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158)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158화(158/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158화
“유성에서 왜 신라벤처투자를 콕 짚어왔을까요?”
첫 미팅을 마치고 회사로 복귀하는 차 안.
매각 주관사 GS의 수석전략책임자인 차진형은 앞좌석에 앉은 직원의 물음에도 답을 하지 않고, 생각에 잠긴 듯 창밖을 바라보았다.
‘선배님, 처음 뵙겠습니다. 윤도경입니다.’
며칠 전, 처음 만난 도경은 마치 자신의 말단 시절을 보는 듯한 모습이었다. 의욕이 넘치고, 무엇이든 알아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기특했다.
그래서 주제를 넘지 않는 선에서 힌트를 주었다.
‘경영전략실 윤도경 팀장입니다.’
그랬던 병아리가 며칠이 지나지 않았는데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자신의 앞에 섰다.
들었을 때 어째서 윤도경을 TF에 넣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살짝 흔들어 보았다.
‘그리고 신라벤처투자에 대한 실사도 따로 진행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도경은 그 어떠한 표정 변화도 없었고,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자신을 향해 이번 거래에서 신라증권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말해왔다.
“길고양인 줄 알았더니, 살쾡이였네.”
“네?”
“아, 아니야. 그저 악착같이 길거리에서 살아남은 줄 알았더니 더 무서운 놈이라 그래.”
앞좌석에 앉은 GS의 직원은 점점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룸미러를 통해 차진형을 바라보았다.
“어디까지 오픈할까요?”
“어디까지 숨길 수 있는데?”
“…….”
“마치 기다렸다는 듯 협약서에 사인을 하자마자 첫 만남 자리에서 신라벤처투자를 말해왔어.”
차진형은 룸미러를 통해 직원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유성이 이 싸움에서 우위를 먹고 싶어 하나 본데.”
“투자금 회수가 되지 않는 부분이 문제입니다.”
“배임에 걸릴 확률은?”
“유성에서 걸면 걸릴 수 있습니다.”
벤처투자회사가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의 사정만 봐주며 투자금 회수를 차일피일 미뤘다는 것은 경영진의 배임이라는 얘기도 되었다.
“투자금 회수에 노력했다는 증거는 없나?”
“물론 있습니다. 다른 회사에서 투자를 받아 그 금액으로 돌려주겠다고 말했지만, 요즘 같은 때에 누가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겠습니까?”
“그럼 그런 자료도 같이 공개해. 차라리 다 보여주자고.”
“괜찮을까요? 가치가 내려갈 수 있습니다.”
사실 매각 주관사인 GS는 이번에 M&A 열병이라는 하나의 습성을 이용하려 했다.
이번 인수에 뛰어든 3대 증권사는 모두 신라증권을 인수해야 할 이유가 하나씩 있었으니까.
‘태산과 선진.’
태산증권은 업계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기 위해 경쟁자들을 물리친다는 명분이, 2위인 선진증권은 태산을 따라잡고, 부족했던 자산운용 부분을 키운다는 명분이.
‘마지막으로 유성투자증권.’
그리고 어쩌면 이 거래가 가장 절실할 유성투자증권이 있었다.
유성은 이제 성장이 멈추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멈춘 성장은 질과 양으로 늘려야 했는데 신라증권을 인수·합병하게 된다면 개인자산관리 부분에서 강점을 보이는 유성과 엄청난 시너지를 일으킬 것이 뻔했다.
“자네 생각은 어때?”
그래서 저들이 신라증권을 인수할 수밖에 없도록 경쟁을 더더욱 붙이려 했다. 경쟁을 붙일수록 신라의 부족한 부분은 눈을 감게 되고 최종 목적인 인수에만 눈이 돌아가게 될 테니까.
“유성이 왜 벤처투자를 말해온 것 같아?”
“계산을 해봐야겠지만, 유성은 자금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니 정성 평가를 노리는 것 같습니다.
“정성 평가?”
“네. 신라증권의 우현태 회장은 벤처투자를 살려놓길 원합니다. 누가 인수하더라도요.”
직원의 말에 차진형은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유성이 신라벤처투자를 존치하겠다는 걸 계약 조건으로 건다면, 우현태 회장은 유성에 높은 배점을 줄 겁니다.”
GS는 최대한 많은 수수료를 받기 위해 태산이나 선진이 경쟁하는 그림을 원했다.
하지만, 자신들에게 주관을 맡긴 신라증권은 달랐다.
“그렇게 되면 가장 적은 금액을 적은 유성투자증권이 우선 협상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유성에서 우리에게는 제일 아픈 곳을 찔러왔습니다.”
직원의 말에 차진형은 뻑뻑해진 두 눈을 비볐다.
“차라리 오픈을 하는 게 좋을 것 같군.”
“네?”
“신라벤처투자를 존치해 달라는 우리의 요구 조건을 처음부터 오픈하자고.”
원래 전략은 우선 협상 대상자와 협상에서 오픈할 카드였다.
하지만, 유성은 초장부터 그곳을 찔러왔다.
“태산이나 선진이 유성이 제시한 금액에 맞출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오픈해야지. 태산이나 선진이 유성이 제시한 금액보다 적게 맞출 것 같나?”
어찌 되었든 유성투자증권이 제시할 금액이 제일 낮으리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그러니 태산, 선진 둘이서 눈치 싸움을 할 환경을 만들자고, 유성은 떨어뜨려 버리고.”
차진형의 말에 직원은 의도를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오픈은 어떻게…….”
“신라벤처투자에 대한 유성의 실사가 끝나고 오픈하자고. 저들이 어떤 점을 문제라고 할지 지켜봐야지.”
“예. 그럼 시기에 맞춰 준비하겠습니다.”
직원이 그리 얘기하자 차진형은 좌석에 몸을 기대고는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 * *
“라이징스타에 대한 투자금 회수는 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까?”
2주 후, 도경은 유성투자증권 내부에서 추가로 파견받은 인원을 데리고 신라벤처투자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도경과 박원재가 예상한 대로,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한 장소에서만 서류를 볼 수 있도록 준비해 둔 신라벤처투자였다.
“저희는 회수에 나서려고 했습니다.”
도경의 물음에 신라벤처투자의 관계자는 곤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라이징스타 측에서 저희의 엑시트를 돕기 위해 다른 VC나 투자자를 알아보았지만, 경제 사정으로 인해 선뜻 투자하겠다는 투자자들이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연장을 한 것은 배임 행위에도 걸릴 수 있습니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박원재가 그리 말하자 관계자는 식은땀이 나는지 이마를 훔쳤다.
“저희는 노력을 했습니다. 회사 측에서도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위해 보유 중인 지분을 인수할 곳을 알아보았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었습니다.”
관계자의 말에 박원재는 도경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에 상응하는 자료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 기업을 보죠.”
도경의 말에 박원재와 실사단은 재빠르게 다른 스타트업에 대한 자료를 읽어 내려갔다.
“저, 저는 잠시 화장실 좀…….”
신라벤처투자의 관계자는 그렇게 말하고는 사무실을 나가 버렸고, 도경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겠죠?”
도경의 말에 옆에 앉은 박원재는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글쎄요. 저는 한 시간 봅니다.”
보통 기업 실사에 나서면, 실사단 측에서 곤란한 질문들을 던져대니 관계자들은 식은땀이 흐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이 상황을 피하기 위해 사무실 밖을 나가 버리고는 한참 동안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신선호가 이야기해 주었다.
“뭐 어쨌든 서류만 보면 될 일이니까요.”
도경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서류 파악에 나섰다.
사각- 사각-
한참 그렇게 종이 넘기는 소리만이 나던 적막한 회의실에 도경이 길게 심호흡을 했다.
“모두 체크가 끝난 건가요?”
“예. 일단 투자 기업에 대한 체크는 끝났습니다.”
“확실히 투자금 회수를 많이 하지 못했죠?”
도경의 물음에 박원재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지만,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시도는 했습니다. 하다못해 스타트업의 IP(지식재산권)를 내다 팔자는 제의도 했으니까요.”
“배임 가능성은요?”
“말씀드렸듯 IP를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하려고 시도했다는 서류들이 있어서, 우리가 인수 이후 배임으로 걸더라도 지루한 법정 싸움이 될 것 같습니다.”
로펌에서 나온 법률 자문 변호사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신사벤처투자는 실사에 대한 준비를 많이 한 것인지 꼼꼼하게 서류를 제출했다.
걱정하던 숨김은 없었지만, 오히려 그들이 주장하는 바를 뒷받침하는 자료들이 많았다.
“부실 벤처투자기업이긴 하지만, 상황 때문에 부실하다가 제 평가입니다.”
박원재의 말에 도경도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파악한 상황도 그랬으니까.
“다만 이게 우리에겐 좋은 무기가 되겠죠.”
“네. 이걸 존치시키려는 신라증권의, 아니, 우현태 회장의 의지 때문에 기업가치를 깎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박원재가 그리 말하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좋습니다. 그럼 본사로 복귀해 전무님께 그렇게 보고하죠.”
도경이 그리 얘기하자 모두 짐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이고, 벌써 가십니까?”
그때 화장실에 간다고 나갔던 신라벤처투자의 관계자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그의 얼굴에는 조금 전에는 찾아볼 수 없던 환한 미소가 돌고 있었다.
“제가 한 시간 본다고 했습니다. 딱 한 시간이네요.”
박원재가 작은 소리로 말해오자 도경은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 * *
“고생했습니다. 한정된 실사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닷새 후, 도경은 실사 관련 보고서들을 챙겨 팀장 회의에 참석했다.
신선호는 두고두고 실사 관련 자료를 볼 수 있는 방식이 아닌, 특정 날짜에 특정 장소에서만 한정적으로 서류를 볼 수 있는 방식이라 걱정을 많이 한 것 같았다.
“아닙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인원을 보충해 주셨지 않습니까?”
유성투자증권 내부에 있는 선수들을 몇 명 더 충원해 실사단에 포함해 준 신선호였다. 도경은 감사하다는 듯 인사를 했다.
“어쨌든 이 정도면 우리가 준비할 인수 금액에 맞출 수 있을 것 같은데. 1팀장 생각은 어떻습니까?”
인수자금을 조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1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신라증권의 가치를 내려 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3팀에서 말한 대로 신라벤처투자의 존치를 조건으로 걸면 정성 평가까지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팀장이 그리 말하자 신선호는 원하던 답이라는 듯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는 인수합병 이후 신라벤처투자인데 존치를 할 만큼 안정적인 상황인지는…….”
2팀의 팀장이 그리 얘기하자 모두의 시선은 도경에게로 향했다.
“보고서에 적힌 대로, 몇몇 스타트업들은 슬슬 사업이 궤도에 오르고 있습니다. 1년 안에 투자금 회수를 할 수 있는 스타트업도 있고요.”
“경제 상황이 문제다?”
“네. 유성창업투자의 도움을 받는다면 수월하게 운영해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도경이 그리 답하자 다시 시선은 2팀장에게 옮겨갔고, 2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서류 작업 들어갑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인수자금, 그리고 우리의 조건들을 모두 적어 입찰서를 내겠습니다.”
신선호의 말에 회의실에 있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1팀은…….”
지이잉-
그때, 테이블 위에 있는 신선호의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고 신선호는 손을 들어 양해를 구하고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신선호입니다. 예, 지금 말입니까? 네.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신선호는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GS 측의 연락입니다. 투자 안내서를 다시 한번 배포했다고 하는데…….”
똑똑-
그 말과 동시에 노크 소리와 함께 회의실 문이 열리며 TF의 직원이 종이 한 장을 들고 들어왔다.
“전무님, GS 측에서 팩스를 보내왔습니다.”
재빠르게 서류를 받아본 신선호는 테이블 위에 종이를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
“GS에서 신라벤처투자에 관한 것을 오픈했습니다. 입찰 조건에 신라벤처투자의 존치가 들어가 있습니다.”
어쩌면 충격적인 말이었다. 신라벤처투자는 유성에서 준비한 정성 평가 대비 무기였다.
하지만, 이 회의실 안에 있는 그 누구도 신선호의 말에 놀라지 않았다.
그리고 모두의 시선은 도경에게로 향했다.
“시나리오가 맞아 들어가는 것 같은데.”
신선호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 이미 대안을 작성해 둔 유성이었다.
“모든 시나리오 변경하겠습니다. 전략팀에서 작성한 두 번째 시나리오대로 입찰서 준비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힘들겠지만, 당분간은 야근을 기본 베이스로 한다고 생각하고, 다들 고생합시다.”
신선호의 말에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의연한 표정으로 회의실을 나섰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2-19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이 책은 KWBOOKS가 저작권자와의 계약에 따라 전자책으로 발행한 것입니다.
본사의 허락없이 본서의 내용을 무단복제 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의해 금지되어 있습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