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134)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134화(134/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134화
“네, 연지 대리님. 저는 좋은 것 같습니다.”
한편, 일을 마치고 메시지가 마련해 준 아지트로 온 도경은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었다.
지난 주말 탐방 나간 리얼티 클라우드에 관해 묻는 이연지의 전화였다.
-…….
“네. 재무제표 깨끗하고, 장래 사업성은 모르겠지만 앞으로 배당도 준다고 하니까요. 본격적인 커버리지 전에 보고서 한번 쓰는 정도면 좋을 것 같습니다.”
-…….
“네. 오히려 제가 감사하죠. 네네. 다음번에도 기회가 있으면 불러주세요.”
전화를 끊은 도경은 한숨을 내쉬며 리클라이너에 몸을 파묻었다.
“이게 그거예요?”
도경은 어두컴컴한 천장을 바라보며 물었다. 물론 답이 돌아올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걸 내가 지금 어떻게 해요.”
도경은 지난 주말 탐방에서 들은 것을 토대로 며칠 동안 회사 내부의 PF 투자를 조사했다.
그리고 귀신같이 회사 내부에는 그 어떠한 정보도 없었다.
대구에 투자를 했다는 PF를 외부에서는 알고 있는데 회사 내부에서는 이상하리만치 아무도 알고 있지 않았다.
“처음 이 정보를 준 사람도 추측을 한 거라고 했어요. 그냥 아무 일도 아닌 거 아닐까요?”
처음 이 정보를 준 리얼티 클라우드의 주담에게 도경은 다시 전화를 걸어 물었고, 주담도 그저 데이터를 보고 추측한 것이라 얘기해 왔다.
곧 만기가 돌아오는 브릿지 론인데 시행사 발표가 되지 않는다는 건 사업이 부러졌다는 걸 얘기하니까.
그는 부동산 회사에서 그와 같은 사례를 많이 봐왔을 것이다.
“만에 하나 만기 전에 시행사가 정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도경은 계속해서 천장을 바라보며 물었는데 그 어떠한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도경은 영화에서 나왔던 파란 약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며칠을 보냈다. 차라리 몰랐더라면 이런 고민은 하고 있지 않을 테니까.
“어휴.”
한숨을 내쉰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서재로 향했다. 그러고는 책상에 앉아 서류를 펼쳤다.
“소재는 대구광역시.”
회사 내에서는 그 누구도 이 문제에 관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자료조차도 구할 수가 없었다.
“모르고 있는 거겠지. 그러면 내가 조사할 방법밖에는 없는 거고. 리얼티 클라우드에서 자료를 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야.”
도경은 그리 혼잣말을 하고는 PC를 이용해 검색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마치 조금 전에 했었던 고민은 한 적이 없다는 양 도경의 두 눈은 빛나고 있었다.
“중심지와 가깝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회사에서 투자한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30층짜리 사무용 빌딩이었다. 위치는 지도만 봤을 때는 중심지와 상당히 가까웠다.
“지하철에서 내려서 10분을 걸어야 하고, 버스 정류장도 5분 이상 걸어야 해.”
하지만, 다른 사무용 빌딩들에 비해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평소였다면 싼 분양가와 임대료를 무기로 해볼 수 있었겠지.”
물론 그렇다고 해서 사무용 빌딩을 거기다 왜 짓냐는 말은 할 수가 없었다. 역이나 버스 정류장과는 멀지만,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싸다면 분명 수요가 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2년 전부터 대구는 아파트, 오피스텔, 빌딩 등 거의 모든 건물에 공실률이 늘어나고 있어.”
문제는 지역의 상황이었다.
대구는 새로 짓는 아파트들이 모두 팔리지 않는 미분양 사태가 꽤 오래전부터 이어지고 있었고, 사무용 빌딩 또한 모두 임대되지 않아 공실률이 어마어마했다.
요 몇 년 새 엄청난 공급 폭탄이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공급보다 수요가 적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걸 구조화 금융본부에서 몰랐을 리가 없다는 게…….”
이러한 문제는 몇 년 전부터 계속해서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금융공학 중에서도 엄청나게 난이도가 높은 상품이었고, 당연히 그런 상품을 개발하고 투자를 하는 이들도 업계에선 전문가나 다름없었다.
그런 전문가들이 이러한 문제를 모를 리가 없었다.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화이트보드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펜을 들어 올려 생각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첫 번째는 브릿지 론이라는 점이 그들을 안심시켰을 수도 있어.”
수년간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부동산 개발 붐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각국은 돈을 풀기 시작했고, 시장에 넘치는 유동성을 소화해 줄 곳은 부동산 개발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사업성은 무시하고 무분별한 대출이 발생되었다.
“브릿지 론은 짧으면 3개월 길면 1년 안에 치고 빠져나올 수 있으니까.”
브릿지 론은 본 사업이 들어가기 전에 사업 계획을 위한 자금을 대출해 주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사업 계획에 필요한 돈이 100억 원일 때, 계약금이 10억 원이라면 10억 원을 대출해 주는 것이 브릿지 론이었다.
사업 계획에 투자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고위험 상품이었다. 사업이 시행될지 안 될지 아무도 몰랐기 때문이다.
당연히 부동산 활황기에는 사업이 쉬웠으니 브릿지 론은 저위험 고수익을 보장받았다.
“문제는 지금은…….”
문제는 하루아침에 빠르게 올라 버린 기준금리로 인해 부동산뿐만 아니라 모든 자산시장이 어려웠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담당한 구조화 금융본부로서는 이것이 자연재해와 같다고 느끼고 있겠지만, 도경은 아니었다.
“평소와 같았으면 하지 않았을 대출이 시장 상황이 좋다고 남발되었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니까.”
도경은 그렇게 생각을 하고는 바로 밑에 숫자 2를 적었다.
“두 번째는 생각하기도 싫지만…….”
도경은 잠시 망설이다 무언가를 적었다.
“리베이트.”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어려운 사업이었다.
미래에 발생할 사업 수익에 투자하는 것이 쉬울 리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금융공학이 집대성되어 미래의 현금흐름(Cash Flow)을 읽기 위해 노력했다.
“문제는 사람이 하는 일이란 거지.”
결국, 어려운 사업도 사람의 의지라면 무분별하게 시행될 수 있었고, 대부분의 문제는 그곳에서 시작되었다.
받으면 안 될 돈을 받았다든지, 사업 이후를 약속받았다든지.
“그게 아니면 설명이 되는 건 아니니까.”
아무리 경제가 좋았고, 부동산 시장이 활황이었더라도.
유성투자증권은 대한민국 3위 증권사였다.
프로들이 모인 곳에서 아마추어도 하지 않을 투자를 일으켰다는 것은 결국 ‘사람’이 개입되었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회사 내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아무도 언급을 하지 않고 있었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숨긴다는 얘기였다.
도경은 두 가지가 이 사업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요소라고 보고 동그라미를 쳤다.
“이걸 내가 그냥 두게 되면…….”
도경은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전의 고민을 지우고 이 문제를 조사하기로 마음먹은 것도 도경 자신이 입을 가만히 다물고 있음으로써 생길 피해가 더 컸기 때문이다.
“지금 막으면 내부에서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다.”
이 일을 수습하는 것은 도경 자신이 할 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회사가 할 일이었고, 중요한 것은 이 일을 먼저 알아버린 자신이 못 본 척했을 때 생기는 리스크였다.
“내가 그냥 눈을 감아버리면, 결국 이 문제는 어떻게든 더 큰 눈덩이가 되어 터질 테고…….”
그렇게 된다면 기존에 멀쩡하게 시행되었던 사업성이 확실한 대출마저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다.
누군가는 피해를 보게 되고 시장은 급속도로 얼어붙어 버릴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유성투자증권은 고객의 돈을 취급하는 금융기관이었다. 금융기관의 신뢰도 문제에도 큰 금이 갈 수 있는 성질의 사업이었다.
“…….”
한참 고민을 하며 화이트보드를 바라보던 도경은 무언가 결심이 선 듯 고개를 끄덕였다.
* * *
“자, 점심 먹으러 갑시다.”
다음 날, 유성투자증권 랩 어카운트 1팀의 사무실은 근래에는 조금 평온한 모습이었다.
팀 간의 협업이 잘되고 있었고, 무엇보다 시장의 분위기가 좋으니 당연히 팀의 분위기도 좋을 수밖에 없었다.
“과장님, 잠시 말씀을 좀 나눌 수 있을까요?”
점심시간을 맞아 식사를 하려고 나가려던 매크로팀의 과장 홍세준은 자신을 부르는 도경의 말에 의외라는 듯 입을 열었다.
“혹시 급한 일입니까? 그게 아니라면 식사를 하고…….”
그렇게 말을 하려던 홍세준은 자신을 바라보는 도경의 눈빛에 무언가 의지가 가득 담긴 것을 보고는 말끝을 흐렸다.
그러고는 손을 들어 비어 있는 회의실을 가리켰다.
“갈까요?”
홍세준이 그리 말하고는 먼저 회의실로 향하자 도경은 준비한 자료를 챙겨 그를 따라 들어섰다.
“무슨 일이길래 그런 표정을 하고 있어요?”
홍세준이 자리에 앉으며 묻자 도경은 준비한 서류를 그의 앞에 내려놓았다.
“일단 읽어보시고 얘기를 나누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도경의 말에 홍세준은 궁금해져 왔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도경이 건넨 서류를 들어 올려 펼쳤다.
한참 서류를 읽어 내려가는 홍세준의 두 눈썹은 시시각각 변해갔는데 이내 굳은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이걸…….”
“주말에 리서치 센터의 이연지 연구원님과 기업 탐방을 갔다가 알게 된 사실입니다.”
“신빙성은 있는 겁니까?”
홍세준은 도경이 가져온 자료의 신빙성을 물어왔다.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네. 회사 내부의 자료를 통해 해당 PF가 발생한 걸 확인할 수 있었고, 주변 부동산 업체를 통해 해당 사업이 좌초되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회사 내부에서는 아무도…….”
이야기를 하려던 홍세준은 무언가 떠오른 듯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급속도로 눈이 건조해져 감을 느낀 것인지 두 눈을 비볐다.
“일부러 숨기는 거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이유는?”
“애초에 발생했으면 안 되었을 대출이니까요.”
“하지만…….”
계속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반박하려던 홍세준은 입을 다물었다.
밖에서는 금융기관의 선택이 꽤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해오고 있었지만, 내부에서 자신이 겪은 선택은 그렇게 보수적이지 않았다.
꽤 위험한 투자를 빈번하게 일으켰고, 위험한 걸 알면서도 한 투자에서 발생한 손실은 감추는 데 급급했다.
“과장님께 큰 짐을 나눠 드린 것 같습니다.”
어젯밤 도경은 이 문제는 결국 밝혀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자신은 그저 본사로 발령받아 온 지 1년도 채 되지 않는 대리일 뿐이었다.
물론 자신이 이 문제를 가지고 대표인 심주원을 찾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이 팀에서 자신이 설 자리는 없을 것이다. 팀 내의 보고 라인을 모두 무시한 대가는 어떤 방향으로든 돌아올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저는 이 문제를 덮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그렇다면 과장님께 보고드리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했습니다.”
“…….”
“회사의 신뢰가 걸린 문제입니다. 더 나아가 작은 눈덩이일 때 멈춰 세울 수 있는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눈덩이가 비탈길을 굴러 내려가며 커다란 눈사태가 되지 않으려면, 지금 막아야 한다고 도경은 생각했다.
“내부의 투자 실패로 끝날 일이, 이 나라 경제를 흔들 수 있는 문제가 될 수 있으니까요.”
도경의 말에 한참을 아무 말 없이 고민을 하던 홍세준은 보고서를 들어 올렸다.
“파트장님을 뵈어야 할 것 같습니다.”
홍세준은 그리 말하고 회의실을 나섰고, 도경은 그의 뒷모습을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1-28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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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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