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126)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126화(126/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126화
“어떻게 될 것 같아?”
다음 날, 랩 어카운트 1팀 트레이딩팀 과장은 이지훈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단기적으로는 충격이 있을 것 같습니다.”
“뭐?”
이지훈의 말에 트레이딩팀 과장의 표정은 점점 굳어갔다.
“아니, 이거 매크로팀 보고서대로 흘러가는 거 아니냐고.”
과장은 묘한 기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아니, 기시감 따위가 아니었다. 지난 영국채권 투자 건과 똑같은 흐름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매크로팀의 윤도경이라는 놈은 도대체 무슨 재주를 부리길래 마치 미래를 예견하는 듯한 보고서를 척척 써내는 것인지.
자신의 팀과 매크로팀은 도대체 무슨 악연으로 엮여 있길래 매번 이런 식의 과정이 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지금 채권시장의 모습은 매크로팀에서 작성한 보고서대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아니! 내가 지금 그 말 듣자고 너 부른 거 아니잖아!”
조용하던 사무실 내에 트레이딩팀 과장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모두가 놀란 듯 그곳을 바라보았다.
“미안합니다.”
과장은 자신이 잠시 욱한 것에 대해 모두에게 사과하고는 이지훈을 바라보았다.
“이거 우리가 보험주에 포지션 잡기 시작했는데 이래도 되냐고.”
“당분간은 부침이 있을 것 같습니다.”
너무나도 솔직한 이지훈의 말에 과장은 기가 막혔다.
당황하는 기색이라도 보이며 변명을 할 줄 알았더니 그런 것도 없었다.
“뭐라고?”
“하지만, 본격적으로 포지션을 잡기 전이라는 게 첫 번째로 다행인 점이고.”
“……두 번째도 있어?”
“우리가 본격적으로 포지션을 잡으려고 할 때 시장은 안정될 겁니다.”
“무슨 근거로?”
과장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자리에 앉아 이지훈을 향해 물었다.
“내년에 만기 되는 회사채 규모가 68조 원 정도입니다.”
“그렇게나 많아?”
“네. 상반기에만 68조 원입니다.”
다시 말해 기업에서 빌린 돈을 갚아야 하는 규모가 내년 상반기에만 68조 원이라는 얘기였다.
“보통 차환하잖아.”
차환은 다른 곳에서 돈을 빌려 일전에 빌린 돈을 갚는 것을 얘기했다. 채권을 갚는 방식 중 하나였다.
“지금 시장이 계속해서 유지된다면,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하기 시작할 겁니다.”
과장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정말이지 이지훈은 무서운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한다고 생각했다.
“생각해 보십시오. 지방정부에서 보증을 섰고, 가장 신용등급이 높은 채권을 갚지 않겠다고 나오는데 그보다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에 누가 돈을 빌려주려고 하겠습니까?”
“그게 궁금한 게 아니라. 무슨 근거로 시장이 안정된다고 보냐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내년 상반기에 갚아야 할 채권이 68조 원이라고.”
이지훈의 말에 과장은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다.
“정부에서 나설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과장의 물음에 이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너 어제 경제부총리가 한 말 못 봤어? 지방채권의 문제는 지방정부에서 해결할 일이라고.”
“봤습니다.”
“그런데 그런 말이 나와?”
어제 발표된 화정시의 회생 신청 발표 이후, 시장이 급속도로 폭락하자 어떻게든 해결책을 바라던 모두의 시선이 중앙정부로 향했는데, 기대를 처참하게 깨버리는 말에 시장은 더더욱 폭락하고 있었다.
“오히려 좋은 말이었다고 봅니다.”
“뭐?”
“그 말 한마디에 눈치를 보던 사람들까지 모두 던지고 있으니까요.”
신용사회에서는 돈을 빌려 간 사람의 신용만으로도 돈을 빌려줄 수 있었지만, 신용도가 더 높은 사람이 그 빚에 대한 보증을 섰을 때 더 많은 돈을 빌릴 수 있었다.
“화정개발공사가 높은 신용등급을 받은 건, 화정시의회에서 지급보증을 했기 때문이고, 문제가 생기면 화정시가 지급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렇지.”
“그런데 지금 그 화정시가 못 갚겠다고 나오니, 화정시 뒤에 있는 정부를 모두가 바라봤습니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나는 잘 모르겠다는 말을 한 거죠.”
세련되지 못한 방식이었다.
“그럼 이제 불씨가 지방정부에서 국가 단위로 옮겨가게 될 겁니다.”
국가가 발행하는 국채부터 공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까지 그 누구도 믿지 않으려 할 것이다.
“그럼 정부에서는 자신의 말을 수습하기 위해 시장에 개입하게 될 겁니다.”
“…….”
이지훈의 말에 과장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시장의 폭락이 오히려 정부를 개입하게 만들 거다?”
“네. 말 한마디를 잘못한 대가는 치러야겠죠.”
“좋아. 좋은데.”
문제는 추측일 뿐이라는 것이었다.
파트장 서용원은 감정과 추측이라는 단어를 너무나도 싫어한다.
“일단 알겠어. 파트장님 뵙고 올게.”
과장은 부딪쳐 보는 거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어쨌든 투자를 결정했고, 내가 결재를 내린 사안이니 말대로 조금은 지켜보겠습니다.”
트레이딩팀 과장은 파트장 서용원과의 오랜 대화 이후에 나온 답을 듣고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일단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말에 동감한 것일 뿐이니까요.”
포지션을 잡기 시작했지만, 실제 투자된 금액은 아주 적었고 당분간 시장 상황을 보고 정부의 개입이 시작되면 투자를 시작하겠다는 말에 서용원은 설득되었다.
“다만, 시장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네, 말씀드렸듯 보험주에 대한 투자를 전면 철회하겠습니다.”
“좋습니다. 나가보도록 하세요.”
서용원의 말에 과장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파트장실을 빠져나왔다.
“하아…… 숨 막혀 죽는 줄 알았네.”
넥타이를 풀어 헤친 과장은 그 자리에 서서 생각에 잠겼다.
“일단 파트장님은 이대로 지켜보자고는 하시는데…….”
파트장 서용원은 자신의 의견에 동의해 주었지만, 언제 마음이 바뀔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럼 폭탄을 좀 치워야 할 것 같기도 하고.”
과장은 그리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고는 사무실 내에 있는 한 곳에 멈추어 섰다.
“홍 과장.”
그곳은 매크로팀이 있는 자리였는데 홍세준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좀 보자고.”
트레이딩팀 과장이 그리 얘기하고는 사무실 한편에 있는 작은 회의실로 들어가자 홍세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따라 들어섰다.
“무슨 일이십니까?”
트레이딩팀 과장은 회의실에 들어서자마자 비협조적으로 얘기해 오는 홍세준을 보며 속에서 화가 울컥하고 올라왔지만,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며 웃었다.
“뭘 그렇게 급해? 앉아서 얘기하자고.”
과장의 말에 홍세준은 미심쩍었지만, 일단은 자리에 앉았다.
“시장 상황 봤지?”
“네. 보고 있습니다.”
“매크로팀의 분석이 맞았어.”
홍세준은 갑자기 관점이 변한 트레이딩팀 과장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 그런 표정을 지어?”
“아닙니다. 계속 말씀하시죠.”
“아니, 그냥 너무 신기해서. 무슨 미래를 보길래 영국 건도 그렇고 이번 건도 그래?”
“미래를 보다뇨?”
“그렇잖아. 무슨 경고를 했다 하면 그대로 사건이 터지니까 이건 뭐, 인정 안 할 수도 없고.”
홍세준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미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있는 모든 정보와 데이터를 취합했기 때문입니다.”
“아아, 그래. 데이터.”
기계적인 트레이딩팀 과장의 반응에 홍세준은 도저히 속을 알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하시고 싶은 말씀이 무엇인지 말해주십시오.”
“파트장님 뵙고 왔어.”
“…….”
“파트장님께 일단은 포지션 잡는 거 그만하고,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씀드렸고. 어때? 매크로팀이 말하던 거 아냐?”
그 말에 홍세준의 표정은 한결 누그러지기 시작했는데 과장은 미소를 지었다.
“처음부터 상황을 좀 보자는 매크로팀의 말을 들었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야. 그래서 말인데…….”
과장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매크로팀에서 매일 시황 보는 거 있지?”
“예.”
“그거 따로 보고 올리나?”
“당연히 파트장님께 보고가 올라갑니다.”
“그거 올리기 전에 우리도 볼 수 있을까?”
과장의 말에 홍세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아, 그런 표정 짓지 말고. 그저 궁금해서 그러니까.”
“당연히 파트장님께 보고드리고 보여 드릴 수 있습니다. 애초에 트레이딩팀에게 넘기려고 만든 것인데 넘길 필요 없다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홍세준의 말에 과장은 머리를 긁적였다.
“아, 우리가 그랬어? 하하하.”
“예.”
“그건 미안해. 파트장님께 올리기 전에 우리한테 먼저 좀 보여줘.”
“파트장님께 먼저…….”
“아니, 내 말 들어봐. 매크로팀에서 작성한 자료에 우리 의견까지 첨부되면 파트장님께서 좋아하시지 않겠냐 이 말이지. 협업을 그렇게 강조하시는 분인데.”
과장의 말에 홍세준은 헛웃음을 내뱉었다.
“과장님.”
그러고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트레이딩팀 과장을 불렀다.
“저는 그래도 과장님이 좋으신 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무슨 말이야?”
“우리한테는 조금 까다롭게 굴어도 본인 하시는 일은 열심히 하시니까요. 또 파트장님의 의견을 무시하는 일도 없으시고요. 그런데…….”
홍세준은 굳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아주 약아 빠지신 분이셨네요.”
“뭐?”
“협업이요? 말장난하지 마십시오.”
“야! 홍세준.”
“무슨 의도로 그런 말씀 하시는지 다 알고 있습니다.”
홍세준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과장을 바라보았다.
“저나 제 팀을 얼마나 우습게 보셨으면 그렇게 말씀하실까요.”
“앉아봐.”
“아뇨. 더 이상 할 말 없습니다. 저희 자료를 원하신다면 당연히 드릴 수 있습니다. 다만, 파트장님께 먼저 결재를 받은 후 공유하겠습니다.”
“야!”
“고생하십시오.”
홍세준은 그리 말하고는 회의실을 박차고 나갔고, 과장은 그런 홍세준의 뒷모습을 기가 찬다는 듯 지켜보았다.
* * *
“하락이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보름 후, 도경은 홍세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지난 보름간 금융시장은 딱 두 갈래로 나뉘어 여러 가지 의견들이 나오고 있었다.
-정부에서 나설 것, 오히려 지금이 타이밍.
-이번 일은 기폭제. 숨어 있던 문제들이 튀어나올 수도.
물론 도경은 후자의 의견에 동의했다.
지금 시장은 깊었다.
깊다는 건 그 속을 알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얘기였다.
오직 그 깊은 시장 속에 있는 사람들만이 자신의 문제점을 알 수 있었는데 자신에게 있는 문제를 말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도경은 메시지가 말한 대로 머지않아 자신들의 문제를 모두 얘기할 고해성사의 시기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정부 쪽에서는 인제야 사안의 심각성을 본 것 같죠?”
“예, 어제 은행과 증권사 쪽 간부들을 불러 얘기를 나눴으니 무언가 결과가 나와도 나올 때는 된 것 같습니다.”
정부는 생각보다 시장이 빠르게 하락하자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느낀 것 같았다.
금융시장 참여자들을 불러 사태의 해결책에 관해 회의를 열었다.
“우리 회사에서도 대표님께서 가신 거로 알고 있는데 아직 따로 공지가 없으신 걸 보니…….”
“정부에서 답을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홍세준이 그리 답하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의견 취합을 하는 자리였던 것 같고요. 정부의 대응책이 발표되면 대표님께서도 무언가 말씀을…….”
“과장님, 대리님.”
홍세준이 한참 말을 하고 있을 때 최대훈이 두 사람을 부르며 다가왔다.
“무슨 일입니까?”
“지금 뉴스 속보가 떴습니다.”
“속보요?”
“네. 정부에서 채권시장 대응책을 발표했습니다.”
그 말에 홍세준은 재빠르게 모니터 화면을 확인했고, 도경 또한 자리로 돌아가 속보를 확인했다.
「(속보) 정부 ‘50조+α’ 규모의 유동성 공급 계획 발표」
화면을 확인한 도경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가 개입했으니 시장이 좀 안정될 것 같네요.”
옆에 앉은 최대훈이 그리 얘기하자 도경은 입을 열었다.
“글쎄요. 저도 그렇게 되길 바라지만, 그렇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도경이 그리 말하고 집중하며 자료를 찾기 시작하자 최대훈은 아리송하다는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1-23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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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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