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153)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153화(153/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153화
“처음 뵙겠습니다.”
다음 날, 도경은 퇴근 후 여의도 증권가에 있는 한 식당에서 약속 상대를 만나고 있었다.
도경의 인사에 상대는 자리에서 일어나 환하게 웃으며 맞이해 왔다.
“반가워요. 최 프로에게 들었죠?”
“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선배님.”
“하하하, 이 업계에서 나를 만났다고 해서 영광이라고 하는 사람은 처음이네요.”
“저는 업계 선배님들의 얘기를 듣는 걸 너무 좋아합니다.”
도경의 말에 상대는 기분이 나쁘지 않은 듯 미소를 지으며 맞은편 자리를 손으로 가리켰다.
“앉을까요?”
오늘 도경이 만나러 온 약속 상대는 신라증권에서 10년간 펀드 운용을 하다 외국계 자산운용사로 자리를 옮긴 업계 선배였다.
“명함 하나 받을 수 있겠죠?”
상대는 도경을 향해 자신의 명함을 건네며 물었고, 도경은 두 손으로 공손히 명함을 받고는 자신의 명함도 건넸다.
[GS Korea, Managing Director 차진형]외국계 투자은행에서 전무이사를 맡고 있을 만큼 인정을 받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 우리 최 프로한테 전해 들으니 신라증권에 관해서 물을 게 있다고요.”
“네. 어디서부터 설명해 드려야 할까…….”
“티저가 날아왔습니까?”
차진형은 이미 모든 배경은 알고 있으니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듯 도경을 향해 물었다.
“아직 자문사 선정 단계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인수전에서 매도인, 다시 말해 신라증권은 아직 자신들의 매각을 주관해 줄 자문사를 선정하는 단계였다.
그 이후 차진형이 말한 ‘티저’라고 불리는 투자 안내문을 잠재적 매수인에게 발송했다.
투자 안내문에는 인수 의향이 있는지 물어보는 탐색 단계였다.
“그럼 그 정보가 새어 나왔나 보군요?”
“네. 저희 유성뿐만 아니라…….”
“태산이랑 선진도 TF를 꾸렸겠지요.”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신라는 제가 처음으로 펀드매니저의 길로 걸어갈 수 있도록 만든 곳입니다. 알다시피 거긴 펀드매니저 사관학교 같은 곳이거든요.”
‘펀드매니저 사관학교.’
신라증권을 대표하는 말이었다.
물론 겉으로 봤을 때는 업계에서 유능한 펀드매니저들을 여럿 발굴해 냈기 때문에 저런 별명을 가졌겠거니 생각했지만, 실상은…….
“엄청난 위계질서와 꽉 막힌 조직구조가 답답했죠.”
말 그대로 사관학교와 같은 곳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곳에서 생존할 수 있다면 유능한 사람이라는 평가가 붙을 수밖에 없었다.
펀드매니저들에게는 ‘신라증권 출신’이라는 커리어가 오랜 세월을 전쟁터에서 버티고 받은 훈장 같은 것이었다.
“오랜만에 옛 회사를 얘기하라고 하니 이런 얘기밖에 안 나오네요. 미안합니다.”
“아닙니다. 그런 얘기마저 즐겁습니다.”
도경의 말에 차진형은 씩 미소를 지었다.
“어쨌거나 묻고 싶은 게 있겠죠.”
도경은 지난밤 오늘 차진형을 만나 무엇을 물을지 고민을 했다.
“뭔가 고민이라는 표정이군요?”
“사실 어젯밤부터 만나 뵙게 되면 무엇을 여쭤봐야 할지 고민했는데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도경이 그리 말하자 차진형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커다란 벽을 맞닥뜨린 느낌입니다.”
“이 업계에 있다 보면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당장 큰 프로젝트를 맡았는데, 그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일이었던 거죠.”
도경은 오늘 처음 만나는 상대를 향해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이 순간 부끄러워져 왔다.
“부끄럽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 일에 마주쳤을 때 필요한 게 업계의 선배고, 윤도경 씨가 오늘 나를 찾아온 이유일 테니까요.”
차진형은 마치 도경의 속을 읽는 것처럼 얘기해 왔다.
“아마 이번 인수 방식은 공개입찰 방식으로 진행할 겁니다.”
공개입찰 방식은 여러 인수 희망자를 상대로 경쟁을 붙여 최종 인수 대상자를 정하는 방식이었다.
차진형의 말에 도경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당연히 인수 희망자들이 많으니 경쟁입찰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결국 매도자 우위 시장을 신라증권은 만들 겁니다.”
도경은 의아했지만, 가만히 차진형의 말에 집중했다. 의도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다만 매도자 우위 시장을 만들어도 그들의 속뜻은 있을 겁니다.”
차진형의 말에 도경은 미간을 찌푸렸다.
“돈이 다가 아니라는 말을 하는 겁니다.”
차진형은 느긋한 표정으로 도경에게 말을 해주었고, 도경은 점점 미궁으로 빠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오늘 이 자리에 나와야 하나 솔직히 많이 고민했습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얘기가 많지 않아서 말입니다.”
차진형은 안타깝다는 듯한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나도 최 프로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또 후배를 위해 무언가 힌트를 주고 싶어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차진형의 말에 도경은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지난 말에 힌트가 있다는 얘기였다.
“매수자 우위로 만들면…….”
도경이 그렇게 혼잣말을 중얼거리자 차진형은 미소를 지었다.
“분명 원하는 게 있습니다. 그걸 찾으세요. 그게 윤도경 씨가 이 판을 유성의 판으로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 * *
“원하는 것이라…….”
차진형과의 약속 이후 도경은 집 대신 메시지가 마련해 준 아지트로 와 고민에 빠져 있었다.
“매도자 우위를 매수자 우위로 만드는 길이 있다는 힌트를 주셨어.”
보통 기업 간의 인수합병 거래에서 매수 희망자, 다시 말해 사고 싶어 하는 기업들이 많을수록 회사를 팔려는 측이 우위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차진형은 그 우위를 유성투자증권이 가져오는 것이 유일한 길이라 말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였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 위해 도경이 알아내야 할 것은 하나뿐이었다.
“신라증권 오너가 원하는 것을 찾아야 해.”
그렇게 생각을 마친 도경은 신라증권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에 있는 정보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힌트라도 찾아야 했다.
“우현태 회장은 지방 증권사에서 일하다 신라증권을 창업했어.”
대한민국 증권계는 유일하게 대기업의 영향력이 적은 곳이었다.
업계 1위인 태산증권은 중소 증권사가 파산 직전의 대형 증권사를 인수하며 단숨에 업계 1위로 올라선 메가 증권사였다.
2위인 선진은 원래 회사 자체가 금융 그룹이었다.
은행과 보험업을 하던 금융지주사가 증권업에 진출하기 위해 중대형 증권사를 인수해 자신들이 쌓아놓은 금융계 노하우로 2위에 올랐다.
“우리 회사가 유일하게 대기업이지.”
그리고 도경의 회사인 유성투자증권은 업계 3대 기업 중 유일하게 재벌로 불리는 대기업 집단의 계열사였다.
그리고 유성투자증권의 시작도 70년대 중소 증권사를 인수하며 유성그룹이 증권업에 뛰어든 결과물이었다.
“업계가 열려 있는 곳이니 신라증권을 창업해도 경쟁할 만하다고 봤을 거야.”
다른 업계에서는 신규 진입을 하려면 대기업이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증권사는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했고 특히 신라증권과 같이 한 분야에 특화된 포지션을 잡는다면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런 사람이 회사를 팔려고 하고 있어.”
이번 경제위기에서 증권업계의 한파를 제일 먼저 몰고 온 장본인이었다.
한 업계에서 특화된 사업을 인정받는 기업으로 키워낸 오너가 회사를 팔려고 했을 때는 무언가 결심한 것이 있다는 말이었다.
한참 자료를 찾던 도경은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기대어 앉았다.
“나올 리가 없지.”
인터넷에 풀린 기사나, 직장인 커뮤니티에서는 신라증권에 관한 이야기라고는 매물로 나올지도 모른다는 얘기뿐이었다.
도경이 원하는 정보는 없었다.
지이잉-
울리는 진동 소리에 도경은 반사적으로 휴대전화를 들어 올렸다.
“아, 엄마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메시지인 줄 알았는데, 어머니의 걱정이 섞인 문자메시지였다.
도경은 금방 가겠노라고 답장을 하고는 휴대전화를 내려놓으려 했다.
“잠깐.”
그때 무언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들었고, 도경은 다시 휴대전화를 들어 올려 <고양이 사진 모음> 앱을 눌렀다.
“있을까?”
그리고 혼잣말을 하며 인물 검색란에 들어가 신라증권 사장의 이름을 검색했다.
인물검색은 얼마 전 메시지로부터 보상으로 받은 기능이었다.
[이름: 우현태 / 나이: 67세 / 직업 : 신라증권 회장] [추정재산: ₩29,500,000,000]기본적인 신상 정보가 나오자 도경은 재빠르게 스크롤을 밑으로 내렸다.
“정보가 될 만한 게…….”
우현태의 정보를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가던 도경은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의자에 기댄 몸을 벌떡 일으켰다.
“이건 거 같은데.”
도경은 무언가 힌트가 될 만한 것을 찾은 듯 미소를 지으며 보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 * *
“도경 씨, 보고서 준비됐습니까?”
다음 날, TF 사무실.
도경의 옆자리에 앉은 박원재는 미소를 지으며 물어왔다.
“네. 준비되었습니다.”
“그럼 서로 바꿔서 한번 볼까요?”
박원재의 말에 도경은 자신이 작성한 보고서를 그에게 건넸고, 박원재 또한 작성한 보고서를 도경에게 건넸다.
‘확실히…….’
신라증권에 대한 박원재의 보고서를 읽어 내려가던 도경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금융계를 오래 커버리지한 애널리스트답게 전문적인 요소들이 가득 차 있었다.
특히 데이터를 정제해 보고서에 적어둔 것은 배울 만하다고 느꼈다.
한참 보고서를 읽던 도경은 박원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선배님, 이 보고서를 그대로 올리고, 제 보고서 말미에 적어둔 것을 추가로…….”
“두 개 다 같이 올리죠.”
때를 맞춰 도경이 작성한 보고서를 다 본 듯한 박원재도 도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재미있는데요? 매크로 쪽을 다뤄서 그런지 몰라도 데이터 외에 얘기가 적혀 있어서 놀랐습니다.”
도경이 준비한 보고서는 데이터뿐만 아니라 신라증권을 둘러싼 이야기들도 같이 담겨 있었다.
“이거를 다시 합쳐서 작성하는 것보다, 두 가지 다 올리고 전무님이 판단하시도록 두는 게 나은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박원재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보고서를 인정해 주는 듯한 이야기였다.
“선배님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아니에요. 보고서 잘 써놓고 그렇게 자신감이 없으면 매력 없는데? 그럼 전무님 들어오시면 제가 이 보고서 두 개 다 올리도록…….”
짝짝-
그때 사무실 문이 열리며 TF를 이끌고 있는 신선호가 사무실로 들어섰다.
“오늘 우리 회사로 신라증권의 티저가 도착했습니다.”
티저.
신라증권에서 드디어 매각 주관사 선정을 끝내고 각 증권사에게 인수 의향이 있는지 물어오는 서류를 보냈다.
“주관사는…….”
그리고 이번 인수합병에서 유성투자증권이 처음 넘어서야 할 상대는 매각 주관사였다.
매각 주관사는 신라증권의 대리인이었다.
“주관사는 GS입니다. 차진형 CIO가 이끄는 팀이고요.”
신선호의 입에서 나온 소리에 도경은 두 눈을 크게 떴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2-19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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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