 읽어 그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고 홍세준은 생각했다.
“도경 씨가 잘못한 게 아니라, 상대가 자신의 경험에 갇혀 있는 것이니 너무 자신을 몰아붙이지 말라고 말해주는 겁니다.”
홍세준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자료 준비되면 보여주세요.”
도경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 * *
“일해보니까 어때요?”
이틀 후, 랩어카운트 1팀 파트장실.
트레이딩팀 과장과 대리 이지훈이 이곳을 찾아 파트장 서용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적응은 할 만한가요?”
“너무 즐겁습니다.”
서용원의 물음에 이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보험사는 조금 많이 보수적이었거든요.”
이지훈의 말에 서용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지금 랩의 환경이 너무 즐겁습니다.”
“하하하, 아무래도 보험사는 보수적일 수밖에 없죠.”
보험사는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료를 벌기 위해 자산을 운용했다. 굉장히 보수적인 움직임이었고, 내부 운용팀도 철저한 회사 내규를 적용받았다.
물론 증권사의 내규도 만만치는 않았지만, 이지훈의 말마따나 보험사에 비하면 굉장히 열린 환경이었다.
“하지만, 우리도 고객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으니 너무 무리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자, 그럼 두 사람이 찾아온 이유를 한번 들어볼까요?”
서용원은 트레이딩팀 과장을 보며 물었다.
“테마 추종 상품에 대해 논의를 드리려고 찾아뵈었습니다.”
과장은 그리 얘기하며 보고서를 서용원에게 건넸다.
“실무자 간의 대화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서용원의 말에 과장은 이지훈을 바라보았다.
“윤도경 씨와 제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잘됐나요?”
“이견을 좁히지 못했습니다.”
덤덤한 듯 얘기해 오는 이지훈의 말에 서용원의 이마에는 주름이 지기 시작했다.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요?”
“예. 매크로팀에서는 채권시장이 어려우니 투자를 유보하자고 말했고, 저는 지금이 투자 적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동의하기 어려웠습니다.”
이지훈은 꽤 덤덤했는데 서용원은 오히려 그런 그의 모습이 신기했다.
“이견을 좁힐 수 없으니 나를 찾아온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파트장님께서 결정권자시니 제 생각을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이지훈의 말에 서용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매크로팀이 반대하는 이유는 이미 보고서를 받아봤으니까요.”
서용원이 승낙하자 이지훈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저는 금리의 상승이 앞으로 보험사들의 매출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서용원은 가만히 이지훈의 말에 집중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앞으로 기준금리는 계속해서 오를 테고, 주식시장은 필연적으로 약세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시장에서 우리 포트폴리오를 이끌어줄 상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그게 보험주다.”
“그렇습니다. 금리의 상승은 보험사의 운용자산 이익 상승에 지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이것은 제가 보험사에 있으며 이 시기에 어떤 수익률을 기록했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지훈은 자신이 보험사 자산운용팀에서 근무하던 시절의 경험을 강력하게 어필하고 있었다.
“그리고 과거에 보험사에서 팔았던 고금리 상품들을 기억하실 겁니다.”
요즘에야 돈을 맡겨도 이자가 얼마 붙지 않았지만, 2~30년 전만 해도 10% 이상 확정 이자를 주는 상품들이 있었다.
그런 고이자 상품들을 해지하지 않고 유지하는 고객들의 수가 꽤 되었다.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당연히 보험사도 금리가 낮을 때보다 그런 상품의 이자 지급 부담을 덜게 됩니다.”
당연히 기준금리가 올라 보험사가 버는 돈이 많아지니, 높은 이자를 약속한 상품에 대한 지급 부담도 줄어들었다.
“재정건전성이 높아지겠네요.”
“그렇습니다. 재정이 건강해지면 당연히 단기적이고 장기적으로 매출의 상승이 기대됩니다.”
이지훈의 전망은 꽤 논리적이었고, 매력적이었다.
서용원이 이 바닥에 오래 있다 보니 이 시기에 강한 업종들을 경험상으로 알고 있었다.
보험사들은 거기에 포함되었다.
“단기적으로는 보험사의 투자수익률 증가, 장기적으로는 보험료가 저렴해지니 고객 수의 증가와 자산건전성이 늘어난다는 점이 있습니다.”
이지훈은 서용원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향후 1년간 보험사의 매출은 점진적, 누적적으로 상승하게 될 것이고 당연히 주가도 오를 것이라는 게 제 의견입니다.”
이지훈이 얘기를 마치자 고개를 끄덕이던 서용원은 입을 열었다.
“음, 이 대리의 의견은 잘 알았습니다. 하지만, 매크로팀은 지금 채권시장의 특수성이 이전과는 다르다고 말해오고 있습니다.”
“그 부분은 저도 체크해 봤습니다만, 매크로팀이 너무 조심스러운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지훈은 서용원의 답을 매끄럽게 받았다.
“국내 채권시장의 금리는 계속해서 오르다 영국의 문제가 끝이 나자 보합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근래 채권시장의 변동성은 축소되고 있었다.
“저는 매크로팀의 의견을 존중합니다만, 매크로팀이 최근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너무 시장을 조심스럽게 바라보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이지훈의 말에 서용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워낙 많은 사건이 터졌기 때문에…….”
“하지만, 그런 조심스러움으로 인해 투자할 곳은 점점 줄어듭니다. 전통적으로 시장은 순환한다는 믿음 속에 지금은 진입 시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지훈이 그렇게 말을 마치자 서용원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한참을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트레이딩팀 의견대로 한번 가 봅시다.”
서용원은 펜을 꺼내 들고는 보고서 결재란에 사인했다. 그러고는 보고서를 건넸다.
“가, 감사합니다.”
트레이딩팀 과장은 너무도 쉽게 일이 풀리자 당황한 듯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아닙니다. 이지훈 대리가 나를 납득시킨 거니까요. 앞으로도 감정적인 대응이 아니라면, 트레이딩팀 의견을 배제할 이유는 없습니다.”
서용원이 그리 얘기하자 이지훈은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다만, 앞으로는 조금 더 매크로팀과의 협업을 늘렸으면 좋겠다는 게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물론입니다. 윤도경 대리와 얘기를 나누는 게 즐거웠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러고 보니 두 사람은 비슷한 부분이 많네요. 어쨌든 진행 상황은 과장님이 계속해서 보고하시고요. 고생들 했습니다.”
서용원이 그리 얘기하자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사무실을 나섰고, 서용원은 책상 위의 수화기를 들어 올렸다.
“홍 과장님, 지금 제 방으로 오세요.”
* * *
“이야, 우리 파트장님 저렇게 시원하신 분인 줄 처음 알았네. 아니지, 이지훈!”
한편, 파트장실을 나온 트레이딩팀 과장은 기분이 좋은 듯 미소를 지으며 이지훈을 바라보았다.
“네 덕인 것 같다. 잘했어.”
“아닙니다. 파트장님은 말씀드리면 허락해 주실 분으로 봤거든요.”
“그래? 사람 보는 눈도 있네. 하긴, 우리 파트장님이 좀 열린 분이긴 하지.”
두 사람이 그렇게 대화를 나누며 걸을 때 정면에서 매크로팀의 홍세준이 걸어오고 있었다.
트레이딩팀 과장은 미소를 지으며 홍세준을 바라보았다.
“어이! 홍 과장.”
“김 과장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지. 보험사 투자하게 됐다.”
트레이딩팀 과장의 말에 홍세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네?”
“파트장님이 그거 설명하려고 너를 부른 것 같은데. 뭐 그렇게 됐어.”
그 말에 홍세준은 표정을 굳힌 채로 그들을 지나쳐 파트장실로 향했고, 트레이딩팀 과장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어우, 재수 없는 놈. 속 시원하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지훈은 홍세준과 자신의 과장을 번갈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1-23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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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