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150)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150화(150/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150화
“이거 맞아?”
“뭐가요?”
“아니, 입힐 거면 산타 옷을 나 주지. 이거 고라니야 뭐야.”
며칠 후,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아 도경은 어머니가 봉사활동을 하는 보육원에 와 있었는데 도경의 이야기를 듣고 선뜻 함께하겠다고 한 최우진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고라니라뇨. 루돌프…….”
“뭐야. 왜 말을 멈춰.”
최우진은 불안하다는 듯 도경을 향해 말해왔고, 도경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웃음 참는 거야 지금? 안 되겠다. 바꿔 이거.”
“저 이미 수염 다 붙였어요.”
“그거 귀에 거는 거잖아.”
“그냥 제가 산타 하겠습니다.”
두 사람이 한참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 때 방문이 열리며 도경의 어머니가 들어왔다.
“엄마 오셨어요?”
“어머니! 처음 뵙겠습니다. 최우진입니다.”
최우진은 깍듯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아유, 나는 우리 최우진 대리님 잘 알아요. 우리 집 이사할 때 이것저것 보내셨죠?”
“하하, 오래된 일인데 기억하시네요.”
“그럼요. 평소에 우리 도경이한테도 잘해주신다고 전해 들었어요.”
“제가 잘해준 게 있겠습니까? 도경 씨가 워낙 잘해서요. 어른들에게도 예의 바르고요.”
“그래요?”
“네. 회사 동료들 모두가 도경 씨를 좋아합니다. 고객들도 물론이고요.”
어머니는 남의 입에서 도경에 관한 얘기를 처음 들었다. 자식이 밖에서 일을 하며 잘하고 있을까 늘 노심초사했는데 최우진의 말에 한시름 덜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고마워요. 엄마로서는 이런 얘기를 전해주는 게 정말 고맙네요.”
“있는 사실 그대로를 말씀드렸을 뿐인걸요.”
“오늘 이렇게 나와준 것도 고맙구요.”
“어휴, 좋은 일인데 당연히 나와야죠. 오히려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옆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던 도경은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특히 최우진은 휴일에 선뜻 돕겠다며 나와준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어머니에게 깍듯이 대하는 모습을 보니 더더욱 고마워졌다.
“그나저나…….”
어머니는 인제야 최우진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 듯 위아래를 훑어보았다.
“아, 이게 고라니…….”
최우진은 자신의 입을 찰싹 때리고는 무안한 듯 웃었다.
“이게 루돌프인데, 우리 도경 씨가 참 똑 부러지게 좋은 걸 준비해 뒀더라고요. 이거 보시겠어요?”
최우진은 그리 말하며 코에 빨간 스펀지를 끼웠다.
도경은 최우진의 주접에 참을 수가 없다는 듯 크게 웃었고, 어머니 또한 그 모습에 웃음을 터뜨렸다.
* * *
“다음번에는 내가 산타야.”
그날 저녁, 봉사활동을 끝내고 도경과 최우진 두 사람은 모처에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겨 뒤풀이를 하고 있었다.
“왜요. 오늘 보니까 애들이 엄청나게 좋아하던데요.”
“아니, 그럼 내가 고를 거야. 어디서 고라니 같은 옷을 골라와서…….”
최우진은 여전히 앙심이 남은 듯 투덜거렸고,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감사해요. 사실 혼자 갔으면 조금 데면데면했을 텐데, 그래도 우진 대리님이 있어서 애들이 좋아했던 것 같네요.”
최우진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아이들을 편하게 해주려 노력했다. 도경도 최우진 덕분에 어색함을 깨고 아이들과 재밌게 놀 수 있었다.
“그래. 애들 좋아하는 거 보니 나도 좋더라.”
최우진은 기분이 좋은 듯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맥주병 뚜껑을 땄다.
“그나저나 크리스마스이브에 나랑 있어도 되나?”
“네?”
“만나는 사람 없냐고.”
“없죠.”
단 1초의 고민도 없이 얘기하는 도경을 바라보며 최우진은 질린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니, 일도 좋은데 일상생활은 있는 거지?”
“그럼요. 제 얼굴 안 보이세요? 유성투자증권 본사에서 제 얼굴이 제일 밝을걸요.”
“아니, 그런 거 말고. 뭐 취미 같은 거 없냐고.”
“왜 없겠어요. 요즘 채권 공부 다시 시작했는데 재미있더…….”
“아이, 멸치가 왜 이렇게 짜.”
최우진은 괜스레 앞에 놓인 멸치를 탓하고는 혀를 쯧쯧 찼다.
“도경 씨, 그건 취미가 아니고 일이야.”
“제가 채권을 볼 일이 뭐가 있어요? 그냥 취미죠.”
“하…… 말을 말자 그냥. 그래 누군가에겐 그게 취미일 수도 있겠다. 고맙다. 오늘 새로운 세계를 알았네.”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우진 대리님은 저랑 있으셔도 되는 거예요?”
“어, 뭐. 얘기했듯이 와이프는 오늘 친정집에 갔어.”
“다행이네요. 제가 크리스마스에 오붓한 분위기를 깨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괜찮아. 그나저나 소개팅 엄청 들어오지 않아?”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머쓱한 듯 코를 훔쳤다.
“아니, 내가 도경 씨 고객이었으면 없는 딸도 만들어서 소개해 준다니까. 집에 이런 사위 하나 있으면 평생 돈 걱정 안 해도 되겠고만.”
“에이, 그거랑 같나요. 어쨌든 소개를 해준다는 분은 많은데 당분간은 일만 하고 싶어요. 제가 남들보다 늦게 본사에 왔잖아요.”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가만히 집중했다.
“그렇지.”
“지금은 좀 더 일만 하고 싶어요.”
“그러다 시기 놓친다.”
“뭐 그것도 나쁘지 않고요. 그렇지 않아도 변명거리가 필요했거든요.”
도경이 그리 얘기하자 최우진은 본인의 의사가 그럴진대 더 말할 필요가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최근 업계 소식은 좀 들었어?”
“아뇨. 뭐가 소식이 좀 있어요?”
“신라증권 회사 내다 판다더라.”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미간을 찌푸렸다.
“결국 못 버티나 봐요?”
“인원을 그렇게 줄였는데도, 회사 자체를 매물로 내놓은 걸 보면 그냥…….”
“애초에 그 구조조정 자체가 하나의 핑계였을 수도 있고요.”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회사를 매각하기 전 아주 먹음직한 먹잇감처럼 보이기 위해 구조조정을 했다.
필요 없는 사업부는 과감하게 정리하고, 회사의 강점이 되는 사업부만 남겨 그 사업부가 필요한 곳에서 가져가라고 일종의 치장을 했다.
“만약 그런 거라면 구조조정 이유로 내놓은 게 경솔했지.”
“네. 신라가 회사가 어렵다고 인원 감축을 한 게 시작이었으니까요.”
신라증권의 구조조정을 시작으로 최근 여의도 증권가는 아직도 구조조정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뭐, 어쨌든 여기저기서 참전하려나 봐.”
“신라면 특화된 사업이 있으니까요.”
“맞아. 자산운용 쪽에서는 빅3와 견주어도 나쁘지 않지.”
신라증권은 중소 증권사답게 자신의 생존 방식으로 사업 특화를 선택했다.
거대 증권사들이야 문어발처럼 여러 가지 사업을 하지만, 중소 증권사는 한 가지 사업에 집중을 해도 인력이 모자랐으니까.
신라증권은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 부문에서는 빅3라고 불리는 태산, 선진, 유성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선진에서는 이미 TF(Task Force, 기획팀) 구성했다더라고. 선진이 펀드 쪽은 약하잖아.”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흥미롭다는 듯 그의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선진은 지금 악착같이 하려고 할 거야. 신라 자산운용 부문 먹으면 태산이랑도 비빌 수 있으니까.”
누군가에게는 혹독한 이 겨울은 다른 이에게는 곧 찾아올 봄을 준비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특히 M&A라고 불리는 기업 인수합병 시장에서는 더더욱 통하는 말이었다.
“선진은 지금 우리 유성에게 따라 잡힐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는데 마침 좋은 매물이 나온 거지.”
“그런데 선진도 지금은 좀 위험한 시기 아닐까요?”
“왜? 내년에 더 어려울 것 같아서?”
최우진의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년의 경제 상황을 예측할 수는 없었지만, 올해보다 더 나을 거라 생각되지도 않았다.
“그러니까 지금 보강해야지. 모르긴 몰라도 태산에서도 꿈틀하고 있을걸? 신라를 못 먹더라도, 재는 뿌려야지.”
태산증권의 입장에서는 선진증권이 신라증권을 인수·합병하게 될 경우 1위 자리를 빼앗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신라증권을 먹지는 못하더라도 상대가 더 비싼 가격에 살 수밖에 없도록 뛰어들 것이 뻔해 보였다.
“머리가 아픈 문제네요.”
“그래. 근데 뭐 우리가 깊이 생각할 필요 있겠어? 그냥 업계에 이런 얘기가 떠돈다…… 이 정도니까. 나쁘진 않잖아?”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업계 내부의 정보에 과몰입할 필요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몰라도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늘 이런 소식 전해주셔서 감사해요.”
“감사는 무슨. 도경 씨가 나보다 매크로에는 밝을지 몰라도, 주변 정보에는 영 뒤처지니까. 내가 챙겨야지.”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고, 최우진은 맥주병을 들어 올렸다.
“내년에는 부디 올해보다는 좀 좋아졌으면 좋겠네. 메리 크리스마스야.”
최우진은 그리 말하며 맥주병을 건넸고, 도경도 맥주병을 들어 올려 병을 마주쳤다.
“메리 크리스마스.”
도경은 오랜만에 여러 가지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즐거운 연휴를 보냈다.
* * *
“대리님, 좋은 아침입니다.”
다음 날, 짧은 연휴가 지나고 아침 일찍 출근을 한 도경은 자신을 맞이해 오는 부사수 최대훈을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니, 이렇게 일찍?”
“저도 이제는 일찍 나와야죠. 대리님께서 워낙 챙기는 일이 많으시니까…… 제가 좀 더 일손을 보태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최대훈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글쎄요.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일찍 출근할 필요는 없는데.”
“아닙니다. 제 롤모델이 대리님인데 지금부터라도 대리님을 따라 해야죠.”
최대훈은 무언가 잔뜩 결심한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며 얘기했다.
“그렇게 생각해 준다니 고맙네요. 어쨌든 너무 달리지 말아요. 그렇게 달리면 될 것도 안 되더라구요.”
“넵! 명심하겠습니다.”
도경은 재킷을 벗어 의자에 걸치고는 자리에 앉아 지난 주말 시장 상황을 확인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연휴들 잘 지냈어요?”
한참 그렇게 일과를 준비하고 있을 때 과장 홍세준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도경과 최대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과장님, 오셨습니까?”
“네네. 연휴 다음 날인데 뭐 하러 다들 이렇게 일찍 출근했어요? 어차피 저기 미국 애들도 다 쉬는데.”
12월은 정말로 조용한 시기였다.
물론 경제가 나쁘다는 소식들은 계속해서 터져 나왔지만, 증권가의 12월은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떠나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우리 시장은 다르니까요.”
도경의 말에 홍세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우리 시장은 연휴다운 연휴가 없네요. 다들 재충전 잘했으면 이번 주도 힘내서 한번 해봅시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인사를 하고 각자 자리에 앉아 업무를 시작했다.
Rrrrrr…….
한참 일을 하고 있을 때 책상 위 전화에서 벨 소리가 울려왔고, 도경은 반사적으로 수화기를 들어 올렸다.
“네. 유성투자증권 윤도경입니다.”
-윤도경 대리님, 사장님 비서실입니다.
“비서실이요?”
걸려온 전화에 도경은 놀란 듯 되물었다.
-네, 10분 후 대표님께서 잠시 뵙자고 하시는데 괜찮으실까요?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에 도경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곧장 입을 열었다.
“시간 맞춰서 올라가겠습니다.”
도경은 답과 동시에 전화를 끊고는 재킷을 챙겨 들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2-12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이 책은 KWBOOKS가 저작권자와의 계약에 따라 전자책으로 발행한 것입니다.
본사의 허락없이 본서의 내용을 무단복제 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의해 금지되어 있습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