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151)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151화(151/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151화
“대표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호출을 받자마자 홍세준에게 보고를 하고 대표실로 올라온 도경은 직원의 안내를 받아 대표실로 들어섰다.
말단 사원치고 어쩌다 보니 이곳에 자주 오는 것만 같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도경은 재킷의 앞섶을 여미고는 비서실 직원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똑똑-
“대표님, 윤도경 대리님 오셨습니다.”
“어, 들어와요.”
방 안에서 소리가 들려오자 직원은 문을 열어주었고, 도경은 고개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하고는 방으로 들어섰다.
“대표님, 부르셨습니까? 윤도경입니다.”
방으로 들어선 도경은 자리에 앉아 일을 하고 있는 심주원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어, 윤 대리. 어서 와.”
심주원은 끼고 있던 돋보기안경을 벗어 대충 책상 위에 올려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지.”
방 한가운데 있는 소파를 향해 심주원이 손짓하자 도경은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차 마시겠나?”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래. 장 시작하고 바쁠 텐데. 본론부터 얘기할까.”
심주원은 그리 말하며 소파 옆 협탁 위에 있는 서류 봉투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자네가 이번에 스튜디오 레드 건 해결했다며?”
그 말에 도경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물론 회사 특성상 중요한 건은 대표에게 보고가 올라가곤 하지만, 이번 일은 보고를 하지 않으면 그냥 넘어갈 만한 일이었다.
손실이 아예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투자였으니까.
“아, 그렇게 놀랄 필요 없어. 고인태 파트장이 본부에 보고를 했고, 류 부장이 내게 보고를 했으니까.”
아주 심플한 전후 관계 설명이었지만, 도경의 머릿속에는 어떻게 이번 보고가 대표에게까지 올라온 것인지 모두 그려졌다.
“고인태 파트장이 자기가 보고를 하지 않으면 자네의 공이 없는 게 되기 때문에 보고를 해야 한다고 했다더군.”
“공이랄 게 없습니다.”
“뭐, 너라면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
심주원은 이미 예상했다는 듯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또 고객의 입장에서는 공이 맞아. 손실을 막았으니까.”
“…….”
도경은 가만히 말을 아끼고는 묵례를 했다.
“지난번에는 어떻게 말로 때우고 넘어갔는데 이번에도 또 말로 때우고 넘어가면 회사 체면이 말이 아니지.”
“저는…….”
“서류부터 봐.”
무언가 말을 하려던 도경은 심주원의 고갯짓에 잠시 망설이다 서류 봉투를 들어 올렸다.
도경이 서류를 꺼내는 모습을 본 심주원은 입을 열었다.
“신라증권 이번에 매물로 나왔다. 혹시 들어봤나?”
서류의 겉면을 확인하고 놀란 표정을 짓던 도경은 심주원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들었습니다.”
“이번에 우리가 참전하려고 한다. 그건 대충 견적을 짜본 대외비 서류고.”
심주원의 말에 도경은 다시 한번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겠다는 듯 두 눈을 크게 떴다.
신라증권이 매물로 나왔다는 소리를 최우진에게 들었을 때, 태산이나 선진은 무조건 나서겠다고 생각했지만, 유성투자증권까지 이 인수전에 나서리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견제입니까?”
도경은 제일 먼저 떠오른 자신의 의문을 얘기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
심주원은 도경의 추론이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되물었다.
“회사의 캐시 플로우가 경쟁사들을 이길 만큼은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결국 인수합병은 돈의 전쟁이었다.
도경이 아는 유성투자증권은 업계 1위 태산이나 2위 선진에 비해 캐시 플로우(Cashflow, 현금흐름)가 좋지 않았다.
다시 말해, 유성투자증권은 앞선 두 회사보다 신라증권 인수를 위해 지출할 수 있는 현금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얘기였다.
“하하하, 회사 현금흐름까지 꿰고 있나?”
“…….”
“내가 괜한 질문을 한 것 같구먼, 현금흐름을 알고 있으니 한번 되물어보겠네. 우리 회사 현금흐름으로는 신라를 인수할 수 없나?”
심주원의 물음에 도경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가능할 것 같습니다. 다만…….”
유성투자증권의 현금흐름을 봤을 때 단기간에 신라증권을 인수할 자금은 충분하리라 도경은 생각했다.
“말씀드렸듯 상대적으로 태산이나 선진에 비해서는 부족한 것 같습니다.”
“그럼 두 회사와 진심으로 붙었을 때 승리할 확률까지 계산할 수 있나?”
심주원은 계속해서 도경을 시험하듯 물음을 던졌다.
도경은 몇 해 전 면접에서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던 심주원의 모습이 떠올랐다.
“확률까지는 제가 계산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싸움이 될 거라는 건 알 수 있습니다.”
도경의 말에 심주원은 미소를 지었다.
“진심이네.”
“…….”
“자네가 말한 대로 어려운 싸움이 될 거야. 하지만, 우리가 신라를 인수해야 할 이유가 있어.”
도경은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한 기업이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양적, 질적 성장이 필요했다.
양적이고 질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하지만, 같은 분야에 있으면서도 회사에 없는 특화된 기술을 가진 기업을 인수합병 한다면 양적, 질적 성장과 동시에 시간도 단축할 수 있었다.
“태산이나 선진을 따라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기 때문입니다.”
도경이 그리 답하자 심주원은 훌륭한 답변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우리로서는 자산운용 부분에서 큰 매출을 올리고 있는 신라를 인수한다면, 당장 우리 바로 위에 있는 선진을 이길 수 있지.”
기업의 순위는 곧 그 분야에서의 점유율을 이야기했다.
특히 증권사의 역사는 인수합병의 역사나 다름없었다.
소수의 대형 증권사들이 소형 증권사를 인수해 세를 불려 나갔다.
“그래서 진심이라고 말한 걸세.”
어려운 싸움이 될 게 뻔했다.
“곧 TF(Task Force, 기획단)가 차려질 거야. 자네도 합류해.”
심주원의 말에 도경은 미간을 찌푸렸다.
기업 인수합병에 대해 전문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이번 일에 뛰어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네는 거절하지 않을 걸 알고 있어. 이런 기회를 놓치는 사람은 아니잖아?”
심주원은 이미 도경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듯 얘기를 해왔다.
도경은 자신의 앞에 주어진 기회를 단 한 번도 그냥 흘려보낸 적이 없었다.
면접에서 탈락하고 창구 업무직을 제의받았던 때부터, 사내 모의투자대회, 그리고 몇 번의 보직 이동이 그랬다.
“커리어에 한 줄 추가해. 그래야 자네의 부족한 점이 더 가려질 테니까.”
실력은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는 도경이었다.
도경에게 부족한 것은 업계의 평균 이하인 학력과 커리어였고, 심주원은 이번 기회에 도경에게 그것을 채울 기회를 주는 것이었다.
누가 봐도 어려운 싸움에서 이긴 것을 커리어에 추가한다면, 그 누구도 도경을 무시하지는 못할 테니까.
잠시 고민을 하던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도경의 입에서 만족스러운 답이 나오자 심주원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대리님…… 좀 더 배울 게 많은데…….”
다음 날, 아침 일찍 짐을 정리하던 도경은 옆에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서 있는 최대훈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 몇 번을 설명하나요? 길어야 한 달입니다.”
“한 달 동안 저는 뭘 해야 하죠.”
“아까 해야 할 일 정리해서 줬잖아요. 거기에 적힌 거 하고, 과장님의 지시를 받으면 됩니다.”
도경이 그리 말했음에도 최대훈은 계속해서 불쌍한 얼굴을 하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제가 뭐 어디 멀리 가면 이해라도 하겠는데 11층에 있습니다. 제가 필요하면 11층으로 오든지, 연락하세요. 내려올 테니까.”
도경은 못 말린다는 듯 최대훈을 향해 말했다.
“그래요. 최대훈 씨는 내가 있잖습니까.”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던 과장 홍세준이 얘기하자 최대훈의 표정은 더더욱 울상이 되어갔다.
“저는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짐은 다 챙겼어요?”
“짐이랄 게 이거 하나밖에 없네요.”
책상을 다 정리한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수첩을 하나 들어 올렸다.
“열심히 하고 오세요. 팀 걱정은 하지 말고요. 내가 좀 더 일해야지.”
홍세준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대리님, 잘 다녀오십시오.”
“파트장님을 못 뵙고 가서 죄송스럽습니다.”
“이미 보고한 건인데, 오늘 못 뵙고 간다고 큰 문제가 되겠습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잘 말할게요. 파트장님께서도 그렇게 속이 좁은 분은 아니고요.”
홍세준의 말에 도경은 두 사람을 향해 인사를 하고는 사무실을 나섰다.
“밤새 한숨도 못 잤네.”
도경은 설레는 마음에 밤새 잠이 들지 못했다.
‘지치지 않는 기력’ 덕분에 몸의 피곤함은 느끼지 못했지만, 이런저런 생각에 시달린 밤을 보냈다.
“방법 있나. 열심히 해야지.”
도경은 발걸음을 옮기며 그렇게 마음을 다잡았다.
늘 새로운 도전은 자신에게 찾아왔고, 결국 자신이 할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것을 깨달은 몇 년이었다.
띵-
TF의 사무실이 들어설 11층에 내린 도경은 심호흡을 하며 임시 사무실 문 앞에 섰다.
“정신을 차리자.”
지이잉-
그렇게 다짐을 하며 문을 열려던 찰나,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고 도경은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왜 안 오나 했네요.’
【회원님을 늘 응원하는 VIP 서비스입니다.】
알림의 주인공은 메시지였다.
【고객님을 위해 추가 보상을 준비했습니다.】
메시지의 말에 도경은 미간을 찌푸렸다. 저번에 말한 여러 가지 보상 중 하나인 것 같았다.
【큰일을 위한 길에는 체력도 중요하지만, 정신적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기존에 지급된 ‘지치지 않는 기력’을 ‘지치지 않는 기력+’로 업그레이드하였습니다.】
“지치지 않는 기력 플러스?”
도경의 물음과 동시에 또다시 진동과 함께 메시지가 뜨기 시작했다.
【지치지 않는 기력+: 피곤함을 잊게 됩니다. 사용자가 원할 때 언제든 잠이 들 수 있습니다. 잠이 드는 동안에는 정신력을 회복합니다.】
도경은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았다. 언제든 잠에 빠질 수 있고, 정신력을 회복한다니…….
물론 남들은 부러워할 엄청난 보상이었지만, 일만 하다 죽으라는 것 같은 무서운 보상이었다.
“고마워요. 유용할 것 같아요.”
하지만, 생각을 바꾸면 도경 자신에게도 엄청나게 유용한 보상이었다.
정신이 지쳐 있는데 몸이 멀쩡한 게 더 고통이었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역사는 M&A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M&A는 시간을 사는 것이나 다름없고, 단기간에 회사에 부족한 역량을 보완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장치입니다.】
한참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메시지는 이번 일에 대해 무언가 임무를 내리려는 것 같았다.
【하지만, M&A는 단기간에 기업이 성장할 수 있다는 달콤한 말에 빠져 수많은 승자의 저주를 낳곤 했습니다.】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는 경쟁에서는 이겼을지라도 경쟁 과정에서 과도한 지출 때문에 기업이 무너질 수도 있는 위기를 겪는다는 얘기였다.
인수합병 시장에서 흔히 있는 일이었다.
【유성투자증권이 다른 대형 증권사들을 제치고 신라증권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얼마의 재정적 지출이 필요할까요?】
【윤도경 씨는 그 과정에서 과도하지도 또 부족하지도 않은 가격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증권사들과의 싸움에서 이겨 자신의 몸값을 높여야 할 임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쉬울 거라고 생각은 안 했어요.’
매번 어려운 임무를 던져대는 메시지 때문에 도경은 TF 합류 첫날부터 어깨에 무거운 짐을 얹게 되었다.
【성공적인 M&A를 통해 윤도경 씨의 영향력이 조금 더 올라가기를 바랄 뿐입니다.】
【회원님의 곁에서 늘 함께하겠습니다. VIP 서비스입니다.】
그렇게 메시지가 끝이 나자 도경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양 뺨을 두드리며 정신을 차렸다.
“언젠 안 어려웠나. 한번 해보자고.”
도경은 그리 마음을 먹고는 임시로 마련된 사무실의 문을 열어젖혔다.
두려움과 두근거림이 함께하는 길이었지만, 도경은 단 한 번도 포기하지 않았던 그때의 마음가짐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2-12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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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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