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138)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138화(138/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138화
“누가 와?”
“류태화 전략사업부장입니다.”
다음 날, WM본부 부사장 허승철은 지원팀 직원에게 보고를 받고 있었다.
지원팀에게 서용원이 이끌고 있는 랩 어카운트 1팀을 조사하라고 보냈는데 그들이 빈손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류태화가 왜!”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거기서 류태화가 가라고 한다고 너희는 그냥 온 거고?”
허승철의 물음에 지원팀 직원은 고개를 숙였다.
“이것들이 류태화는 부장이고 나는 부사장인데 누구 명령을 더 들은 거야!”
허승철은 소리를 버럭 하고 질렀다.
“……죄송합니다.”
이들도 입장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같은 본부의 부장급 인사가 와 자신들을 막아서는데 더 할 방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휴, 류태화는?”
“모르겠습니다. 저희를 보내고 그곳에 남으셨기 때문에…….”
“오전에 더 자료 보강하고 오후에 또 가.”
“오후에 말씀이십니까?”
“그래. 오후에 가서 다 털어와. 내일은 류태화 할애비가 와서 막아도 털어와 알겠어?”
“예. 알겠습니다.”
허승철은 꼴 보기 싫으니 나가라는 듯 손을 저었고, 지원팀 직원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방을 나섰다.
“류태화 이게 왜 거기에 낀 거야?”
WM본부의 폭탄과도 같은 존재가 류태화였다. 이미 그는 본부를 한 번 뒤집어놓은 전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본부에서 류태화는 기피 대상이나 마찬가지였다.
“하…… 요즘 좀 조용하나 했더니.”
대전에서 있었던 불완전 판매 건을 덮을 때 별다른 얘기를 해오지 않아 정신을 차렸나 했더니, 이번과 같이 류태화 자신과 연관이 없는 일을 막아오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정말이지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이었다.
“그 자식 얼굴을 보면 사흘 밤낮이 역겨운데.”
그렇게 혼잣말을 하던 허승철은 잠시 고민하다 전화를 들어 올렸다.
딸칵-
-유성투자증권 전략사업부 김경환입니다.
“나 허승철이야. 류태화 부장 자리에 있나?”
-아, 부사장님. 부장님께서는 지금 잠시 자리를 비우셨습니다.
“어디 갔나?”
-말씀해 주지 않으셨습니다.
수화기 너머 들려온 말에 잠시 생각하던 허승철은 입을 열었다.
“내가 연락이 왔다고 전하고, 돌아오거든 바로 내 방으로 보내요.”
-네. 알겠습니다.
“어디 간 거야?”
전화를 끊은 허승철은 혼잣말을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똑똑-
허승철이 이번 일과 관련해 한참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직원이 들어왔다.
“부사장님, 박재엽 부사장님께서 방문하셨습니다.”
“박 부사장이? 얼른 모셔요.”
어쨌거나 지금은 한배를 타게 된 박재엽이 방문하자 허승철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기다렸다.
* * *
“윤도경!”
“대표님, 안녕하셨습니까?”
한편, 류태화를 따라 대표실을 방문한 도경은 자신을 보며 반갑다는 듯 큰소리로 이름을 부르며 다가오는 심주원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하하하, 잘 지내다마다. 잘 지냈나?”
“저는 대표님께서 배려해 주신 덕분에 잘 지냈습니다.”
“이 친구 이거, 영업직을 하더니 아부도 늘었네. 그래.”
심주원은 반갑다는 듯 손을 내밀어왔고, 도경 또한 그의 손을 맞잡았다.
“남아줘서 고맙다.”
“네?”
“여기저기서 이직 제의를 받았지 않나?”
심주원의 말에 도경은 놀란 듯 그를 바라보았다.
“하하하, 내가 이래 봬도 이 업계에서 30년 넘게 있었어. 그런 소문 듣는 귀도 없겠나?”
물론 심주원은 도경이 KFSG로부터 이직 제의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뜬소문을 들은 것처럼 말해오고 있었다.
“괜찮아. 이직 제의를 받는다는 건 죄를 지은 게 아니니까.”
도경은 곤란한 표정을 하고 있다가 심주원이 먼저 그리 얘기해 주자 미소를 지으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평소 같았으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을 텐데, 우리 유성에서 가장 문제적인 인물 둘이 나를 찾아온 걸 보니 걱정이 앞서는구만.”
심주원은 도경과 류태화를 번갈아 보며 얘기했다.
튀어도 너무 튀는 두 사람이었다.
“일단 좀 앉을까?”
심주원이 그리 얘기하며 대표실 가운데에 있는 소파에 자리하자 두 사람도 자리에 앉았다.
“부하 직원 앞에서 할 얘기는 아니다만, 태화 너도 요즘 잘하고 있다며?”
류태화는 심주원이 자신을 향해 말하자 살짝 고개를 숙였다.
“늘 걱정이었다.”
“걱정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잘하고 있으니 됐어. 그래서, 네가 윤도경을 데리고 이 방을 찾아온 이유가 있겠지?”
심주원의 물음에 류태화는 도경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고, 도경은 준비한 서류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이게 뭔가?”
심주원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서류와 도경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하지만, 도경은 입을 꾹 닫고는 굳은 표정으로 심주원을 바라보았고, 심주원을 한숨을 내쉬었다.
“두 사람 차 마시겠나?”
그 물음에도 두 사람은 아무런 답이 없었다.
“하…….”
심주원은 무언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걸 눈치채고는 서류를 들어 올려 읽어 내려갔다.
서류를 읽어 내려가는 심주원의 표정은 실시간으로 심각해져 감이 보였다.
“설명해 봐.”
심주원은 서류를 테이블 위로 던지고는 도경을 바라보았다.
“왜 또 윤도경인지, 윤도경이 본 게 뭔지. 어떻게 윤도경이 가는 부서에서는 모두가 결단을 내린 표정으로 이런 걸 들고 오는지.”
심주원은 지난 몇 년간을 떠올렸다.
자신을 찾아온 일선 지점의 일개 대리였던 최우진부터, 류태화 등 도경이 거쳐 간 곳에 있었던 모든 사람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들은 하나같이 도경이 본 무언가를 들고 왔으니까.
“대구에 있는 지하 4층, 지상 15층짜리 사무용 빌딩 사업입니다.”
도경은 거두절미하고 본론부터 얘기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류태화를 따라 이곳에 온 이상 뒤는 없었다.
미사여구 같은 것 붙여가며 대표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이걸 우리가 브릿지 론을 냈고?”
“그렇습니다.”
“이거 만기가 언제야?”
“이달 말입니다.”
도경의 입에서 나온 소리에 심주원은 미간을 찌푸렸다.
“만기 연장이나 차환, 아니면 갚을 가능성은?”
심주원의 물음에 도경은 작게 심호흡을 하고는 입을 열었다.
“제로입니다.”
심주원은 머리가 지끈거린다는 듯 관자놀이를 주물렀다.
갚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야 서류를 본 자신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만기를 연장하거나 차환(다른 대출을 빌려 갚는 것) 가능성이 제로에 수렴한다는 것은 결국 손실을 피할 수가 없다는 얘기였다.
“대표님께서도 아시다시피 위험성이 큰 브릿지 론입니다. 대출 만기가 6개월에서 1년이라고 보더라도 3개월 안에 본계약을 맺지 못한다면…….”
“애초에 잘못된 투자인 거지.”
“그렇습니다.”
“이미 대구는 아파트부터 분양되지 않아 미분양이 컸고, 오피스 빌딩들도 공실률이 높은데 사업 자체가 잘 굴러갈 것이라고 봤다는 건…….”
심주원은 말끝을 흐렸다.
“사업 계산을 아예 하지 않은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도경은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얘기했다.
“담보가치가 없는 것에 투자를 했다는 건 증권사, 그것도 선수들만 모인 구조화 금융본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 보고 있습니다.”
증권사 또한 상장사였다.
50억 원이 증권사 입장에서는 큰돈이 아니었지만, 만약 이 투자에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사안이 생긴다면…….
유성투자증권을 믿고 주식을 산 투자자들은 손해를 보게 된다.
굳이 이런 얘기를 하지 않더라도, 증권사에는 프로들이 모여 있었다. 프로들이 이와 같은 투자를 했다는 건 증권사의 신뢰가 사라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렇지. 더군다나 중소 규모 증권사들이 무너져 가는 이때. 우리 같은 대형에서 잡음이 나오면…….”
심주원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민에 빠졌다.
“제 생각에는 이거 프로들이 한 게 아닌 것 같습니다.”
그때 심주원의 고민을 깨는 말이 류태화에게서 나왔다.
“뭐라고?”
“구조화 금융본부 내에 있는 부동산영업팀에서 한 게 아닌 것 같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렇게 추측하는 이유는?”
“동일한 기간에 브릿지 론 요청이 7건이 들어왔습니다.”
류태화는 그리 말하며 자신이 준비한 서류를 내려놓았다.
류태화도 전날 도경에게서 이야기를 듣고는 나름대로 자료를 찾아보았다.
“7건은 모두 부동산영업팀 내부에서 거절 판정을 내렸습니다. 단 한 건만 승인이 된 거고요.”
“그 한 건이 이거다?”
“네. 그런데 허술합니다. 더 확실해 보이는 사업에도 대출 거절을 했었습니다.”
“그러니까 태화 네 말은…….”
“그리고 WM본부의 부사장도 이 일에 연루되어 있습니다.”
“뭐? 허승철이?”
류태화의 입에서 나온 말에 심주원은 놀란 듯 물었다.
“네. 멀쩡하게 잘하고 있는 랩을 조사하라고 지원팀을 투입했습니다. 그리고 박재엽 부사장과의 교류가 잦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태화 네 말은, 이걸 랩에서 윤도경이 알아냈으니 랩을…….”
“네. 입을 다물게 하는 방법은…….”
두 사람은 서로 뒷말을 이어가지 못하고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렇게 한참을 대표실 안에는 시계 초침 흐르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고생했다. 일단 두 사람 다 자리로 돌아가서 본인들 업무에 충실하지.”
“네. 알겠습니다.”
류태화와 도경은 심주원의 말뜻을 알 것만 같았다. 더 이상 이 일에 관해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었다.
심주원은 이미 결심을 끝낸 것 같았으니까.
도경과 류태화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대표실을 나서기 시작했고, 심주원은 자신의 옆에 있는 전화를 들어 올렸다.
“감사실장에게 연락해서 내 방으로 들어오라고 하세요. 지금 당장.”
대표실을 나서는 두 사람의 뒤로는 심주원이 누군가와 전화하는 목소리만이 들려왔다.
* * *
“일 처리가 너무 느린 거 아냐?”
유성투자증권 WM본부 부사장실.
구조화 금융본부의 부사장 박재엽은 허승철을 찾아 이번 일에 대해 닦달을 하고 있었다.
“기다려 보시죠. 오후에 한 번 더 랩을 찾아가라고 지시해 뒀으니까.”
“허 부사장, 시간이 없다고. 오후가 아니라 지금 당장 찾아가야 할 거 아니야.”
“우리도 내부적으로…….”
쾅-
그때, 부사장실의 문이 ‘쾅’ 하고 열리며 한 무리의 사람들이 쏟아 들어왔다.
“이, 이러면 안 되신다니까요!”
그리고 그 무리를 막는 부사장의 비서가 보였다.
“뭐야?”
허승철은 자리에서 일어나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마침 허승철 부사장님, 박재엽 부사장님이 함께 계셨네요.”
“너희 뭐야?”
“감사실에서 나왔습니다. 두 분을 감사하라는…….”
“그러니까 누가!”
“내가 했네.”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며 방을 들이닥친 무리가 반으로 갈라졌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남자 한 명이 나왔다.
“대, 대표님.”
“두 사람이 모여서 이러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사실이었구만.”
“대표님, 오해…….”
“박재엽!”
자신을 향해 변명을 해오려던 박재엽을 향해 심주원은 소리를 질렀다.
“임원진 회의에서 내가 너를 믿는다고 말했는데, 이런 짓을 하고 있었어?”
“…….”
“허승철, 너도 WM본부 부사장으로 승진할 때 내 다음은 너라고 생각했다고 내가 잘 부탁한다고 말했을 텐데.”
“…….”
심주원은 한기가 도는 얼굴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직원들 보니까 조용히 협조해. 그리고 변명거리가 있으면 감사실에 하고.”
“대표님!”
“해명 기회를 주는 것도 내가 너희를 위해 배려하는 거라는 걸 알아둬.”
심주원은 그리 말하고는 돌아서서 부사장실을 빠져나갔고, 박재엽과 허승철 두 사람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1-28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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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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