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133)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133화(133/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133화
“여기예요.”
“연지 대리님.”
며칠 후, 평소와 같았으면 늦잠을 잤을 주말이지만 도경은 최근 들어 지치지 않는 기력 덕분에 피곤함을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더더욱 속을 모를 메시지의 말이 도경을 주말 오전 이곳으로 나올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잘 잤어요?”
“네. 얼굴 보세요.”
도경의 너스레에 이연지는 미소를 지었다.
“올라갈까요?”
이연지는 그리 말하고는 앞장서서 걸었고, 도경은 그녀를 따라나섰다.
“리얼티 클라우드라는 회사예요. 들어봤어요?”
이연지의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처음에 제의를 해주셨을 때 어떤 기업인지 설명만 들었는데 딱 떠오르던걸요.”
“역시 도경 씨는 모르는 회사가 없네요.”
리얼티 클라우드는 부동산 중개와 데이터를 다루는 코스닥 상장사였다.
비록 작은 회사지만, 도경이 모를 리는 없었다.
“코로나 시기에 부동산 붐을 타고 상장되었잖아요.”
“맞아요. 아마 그때 이 회사의 최고 매출이 나왔거든요. 지금은 점점 떨어지고 있지만…….”
“그런데 왜 이 회사를 커버리지 하려고 하시는 거예요?”
애널리스트들은 하나의 기업을 담당해 장기적으로 그 기업을 분석하고, 분석을 토대로 보고서를 작성했다.
시장에 풀린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는 기업과 개인투자자 등 모든 시장참여자에게 기업에 대한 참고자료가 되었다.
“아, 개시를 확정한 건 아니에요. 그냥 여기저기 찾아보는 중인 거예요.”
“왜 하필 이 어려운 길을 가려고 하세요.”
도경은 농담 반 진담 반의 말을 던졌다.
부동산이야말로 지독히도 사이클을 타는 업종이었고, 경제 불황이 다가오면 자연스레 업황도 하락했다.
“흥미롭지 않아요?”
“네?”
“부동산 불황이 찾아오자마자 모두 여기를 찾아요.”
도경은 신기하다는 듯 이연지를 바라보았다.
“부동산이 잘나갈 때야 동네 중개인들이 호황이었잖아요.”
“그렇죠. 그런데 그 호황기 때 여기도 잘나간 거 아닌가요?”
“호황기에도 잘나간 건 맞아요. 그런데 불황이 찾아오니까 기업들이 앞다투어 여기의 정보를 원해요.”
“그게 무슨…….”
다시 한번 되물으려던 도경은 무언가 떠오른 듯 고개를 끄덕였다.
“빅데이터가 필요한 거네요.”
“그거예요. 잘나갈 때는 중개로, 불황이 찾아오니까 그간 모아둔 데이터 장사를 하는 거예요.”
두 사람은 이야기를 하며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데이터를 보면 보이잖아요. 앞으로 이 시장이 어디까지 내려갈 것인지.”
“하지만 그런 데이터들은 기본적으로 포털사이트들에도 있고, 조금 경쟁자들이 많지 않나요?”
“맞아요. 그런데 그곳에서는 데이터를 공개할 뿐이지 정제를 하진 않잖아요.”
이연지는 도경의 말에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나갔다.
“여기는 딱 그거예요. 데이터를 정제해서 대기업에서 원하는 데이터를 줘요. 상권 분석, 주변 분석 등등.”
이연지의 말에 도경은 흥미롭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PF(Project Finance)를 하려는 금융사들이 그 데이터를 원하고요.”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은 특정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금융 기법인데, 해당 프로젝트가 향후 성공했을 때 발생하는 현금흐름에 투자하는 방식이었다.
즉, 공터에 아파트 단지를 짓는 사업을 할 때 그 부동산을 담보로 잡는 것이 아닌, 아파트를 지어 분양받았을 때 발생할 이익을 담보로 잡아 투자를 하는 것이었다.
“그렇죠. 워낙 어려우니까.”
“맞아요. PF가 여러 가지 영향을 받잖아요. 물론 사업을 하는 사람들의 철학이나 이런 것도 중요하지만 주변 상권이라든지 유동 인구 분석이 최우선이니까요.”
이연지가 그리 말함과 동시에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그런데 도경 씨가 촉이 좋잖아요.”
“촉이요?”
“네. 무언가 여기는 아닌 것 같은데 하는 걸 잘 보잖아요. 그래서 도경 씨가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이연지의 말에 도경은 피식 웃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연지에게 도움만 받아 미안했는데 오늘은 꼭 갚겠다고 생각했다.
“고마워요.”
“아니에요. 제가 연지 대리님 덕을 얼마나 봤는데요.”
“도경 씨도 참…… 들어갈까요?”
이연지의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고, 두 사람은 회사로 들어섰다.
입구에서 누군가가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이연지 연구원님 되시죠?”
“네. 안녕하세요.”
이연지는 그리 말하며 명함을 꺼내 상대에게 건넸고, 상대도 명함을 건넸다.
“리얼티 클라우드의 IR 담당 이사 김재효입니다. 옆에 계신 분은…….”
“아, 유성투자증권 윤도경입니다.”
도경 또한 명함을 꺼내 상대에게 건넸고, 상대의 명함도 받았다.
“어서 오십시오. 워낙 귀하신 분들을 주말에 뵙자고 해서 얼마나 죄송한지 모르겠습니다.”
IR(Investor Relations) 담당은 일명 주담이라고 불리는 주식 담당팀이었다. 투자자들을 상대로 기업을 홍보하고, 주주들을 상대했다.
그러다 보니 주가에 영향을 주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에게는 을처럼 행동했다.
“아니에요. 제가 갑자기 탐방을 요청한 게 잘못된 거죠.”
“하하하.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들어가실까요?”
주담의 안내에 따라 도경과 이연지는 회사 안으로 들어섰다. 주말이라 그런지 사무실은 휑하니 비어 있었다.
“아무래도 주말이다 보니까 당직들 빼고는 출근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 빌딩의 3개의 층을 쓰시죠?”
“예. 그렇습니다. 여기는 이제 데이터를 관리하는 프로그래머들과 사업부가 있고요. 바로 위층에는 사장실과 재무 담당이 있습니다. 맨 위층에는 마케팅과 영업팀 등 사무실이 있고요.”
중소벤처기업치고는 체계가 잡힌 듯했다.
“저희는 아무래도 데이터를 다루다 보니 개발직원들이 제일 많습니다.”
주담의 설명에 도경과 이연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후로도 두 사람은 안내를 받아 회사를 견학하고는 응접실로 들어가 주담과 마주 앉았다.
“아무래도 저희가 부동산 붐과 함께 컸던 기업이다 보니 이 붐이 언제 가라앉을지 늘 걱정하며 사업 방향을 정했습니다.”
그 말에 도경은 신기하다는 듯 맞은편에 앉은 주담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모든 사업 방향이 불황을 초점으로 맞추어졌다 이 얘기군요.”
“예. 그렇습니다. 재작년과 작년에는 부동산 중개 영업으로 매출을 발생시킴과 동시에 개발직들을 대거 채용해 빅데이터 구축에 앞장섰습니다.”
“가장 신기한 건 PF에 대한 빅데이터를 모으셨다는 건데요.”
“아무래도 부동산에 대한 빅데이터라는 게 일반인들보다는 금융기관 쪽에서 필요하리라 봤습니다.”
그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금융기관 쪽과 한번 거래를 터놓으면 고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겠다 싶어 공략을 했고, 지금은 거의 모든 금융기관과 단건, 혹은 장기적으로 거래를 하고 있습니다.”
주담의 말에는 과장이 없다고 도경은 느꼈다. 지금 읽고 있는 그들의 재무제표에서 알 수 있었다.
확실히 그의 말대로 부동산 시장이 불황인 최근에는 중개업보다 데이터 관련 사업의 매출이 크게 뛰었다.
“좋은 회사 같네요.”
도경의 말에 주담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고, 이연지도 놀랍다는 듯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렇게 한 시간가량 대화를 마치고 두 사람은 주담의 배웅을 받으며 입구에 섰다.
“이연지 연구원님 잘 부탁드립니다. 아직 저희를 담당하는 증권사가 없어서 정말 지금이 좋은 기회란 걸 알고 있습니다.”
“찾아온 곳도 없었나요?”
“네. 첫 탐방이십니다. 부디 좋은 시간이 되었길 빌면서 앞으로 교류를 좀 늘려갔으면 합니다.”
주담의 말에 이연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저도 좋은 인상을 받고 가요. 물론 일적으로는 다를 수는 있겠지만, 근래에 돌아봤던 회사 중에는 제일 상황이 좋은 것 같아서요.”
“다행입니다. 참, 요즘 유성투자증권도 아주 힘드시죠?”
주담의 말에 이연지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부의 성과급 축소를 상대가 알 수는 없었으니까.
아니, 알더라도 많이 힘들다는 말은 하지 않았을 테니까.
“하필 대구에 PF를…….”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지나가듯 얘기하던 주담은 도경이 되묻자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 제가 주책이…… 아직 외부로는 발설하면 안 되는 얘긴가 봅니다.”
“아뇨. 그게 무슨 말씀인지 듣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대구에 PF라뇨?”
“아직 모르십니까? 유성투자증권에서 대구에 PF를 투자했고, 그게 만기가 다가오는데 시행사도 구하지 못해서…….”
주담의 말에 도경의 표정은 급속도로 굳어갔다.
* * *
“만기까지 시행사가 붙을 확률은?”
유성투자증권 구조금융화본부.
부사장 박재엽은 자신에게 보고를 하고 있는 실무자를 향해 물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습니다만…….”
실무자는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실무자의 말에 박재엽은 한숨을 내쉬었다.
“애초에 리스크가 높은 브릿지 론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대구는 원래 공실률이 높아…….”
“그만.”
박재엽은 그만하라는 듯 손을 들어 올렸다.
“그거 모르고 한 투자인가?”
프로젝트 파이낸싱에는 두 가지가 있었다.
‘본 PF’와 ‘브릿지 론’이 그것이었는데 본 PF는 부동산이 준비되고, 공사를 진행할 시행사까지 모두 준비되었을 때 사업에 투자를 하는 낮은 리스크와 낮은 이율의 투자였다.
반면 브릿지 론은 땅을 사기 전에 그 사업을 하겠다는 얘기만으로 투자를 하는 고위험 고이율의 상품이었다.
즉, 본 PF가 약정되기 전 그 다리가 되어주는 것이 브릿지 론이었다.
“그 당시에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냐고.”
브릿지 론은 대부분 6개월에서 1년이라는 짧은 만기를 가지고 대출을 해준다.
이율도 높았고 빌려주는 금융기관은 연 수익률을 못해도 20% 이상 볼 수 있는 고위험 고수익 상품이었다.
“자네 당장 지금 부동산이 이렇게 얼어붙을 줄 알고 있었어?”
박재엽의 말에 실무자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본인뿐만 아니라 이 업계에 있는 모두가 앞으로도 시장은 좋을 것이라 생각하고 여러 PF를 일으켰다.
그리고 대부분은 부동산 활황에 힘입어 고위험 고수익 상품인 브릿지 론을 시장에 뿌려대다시피 했다.
모두가 새로 지어진 아파트, 빌딩으로의 입주를 원하는데 부러질 일이 없는 대출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사실상 부동산 활황기 때는 고위험 고수익이 아니라 저위험 고수익 상품이었다.
“대출 만기를 연장해 주는 방향으로 하지.”
“연장을 해주더라도 선이자를 받아야 하는데 상대방 측에서 선이자를 낼 확률이 낮습니다.”
당연했다. 공사를 할 시행사를 선정하지 못했다는 건 결국 지금 유성투자증권에서 대출해 준 50억 원의 돈이 다라는 말이었으니까.
그마저도 시간이 지나 돈이 한 푼도 없을 수도 있었다.
“그래도 연락을 해서 연장을 하는 쪽으로 진행해 봐. 이거 50억 원짜리라고 우습게 보지 마, 이거 터지면 나나 자네나 사표 쓰고 바로 나가야 해.”
“…….”
“왜 대답이 없어? 상대방에게 금융권 대출을 더 받아보라고 해. 우리랑 대출 만기 연장할 수 있는 수준까지만.”
“얘기해 보겠습니다.”
실무자가 그리 답하고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나가자 박재엽은 숨이 막히는 듯 목에 걸친 타이를 풀어 헤쳤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1-28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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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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