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139)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139화(139/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139화
“그랬었군요.”
일주일 후, 유성투자증권 랩 어카운트 1팀 파트장실.
도경은 서용원의 호출을 받아 그와 독대를 하고 있었다.
“미리 보고드리지 못한 점은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닙니다. 대표님께 전해 들었습니다. 발설하지 말라고 하셨다고.”
서용원은 도경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내가 한심해 보이나요?”
서용원의 물음에 도경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제일 처음 윤도경 씨가 홍 과장에게 이 서류를 가져왔고, 그리고 홍세준 과장은 내게 보고했죠.”
서용원은 가만히 도경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나도 처음엔 대표를 찾아갈까 고민했습니다. 이 일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건 대표님이었으니까요.”
“…….”
“머리로는 그걸 아는데. 발이 떨어지지 않더군요. 그래서 부동산영업부를 찾아갔습니다.”
서용원은 지금 자신의 모습이 눈앞에 있는 부하 직원에게 어떻게 보일까 고민했다.
변명을 하는 모습처럼 보일까?
조금은 이해해 줬으면 하는 마음에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때는 그게 정답일 거라 생각했거든요. 박재엽 부사장과 남철진 부장이 사리 판별은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요.”
서용원은 그들에게 잘못을 되돌릴 기회를 주고 싶었다.
지금 유성투자증권의 사우들이, 아니, 여의도 증권가에 있는 모든 금융종사자가 겪은 고통을 그들도 겪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으니까.
그래서 자신의 잘못을 되돌리고 이곳에 계속해서 있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
“그런데 틀렸던 거죠. 나는 사람을 잘못 봤습니다.”
“저…… 파트장님.”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도경은 서용원을 바라보았다.
“제게 설명하실 필요 없습니다.”
“…….”
“만약 제게 똑같은 일이 있었다면 저도 파트장님과 같은 선택을 했을 테니까요.”
도경은 진심으로 서용원을 향해 말했다.
“저도 그래서 홍세준 과장님께 보고를 드리고 파트장님께 보고가 될 수 있도록 했던 겁니다.”
“……그렇군요.”
“네. 처음부터 대표님에게 이 사안이 보고되었다면, 또다시 이 사옥에 있는 모든 사우가 고통을 받을 것이 뻔했으니까요.”
대표에게 보고되는 순간 이 사안은 밖으로 알려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대표에게 알리지 않고도 모든 것을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도경 또한 그 길을 선택했을 것이다.
“만약 박재엽 부사장님께서 이런 행동을 하실 거란 걸 알고 있었어도 저도 그런 선택을 했을 겁니다.”
도경의 말에 서용원은 피식하고 웃었다.
“파트장님께서는 옳은 선택을 하셨고, 그들이 기회를 발로 찬 것입니다.”
“글쎄요. 우리의 생각보다 좀 더 숨겨야 할 이유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서용원은 그리 말하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감사 결과 박재엽 부사장은 브릿지 론을 받게 해주는 대가로 부동산 개발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것 같더군요.”
브릿지 론은 고위험 상품이었다. 물론 성공했을 때 돌아오는 수익도 많았지만, 보수적인 금융계 특성상 브릿지 론을 잘 내어주려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대가성 리베이트가 왕왕 있었다.
“그래서 이 손실을 숨겨야 했고요.”
도경은 가만히 서용원의 말을 들었다.
“허승철 WM본부 부사장은 대전지점에서 있었던 불완전 판매 건을 덮기 위해 박재엽 부사장의 손을 들어준 것 같습니다.”
“…….”
“불완전 판매 건을 덮지 않으면 금감원에 의해 제재를 받았을 테고 그렇다면 허승철 부사장은 사장직과는 거리가 멀어졌겠죠.”
두 사람은 경쟁 상대였지만, 서로의 목숨줄을 쥐고 있는 상대방을 도왔다.
“우리 랩을 조사해서 먼지를 찾으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먼지요?”
“네. 우리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실수를 한 부분이 있겠죠. 그런 부분이 나온다면 그걸 빌미로 나를 협박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이고요.”
박재엽도 나쁜 사람이었지만, 허승철 또한 참 나쁜 사람이라고 도경은 생각했다.
“뭐 어쨌든 다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물론 고통은 모두가 분담하게 되었고요.”
서용원은 도경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먼저 이번 일의 주범인 박재엽 부사장은 회사에서 검찰에 배임으로 고발할 겁니다.”
회사는 감사 결과 내부 징계에서 한 발 더 나가 공권력의 힘을 빌리기로 한 것 같았다.
“허승철 부사장은 회사에서 기회를 줬습니다. 사표를 쓰든지, 징계를 받든지 알아서 선택하라고요.”
“무슨 선택을 했습니까?”
“이곳을 나가더라도 어디 갈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명예는 지키고 싶었나 봅니다.”
허승철은 사표를 내는 것으로 정리된 것 같았다.
“남철진 부장은 대기발령 명령을 내렸더군요.”
“…….”
“본인의 선택에 의한 결과니까요. 그 사람의 선택에 따라 이번 일이 이렇게 흐른 거 아니겠습니까?”
부장급 인사에게 대기발령이 내려진 것은 사실상 회사를 나가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서용원은 한숨을 내쉬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구조화 금융본부는 폐쇄될 겁니다.”
서용원의 말에 도경은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떴다.
“본부가 말인가요?”
“네. 회사에서는 기존에 고용안정을 택했었는데 지금이 감원 기회라고 본 것 같습니다.”
업계 1위인 태산과 2위인 선진 또한 20% 정도 감원을 발표했었다. 그래서 유성의 선택에 모두가 귀를 기울이고 있었는데 회사는 감원을 선택한 것 같았다.
“아쉽습니다.”
도경의 말에 서용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쉽죠. 선장이 선택을 잘못한 결과를 모두가 받는 거니까요.”
금융계를 덮친 ‘화이트칼라의 위기’는 유성투자증권도 피해 갈 수 없었고, 그것은 소수의 잘못을 모두가 함께 나눠 지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우리도 어깨가 무거워졌습니다.”
서용원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어날까요?”
서용원이 그리 말하자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서용원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 도경을 바라보았다.
“내가 하는 일이 실수가 되어 모두에게 피해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해봅시다. 이번 일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아닙니다.”
“정말 진심으로 고맙다고 얘기하는 겁니다.”
서용원은 도경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물론 회사의 본부가 폐쇄되는 결과를 낳았지만, 도경 씨 덕분에 더 큰 피해가 오기 전에 막을 수 있었으니까요.”
“…….”
“고생했습니다.”
도경은 서용원을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했고, 서용원은 도경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 * *
“아니, 무슨 일이야. 윤도경이 술을 다 먹고 말이야.”
이틀 후, 주말을 맞아 도경은 최우진과 만나고 있었다.
평소 술을 멀리하는 도경이 오늘은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보고 최우진은 놀랍다는 듯 얘기해 왔다.
“도경 씨, 그거 도경 씨 잘못 아니야.”
그러고는 도경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입을 열었다.
“도경 씨는 기회를 준 거야. 그런데 그 인간들이 못 알아먹은 거고.”
“그런데 결국에는 죄 없는 사람들까지 함께 회사를 나가게 되었네요.”
도경은 씁쓸한 듯 미소를 지으며 최우진을 향해 이야기했다.
“기뻐요. 제가 그래도 시장에 올 수 있는 충격을 막았다는 게. 너무 기쁩니다. 그런데 좋아할 수가 없네요.”
도경은 가만히 술잔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저는 모두가 조금은 이성적이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바람대로 되겠어?”
“그래도 우리가 하는 일은 그런 일이잖아요.”
도경이 이 업계를 동경했던 이유는 그것이었다.
냉철하고, 이성적인 판단하에 투자를 진행하고, 거기서 이득을 보는 것.
그리고 고객과의 신뢰를 쌓아 회사와 고객 모두가 동반 성장할 수 있다는 것.
“그런데 지금은 그게 아닌 것 같네요.”
“아니.”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단호하게 답했다.
“적어도 윤도경과 같은 사람은 이성적이었잖아.”
“글쎄요. 저도 감성적이었던 것 같은데요.”
“왜? 처음부터 대표를 찾아가지 않았기 때문에?”
“네. 그게 모두가 사는 길이라 생각했거든요.”
최우진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건 인간성이라고 해두자.”
그 말에 도경은 고개를 들고 최우진을 바라보았다.
“아니지, 이성도 인간성의 일부인가? 사람이니까. 측은지심과 이타심을 가질 수 있는 거지.”
“…….”
“그리고 사람이니까 이기심도 있는 것이고.”
최우진은 잔을 들이켜고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나는 그런 모든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그런데 결국 지금 시장엔 이기심밖에 없었던 거지.”
“이기심…….”
“그래. 이기심만 남은 시장이었던 거야. 그래서 모두가 그 업을 돌려받는 것이고.”
최우진은 한숨을 내쉬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도경 씨가 잘했다는 거야. 이기심이 아니라 이타심을 가지고 이번 일을 판단했으니까.”
“…….”
“그렇게 하나씩 돌려놓자고. 이기심만 가진 인간들을 하나둘 몰아내고, 도경 씨와 같은 인간성으로 가득 찬 시장을 만들어 보자고.”
“그런 시장이 될 수 있을까요?”
“윤도경이 업계 탑이 되면 그렇게 될 수 있지.”
최우진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옆에 있는 놈 찌르고, 위에 있는 놈 제치지 않아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니까. 그러니까 여기서 지치지 마라.”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이런 일에 지치기엔 너무 좀 그래.”
“그런가요?”
“그래. 그리고 이번 일 잘한 거 맞으니까 좀 웃고.”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우진 대리님 찾아오길 잘한 것 같아요.”
“그래?”
“네.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고 싶었는데 위로를 받았네요.”
“하하하, 그러게 말이야. 고용 보장된 인간이 나 같은 하루살이 계약직을 찾아와서 고민을 털어놓네.”
“죄송해요.”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야. 내가 도경 씨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이런 것뿐이네. 다른 건 나보다 뛰어나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다음에도 이런 일 있으면 전화해.”
“네.”
“그럼 오늘은 도경 씨가 사는 걸로.”
“네?”
도경이 당황스럽다는 듯 묻자 최우진은 능글맞은 미소를 짓고는 손을 들어 올렸다.
“여기요, 추가 주문 좀 받아주세요.”
“대리님!”
도경은 최우진을 바라보며 못 말린다는 듯 미소를 지었고, 최우진 또한 도경을 바라보며 웃었다.
* * *
“술을 마셔도 안 지치네.”
다음 날, 도경은 아침 일찍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전날 최우진과 평소에 마시지 않던 술을 마셨는데도 아침에 숙취란 것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정신과 몸이 멀쩡했다.
“이건 좀 안 좋은 것 같기도.”
주말에는 그냥 질펀하게 퍼질러 누워 자고 싶을 때가 있는데 메시지가 준 ‘지치지 않는 기력’은 그런 기회조차 박탈해 버렸다.
지이잉-
한참 그렇게 투덜대며 시장 상황을 파악 중일 때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고 도경은 반사적으로 알림을 확인했다.
【회원님을 늘 응원하는 VIP 서비스입니다】
알림의 주인공은 메시지였다. 정말이지 귀신 같았다.
【시장 참여자들은 “시장은 언제나 옳고, 도덕적이야.”라는 거짓말에 홀려 있습니다.】
【시장의 옳음과 도덕의 잣대를 판단하는 것들은 모두 잘될 거라는 맹목적인 믿음에 의한 것뿐이고요.】
【그리고 지금과 같을 때 모두가 묻지 않았던 물음에 대한 답이 돌아오곤 합니다.】
메시지의 말에 도경은 가만히 집중했다.
【시장을 움직이는 자들은 과연 도덕적일까?】
【호황기 때의 시장을 움직이는 플레이어들은 인간성을 거세하고, 오직 이기심 하나만을 가지고 행동했습니다.】
【그 결과, 그들의 부도덕함에 대한 대가는 모두가 함께 치르게 되었습니다.】
며칠간 사내에서 있었던 일을 정확하게 요약하는 말이었다.
【윤도경 씨의 개입이 없었더라면, 한 곳에서의 부도덕함은 여의도를 벗어나 모든 곳을 힘들게 만들었을 겁니다.】
【우리의 임무를 완벽하게 해낸 윤도경 씨에게 머지않아 보상이 찾아갈 것입니다.】
【회원님을 늘 응원하는 VIP 서비스입니다】
메시지는 그렇게 끝이 났고, 도경은 한숨을 내쉬었다.
“잘한 게 맞겠죠.”
물론 답이 오지 않을 것을 알았지만 도경은 그렇게 혼잣말을 내뱉었다.
지이잉-
그때, 다시 휴대전화에서 알림이 울리기 시작했고 도경의 두 눈은 휘둥그레졌다.
【윤도경 씨는 자신이 한 행동에 조금 더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 같습니다.】
메시지를 확인한 도경의 얼굴에는 어느새 놀라움은 사라지고 미소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1-28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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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