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142)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142화(142/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142화
“왜요? 무슨 일 있어요?”
도경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이연지는 휴대전화를 보고 표정이 급격하게 변한 도경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 아닙니다.”
도경은 재빠르게 표정을 관리하고는 이연지를 바라보았다.
“도경 씨는 간혹가다 그런 표정을 할 때 무섭더라.”
이연지의 말에 도경은 멋쩍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연지는 도경의 표정에서 말하기 곤란함을 느끼고는 입을 열었다.
“그래서 오늘 부탁할 건 뭐예요?”
“뭐라고 해야 할까요. 너무 그걸 위해서 이 자리를 만든 게 될 것 같아서요.”
“에이, 내가 한 얘기 뭐로 들었어요? 이젠 그렇게 서로 눈치 볼 기간은 지난 것 같은데. 동료끼리는 원하는 거 딱 얻고, 상대가 원하는 거 해주고, 요즘 말로 그 뭐냐 알잘딱깔센이잖아요.”
“알잘딱깔센이요?”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
이연지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고는 입을 열었다.
“이번에 랩에서 고객 포트폴리오 구성할 만한 종목을 찾고 있어요.”
도경의 말에 이연지는 가만히 집중했다.
“이제 내년 상반기에 호재가 있는 업종을 위주로 들어가야지 않겠느냐는 데에 의견이 통해서요.”
“그게 내가 커버리지하는 기업 중 하나고?”
이연지의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보자, 내년 상반기에 좀 기대해 봐도 좋을 기업이…… 아, 스튜디오 레드가 있네요.”
단번에 이연지가 스튜디오 레드의 이름을 꺼내자 도경은 두 눈을 크게 떴다.
“왜요. 설마 스튜디오 레드야?”
“네.”
“역시 랩도 선수들만 있는 곳이네요.”
이연지는 그리 말하며 휴대전화를 들어 올려 무언가를 검색하는 듯했다.
“스튜디오 레드가 지금 게임사 중에서는 제일 잘나가는 거 알고 있죠?”
“그럼요.”
“그럼 그 잘나가는 이유가 게임 때문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겠네요.”
이연지의 물음에 도경은 쓴웃음을 지었다.
게임 제작사들은 신작들이 쏟아져 나오던 사이클을 지나 지금은 주가들이 많이 하락한 상태였다.
기존에 서비스되는 게임의 성적과 매출로 평가를 받는 중이었다.
그중에서 오늘 두 사람이 얘기 중인 스튜디오 레드는 주가 하락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코인 때문이죠.”
“맞아요. 스튜디오 레드가 성공한 걸 보고 업계에서는 이젠 P2E가 미래가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으니까요.”
P2E는 플레이하며 얻는다(Play to Earn)는 뜻이었다.
다시 말해 스튜디오 레드는 게임 속에서 통용되는 재화를 현실 세계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재미있지 않아요? 저는 진짜 2년 전만 해도 이런 게 통할 거라고 생각도 못 했거든요.”
이연지의 말에 도경은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메타버스라는 게 시장에 처음 나왔을 때 얼마나 폭발적이었어요? 기억나죠?”
메타버스Metaverse는 가상공간에 현실 세계를 만들어놓은 것을 얘기했다.
다시 말해 나를 닮은 아바타로 현실의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가상의 공간을 얘기했다.
예를 들자면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며 회사 사무실의 모습을 하고 있는 가상공간에 출근을 한다든지, 가상공간에 만들어진 쇼핑몰에서 쇼핑을 하고 물건을 사면 집으로 배송된다든지…….
코로나 시대에 비대면 산업이 커지며 주목받았었다.
“도경 씨도 알겠지만, 최근 들어선 메타버스에 대해 회의론이 커지고 있잖아요.”
“네. 아직은 게임일 뿐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죠.”
“맞아요. 거기를 파고든 게 스튜디오 레드예요.”
스튜디오 레드가 그나마 게임 산업의 후퇴에도 버티고 있는 것은 바로 P2E 체계의 구축을 먼저 해나가는 선두 주자라는 것이다.
“메타버스 결국 게임 아니냐? 게임 내에서 쓰는 재화가 현실 경제랑 무슨 상관이 있는데? 이런 물음에 스튜디오 레드는 답한 거죠.”
“레드 코인으로요.”
도경의 말에 이연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국내에선 규제 때문에 힘들긴 하지만, 해외에서는 이 P2E가 규제를 받지 않는 곳들이 있으니까요. ‘게임을 해라. 그럼 게임 내 재화를 현실에서도 쓸 수 있게 해주겠다’라고 답한 거죠.”
스튜디오 레드는 모두가 메타버스에 관해 회의론을 펼칠 때쯤, 자신들만의 세계관을 구축했다.
실제 화폐 기능을 하지 못하고 투자 상품의 역할을 하고 있는 코인을 게임 내의 경제와 현실 세계관을 잇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대박이었다.
“보세요. A라는 게임을 해서 내가 좋은 아이템을 먹었어요. 이거는 A게임 유저들 사이에서만 통용되는 거잖아요.”
“그렇죠. 당연히 다른 게임을 하는 사람에게는 필요 없는 아이템이니까요.”
“그런데 이걸 NFT로 만들어서 현실 세계로 꺼내봐요.”
스튜디오 레드가 만든 시스템의 핵심을 이연지는 얘기해 오고 있었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발행한 인증서와 같은 역할을 했다. 위변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NFT를 사고파는 시장도 있었다.
“그리고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B라는 게임이 있어요. 그럼 이 A라는 게임의 아이템을 NFT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현실로 꺼내봐요.”
스튜디오 레드는 이렇게 자신들이 발행하는 NFT인 레드 코인의 경제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었다.
당연히 중소 게임사의 입장에서는 이런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보다 스튜디오 레드가 만들어둔 생태계로 들어가는 것이 이득이었다.
그래서 많은 게임사가 그들의 경제 생태계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 A게임을 통해서 벌어들인 코인으로, B게임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사는 세계는 다르지만, 화폐는 통합된다는 말이네요.”
“그렇죠. 현실에서 미국의 달러화가 기축통화가 되듯이.”
기존에 게임마다 존재했던 시장이 하나로 합쳐지고, 그 시장에서 통용되는 화폐는 레드 코인이었다.
스튜디오 레드는 어마어마할 수도 있는 시장의 선두 주자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 화폐가 다른 게임에서 사용할 수 있는 걸 넘어, 현실의 돈으로도 교환 가능하다는 거고요.”
도경의 말에 이연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스튜디오 레드는 대단해요. 이런 시장에 모두가 회의론을 펼칠 때 뛰어들었고, 성과도 내고 있잖아요?”
이연지가 하는 말은 시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었다.
물론 스튜디오 레드의 행태에 대해 의심을 하는 눈초리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들은 성과로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한창 고점일 때보다는 레드 코인의 시세가 내려서 의심하는 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저는 자리를 찾아가는 거라고 봐요.”
도경 또한 이연지의 말에 동감했다.
아니, 동감할 수 있었다. 조금 전 자신에게 온 메시지만 아니었다면.
“식사 나왔습니다.”
두 사람이 한창 얘기를 하고 있을 때 주문한 메뉴가 나오고 있었고, 이연지는 도경을 바라보았다.
“어때요? 이 정도면 오늘 밥값 한 거죠?”
“하하하, 이거 아니더라도 밥값은 이미 충분히 하셨어요. 맛있게 드세요.”
도경의 말에 이연지는 미소를 지으며 숟가락을 들어 올려 식사를 하기 시작했고, 도경은 여러 가지 어지러운 생각이 겹쳐 편하지만은 않은 식사 자리였다.
* * *
“왜 갑자기 오늘 이렇게 보내냐고요.”
한편, 도경은 퇴근 후 아지트로 와 서재 의자에 기대앉아 투덜거리고 있었다.
그동안 알 듯 모를 듯한 내용들만 보내오던 메시지는 오늘은 예전 방식 그대로를 보내왔다.
도경은 자세를 고쳐 앉고는 오늘 온 메시지를 다시 확인했다.
【회원님을 늘 응원하는 VIP 서비스입니다.】
【요주의 종목: 스튜디오 레드】
【회원님의 곁에서 늘 함께하겠습니다.】
가타부타 아무런 말 없이 딱 세 줄이 다였다.
“그동안 보내는 메시지가 정말 이해 못 할 메시지라고 생각했거든요?”
도경은 누구 들으라는 듯 계속해서 혼잣말을 이어나갔다.
“근데 아니었어요. 그게 진짜 친절한 메시지였네요.”
도경은 메시지와 처음 만났던 때처럼 추천 종목과 요주의 종목을 얘기해 주는 것이 깔끔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근래에 달라진 메시지를 받다 오늘 다시 요주의 종목만 덜렁 보내는 메시지를 받으니 자신의 생각이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이전에 보내던 메시지는 방향이 보였는데…….”
물론 이번에 보내준 요주의 종목도 방향은 보였다.
결국 스튜디오 레드를 조심하라는 얘기였다.
“그러니까 왜?”
영국의 문제나 유성투자증권 내부의 일들을 미션으로 내줄 때는 적어도 어디서 어떻게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는 감은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이지 처음처럼 자신이 모든 것을 알아보아야 했다.
그것도 시장이 환호하고 있는 스튜디오 레드를 상대로.
“스튜디오 레드는 완벽하게 자신들이 장담해 왔던 것을 해내고 있어.”
도경이 이번 일을 기존의 요주의 종목 메시지와 다르게 느끼는 것의 이유였다.
이전에는 도경 또한 미심쩍다고 느끼던 기업들을 리스트로 보내주곤 했으니까.
하지만, 이번 스튜디오 레드는 견실하게 새로운 분야에서 자신들의 생태계를 구축했다.
“어우, 그만 투덜대고 해야겠네. 문제가 있으니까 보내줬겠지. 그렇다면 그걸 막아야 하는 건 나고.”
그것이 메시지가 자신을 선택한 이유였으니까.
한참 생각을 하던 도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블룸버그 터미널로 향했다.
그러고는 스튜디오 레드를 검색했다.
“어우, 고점에서 이게 얼마나 내린 거야.”
아무리 자신들만의 생태계를 확보했다고 해도 시장의 흐름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양대 시장에서 얻어맞잖아, 여기는.”
스튜디오 레드의 주가 향방은 그들의 실적만으로 매겨지는 것이 아니었다.
도경은 휴대전화를 들어 올려 앱을 하나 실행시켰다.
“얼마 만이냐 이게.”
도경도 깔아만 두고 얼마 만에 이 앱을 실행시키는 것인지 까먹을 정도로 묻어만 놨던 코인 거래소의 앱이었다.
“보자…… 레드 코인.”
도경은 재빠르게 이곳에 들어온 목적을 검색했다.
레드 코인은 스튜디오 레드에서 만든 게임 경제 생태계의 알파이자 오메가, 즉 핵심이었다.
그들이 주장하는 P2E는 결국 게임 내에서의 재화를 이 레드 코인으로 바꿔 거래소에서 팔면 이를 현금화할 수 있는 구조였다.
“어휴, 여기는 주식보다 더 내렸네.”
스튜디오 레드의 주가도 고점에서 상당히 내려왔지만, 다른 게임사에 비해 선방했다면 코인 거래소에 상장된 레드 코인은 고점에서 -60% 이상 하락한 상태였다.
“고점이 너무 높긴 했어.”
도경이 봐도 고점이 너무 높아 보였다.
“빨리 나가자.”
도경은 그렇게 말하고는 재빠르게 앱을 껐다.
“코인 시장은 언제 봐도 무섭네.”
도경은 강경론자들처럼 코인 시장을 무시한다거나, 광기에 가득 찬 시장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주식시장은 고위험 상품이기는 하더라도 어느 정도 법적으로 규제와 투자자의 안전을 보장받고 있었다.
하지만, 코인 시장은 안전장치가 없다는 것 때문에 도경은 코인 시장을 무섭게 생각하고 있었다.
“어쨌든 레드 코인의 가격이 어느 정도 지지선에서 버텨주고 있기 때문에 다른 게임 개발사에 비해 주가의 하락이 크지 않았어.”
스튜디오 레드가 다른 게임 개발사와 비교해 주가를 지킨 것이 그 이유였다.
“확실히 이런 식으로 사업을 다각화했다는 건 좋은데…….”
도경은 다시 블룸버그 터미널을 바라보며 스튜디오 레드에 대한 정보를 보기 시작했다.
“레드 코인에 대한 신뢰는 어느 정도 코인 판에서는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도경은 가끔 자신이 인간을 혐오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결국 문제는 여기에 사람이 끼어버리니까 문제가 생기는 건데…….”
도경은 가만히 고민을 이어나갔다.
결국 답은 레드 코인을 발행하는 주체인 스튜디오 레드를 얼마나 믿을 수 있냐였다.
도경이 코인 시장을 무서운 시장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궤를 같이했다.
“공시가 투명하게 되지 않으니까.”
주식시장에서는 법적으로 상당한 규제를 받으며 기업이 주식을 함부로 매각하거나 하는 행위를 할 수 없었다.
그런 일이 발생할 때는 무조건 공시를 통해 주주들에게 알려야 했다.
하지만 코인 시장은 그런 투명성이 없었다.
오로지 코인을 발행하는 주체인 스튜디오 레드의 도덕성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이거는 전문가를 만나봐야겠네.”
휴대전화를 꺼내 든 도경은 심호흡을 하고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2-02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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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