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135)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135화(135/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135화
“이게 말이 되나요?”
도경과의 대화를 마친 홍세준은 바로 파트장 서용원을 찾아왔다. 점심을 먹으러 가려던 서용원은 홍세준이 건넨 보고서를 보고는 어이가 없다는 듯 물었다.
“증권사 내에 아무도 모르는 일을,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거리가 먼 내 팀원이 이걸 가져오는 게 말이 되냐고 묻는 겁니다.”
서용원은 어이가 없었다.
물론 팀원이 가져온 자료의 신빙성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 증권사 내에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았던 것을, 그 일과 거리가 먼 자신의 팀원이 문제를 알아봤다는 것이 너무도 어이가 없었다.
“이걸 나에게 가져온 것은 조금 가혹한 거 아닙니까?”
설령 유성투자증권 내에서 그 문제를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모른 척하고 있을 것이라 서용원은 생각했다.
모두가 모른 척을 하는 것을 왜 하필 자신의 팀원이 자신의 앞에 가져온 것인지 세상이 자신에게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했다.
“그냥 넘길 수는 없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니까 모두가 모르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왜 그것이 안 되는 겁니까?”
“…….”
“홍 과장이 본 것이 아니군요?”
서용원이 그렇게 묻자 홍세준은 입을 다물었다.
“내가 아는 홍세준은 자신의 일 이외의 일은 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아니, 정확히는 자신의 일이 아니면 개입을 하지 않는 사람이죠.”
“…….”
“이 자료 어디서 났습니까?”
“윤도경 씨가 가져온 자료입니다.”
홍세준의 입에서 도경의 이름이 나오자 서용원은 두 눈을 감았다.
그래, 이 팀 안에 이런 문제를 그냥 넘기지 못할 사람이 단 한 사람 있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윤도경 씨가 리서치 센터의 연구원과 함께 기업 탐방을 다녀왔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조사를 한 것 같습니다.”
“애널리스트와 기업 탐방을 하러 갔다고요?”
“네. 주말에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연구원과 다녀온 것 같습니다.”
서용원은 왜 하필 그날 도경이 자신의 일도 아닌데 기업 탐방을 나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우연이라고 생각하기엔 모든 것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것처럼 흘러갔다.
“외부에서 정보를 얻은 것이면 그곳도 아는 정보입니까?”
“아직 그곳에서는 그저 추측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윤도경 씨도 그 추측을 기반으로 생각을 한 추측일 뿐이고요.”
“추측이라기엔 모든 걸 다 조사해 보고 가져온 것 아닙니까?”
그리고 도경은 부지런해도 너무도 부지런했다. 자신의 일도 아닌 것을 모든 정보를 수집해 추측 수준에서 끝날 수 없는 보고서를 만들어 올렸다.
“저도 추측의 단계는 지났다고 생각하고 파트장님을 찾아뵌 것입니다.”
홍세준의 말에 서용원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윤도경 씨는 이 일이 시장의 신뢰와도 직결된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저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요.”
“나도 알고 있습니다. 이 일이 수면으로 나오면 결국 다른 부동산 사업들에 향하던 돈들이 끊기기 시작할 테니까요.”
서용원이 이 보고서를 보자마자 왜 하필 자신인가? 하고 생각한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그냥 눈 딱 감고 모른 척하기에는 부동산계뿐만 아니라 모든 자산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었다.
“고작 50억 원이라고 하기에는 그 이후에 져야 할 고통이 너무도 큰돈입니다.”
홍세준이 그렇게 말하자 서용원은 두 눈을 감았다.
지금이라면 회사에서 손실을 모두 부담하고 관련자를 처리하는 선에서 끝낼 수 있었다.
아주 조용히.
하지만, 이 문제가 바깥으로 흘러나간다면 그때부터는 얘기가 달랐다.
한참 말이 없던 서용원은 무언가 생각이 난 것인지 휴대전화를 들어 올렸다.
“어, 잠시 시간 되나? 점심시간에 미안해.”
-…….
“혹시 대구에 오피스 빌딩 PF 하나만 조회해 줄 수 있어?”
-…….
수화기 너머의 상대는 서용원의 대학 동기이자 부동산 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사업가였다.
“주소가 대구광역시 수성구 범어동 2…….”
서용원이 주소를 얘기하자 수화기 너머에서는 잠시 아무런 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그러고는 한참 후 정적을 깨는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어, 맞아. 아직 본 PF는…… 뭐라고?”
-…….
“알았어. 고맙다. 나중에 한번 보자. 지금은 말해줄 수 없어. 나중에 나도 정보 하나 줄게. 그래. 들어가.”
전화를 끊은 서용원은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인지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입을 열었다.
“윤도경 씨의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네. 브릿지 론 받은 상태로 사업 대출을 해줄 곳을 찾다가 찾지 못했고, 그렇게 6개월이 지났다고 하네요.”
모든 것이 도경이 올린 보고서 그 자체였다.
“그리고 이거 우리가 그냥 뭉갤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네?”
“브릿지 론을 받아간 업체가 곧 파산 신청을 할 것 같답니다.”
서용원의 입에서 나온 말에 홍세준의 표정은 급격하게 굳어갔다.
* * *
“이야, 이게 누구야. 서 파트 오랜만이야.”
랩 팀 사무실을 나온 서용원은 구조화 금융본부 휘하에 있는 부동산영업부를 찾아 나섰다.
부동산영업부의 부장은 자신과는 오래전 중간 간부 회의 때 안면을 튼 남철진이었다.
“남 부장님 잘 지내셨죠?”
“잘 지내다마다. 앉자고.”
남철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 중앙에 있는 소파로 다가와 앉으며 손짓했고, 서용원도 자리에 앉았다.
“아주 그냥 화정시 사건 때문에 죽는 줄 알았어.”
얼마 전 있었던 화정테마파크 사건에는 모든 자산시장이 흔들렸지만, 그중에서도 이 부동산영업부는 더더욱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하는 사업의 성격이 화정테마파크와 같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화정시장이 돈을 갚겠다고 한 이후로는 부동산 시장이 조금은 활기를 띠는 모습이야.”
“다행입니다.”
“다행이다마다. 화정시장이 왜 그런 것 같아?”
남철진은 이야기를 할 틈을 주지 않고 계속해서 떠들어댔다.
서용원이 아는 남철진은 그런 인물이었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정치적 문제 아니겠습니까?”
서용원이 그리 답하자 남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빅 배스지.”
빅 배스(Big Bath)는 부실 요소를 한 회계연도에 몰아넣고 부실을 한 번에 제거한다는 회계 용어였다.
새로운 사장이 임명되었을 때 전임 사장 때 했던 사업들의 부실을 털고 가는 것을 얘기했는데 정치판에도 빅 배스는 적용되었다.
“내가 이제 화정시의 짱을 먹을 건데. 이전 짱이 해둔 사업이 영 아니야. 그럼 뭐 해야겠어. 전임 짱이 했던 사업에 문제가 있다고 떠드는 거지.”
“물론 그저 빅 배스라고 하기에는 대가가 너무 컸습니다.”
“컸지. 겨우 1,250억 원 안 갚겠다고 들어간 나랏돈이 얼마야? 50조 플러스알파라고.”
남철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모르긴 몰라도 앞으로 돈이 더 투입되어야 할 거야.”
남철진은 오랜만에 이야기 상대를 만나 즐거운 듯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하다가 무언가 잊었다는 듯 손뼉을 치며 입을 열었다.
“아이고, 내 정신 좀 봐라. 나도 이 떠들기 좋아하는 입을 좀 다물어야 하는데.”
“아닙니다.”
“오랜만에 서 파트 보니까 좋아서. 주체를 못 했네. 그래. 요즘 랩은 어때?”
“랩도 괜찮습니다.”
“그래? 랩도 괜찮고, 부동산 시장도 괜찮은데 이렇게 서 파트가 나를 찾아와야 할 이유가 있나?”
서용원은 지금과 같은 주제가 아니었다면, 남철진은 이야기 상대로 좋은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가 이야기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기회가 없을 얘기를 꺼내야 했다.
“앞서 1,250억 원을 갚지 않겠다고 나랏돈 50조 원이 투입된 얘기를 해주셨습니다. 앞으로 더 돈이 투입되어야 할 것 같다고요.”
“그렇지.”
“우리 회사에도 그런 불안 요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서용원의 말에 남철진의 이마에는 없었던 줄이 생기기 시작했다.
“불안 요소?”
“부동산영업팀에서 일으킨 브릿지 론에 문제가 있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거 랩 일이 아니잖아.”
“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생긴 것을 저희가 알게 된 이상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생각해 부장님을 찾아뵌 겁니다.”
“뭐?”
남철진은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내뱉었다.
“그 말은 바로 대표실에 찾아갈 수 있었는데 내게 기회를 준다는 말로 들리는데.”
“…….”
“대답이 없는 것을 보니 맞는 것 같네. 그래, 얼마나 대단한 걸 봤길래 그러는지 한번 보자고.”
남철진의 말에 서용원은 준비한 서류를 건넸다.
서용원이 건넨 서류를 넘겨받은 남철진은 한참 서류를 읽어 내려가다가 테이블 위에 툭 하고 던져 버렸다.
“이거 위에서 지시 내려온 거야.”
“…….”
“네가 들고 온 이 브릿지 론. 위에서 온 거라고.”
“위라면…….”
“박재엽 부사장.”
박재엽 부사장은 구조화 금융본부를 이끌고 있었다. 유성투자증권에 있는 다섯 명의 부사장 중 한 명이었다.
“이거 우리는 중간에서 서류만 작성한 거고, 나머지는 박재엽 부사장 새끼들이 다 한 거야.”
“하지만, 부동산 PF는 부동산영업부에서 하는 일 아닙니까?”
“아, 이 친구 진짜 말귀를 못 알아먹네. 박재엽 부사장이 이 사업 찍었으니까 당연히 자기 새끼들 데리고 쿵짝한 거지. 근데 자네 말대로 절차상 우리 일이니까 서류만 우리가 작업한 거고.”
서용원은 미간을 찌푸렸다.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 중 가장 이해하지 못할 말을 남철진이 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윗선에서 한 일에 우리가 왈가왈부 떠드는 건 예의도 아니고…….”
“어쩐지 일 처리가 너무 허접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뭐?”
“아시겠지만 PF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담보입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금융공학의 정수였다.
투자를 할 때 사업성을 담보로 하는 투자였기 때문에 미래의 사업성을 파악해 내야 했다.
사업성을 파악해 낸다는 말이 쉬워 보였지만, 사업 계획만을 보고 미래에 창출해 낼 현금흐름을 파악해야 했고, 시장 상황과 지리적 특성 등등 거의 모든 것을 통해 가치를 산출해 내야 했다.
다시 말해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적 자산을 담보로 잡아야 했다.
“그런데 대구에 우리가 투자한 50억 원가량의 PF는 너무 기초 담보 자체가 허접해서 부동산영업부에 있는 선수들이 한 거라고는 믿기지 않았거든요.”
서용원의 말에 남철진은 칭찬인지 아닌지 아리송해지기 시작했다.
“지금 내 앞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가르치는 건가?”
“분명 부장님이라면 이 담보 자체가 쓰레기라는 걸 아셨을 테고요.”
그리고 이어서 나오는 한마디에 서용원의 말뜻을 알아낼 수 있었다.
“야! 서용원! 말조심해.”
“저 부동산에서 벌이는 사업이 가당키나 합니까? 사업성을 전문가가 아닌 우리 팀원이 예측을 해도 엉망이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알아! 나도 안다고.”
남철진의 말에 서용원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잘못이라고 자신이 몰아붙이기에는 그는 그저…….
“죄송합니다. 제가 잠시 흥분했습니다.”
“나도 알아. 그래서 박재엽 부사장한테 아닌 것 같다고 말도 했다고. 그리고 시장이 좋았잖아.”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습니다.”
시장이 좋았을 때 용인되었던 것들이 이제는 하나씩 업보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당장 이번 달 말에 만기인데 부동산 쪽에서는 우리가 브릿지 론을 내준 이 회사가 파산 신청을 할 거라는 말이 떠돈다고 합니다.”
서용원의 말에 남철진은 말문이 턱하고 막혔다.
“이거 지금이면 손실 처리하고 박재엽 부사장에게 책임을 넘기는 것으로 끝낼 수 있습니다. 바깥에 소문나기 시작하면 되돌릴 수 없다는 말씀 드리는 겁니다.”
조금 전 남철진이 말했던 대로 겨우 50억 원 손실을 숨기자고 하기엔 앞으로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도 컸다.
잠시 말이 없던 남철진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일단은 두고 보자고. 위에서 알아서 다 할 테고, 박재엽 부사장이 밝히지 않은 거면 무슨 생각이 있겠지. 우리 우려보다 일이 크지 않은 걸 수도 있고.”
남철진의 말에 서용원은 한숨을 내쉬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장님의 처지를 생각해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만, 사흘 후에도 이 문제를 회사에서 모른다면 저는 더 위로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협박하는 거야?”
“살자고 몸부림치는 겁니다.”
“…….”
“이만 가 보겠습니다.”
서용원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부장실을 나섰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고민을 하던 남철진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전화를 들어 올렸다.
“부사장님, 남철진입니다. 지금 좀 뵈었으면 합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1-28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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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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