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15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157화(157/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157화
“우리가 보낸 의향서에 대한 답이 왔습니다.”
회의를 끝낸 도경은 팀으로 돌아가 팀원들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우리가 작성한 시나리오에 문제가 없는지 다시 한번 권창욱 과장님과 배효빈 대리님께서 점검해 주세요. 빈틈이 없는지 우선으로 봐주시고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도경의 말에 경영전략실에서 파견을 나온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박원재 과장님. 저와 실사 전략을 좀 짜야 할 것 같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바로 시작하시죠.”
도경의 지시에 따라 모두가 일을 시작했고, 도경과 박원재는 자리를 옮겼다.
“GS와의 첫 만남은 NDA(Non-disclosure agreement, 기밀 유지협약)를 작성하는 자리입니다만, 우리의 요구 사항도 내놓아야 할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요구 사항이 실사인가요?”
박원재의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지금까지 우리가 외부 자료나 풍문으로 작성한 전략을 확인해야 하니까요.”
실사(Due Diligence)는 기업 인수 단계에서 매우 중요했다.
기업을 인수하려는 측, 다시 말해 도경이 속한 유성이 신라증권의 협조 아래 재무, 영업, 법적 문제 등등을 조사하는 작업이었다.
이 과정이 중요한 이유는 신라증권의 적정 가치를 뽑는 일도 있었지만, 이들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영업활동만 한 것인지 거의 모든 것을 확인해야 했다.
“그리고 제 생각에는 아마도 신라벤처투자와 관련된 자료는 PDR로 진행하려 할 겁니다.”
도경의 말에 박원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인수합병을 할 때 서로 몇 가지 조항을 작성했다.
이 중 ‘진술과 보장(representation and warranty)’이란 것이 있었는데 유성에서 원하는 것을 신라증권에게 진술하도록 하고, 이 진술 내용이 사실이 아닐 때 신라증권이 책임진다는 내용이었다.
인수합병 시에는 필수로 들어가는 계약 조항이었고, 법적 구속력도 상당했기 때문에 신라에서는 되도록 숨기는 것이 없어야 했다.
“제 생각도 팀장님과 같습니다. 아무래도 그걸 VDR에 올리면 우리가 뜯어볼 시간이 많아질 테니까요.”
그리고 실사의 대부분은 신라증권의 영업 서류들을 열어보는 일이었고, 이때 서류를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것을 VDR, 영업비밀이 많아 공개가 어려운 문서는 눈앞에서만 제공해 볼 수 있도록 하는 PDR이 있었다.
“네. 아무래도 우리가 문서 제시를 요구하면 거부하긴 쉽지 않을 겁니다. 협상 자체가 깨질 수도 있으니까요.”
다시 말해 신라증권은 특정 공간에서 제한된 시간을 두고 서류를 실물로 제공할 것이라는 얘기였다.
신라벤처투자가 약점이라 생각할 테니 최대한 실사를 불편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라 두 사람은 예측했다.
“회계법인, 로펌과 같이 얘기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실사 단계에서는 재무 요소를 파악할 회계법인, 법적 문제를 파악해 줄 로펌도 함께했다.
박원재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부분은 2팀과 연계해 진행하겠습니다. 일단 우리에게 중요한 건 이 실사 단계에서 신라벤처투자를 어떻게 볼 것이냐니까요.”
“따로 생각해 둔 것이 있으십니까?”
박원재의 말에 도경은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전략이라고는 할 수 없고, 우리의 태도를 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태도라고 하시면…….”
“이 건에서 손을 뗄 수도 있다는 태도로 상대와 만나겠습니다.”
도경의 말에 박원재는 미간을 찌푸렸다. 어쩌면 당연한 말이었기 때문이다.
상대에게 이 기업을 인수하지 못해 안달이 난 모습을 보여주어서 좋은 건 없으니까.
“당연한 말을 왜 하나 싶으시겠지만, 제 말뜻은 상대에게 이런 태도를 보여주자는 것이 아닙니다.”
“…….”
“저와 과장님의 태도를 얘기하는 겁니다.”
도경은 굳은 표정으로 박원재를 바라보았다.
“이 협상을 깨면 우리가 회사에 돌아가서 뭐라 말해야 할까? 이 거래는 회사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하니 무조건 성사해야 해.”
도경의 입에서는 어쩌면 이 TF에 모인 구성원들의 생각이 나왔다.
“그런 생각은 버리겠습니다. 오직 과장님이 잘하는 것만 하시면 됩니다.”
“제가 잘하는 것이라고요…….”
“네. 숫자로 보시죠.”
인수합병에서는 딜 피버(Deal fever)라는 말이 있었다.
우리말로 한다면 M&A 열병이라 말하는 이것은 도경이 말한 대로 본질을 빼놓고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들을 등한시하는 경우였다.
“숫자에서 우리가 생각한 것과 다르게 문제가 있다면 과감하게 딜을 깰 수 있을 판단도 내릴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우리는…….”
“그런 생각 하지 말자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도경은 피식 웃었다. 박원재는 벌써부터 거래가 깨졌을 때의 후폭풍을 걱정하는 것 같았다.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
“임시 팀장이면서 무슨 책임을 지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제가 이 팀의 총책임자가 되었으니까요. 다른 건 제가 생각하겠습니다.”
도경은 가만히 박원재를 바라보았다.
“그러니 과장님께서는 부디, 숫자만 봐주십시오. 그래야 우리가 우위를 잡을 수 있습니다.”
적당한 기업가치 평가를 위해서는 데이터를 분석하는 박원재의 능력이 중요했다.
“그러니 과장님은 다른 생각을 하지 말아달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도경의 말에 박원재는 찰나 고민에 빠졌다. 그러고는 도경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고민이 끝나신 건가요? 엄청 짧았던 것 같은데.”
“네. 제 평소 신조가 믿기로 했으면 고민하지 말자 거든요. 처음부터 믿기로 했으니 말씀하신 대로 하겠습니다.”
박원재는 그리 말하며 미소를 지었고, 도경은 고개를 숙여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 * *
“이거 받아요.”
일주일 후, 이번 거래의 매각 주관사인 GS와의 첫 만남을 위해 도경을 포함한 TF는 서울 모처의 호텔로 이동 중이었다.
신선호는 도경을 향해 작은 케이스를 건넸는데 도경은 케이스를 들고는 신선호를 바라보았다.
“열어봐요.”
신선호가 고갯짓하며 그리 말하자 도경은 케이스를 열었다.
그 안에는 차곡차곡 쌓인 명함이 놓여있다.
[유성투자증권 전략기획실 팀장 윤도경]“이게…….”
“임시로 자리 하나 만들어 윤도경 씨 발령을 내놨습니다.”
신선호는 그리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TF 팀장이나 랩 어카운트의 대리직을 달고 상대를 만날 수는 없잖아요?”
도경은 멍하니 명함을 바라보았다.
“이번 거래에 회사가 얼마나 진심인지 보여주는 겁니다. 윤도경 씨에게요.”
그 말에 도경은 고개를 돌려 신선호를 바라보았다.
“상대와 급을 맞춰줬고, 내부에서도 몇 단계 끌어올려 줬으니 이제 윤도경 씨가 뛰어놀 판은 다 깔린 것 같은데.”
물론 이 업계에서 파격 승진은 빈번하게 나왔다.
학벌이나 배경에 의해 출발선은 사람마다 달랐지만, 같은 출발선에 서게 된다면 이 업계는 투명했다.
돈을 많이 벌어오거나, 큰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면 온전히 그의 능력으로 봤으니까.
능력이 좋은 사람에게는 늘 이직 제의가 들어왔고, 이직을 막기 위해 파격 승진은 상당히 빈번했다.
도경은 학벌이라는 토대는 없었지만, 능력만으로 그들과 같은 선상에 섰고, 임시직이었지만 능력을 인정받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렇게 놀란 표정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 직함이 우리 회사에서 마지막일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신선호는 아직 그러기엔 이르다는 듯 얘기해 왔다.
“그러니까 그 명함의 무게를 느끼고 확실하게 할 거라 생각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도경의 답에 신선호는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진짜 내 타이틀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자.’
도경은 신선호가 건넨 명함을 케이스에서 꺼내 지갑에 넣고는 그렇게 마음먹었다.
잠시 후, 일행이 탄 차량은 미끄러지듯 호텔 로비에 멈추어 섰다.
“긴장 풀고 확실하게 합시다.”
신선호의 말에 차에서 내린 팀원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음을 다잡았다.
* * *
“처음 뵙겠습니다. GS 코리아 수석 전략책임자 차진형입니다.”
호텔 내부에 있는 비즈니스 센터로 유성투자증권 팀원들이 들어오자 먼저 와 있었던 GS의 직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먼저 나와 계셨군요? 아직 시간이 한참 남았는데.”
“하하하, 당연히 먼저 나와야 있어야죠.”
“유성투자증권 최고전략책임자 신선호입니다.”
두 사람은 명함을 교환했고, 신선호의 명함을 잘 보관한 차진형은 고개를 들어 뒤편에 서 있던 도경과 눈을 마주쳤다.
“한 분씩 소개를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차진형이 그리 말하자 신선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소개를 시작했다.
“전략기획실 윤도경 팀장입니다.”
신선호가 도경을 그리 소개하자 차진형은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윤도경…… 팀장님. 반갑습니다.”
차진형이 내민 손을 도경은 맞잡고는 고개를 숙였다.
“윤도경입니다.”
도경이 그렇게 인사를 하고 고개를 들자 차진형은 한쪽 눈을 깜박였다.
하지만, 도경은 여전히 굳은 표정을 지었다. 차진형을 다시 만난 것은 반가웠지만, 이 자리는 비즈니스 자리였다.
차진형은 자신의 여유를 보여주는 행동을 했을 뿐이라고 도경은 생각했다.
“자, 소개가 다 끝났으니 앉을까요?”
양쪽 모두가 각 팀원의 소개를 끝내자 자리에 앉았다.
“신라증권을 대신해 이 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신 유성투자증권에 감사 인사를 전하겠습니다.”
차진형은 이런 자리가 익숙한 듯 회의를 이끌어가고 있었다.
“NDA(기밀유지협약서)를 작성하는 걸로 시작하고 싶은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차진형이 고개를 끄덕이자 GS 측 실무자는 미리 준비한 듯한 서류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총 두 장입니다. 조항 확인하시죠.”
차진형의 말에 유성 측에서 함께 나온 로펌의 변호사가 조항을 확인했고, 문제가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인하겠습니다.”
신선호는 그리 말하며 두 장의 서류에 사인하고는 상대에게 건넸고, 차진형 또한 사인을 하고는 한 장을 유성 쪽으로 건넸다.
“지금부터 유성투자증권 측과 신라증권의 대리인인 저희가 나누는 대화는 전부 기밀 유지가 되어야 합니다.”
차진형의 말에 신선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밀 유지협약이 체결된 이상, 이 거래는 법적으로 시작되었다.
“협약서에 있는 조항에 따라 우리 유성에서 제의한 요구를 신라와 GS 측에서는 받아들여야 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요구하실 게 있으십니까?”
차진형은 언제 그랬냐는 듯 얼굴에서 웃음기를 지우고 물었고, 신선호는 도경을 바라보았다.
“저희 유성투자증권에서는 빠른 시일 내에 신라증권에 대한 실사를 진행할까 합니다.”
도경이 그리 입을 열자 차진형은 미소를 지었다.
“윤도경 팀장님, 업계에서 이름이 알음알음 알려지고 있는 분이라 뵙고 싶었습니다.”
차진형은 마치 처음 본다는 듯 도경을 향해 말해왔다.
“지금 그 이야기가 중요한 것 같지 않습니다.”
둘의 대화를 지켜보던 신선호는 차진형의 말을 끊었다. 도경이 이 일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을 차진형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대화로 흔들려는 모습이었다.
“조금 편하게 대화하자는 뜻에서 한 말입니다. 깊은 뜻은 없습니다.”
차진형은 그렇게 답하고는 도경을 바라보았다.
“실사는 유성 측에서 제시한 날짜를 최대한 맞추겠습니다. 날짜와 인원, 범위를 작성해서 보내주시면 자료를 준비해 두겠습니다.”
차진형이 그리 답하자 도경은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신라벤처투자에 대한 실사도 따로 진행해야 할 것 같습니다.”
도경의 말에 순간 차진형의 눈썹은 꿈틀했다.
그러고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2-19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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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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