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15)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15화(15/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15화
“선배, 모두가 대기실에 온 것 같아요.”
유성투자증권 인터넷비즈니스 SNS 홍보팀.
홍보팀 대리인 이성현은 후배가 부르는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 온 사람은 없고?”
“네, 없어요.”
“가자.”
이성현의 말에 후배는 촬영 카메라를 들고 이성현의 뒤를 따라나섰다.
“이거 안 되면 우리가 보직 이동이야.”
유성투자증권의 인터넷비즈니스 사업부에는 여러 팀이 있었다.
온라인으로 고객상담을 해주는 고객지원팀이라든가, 온라인 이벤트 기획팀 등등 이제는 온라인 주식투자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상태라 최근 들어 사업부의 크기를 키웠었다.
특히 이성현이 소속된 SNS 홍보팀은 유튜브와 소셜미디어상에서 증권사를 홍보하는 업무를 했다.
“알아요. 우리가 구독자 제일 적더라고요.”
특히 최근 들어 모든 증권사에서 온라인 홍보에 열을 올리며 앞다투어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유성투자증권도 이에 질 수 없다는 듯 전문 인력들을 채용해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지만, 2년이 지난 지금도 모든 증권사 중 구독자 수와 총조회 수가 꼴찌였다.
“그래서 내가 부장님한테 마지막 기회인 거 아니까 이거 승인해 달라고 읍소해서 따낸 거야.”
이성현은 인터넷비즈니스 사업부장을 찾아가 담판을 짓고 왔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모의투자대회를 열고 싶다고.
“그런 배짱이 어디서 나오셨어요?”
후배는 진심으로 신기하다는 듯 물었다.
이성현의 기획이 그래도 먹혀든 것인지 결정권자인 WM본부 부사장 심주원에게도 보고가 올라갔고, 그렇지 않아도 본부 인력을 늘리려던 심주원의 입장에서는 홍보도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냥 시기가 맞아 들었던 것 같다. 어휴, 그리고 내 목숨이 걸렸는데 그 정도 깡도 안 나오겠냐.”
워낙 유튜브 운영 성과가 저조하다 보니 이대로 SNS 홍보팀이 해체될 위기에 놓여 있었다.
직원들은 다른 부서를 떠돌다가 결국 회사를 떠나야 될지도 몰랐다.
“너 평생 이거 하다가 다른 곳 가서 업무에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아?”
이성현의 물음에 후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이거 하려고 입사한 거죠…….”
“그러니까 내가 나선 거야. 어쨌든 오늘 참가자 중에 좀 특이한 사람 있던?”
이성현은 그리 말하며 손에 든 서류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소문을 들었는데요.”
“소문?”
서류에 시선을 두며 걷던 이성현은 발걸음을 멈추고는 옆에 있는 후배를 바라보았다.
“예, 참가자 중에 유일하게 지점 창구 직원 있잖아요.”
“어어, 있었던 것 같다. 그 뭐야 류태화 픽이라며?”
부서는 달랐고, 업무도 거리가 멀었지만, 유성투자증권 본사에서 류태화는 화제의 대상이었다.
가장 빠르게 날개를 달고 위로 날아가다 날개가 꺾여 떨어진 사람으로 말이다.
“그게 류태화 픽이 아니래요.”
“류태화 픽이 아니라고? 류태화가 있는 지점의 직원이라며.”
“어제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옆자리에서 전략사업부 애들이 밥을 먹더라고요.”
전략사업부는 WM본부에서 전국에 있는 지점들을 관리하고,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핵심 부서였다.
“그런데?”
“아니, 걔네가 이번 모투대회 얘기를 하더라고요.”
사원을 상대로 한 모의투자대회는 사내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상금 규모는 기대하던 것보다는 작았지만, 부상으로 걸린 보직 이동이라는 것에 관심이 끌린 직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많은 직원의 흥미를 끌었지만, 상사의 추천이 있어야 참가할 수 있었기 때문에 마음을 접은 직원들이 많았다.
“거기서 윤도경 얘기가 나왔어요.”
후배의 말에 이성현은 이번 참가자 목록을 바라보았다.
이 기획을 담당한 이성현도 이번 모의투자대회에 창구팀 직원이 참가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그것도 에이스였던 류태화의 추천을 받고 들어올 줄이야.
“왜? 얘가 뭐 대단한 놈이래?”
“아뇨, 부사장 픽이라던데요?”
“뭐?”
후배의 입에서 본론이 나오자 이성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류태화가 추천한 줄 알았더니…….
“심주원 부사장 말하는 거지? 우리 본부장?”
“네, 처음 입사했을 때 원래 PB로 취업 면접을 봤는데 알잖아요. 학벌.”
“어, 그렇지 않아도 지거국 출신이던데.”
“부사장이 끼워 넣으려다가 못 끼워 넣고 지점으로 보냈다더라구요.”
“확실해?”
“나야 모르죠. 근데 전략사업부 애들이 없는 말을 지어내겠어요?”
워낙 사내에는 검증 불가능한 소문이 자주 돌아다녔다. 하지만, 심주원 부사장은 사람 보는 눈이 뛰어나기로 정평이 나 있었다.
류태화도 그렇고, 지금 WM본부를 이끌어가는 에이스들은 전부 심주원이 뽑아 키운 인원들이었다.
“아니, 무슨 관계가 있길래?”
“저도 잘 모르겠어요. 어쨌든 걔네 얘기로는 지점으로 내려가 있다가 나중에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던데.”
“그 기회가 이거다?”
“네. 부사장도 흡족해했다면서요?”
후배의 말에 이성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상사에게 전해 듣기론 부사장이 아주 훌륭한 기획이라고 이른 시일 내에 진행해 보자는 사인을 냈다고 말이다.
“어쨌거나 심주원 픽이다…….”
“선배, 잘 생각해 보세요. 부사장이 그렇게 예뻐하던 류태화를 성남지점으로 내려보내자마자 부사장이랑 인연이 있는 창구 직원이 갑자기 모투 대회를 나온다?”
후배의 말에 이성현은 상념에 잠겼다.
모든 상황이 심주원이 안배해 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거기다가 부사장은 내년…….”
“어허, 그런 얘기는 함부로 하지 말고.”
이성현은 후배의 말을 제지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자신도 지금 사장의 임기가 끝나면 심주원이 사장으로 발령 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아니, 이 본사에 있는 모두가 그렇게 기정사실로 생각하고 있었다.
“어쨌거나 부사장 픽인 놈이 하나 있다. 이거죠.”
“확실한 건 아니잖아.”
“그런데 여기서 성적 좋으면요? 부사장의 그 사람 보는 눈이 또 발동한 거고 진짜 비밀 무기일 수도 있잖아요.”
후배의 말에 이성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발걸음을 옮겼다.
“카메라 세팅해.”
이성현의 말에 후배는 촬영 봉에 카메라를 끼웠다.
“들어가자마자 얘부터 한번 찍어보자고.”
이성현은 인적 사항이 적힌 서류를 흔들며 대기실의 문을 열어젖혔고, 대기실 안에는 오늘 모의투자대회 참가자들이 앉아 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자신으로 향했는데도 이성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주위를 둘러보다 한 사람이 휴대전화를 바라보고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 * *
‘와, 엄청 어색하네.’
한편 1층 보안 데스크에서 안내받은 대로 도경은 오늘 모의투자대회에 참가하는 직원들이 있는 대기실로 들어섰다.
누가 자리를 지정해 준 것도 아닌데 직원들은 띄엄띄엄 앉아 있었고, 분위기는 삭막했다.
‘얼어 죽겠다.’
지이잉-
삭막하다 못해 얼어붙을 것만 같은 분위기에 도경은 몸을 떨고는 적당히 한 자리에 가 앉아 진동이 울리는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회원님의 활약 잘 지켜보았습니다. 언제나 회원님의 꿈과 함께하는 VIP 서비스입니다.】
휴대전화 화면을 확인한 도경은 씨익 하고 미소를 지었다.
【추천 종목: 유성반도체】
【회원님의 능력을 믿습니다. 곁에서 늘 함께하겠습니다.】
하지만, 메시지가 보내준 추천 종목을 본 도경은 근심이 생긴 표정이었다.
‘하필 유성반도체를 추천했네.’
어김없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분기마다 보내오는 메시지를 바라보며 도경은 고민에 잠겼다.
유성투자증권의 계열사인 유성반도체를 이번 추천 종목으로 선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유성반도체라니…….’
유성반도체는 최근 그룹에서 새로운 먹거리로 생각하는 신사업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반도체 산업의 사이클(Cycle, 순환)이 지나가고 업황에 관한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었다.
여전히 반도체는 관련 사업들에는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이었고, 없어서 구하지 못하는 부품이었지만, 그 수요가 고점을 찍었다는 기사들이 나오면서부터였다.
‘물론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만서도…….’
물론 도경은 여전히 종합생산업체로서 미래전자나 유성반도체 모두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라고 봤다.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메시지가 가리키는 걸 보면 단기적으로도 호재가 있는 것 같다.’
도경은 그리 생각하고는 휴대전화를 들어 클라우드 스토리지에 접속했다.
이곳은 도경의 보물창고였다.
그간 국내 시장에 상장된 기업 중 관심이 가는 기업들을 정리하고, 개인적으로 전망을 작성해 둔 문서들이 있었다.
‘보자…… 유성반도체…….’
“윤도경 씨?”
한창 유성반도체에 관한 자료를 찾던 중 들려오는 목소리에 도경은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들자 카메라 한 대가 자신을 찍고 있었고, 남자 한 명이 자신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홍보팀 대리 이성현이라고 합니다.”
“아, 예! 안녕하십니까? 윤도경입니다.”
“우리가 이번 모의투자를 영상으로 기록해 유튜브에 올리려고 해요. 처음에 지원서 작성할 때 해당 내용 본 적 있죠?”
이성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있습니다.”
“시작 전에 간단한 인터뷰 좀 할게요.”
이성현의 말에 대기실의 있는 참가자 모두의 시선이 도경으로 향했다.
이성현은 손가락을 튕겨 ‘딱’ 하는 소리를 내고는 도경을 바라보았다.
“모의투자대회에 참가한 인원 중 유일하게 지점 창구직 직원인데요.”
이성현의 말에 주변에서는 ‘풉’ 하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도경은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윤도경 씨를 무시하는 건 아니고요. 참가를 결정하신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평소에 늘 펀드매니저라는 직업을 꿈꿨습니다. 열심히 일을 하다 보니 좋은 기회가 찾아왔고, 또 제게 기회를 주신 분이 있으셔서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기회를 주신 분이요?”
그때 카메라를 들고 있던 남자가 물었고, 그의 물음에 이성현은 그를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쓰읍…….”
이성현은 그에게 경고를 하고는 도경을 향해 웃었다.
“그렇군요. 그럼, 보직 이동의 부상을 보고 참가했습니까?”
“네. 말씀드렸듯 좋은 기회니까요.”
“그런데 그 기회를 잡으려면 우승을 해야 하는데 자신이 있나 봅니다.”
“네, 있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윤도경 씨 개인이 생각하는 본인의 장점은요?”
이성현의 물음에 도경은 잠시 고민을 하다 입을 열었다.
“저는 펀더멘탈(Fundamental, 기반)을 토대로 가치투자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펀더멘탈이요?”
“네, 매크로(Macro, 거시경제)와 기업의 가치를 파악하는 펀더멘탈 분석에 자신이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매일 뉴스와 기업의 동향을 살펴야 할 텐데, 창구직을 병행하면서도 공부를 하셨나 봅니다.”
“그렇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업계에 계신 분들은 모두 공부를 열심히 하실 테니까요.”
자신감이 넘치는 도경의 답변에 이성현은 속으로 놀라고 있었다.
‘뭔 2년 차 창구직이 말이 청산유수야…… 진짜 심주원이 숨겨둔 비밀 병기 아냐?’
조금 전 누군가가 기회를 부여해 줬다는 말 또한 이곳에 걸어오며 후배와 나눴던 이야기에 확신을 더해주고 있었다.
“좋습니다. 그럼 혹시 이번 대회에서 주력으로 삼을 종목 하나만 말해줄 수 있을까요? 실례일까요?”
모의투자대회는 결국 참가자들이 올린 수익률을 두고 최종 순위를 가렸다.
대회가 시작하기도 전에 종목을 말해달라고 하는 건 실례가 될 수 있었다. 이성현은 조심스레 도경을 향해 물었고, 도경의 얼굴에는 미소가 자리 잡고 있었다.
“유성반도체를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푸, 풉…… 푸하하.”
도경의 답과 동시에 대기실에서는 참을 수가 없다는 듯 큰 웃음소리들이 들려왔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0-28
정가 : 비매품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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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