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143)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143화(143/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143화
“이야, 이게 누구야.”
이틀 후, 도경은 퇴근 후 강남에 있는 한 와인 바에 나와 있었다. 오늘 만날 상대가 이곳을 약속 장소로 잡았기 때문이다.
들려오는 목소리에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상대를 바라보았다.
“세원아.”
도경은 상대를 향해 손을 내밀었고, 상대는 도경의 손을 맞잡았다.
“윤도경! 네가 연락하길래 얼마나 놀랐는지 모르겠네.”
상대는 도경과 초중고교를 함께 나온 오랜 친구였다. 몇 해 전부터 교류가 뜸했었는데 도경은 망설이다 그에게 전화했다.
“너는 인마, 그렇게 티 나게 손절을 치냐?”
정세원은 도경의 맞은편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손절이라니?”
“기억 안 나냐? 그때 왜 애들이랑 같이 술 마시던 날.”
정세원의 말에 도경의 미간은 찌푸려져 갔다.
“그때 우리가 잘못한 건 맞아. 그렇다고 해도 그날 이후로 우리 연락을 피하는 게…….”
“그런 거 아냐.”
도경은 잠시 한숨을 내쉬고는 정세원을 향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냥 그렇게 멀어졌던 거지. 내가 의도적으로 너희를 피한 적은 없어.”
도경의 말에 정세원은 잠시 도경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술 마실 거냐?”
“아니, 차 가져왔어.”
“오랜만에 이런 곳에서 만났는데 대리 불러. 내가 대리비 줄게.”
정세원의 말에 도경은 다시 한번 고개를 가로저었다.
“괜찮아.”
“뭐, 그럼 나만 먹을게.”
정세원은 손을 들어 올려 몇 가지를 주문하고는 도경을 바라보았다.
“5년 됐나? 5년 만에 얘기할 기회를 줘서 고맙다고 해야 하나…… 그땐 미안했다.”
사춘기 시절에 만난 정세원은 정말 좋은 친구였다.
그 시절 누구나 그러하듯 가정형편이 맞는 친구들끼리 어울렸고, 정세원은 비슷한 가정환경 덕분에 어린 시절을 서로 위로하고, 응원해 주던 가장 친한 친구였다.
“그때 정말 내가 말이 심했어.”
5년 전, 도경은 여느 때와 같이 고향 친구들과 술을 마시는 자리에 나갔었다. 그런데 그날의 분위기는 평소와는 확실하게 달랐다.
그날의 주제는 시작부터 오직 코인 하나였고, 도경이 자리에서 일어나던 그때까지 코인이라는 주제는 계속되었다.
“그때는 그냥 심통이 났었다.”
“그건 이해해, 유일하게 나만 네 말에 반박했으니까.”
정세원은 당시에 코인으로 재미를 보고 있었는데 친구들에게 코인을 하라며 부추기고 있었다.
당시에 도경은 자신에게까지 코인을 강권하는 정세원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여러 가지 토론을 했었다.
솔직히 당시에는 코인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있었던 게 맞았다.
“솔직히 그때 네가 다른 애들 앞에서 나를 꼽주는 거라고 생각했었어.”
정세원은 그리 말하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도경은 나름대로 토론이라고 생각했지만, 도경의 말에 이렇다 할 반박을 하지 못한 정세원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렸다.
‘너 가정형편 여전히 어려운 거, 네 그런 반골 기질 때문이야.’
물론 정세원의 입장에서는 도경의 행동이 고까웠을 수도 있다.
도경 또한 그 자리를 생각하면 그때 그냥 듣고만 있거나 동의해 주고 말았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했으니까.
“세원아.”
도경은 가만히 정세원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내 실수도 알아. 하지만,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순 없을 것 같은데. 그 얘긴 그만하는 게 어때?”
도경의 말에 정세원은 가만히 도경을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섭섭하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자신이 오랫동안 알아온 윤도경이란 인물은 그런 사람이었다.
너그럽게 모든 걸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이지만, 한번 돌아서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사람.
“좋아. 그래. 그렇게 하자.”
정세원은 자신의 실수를 탓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네가 나를 보자고 한 이유가 뭐야.”
“요즘 유튜브에 나오는 거 간간이 보고 있다.”
도경의 말에 정세원은 피식하고 웃었다.
“재밌지 않냐?”
“…….”
“그때, 도경이 네가 나한테 투자상품으로 코인은 인정할 수 있다고 했는데 나는 계속 기술이라고 얘기했었잖아.”
그날 도경이 정세원의 말에 유일하게 납득하지 못하고 서로 언성을 높였던 이유가 정세원의 입에서 나왔다.
도경은 그저 코인을 고위험 고수익 투자자산으로 생각한다고 얘기하자, 정세원은 블록체인 기술을 얘기하며 도경과 이견을 보였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유튜브에 나가서 투자자산으로 코인을 얘기하고 있다는 게 재미있지 않냐고.”
윤세원은 그 이후로 코인 투자가로서 꽤 성공을 했다. 그는 큰돈을 벌었고, 지금은 코인 투자와 관련된 유튜브 채널에 나가 인플루언서(influencer, 영향력이 높은 사람)로 지내고 있었다.
“뭐 어쨌든 이런 얘기는 그만하자고 했으니까. 그럼 나에게 묻고 싶은 게 코인이야?”
“맞아.”
“너 유성투자증권 리더스 센터로 갔다고 들었는데.”
정세원의 말에 도경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에게 말한 적도 없거니와 친구들도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유튜브 봤어. 얄궂게도 알고리즘이 띄워주더라고.”
“아…….”
“존경스럽다. 내가 그 업계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증권사 사람들 만나보면 창구직에서 거기로 가기가 쉽지 않은 일인 건 아니까.”
“고마워.”
지금은 본사로 왔지만, 굳이 설명하고 싶지 않은 듯 도경은 감사 인사를 했다.
“이제 본론을 얘기할까?”
“코인에 관해서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증권사에서 코인에 투자도 하나?”
“정확히는 코인을 발행하는 회사에…….”
“스튜디오 레드 얘기하는 거구나?”
정세원은 단번에 도경의 목적을 알아차린 듯 입을 열었다.
“거기는 좀 피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정세원의 말에 도경의 두 눈동자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 * *
“고객들이 맡기신 자산을 출금해 시중은행 적금으로 옮겨가시는 느낌입니다.”
닷새 후, 한 해의 마지막 달이 시작되자 유성투자증권 랩 어카운트 1팀은 지난 한 해를 정리하는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내년이 올해보다 더 안 좋을 거라고 보시는 것 같습니다.”
랩 어카운트에 자산을 맡겼던 고객들이 최근 상품을 해지하고, 안정적인 시중은행 예·적금으로 돈을 옮겨가고 있었다.
영업지원팀 과장의 말에 파트장 서용원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죠. 이곳을 찾아오시는 고객님이라면 경제적으로도 밝으신 분들일 테니까요.”
서용원은 그리 말하며 팀원들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이 문제는 비단 경제 상황의 문제로 치부할 게 아닙니다. 지난해 우리 팀의 실적이 그만큼 좋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그 말에 회의실 내부는 침울한 분위기가 내려앉았다.
“시중은행의 안정적인 수익을 포기하고 고위험 상품을 선택할 만큼 만족할 만한 수익을 우리가 뽑지 못했다고 봐야 합니다.”
물론 랩 어카운트 1팀의 수익률은 시장수익률과 여타 펀드들의 수익률에 비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서용원은 악역을 자처해 직원들을 채찍질하고 있었다.
그저 경제가 좋지 않다는 말을 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었고, 자신들과 같은 전문가들이 해서는 안 되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달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조금 공격적으로 수익을 추구하겠습니다.”
서용원의 입에서 그런 얘기가 나오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내야 고객들이 돌아올 테니까.
조금은 공격적으로 나서야 했다.
“모두 상상력을 동원해 업종 발굴에 힘써주세요. 물론 여러분들이 발굴한 업종이나 종목은 회의를 거쳐 투자를 결정할 테지만, 잘못된 종목을 골랐다고 욕할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요.”
서용원은 그리 말하고는 홍세준을 바라보았다.
“매크로팀부터 시작할까요?”
그 말에 홍세준은 도경을 바라보았고,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준비한 자료를 화면에 띄웠다.
“저희 팀에서는 스튜디오 레드에 대한 분석을 했습니다.”
일전에 있었던 과장 회의 때 여러 가지 종목에 관한 얘기가 오갔고, 매크로팀과 트레이딩팀에서 한 종목씩 도맡아 분석을 진행했다.
“스튜디오 레드, 코스피에 상장된 시가총액 약 2조 2천억 원의 게임 개발사입니다. 어제 종가 기준 주가는 54,500원입니다.”
도경이 자료를 가리키며 발표를 이어가자 모두 집중하기 시작했다.
“현재 두 개의 PC 온라인 게임과 세 개의 모바일 게임을 서비스 중이며 2021년 연간 매출은 4,200억 원, 영업이익은 -521억 원가량입니다.”
정말이지 처참한 성적표였다.
“작년 4분기 실적 발표 모두 적자였습니다.”
“작년에 게임 제작사들 매출이 한창일 때가 아니었나요?”
“네. 파트장님 말씀대로 작년 게임 제작사들이 분기 매출은 거의 모두 흑자였습니다. 스튜디오 레드 같은 경우는 조금 특수했는데 이전에 서비스하던 게임들이 출시한 지 오래된 게임이었습니다.”
“그렇죠. 작년에 성적이 좋았던 게임 제작사들은 신작들을 발매했으니까요.”
서용원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지부진하던 스튜디오 레드의 실적은 작년 4분기 신작 게임인 <킹덤>을 출시하며 바뀌기 시작합니다.”
도경의 입에서 킹덤의 얘기가 나오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업계에선 모르려야 모를 수 없는 게임 체인저였기 때문이다.
“킹덤은 출시 초기부터 P2E 게임을 표방하며, NFT 기반의 화폐를 발행하겠다고 말했었습니다.”
“초반에는 냉담했죠.”
“그렇습니다. 국내법상 스튜디오 레드가 말한 P2E는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국내는 일련의 사건으로 게임을 통한 현금화에 대한 규제가 상당히 강했다.
“하지만, 스튜디오 레드는 빠른 해외 진출로 그들이 장담한 P2E의 실행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지금은 게임 생태계에서 그들이 발행하는 레드 코인을 많은 게임사에서 사용할 정도로 플랫폼화에 성공했습니다.”
스튜디오 레드는 빠른 해외 진출로 활로를 찾았다.
국내에서의 서비스는 게임 내 재화를 NFT로 교환할 수 없었지만, 해외판에서는 가능했다.
그리고 그들이 장담하던 대로 코인을 발행하기 시작하자 스튜디오 레드는 게임 업계의 게임 체인저로 등극했다.
“그리고 올해 초 스튜디오 레드는 그렇게 염원하던 국내외 거대 코인거래소에 자사의 코인인 레드코인을 상장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주가가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게임 내 재화를 토대로 코인을 발행한다고 해도, 그걸 거래하지 않으면 P2E가 아니죠.”
“그렇습니다. 거래소에 상장되며 실제로 게임을 해 돈을 버는 것이 가능해지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용자 수가 폭발적으로 유입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국내판에서는 게임 내 재화를 코인으로 바꿀 수 없었지만, 여러 유저가 우회로 해외판에 접속해 게임을 해 돈을 벌었다.
“P2E 시스템이 게임사에 도움이 되는 점은, 유저들이 게임을 해도 돈을 벌 수 있으니 접속 시간이 늘어난다는 점이었습니다.”
“결국 게임도 플랫폼 장사고 동시접속 유저 수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냐가 관건이니까요.”
“말씀대로 모든 상황이 스튜디오 레드가 장담한 대로 흘러가자 시장참여자 모두가 스튜디오 레드를 좋게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 누군가가 게임사에 투자를 해야 하는데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모두가 스튜디오 레드에 투자하려 할 것이다.
“이런 성장을 토대로 올해 3분기까지 스튜디오 레드의 주가는 전 분기 대비 120% 이상 상승했으며, 매출 또한 흑자전환에 성공했습니다.”
도경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지금 회의에서 스튜디오 레드에 대한 투자를 논의하게 된 이유였으니까.
“기업에 대한 설명은 여기서 마치고, 다음은 분석 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도경은 그리 말하며 화면을 넘겼고, 편안한 표정으로 도경의 발표를 보던 직원들의 두 눈은 휘둥그레졌다.
몇몇 직원들은 자신이 잘못 봤나 싶어 눈을 비비기까지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도경이 준비한 자료의 첫 문장부터 충격적인 말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2-06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이 책은 KWBOOKS가 저작권자와의 계약에 따라 전자책으로 발행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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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