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155)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155화(155/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155화
“어때?”
유성투자증권 대표실.
대표 심주원은 자신을 찾아온 신선호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제게 너무 큰 짐을 주신 것 같습니다.”
신선호가 그리 말하자 심주원은 껄껄하며 웃었다.
유성투자증권은 보수적인 증권사에서 찾아보기 힘들게 임직원 간 수평 구조를 하기 위해 노력하는 회사였다.
특히 심주원이 대표로 취임한 이후, 특히나 굳어 있는 조직의 분위기를 풀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
“하하하, 자네가 힘든 일도 있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구도 심주원을 우습게 보거나 그의 권위를 깎아내리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모두가 그런 심주원을 존경했고, 가끔은 이렇게 앓는 소리도 해가며 일에 관해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돈 좀 더 주십시오.”
“이 친구야. 돈이 더 있으면 내가 자네를 그 자리에 앉혔겠어?”
심주원은 신선호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내가 자네를 그 자리에 보내며 한 말 그대로야. 신라증권 우리가 지금 먹지 않으면 내 임기 내에, 그리고 앞으로도 10년간 태산? 선진의 발끝도 못 따라가.”
유성투자증권은 3대 기업 증권사라 불리는 위치까지는 올라왔다. 태산과 선진이 장악하고 있던 시장에서 빈틈을 파고들어 이제는 그들과 비슷한 위치라고 평가받았다.
하지만, 유성투자증권의 성장은 거기서 멈추어 설 수밖에 없었다.
심주원이 공들인 개인자산관리 부분은 3위의 자리까지는 이끌어주었지만, 그 이상으로 가기 위해서는 더 큰 사업들을 해야 했다.
“경제도 어렵고, 업계 사정도 어려워. 그런데 내가 이 거래에 뛰어들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오직 그거뿐이야.”
“그럼 자금지원 요청을…….”
“우리만 힘드나? 그룹도 지금 힘들어. 단순 자금지원은 저기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지켜볼 거고.”
대기업 간 계열사 지원 행위는 법적으로 상당한 규제를 받았다.
그러다 보니 관련 기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룹에서는 정 급하면 유성반도체에서 유상증자를 도와주겠다고 하는데, 주주들 설득할 자신이 없어 나는.”
결국, 인수자금을 위해 유상증자라는 카드를 꺼내 들 수밖에 없었다.
유상증자는 기업의 주식 수를 늘려 현금을 끌어오는 것을 얘기했다. 당연히 주식의 수가 늘어나면 주가는 하락할 수밖에 없었고 기존 주주들은 싫어하는 방식이었다.
“힘드나?”
“힘은 들지만, 오늘 방법을 좀 찾은 것 같아 찾아뵈었습니다.”
“방법?”
신선호는 의아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심주원의 앞에 보고서를 내려놓았다.
“TF에서 작성한 신라증권 보고서입니다. 한번 읽어보시겠습니까?”
신선호의 권유에 심주원은 보고서를 들어 올려 읽어 내려갔는데 심주원의 얼굴에는 흥미롭다는 표정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거…… 익숙한 보고서인데.”
심주원은 보고서를 내려놓고는 신선호를 바라보았다.
“윤도경이 썼나?”
“알아보시는군요?”
“그 친구 보고서 하나는 정말 기막히게 쓰거든. 내가 이 업계에 있으면서 보고서를 이렇게 잘 쓰는 친구를 처음 봤을 정도로 말이야.”
심주원은 잠시 호흡을 고르고는 눈에 이채를 띄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자네가 이 보고서를 들고 온 걸 보니…….”
심주원의 말에 신선호는 주억거리며 입을 열었다.
“예. 그 친구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판을 그려왔습니다.”
신선호는 도경이 그려온 그림을 심주원에게 모두 설명했다.
“하하하.”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심주원은 신선호의 이야기가 끝이 나자 크게 웃었다.
정말이지 기뻐서 나오는 웃음 같았다.
“어때?”
“예?”
“자네가 보기에는 이 그림이 어떠냐고.”
“예쁩니다. 그래서 대표님께 들고 온 것이고요.”
“그럼 밀어줘.”
심주원은 어느새 얼굴에 웃음기를 지우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신선호를 바라보았다.
“우리도 스타 하나 키우자고.”
“…….”
“태산, 선진 모두 스타라고 불리는 인간들이 하나씩 있어. 우리에게는 누가 있나?”
“……선배님이 있으십니다.”
말 그대로 심주원은 유성투자증권의 아이콘이었다.
‘만년 골칫거리’ 유성투자증권을 태산과 선진의 이름 옆에 나란히 설 수 있도록 만든 스타.
“나 다음에는?”
심주원의 말에 신선호는 입을 꾹 다물었다.
자신과 같은 백 오피스(Back Offfice, 회사내부경영)를 하는 사람들은 스타가 되고 싶어도 될 수 없었다.
결국 일선에서 돈을 만지고 돈을 많이 벌어와야 이 업계에서는 ‘스타’라는 호칭을 받을 수 있었다.
“없어. 우리의 미래가 없다고.”
심주원은 굳은 표정으로 신선호를 바라보았다.
“내가 그래서 이번에 자네에게 그 친구 데려가라고 한 거야.”
심주원은 그리 말하며 소파 옆에 있는 협탁 서랍에서 서류를 하나 꺼내 테이블 위로 던졌다.
[신 상 명 세 서] [윤 도 경]심주원이 건넨 서류의 겉면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다.
“자네도 보면 알겠지만, 그 친구 커리어가 형편없어.”
이미 신선호는 윤도경이란 인물을 알고 있었다.
업계에서 알음알음 이름이 알려질 정도였으니까. 모를 수가 없었다.
“대학? 지방 거점 국립대학교 출신이야. 한국대학교 출신, 아니, 하버드니 스탠퍼드니 외국물 먹은 애들이 득시글한 이 바닥에서 지방대의 명함으로는 못 비벼.”
심주원은 손을 들어 올려 검지로 도경의 신상명세서를 콕 집었다.
“근데 윤도경이는 악착같이 살아서 본사까지 올라왔어. 어떻게?”
“…….”
“주식 실력 하나로.”
이 업계에서는 학력조차 능력이었다. 아니, 능력이 아니라 출발선이었다.
도경은 다른 업계 사람들보다 100m 뒤처진 곳에서 출발해 나란히 트랙을 달리고 있었다.
“나는 윤도경을 볼 때마다 우리 유성투자증권을 보는 것 같아.”
신선호는 가만히 심주원의 말에 집중했다.
“그룹 내에서도 저놈들 언제 정신을 차리냐는 비아냥까지 들어가면서도 악착같이 버텨서, 이제 위에 둘만 남은 곳까지 올라온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심주원의 말에는 그간의 서러움이 섞여 있었다.
“그래서 바닥에서 올라온 놈이 이 업계에 잘난 놈들보다 더 떵떵거리고 잘나가는 걸 보고 싶다.”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맹한 놈이었으면 자네한테 맡으라고도 안 했을 거야. 실력 확실하고, 일선 지점 창구에서부터 올라왔다는 스토리까지 확실하게 있으니 키워보자고.”
심주원의 말에 신선호는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선배님 말씀 잘 알겠습니다. 다만.”
신선호가 그렇게 운을 떼자 심주원은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밀어준다고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저는 윤도경이 가져온 이 그림이 우리가 이길 수 있는 길이라고 봤고, 그렇다면 저로서는 이 길을 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신선호의 말에 심주원의 입꼬리는 씩 말려 올라갔다.
* * *
“아직입니까?”
일주일 후, 신라증권 회장실.
GS 코리아의 차진형은 신라증권 회장 우현태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하하하, 회장님께서 성격이 너무 급하신 것 같습니다.”
“우리로서는 급할 수밖에 없다는 걸 GS에서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신라증권은 지금 하루하루 버티는 것이 힘든 지경이었다.
“티저를 보냈으니 슬슬 반응이 올 겁니다. 소문이 꽤 빠르게 퍼져 나갔고, 빅3는 이미 TF를 꾸려 대응 중이었으니까요.”
신라증권의 매각과 관련해 각 증권사에 투자 안내문(티저)을 발송한 지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차진형이 곧 반응이 올 거라 자신하는 이유였다.
“처음부터 매각 조건을 내거는 건…….”
“그건 반대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기실 신라증권에서는 처음부터 매각 희망 기업들에게 자신들의 요구를 명시하려고 했다.
하지만, 매각자문사인 GS에서 반대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상대는 증권사에 대해 모르는 기업들이 아닙니다. 예전에야 대기업들이 어떻게든 증권사를 계열사에 편입시키기 위해 출혈경쟁을 했지만, 지금도 그럴까요?”
“…….”
“경제도 어렵고, 출혈하기도 어려운 타이밍에 회장님께서는 안정적으로 신라증권을 매각하셔야 합니다.”
매각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재벌로 불리는 대기업들은 계열사들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데에 온갖 힘을 다 쏟고 있었다.
인수 희망 기업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증권사들은 어떻게든 신라증권의 가치를 폄훼하려고 할 겁니다.”
“그렇겠지요.”
“그런데 여기서 회장님의 요구 조건을 먼저 오픈한다는 건 결국 우리의 가치를 우리가 까먹는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GS코리아의 입장에서도 그런 그림은 원하지 않았다.
이들은 이 매각을 주관해 상당한 금액의 수수료를 받아야 하는 입장이었다.
매각 금액이 낮아지는 것은 GS코리아 입장에서도 큰 손해였다.
“일단은 우리 매도기업 우위 시장을 형성할 겁니다. 그렇게 태산, 선진, 유성의 몸이 달아오르면 우리의 카드를 하나씩 꺼내야겠지요.”
차진형의 카드는 그것이었다.
결국 모두가 신라증권을 원하도록 아주 예쁜 포장지를 입힐 예정이었다.
그 속에 뭐가 들은 것인지 그 누구도 알아볼 수 없도록.
아니, 알아보더라도 작은 흠이라고 생각하며 무시할 수 있도록.
“조금 더 저희를 믿어주시지요. 회장님이 원하는 것을 모두 안겨 드리도록 노력하고 있으니까요.”
차진형의 말에 우현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GS코리아와 자신들은 이 거래에서 큰 이익을 봐야 하는 경제공동체였다.
적어도 저들이 자신에게 손해인 것을 얘기해 올 입장은 아니었다.
“그럼 내 그 부분은 우리 차 이사님 말을 믿겠습니다.”
“하하하,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가…….”
지이잉-
차진형이 이야기를 해나갈 때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고, 차진형은 우현태를 바라보았다.
“회사네요. 실례지만 전화를 좀 받겠습니다.”
“물론이지요.”
우현태의 승낙에 차진형은 통화 버튼을 누르고 수화기를 귀에 가져다 댔다.
“그래, 벌써 들어왔나? 어디야?”
차진형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돌기 시작했다.
“알았어. 우현태 회장님과 같이 있으니 내가 말씀드리겠네.”
전화를 끊은 차진형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우현태를 향해 입을 열었다.
“투자 의향서가 들어왔다고 합니다.”
“어디입니까?”
“태산입니다.”
이들이 가장 큰 손님이라 생각했던 태산에서 가장 먼저 연락해 왔고, 이는 이번 거래에서 태산의 진심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하하하.”
차진형의 입에서 나온 말에 신라증권 우현태 회장은 크게 웃었고, 차진형도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도경 씨, 좋은 아침이에요.”
다음 날, 도경은 아침 일찍 TF 사무실로 출근해 일을 하고 있었는데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숙였다.
리서치 센터에서 파견 나온 박원재였다.
“오셨습니까?”
“뭔가 진행이 좀 느리다. 그렇죠?”
박원재는 자리에 앉으며 작은 목소리로 도경을 향해 물었고,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주일 전, 자신과 박원재가 작성한 보고서를 올렸음에도 신선호는 가타부타 답을 해오지 않고 있었다.
더불어 TF 내부에서도 노선이 확실히 정해지지 않아 일이 지지부진한 상황이었다.
“생각보다 자금조달이 어려운 것 같더라고요.”
박원재는 무언가 들은 것이 있다는 듯 도경을 향해 말해왔다.
“어쩌면 TF가 이대로 해체될지도…….”
짝짝-
그때 사무실 문이 열리며 TF를 이끌어가는 신선호가 들어왔다.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인수 작업 진행 들어가겠습니다.”
신선호의 말에 사무실에 있는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바라보았다.
신선호는 사무실 중앙에 서서 모두를 번갈아 보았다.
“인수자금은 회사에서 최대한 모으고 있고, 우리가 할 일은 한정된 자금으로 신라증권을 인수해야 한다. 이게 다입니다.”
신선호의 말에 모두가 작게 심호흡을 내쉬며 각오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려운 싸움이 될 게 뻔했으니까.
“그리고, 팀의 개편을 좀 하겠습니다.”
신선호의 말에 모두가 의아하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큰 개편은 아니고, 내가 3팀의 팀장을 하며 일을 진행하는 것이 너무 비효율적인 것 같아. 3팀의 팀장을 임명하려 합니다.”
신선호는 그리 말하며 3팀을 바라보았다.
“윤도경 씨.”
그리고 그의 입에서 나온 뜻밖의 이름에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윤도경 씨는 오늘부터 3팀의 팀장이 되어서 인수전략을 수립합니다.”
그리고 폭탄과도 같은 신선호의 발언에 도경은 두 눈을 크게 떴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2-19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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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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