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145)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145화(145/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145화
“스튜디오 레드 우리가 먹자.”
한편, 사무실로 돌아온 랩 어카운트 2팀 파트장 고인태는 드디어 기회를 잡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자신에 밑에 있는 과장을 불렀다.
“스튜디오 레드는 1팀 상품에 들어간다고 애초에…….”
물론 상품마다 포트폴리오에 들어가는 종목이 겹칠 수는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유성투자증권은 랩 간에 운용 중인 상품의 포트폴리오가 달랐다.
마치 누군가가 의도를 가지고 나눠놓은 것만 같았다.
“파트장님께서 스튜디오 레드는 접으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스튜디오 레드는 2팀에서도 포트폴리오 구성 종목에 추가할 예정이었다. 워낙 평가가 좋은 종목이다 보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지만, 고인태의 변덕이 한몫한 상황이었다.
“1팀에서 뱉는대.”
고인태는 그리 말하며 재킷을 벗어 옷걸이에 걸었다.
“네?”
과장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사실 유성투자증권의 투 랩 어카운트 운용팀의 포트폴리오가 달랐던 이유는 파트장 고인태 때문이었다.
그는 무언가 팀에서 결정을 한 일도 1팀이 좋게 본다는 얘기가 들려오면 빼라는 지시를 했다.
병적으로 1팀과 엮이는 걸 싫어하는 고인태였다.
“스튜디오 레드에 대한 자료 가져와 봐.”
고인태가 자리에 앉으며 그리 얘기하자 과장은 미간을 찌푸리며 돌아서서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그러고는 보고서를 들고 와 고인태의 앞에 내려두었다.
“이거 언제 적 자료지?”
“2주 전에 작성한 겁니다.”
과장의 말에 고인태는 고개를 끄덕이며 보고서를 읽어 내려갔다.
“이때랑 뷰가 바뀐 건 없지?”
“네. 없습니다. 주가도 저점을 잡고 횡보 중이고요.”
과장의 말에 고인태는 트레이딩 시스템을 통해 스튜디오 레드의 차트와 수급 상황을 확인했다.
[스튜디오 레드: 53,000 ▼1,500 -2.75%]과장의 말마따나 주가도 더 이상 하락을 멈추고는 일정 가격대에 지지선을 두고 위로 올라갈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개미들이 못 버티고 있네. 기관이랑 외국인은 비중을 늘리는 중이고.”
“네. 그래서 적기라고 말씀드렸던 겁니다.”
“이거 목표가가 얼마야?”
“7만 원 초반입니다.”
“오늘 들어가면…… 30%는 먹고 나오는 거네.”
“그렇습니다.”
과장의 말에 고인태는 손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고민에 빠졌다.
그런 고인태의 모습을 보던 과장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조금 전까지 우리가 먹자고 하셨지 않습니까?”
“어?”
상념을 깨오는 목소리에 고인태는 놀란 듯 과장을 바라보았다.
“어, 그렇지.”
“그런데 왜 갑자기 고민을 하시는 건지…….”
과장은 정말이지 고인태는 속을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라 생각했다.
별로 터치도 없고 팀원들의 의견을 존중해 주는 사람인데 어느 때는 말도 안 되는 고집을 부리며 이미 얘기되었던 것을 뒤집곤 한다.
그리고 그가 뒤집는 것의 태반은 1팀과 관련된 일이었다.
“아니야.”
고인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계속해서 자신을 향해 경고하던 서용원의 모습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뭐야. 스튜디오 레드에 문제는 없지?”
“문제라면…….”
“그냥 주가에 영향을 줄 문제가 없냐는 말이지.”
“현재는 없습니다. 코인 시장에 상장된 레드코인도 횡보 중이고요. 서비스 중인 킹덤은 여전히 동남아 마켓에서 다운로드 수 1위고요.”
“그래?”
“네. 저도 너무 아쉬워서 어제 체크했는데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과장의 말에 고인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일 아침 회의에 자료 올리고, 포트폴리오에 편입시키자고.”
고인태의 입에서 결정이 내려지자 과장은 환하게 웃었다.
“네. 알겠습니다.”
과장이 인사를 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자 고인태는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1팀보다 가입자 수가 많은데 쪼들리게 이게 뭐냐고.”
랩 어카운트 2팀의 사무실은 정말이지 조촐했다. 직원도 자신을 포함해 10명이 채 되지 않았다.
가입자 수는 1팀보다 더 많았다. 고액 투자자보다 중, 소액 투자자들이 더 많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보다 직원 수도 적었고, 1팀에는 매크로팀까지 있었다.
자신의 팀은 직원들 1인당 맡은 고객이 많은 것은 둘째 치고 따로 매크로를 파악해 줄 직원도 없었다.
“올해 말에 우리가 수익이 더 높으면 위에 얘기해도 들어먹어 줄 테니까.”
고인태는 그리 생각하고는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앉았다.
* * *
“이게 자료의 출처입니까?”
다음 날, 도경은 파트장 서용원의 호출을 받고 그와 독대를 나누고 있었다.
“네.”
“나는 솔직히 코인판의 인플루언서들을 믿지 않습니다.”
서용원은 도경이 건넨 자료를 보며 물었다.
“내가 믿는 건 이 자료를 분석한 윤도경 씨의 안목이고요.”
“…….”
“그럼 볼까요?”
며칠 전, 회의에서 도경은 스튜디오 레드에 대해 들려오는 루머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다들 도경을 바라보며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윤도경 씨가 이 루머에 대해 확실하다고 여긴 이유가 필요하겠죠.”
도경은 지금까지 떠도는 풍문에 대한 자료를 가져왔지, 풍문 그 자체만으로 투자에 대해 멈추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이유를 들어보고 확실하지 않다면, 투자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서용원은 처음에는 그런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자신이 아는 도경에게 시간을 준다면 그에 대한 데이터를 가져올 것이라 생각하고 투자를 보류했다.
그리고 오늘까지 도경에게 자료를 가져오라 지시했고, 이 자리에 두 사람은 앉아 얘기를 나누는 것이다.
“처음 우리 랩에서 스튜디오 레드에 대한 투자를 단행한다고 했을 때, 저는 종목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좋은 회사긴 하지만, 도경 씨가 말했듯 경영진의 모럴 해저드(Moral Hazard,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기 때문이겠죠?”
“그렇습니다.”
스튜디오 레드는 투자자들이 정보가 부족하다는 부분을 지독히도 이용했다. 투자자들이 알 수 없는 분야에서 여러 가지 도의적으로 옳지 않은 행위들을 했다.
“기업 관점에서는 저는 이 리스크가 단기적으로는 컨트롤이 가능하다고 봤습니다.”
도경의 말에 서용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시장참여자들이 스튜디오 레드에 저런 문제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 투자를 해야 하는 적기라고 얘기하는 것은 내년 신작 출시까지는 별다른 일이 없을 것이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단기간에 무슨 문제가 터진다면 그들이 발행하는 레드코인에서 문제가 터질 것이라 보았고, 비트코인 전문가를 만났습니다.”
“전문가요.”
“네. 지금은 유튜브에서 많이 활동하곤 있지만, 그래도 투자로 많은 실적을 올린 사람입니다. 그건 제가 장담할 수 있습니다.”
“이 사람을 잘 아나 보죠?”
서용원은 그리 말하며 도경이 건넨 자료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레드코인 리스크 분석 – 헌터]“코인 판에서 필명은 헌터, 본명은 정세원.”
도경의 입에서 보고서를 작성한 사람의 프로필이 나오자 서용원은 가만히 도경의 말에 집중했다.
“코인에 투자를 한 지는 6~7년쯤 되었을 겁니다. 이 기간 수익은 대충 예상해도 300억 원 이상이고요.”
“믿을 수 있습니까? 그 수익 부분 말입니다.”
“네. 믿을 수 있습니다. 제가 지켜봤기 때문입니다.”
도경의 말에 서용원은 미간을 찌푸렸다.
“제 친구입니다.”
“아.”
“혹시 제가 제 친구라서 말을 믿는 거 아니냐는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친구였으니까요.”
“친구였다? 지금은 아니라는 말입니까?”
“사람마다 그것을 나누는 기준이 다르겠지만, 지금은 제 친구가 아닙니다.”
서용원은 작게 한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계속하죠.”
“헌터 정세원은 최근 직접 투자는 그만두고, 파트장님께서 말씀하셨듯 코인 투자 전문가로 활동 중입니다.”
“방식이 조금 재밌죠.”
“네. 코인을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스캠을 밝혀내는 전문가로 자리 잡았습니다.”
스캠(Scam)을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상대를 속이는 행위를 얘기했다.
스캠 코인은 애초에 시작부터 투자자를 속이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코인을 얘기했다.
“정세원은 최근 코인 투자 시장이 어려워지고, 코인거래소가 파산하는 등 이상기후를 전부터 전망해 와 최근 들어 그의 전망을 믿는 투자자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런 예언을 얘기하자는 것이 아니니까요.”
“단순 예언이 아니었습니다. 앞에 보고서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정세원은 데이터를 토대로 전망을 하니까요.”
도경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이야기가 이어나갔다.
“좋습니다. 그래서 본론은…….”
“스튜디오 레드에서 밝힌 레드코인의 유통량과 실제로 추적한 유통량이 다릅니다.”
“다르다고요?”
도경이 브리핑 때 설명했듯 코인에서 유통량은 코인의 가격을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요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 코인을 발행하는 주체들은 코인을 전담하는 외부 재단을 따로 만들어 투명성 있게 유통량과 발행량을 공개했다.
코인 홀더(투자자)들에게 앞으로 사업계획에 대한 백서를 따로 발행하기도 했는데, 주식시장에서 상장하려 하는 기업이 금융감독원에 투자설명서를 필수로 제출해야 하듯이 그 개념을 차용해 온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스튜디오 레드는 유통량을 축소해 기록해 뒀습니다.”
“왜 축소했죠?”
“드러나면 안 되는 유통량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경의 말에 서용원은 잠시 고민을 하다 놀란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자신들이 가진 레드코인을 유동화하고 있다든가, 그런 부분 말입니다.”
도경은 놀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서용원을 향해 쐐기를 박는 말을 했다.
* * *
“주가는 여전히 버티고 있네.”
보름 후, 퇴근을 한 도경은 집에서도 일을 하고 있었는데 스튜디오 레드에 대한 자료들을 체크하고 있었다.
“코인 가격도 그대로고.”
스튜디오 레드의 주가나 그들이 발행하는 레드코인에는 큰 변동이 없었다.
“몰래 유동화하고 있다는 게 알려지는 순간 패닉이 오겠지.”
도경은 정세원이 자신에게 넘긴 자료가 꽤 신빙성이 있다고 보았다.
주식시장에 비유하자면, 기업이 계속해서 주식을 투자자들 몰래 발행해 시장에 내다 파는 것을 지금 스튜디오 레드는 레드코인으로 하고 있었다.
주식시장에서는 불가능했고, 설령 그런 짓을 하더라도 법에 따른 엄청난 제재를 받을 수 있는 일이었다.
“이유는 오직 자신들의 플랫폼을 더 강화하기 위해서고.”
이미 스튜디오 레드는 코인을 팔아 다른 게임 기업을 인수한 적이 있었다.
그 이후로는 다시는 그와 같은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말해놓고 뒤에서 계속해서 코인을 유동화하고 있었다.
회사의 돈이 아닌 코인 투자자들의 돈을 털어서 회사를 키우고 있는 아주 기형적인 행태를 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지이잉-
한참 자료를 업데이트할 때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고 도경은 화면을 확인한 후 통화 버튼을 눌렀다.
-도경아 바쁘냐?
“무슨 일이야?”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이번 스튜디오 레드에 관한 자료를 넘겨준 정세원이었다.
-지금 시간 되면 유튜브에 내 채널 봐라.
“네 채널? 지금?”
-어, 지금 내가 준 자료 라이브에서 터뜨릴 거니까. 때가 온 것 같다.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정세원의 말에 도경의 표정은 굳어갔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2-06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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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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