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125)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125화(125/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125화
“그렇게 되었습니다.”
한편 홍세준은 파트장실에서 서용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들어오기 전 만났던 트레이딩팀 과장의 말을 그대로 서용원이 설명했다.
“확실한 건 내가 이번에 트레이딩팀의 손을 들어준 건 매크로팀을 무시한 게 아니라는 겁니다.”
“……알고 있습니다.”
홍세준은 서용원의 밑에서 5년간 일했다.
서용원은 절대 감정적으로 일 처리를 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매크로팀의 보고서와 트레이딩팀의 전망을 모두 확인해서 비교해 본 결과 그쪽이 더 옳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제게 설명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파트장님께서 지시하시면 따르겠습니다.”
홍세준의 말에 서용원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홍 과장.”
홍세준은 자신을 부르는 서용원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매크로팀의 위치라는 게 참 어렵습니다. 그렇죠?”
“…….”
“늘 안 좋은 소리만 한다. 그럼 언제 주식을 사란 말이냐. 이런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물론 경제 상황이 좋을 때는 매크로팀도 아쉬운 소리를 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누구라도 ‘앞으로 시장 상황이 어떻게 될 것이다’라고 함부로 예측할 수 없을 만큼의 불확실성이었다.
그럴 때 매크로팀이 할 수 있는 것은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지표를 읽어 전달하는 일뿐이었다.
“그저 지표를 두고 전달하는데 상대는 버럭 화부터 내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저희는 데이터를 그대로 읽을 뿐이지만, 트레이딩팀은 직접 시장에서 거래를 해야 하니까요. 저희가 막으면 그쪽에서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홍세준은 가만히 서용원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지금 랩에서 저희 매크로팀이 철저한 악역이란 것을 알고 있습니다.”
갑자기 팀이 확대되며 자신이 과장으로 오른 것과 시장 상황이 좋지 않으니만큼 부정적인 소리를 얘기한다는 것 때문에 매크로팀은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란 걸 홍세준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는 경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용원은 가만히 홍세준을 바라보았다.
“나중에 가서 우리가 어떤 것을 실수했나 뒤를 돌아보았을 때, 저희 팀이 경고했던 것이 떠오른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실수를 빠르게 되돌릴 수 있으니까요.”
홍세준은 자신들의 임무는 그것이라 생각했다.
당장 내일 아침 사건이 터져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대부분이 그럴 때 무엇이 문제인지 상황을 파악하는 데 시간을 쏟아붓곤 한다. 하지만, 그때 지금의 보고서가 떠올라 문제를 빠르게 잡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저는 저희 팀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홍세준이 그렇게 말을 마치자 서용원은 가만히 홍세준을 바라보다 피식하고 웃었다.
“위로를 해주려고 했는데 한 방 먹었네요.”
“네?”
“아닙니다. 그런 마음이라면 내가 더 할 말은 없을 것 같네요.”
“그럼 나가보겠습니다.”
“아, 홍 과장.”
파트장실을 나서려던 홍세준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저번에 김 과장에게 대든 것 말입니다.”
일전 회의에서 홍세준이 트레이딩팀 과장을 향해 소리를 지른 것을 얘기해 오는 것 같았다.
“죄송…….”
“좋았습니다.”
“……네?”
“너무 선비처럼 다 받아주지 마세요. 가끔은 그런 모습도 필요할 때가 있더라고요.”
서용원의 말에 홍세준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파트장실을 나섰고, 서용원은 걱정보다는 탄탄한 홍세준의 마음가짐에 기분이 나쁘지 않다는 듯 웃었다.
* * *
“트레이딩팀에서 오늘부터 보험주에 대한 포지션을 잡는다고 합니다.”
일주일 후, 과장급 회의를 다녀온 홍세준은 도경과 최대훈을 향해 말했다.
일주일 전 보험사에 투자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전해 들었는데 생각보다 빠른 진입에 도경은 놀란 듯 자리에서 일어나 홍세준에게 다가갔다.
“보험사의 실적발표 이후 포지션을 잡는다고 들었었는데…….”
“지금은 처음 포지션을 잡는 거라고 하더군요. 실적발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까요.”
“그럼 실적발표 이후에 포지션을 확대한다는 얘기인가요?”
도경의 물음에 홍세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계속해서 보험업종 팔로우해 주세요.”
“네.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도경은 인사를 하고는 자리로 돌아왔다.
그러고는 트레이딩 시스템을 이용해 보험업종의 주가를 확인했다.
[보험업종 -0.77%]시장 지수가 하락하며 보험업종도 같이 하락하고 있었다.
‘기관들이 엄청나게 사고 있네.’
도경은 트레이딩팀에서 왜 지금부터 포지션을 잡으려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개인투자자들은 시장의 하락 때문에 주식을 던지는 느낌이었고, 이를 기관에서 사들이고 있었다.
특히 보험업종은 더더욱 기관들의 놀이터가 된 느낌이었다.
‘다들 고금리에는 안정적인 보험주가 좋다고 보는 건가…….’
아무래도 금융주들은 전통적으로 배당을 강하게 줬다.
배당이란 주식시장에 상장된 회사에서 이익금의 일부 또는 전체를 주주가 가지는 것을 얘기했다.
1주당 1천 원씩 배당하기로 하였다면, 10주를 가지고 있을 때 1만 원을 현금으로 배당받았다.
고금리로 인한 주가 상승과 4분기 결산 월에 맞춰 나올 올해 배당금을 노리고 기관에서 사들이는 것 같았다.
‘다 좋은데…….’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 한편에 있는 블룸버그 터미널로 향했다.
그러고는 올해 보험사들이 발행한 채권을 검색했다.
“엄청나네.”
보험사들은 약속된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해 현금을 빌려오고 있었다.
다시 말해, 3년 후에 일정 이자를 붙여 돈을 갚을 테니 이만큼을 빌려달라는 얘기였다.
채권은 그것의 차용증 같은 개념이었다.
보험사들은 대부분 신용도가 높고 우량한 기업들이기 때문에 그들의 채권은 나오자마자 모두 매각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게 불안한 고리가 되지 않기를 바라야지.’
문제는 보험사들이 자금 대부분을 채권시장을 통해 조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도경이 보험사에 대한 투자를 반대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만약 자금조달이 되는 시장에서 문제가 터지면, 보험사는 자금을 조달해 올 곳이 없었다.
지이잉-
모니터에 뜬 내용을 메모하던 도경은 울리는 휴대전화 진동에 화면을 확인했다.
그러고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대리님, 잠시만요.”
도경은 그렇게 얘기하고는 비어 있는 회의실로 들어갔다.
“우진 대리님, 죄송해요. 자리를 옮긴다고…….”
-아, 괜찮아.
수화기 너머의 주인공은 성남지점 PB 최우진이었다.
“무슨 일이세요?”
-혹시 무슨 소문 못 들었나 해서.
“소문이요?”
도경은 의아하다는 듯 되물었다.
-어디까지나 찌라시 수준인 것 같은데…….
“무슨 소문인데 그러세요.”
-아니, 동기 중에 태산증권에서 채권 운용하는 놈이 있는데 오늘 채권시장에 이상한 소문이 돈다는 거야.
도경은 미간을 찌푸리며 최우진의 말에 집중했다.
-도경 씨, 화정개발공사 알아?
“화정개발공사요? 화성테마파크 조성한 곳 아닌가요?”
화정개발공사는 화정시에서 만든 공기업이었다.
화정시에 있는 놀이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만든 특수목적회사(SPC)기도 했다.
-어, 맞아. SPC.
“무슨 일이 있나요?”
-화정테마파크 만들려고 어음을 2,000억 원을 발행했거든.
“네, 알고 있습니다.”
-이번 달이 만기인 것도 알고 있어?
최우진의 물음에 도경의 표정은 점점 굳어갔다.
“이번 달이 만기인가요?”
-맞아. 이번 달에 돈을 갚든가 이제 만기 연장을 해야 하는데…….
수화기 너머의 최우진은 잠시 고민을 하다 입을 열었다.
-새로운 화정시장이 이거 법원에 회생 신청을 한다는 뜬소문이 돌고 있어.
법원에 회생 신청을 하겠다는 말은 빌린 돈을 갚지 않겠다는 얘기와 다름없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도경은 설마설마하던 말을 최우진이 해오자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다.
-말 그대로야.
현대 경제체제는 신용사회였다.
다시 말해 현금이 없어도 신용으로 물건을 사고, 돈을 빌릴 수 있는 사회였다.
특히나 금융시장에서 이 신용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알파이자 오메가였다.
“제가 알기로는 화정시에서 지급보증을 선 어음으로 알고 있는데 신용등급이…….”
-A-1
화정개발공사에서 발행한 어음은 단기어음이었기 때문에 신용등급이 A-1에서 D까지 있었다.
A-1이라는 얘기는 최상의 신용등급이라는 얘기였고, 이는 나라에서 발행하는 국채나 지방정부에서 발행하는 지방채와 똑같은 신용등급이었다.
-당연히 화정시에서 지급보증을 섰으니까, 지방채로 인식되어서 A-1으로 배정한 거지.
도경은 잠시 눈앞이 아찔해졌다.
신용등급이 제일 높은 채권을 갚지 않겠다는 발표를 한다면 이 채권시장에서는 그 어떤 채권도 믿을 수 없다는 얘기였다.
즉, 돈을 빌려주고 받은 차용증서인 채권이 휴지 조각과 같다는 얘기였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말이 되지 않습니다.”
-알잖아.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 지금 일어나고 있다는 거.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나도 아니라고 믿어. 그 짓을 하면 나라 경제가 어떻게 될지 정도는 생각할 테니까.
“네. 일단 말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도 뜬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미리 알고 있으면 좋을 얘기였습니다.”
-그래, 알겠어. 고생해. 나중에 또 얘기하자.
“네. 대리님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도경은 전화를 끊고는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통화 내용 자체가 너무나도 숨이 막히는 얘기였다.
‘이럴 때가 아니지.’
도경은 재빠르게 회의실에서 나와 다시 블룸버그 터미널 앞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단기채권시장의 분위기를 확인했다.
‘이거 뭐야.’
단기 회사채 시장에서 엄청난 본드 런이 일어나고 있었다.
본드 런(Bond Run)이란 투자자들이 앞다퉈 본드(채권)를 판다는 얘기였다.
다시 말에 시장에 자신이 방금 들은 루머가 도는 게 확실했다.
‘여기는 안 그래도 위험한 곳인데…….’
1년 이하의 단기채 시장은 정보에 민감했다.
단기채 시장은 기업의 신용도나 구체적 재무 건전성을 따져가며 투자하는 곳이 아니었다.
-짧으면 석 달, 길면 1년 후에 돈을 돌려받는데 무슨 문제가 있겠어.
그런 심리로 돈을 돌리는 시장이었고, 개인보다는 정보가 밝은 기관투자자들의 놀이터와 같은 곳이었다.
그리고 이 시장에서 도는 돈의 대부분은 빚을 내 빌린 돈으로 돌리는 시장이었다.
‘이런 시장에서 그런 정보가 돌면…….’
문제가 생겼다는 정보가 도는 순간 눈 깜짝할 새 시장에서 돈을 뺀다. 그것도 단체로.
잔뜩 긴장하고 임하는 시장에 최우진이 전한 정보가 떠돈다면 당연히 이들은 돈을 뺄 것이다.
지금 그런 움직임이 도경의 눈앞에 보이고 있었다.
지이잉-
그때, 휴대전화에서는 다시 진동이 울렸고, 도경은 휴대전화 화면을 확인했다.
메시지가 보상으로 준 앱에서 온 알림이었다.
[5분 빠른 뉴스: (속보) 화정시, 화정개발공사 법원에 회생 신청키로.]모두가 그럴 것이라 믿는 믿음 혹은 상식은 가끔, 어이없는 이유로 모두를 배신해 오기 시작한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1-23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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