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159)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159화(159/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159화
“이게 뭐야?”
선진증권 본사.
인수합병을 위해 마련된 TF 사무실은 오늘 GS로부터 날아온 투자 안내서 때문에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었다.
“신라벤처투자 이거 어떻게 된 거냐고.”
TF를 이끄는 이사의 말에 직원들은 굳은 표정으로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어차피 이거 인수하고 나서 매각하면 되니까 상관이 없다고 한 거잖아. 당신들이 그렇게 파악해서 나한테 올린 거야.”
선진도 신라벤처투자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신라증권을 인수한 이후 벤처투자를 매각하는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매각 조건으로 존치를 요구해 오자 곤란한 상황에 놓였다.
“우리가 벤처투자를 굴릴 수 있는 인력이 있어?”
“없습니다.”
흔히 VC라 불리는 벤처캐피탈은 전문 인력들이 들어가도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사업이었다.
언론에서는 어느 VC가 스타트업에 투자를 해 수백, 수천억 이득을 봤다고 얘기했지만, 그건 단편적인 얘기였을 뿐이다.
더군다나 선진증권에는 VC 업무를 유지할 인력 자체가 없었다.
“이걸 존치하면 신라벤처투자 인력을 그대로 써야 하는데 이 인간들을 믿을 수 있냐고.”
적자투성이의 벤처투자를 만든 사람들이었다.
선진의 입장에선 기존 인력들을 믿을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어떻게 해야 할 것 같아?”
“일단 인수 조건이 그러니 맞춰야 할 것 같습니다.”
“곧 입찰인데 우리가 준비한 걸 수정해야 하잖아.”
입찰을 앞두고 온 추가 조건이었기 때문에 선진은 정말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대표님.”
한참 그렇게 얘기를 하고 있을 때 갑자기 TF 사무실의 문이 열리며 선진증권의 대표와 임원들이 들어섰다.
직원이 놀라 그렇게 인사하자 조금 전까지 짜증을 내던 이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으로 다가갔다.
“대표님, 갑작스럽게 무슨 일로…….”
“아아, 강 이사. 미안해요. 다들 잘하고 있는지 보러 왔어요.”
예고 없던 대표의 방문에 TF 단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다들 자리에 앉아서 일들 봐요.”
대표는 그리 말하고는 익숙한 듯 사무실 한편에 있는 자리에 앉았고, 이사는 안절부절못하는 표정으로 그의 옆으로 다가갔다.
“곧 입찰이지요?”
“그렇습니다.”
“어떻게 준비는 잘되고 있습니까?”
대표의 말에 이사는 미간을 잠시 찌푸렸다가 이내 내색하지 않으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럼요. 괜찮습니다.”
“다행입니다. 이번 신라증권 인수를 우리가 얼마나 오래 준비해 왔습니까?”
“…….”
“태산에 물 먹은 게 벌써 세 번입니다.”
대표의 말에 이사는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선진증권은 그동안 성장을 위해 중소 증권사를 인수하려고 나설 때마다 태산에게 빼앗겼다.
태산은 선진의 성장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출혈경쟁을 해가면서까지 방해해 왔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경제상황도 어렵고, 태산에서도 진심으로 나설 여력은 없는 것 같습니다.”
대표와 함께 온 다른 이사의 말에 대표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 이사 생각은 저런 것 같은데. 강 이사 생각은 어때요?”
TF를 이끄는 이사의 입가는 파르르 떨렸다.
대표와 함께 온 조 이사는 자신의 경쟁자였다.
“저 또한 조 이사님과 생각이 같습니다.”
그렇게 답할 수밖에 없었다.
“하하하, 역시. 내가 강 이사를 이 자리에 앉힌 보람이 있습니다. 더 필요한 건 없습니까?”
“없습니다. 이미 회사에서는 많은 배려를 해주셨습니다.”
“아주 좋아요. 이 거래 회장님께서도 관심을 가지고 계십니다.”
대표의 입에서 회장의 이야기가 나오자 강 이사는 속으로 내심 놀랐다. 대표의 입에서 나온 회장은 단 한 사람뿐이었다.
선진금융지주의 회장 나석호.
“회장님께서 말씀입니까?”
“예. 회장님께서 매일 전화를 하십니다. 잘하고 있느냐고. 그래서 제가 확인하려고 온 겁니다. 다들 열심히 하고 있네요.”
대표의 말에 강 이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좋은 성과 가지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하하하, 좋아요. 내 그럼 우리 강 이사만 믿고 그렇게 회장님께 보고드리겠습니다.”
대표가 그리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이사는 고개를 숙여 인사했고, 대표는 등을 두드려 주고는 TF 사무실을 나섰다.
“후…….”
목에 맨 넥타이가 숨통을 조여오는 것만 같아서 이사는 넥타이를 거칠게 풀었다.
“맞춰서 다시 계산하자.”
이사가 자리로 돌아오자 실무자들이 다가왔는데 이사는 그들을 향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신라벤처 포함해서 가치산정 다시 하고, 우리가 산정한 가치보다 프리미엄 20% 더 얹는다. 어때?”
가치산정에는 이미 멀티플(Multiple, 배수)이 들어가 있었다.
다시 말해 신라증권이 앞으로 벌 돈을 계산해 선진증권이 생각하는 합당한 배수를 주었다.
그렇게 나온 것이 이번 인수 금액인데, 가치를 다시 산정해 이미 배수가 들어가 있는 가격에 프리미엄 20% 얹는다는 것은…….
“오버페이일 수 있습니다.”
“오버페이 안 하고 태산 이길 수 있어?”
기업가치에 프리미엄을 붙인 가격이 아니고서야 태산을 이길 수 없다고 이사는 생각했다.
그래서 오버페이(Over Pay, 과다 산정)를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 우리가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이 태산보다 더 많다고. 그러니까 이참에 우리도 돈지랄이라는 거 해서 꼭 먹자고.”
“그럼 신라벤처투자는…….”
“존치해야지 어쩌겠어?”
“우리에겐 인력이 없습니다.”
“어차피 기한 없잖아? 1년간 벤처투자 인력 그대로 하고 투자금 회수하고, 덩치 키워서 매각하자고.”
어차피 기한이 적히지 않은 존치였다.
“신라 우리가 꼭 먹어야 해. 너네랑 나의 커리어가 달려 있다고. 그럼 이렇게 해야지. 이거 말고 방법 있으면 얘기해.”
이사의 말에 실무자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자신들이 가진 무기가 돈이라면 무기를 사용해야 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좋아. 당분간 야근이야. 가치산정 다시 하고 입찰 넣는다.”
“네. 알겠습니다.”
실무자 모두가 그렇게 답하고 자리로 돌아가자 이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지주 회장님께서 관심을 가지신다고……? 성공하면 다음 대표는…….’
선진증권 TF의 사무실에는 M&A 열병(Deal fever)이라는 병이 퍼지고 있었다.
* * *
“현재 태산만 입찰서를 제출한 상태입니다.”
보름 후, 신라증권 회장실.
매각 주관사 GS의 차진형은 신라증권 회장 우현태와 독대를 하고 있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인데 아직 선진은…….”
우현태는 불안하다는 듯 물었다.
“선진도 움직이고 있을 겁니다.”
“나는 우리 차 전무의 말씀을 믿습니다만…….”
“하하하, 회장님. 제가 너무 남 얘기하는 것같이 느껴지시겠지만, 저희도 나름대로 정보를 취합해 말씀드리는 거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차진형의 말에 우현태는 안도감을 느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태산이 얼마를 써냈습니까?”
“약 8,800억 원입니다.”
차진형의 말에 우현태는 생각보다 적은 금액에 실망한 것 같았다.
“그렇게 실망하실 필요 없습니다. 신라증권이 한창 좋았을 때 1년 영업이익이 1,200억 원이었으니 멀티플 8배를 준 거나 다름없습니다.”
“아, 실망한 것은 아닙니다. 가격은 상관없습니다.”
“예. 회장님의 그 의지 때문에 저희도 잘 받은 거라 생각합니다.”
차진형은 그리 말하며 굳은 표정을 지었다.
자신도 10배의 멀티플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적자투성이의 신라벤처투자가 발목을 잡았다.
그래서 거래에 목을 맨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본계약 때 이 문제를 거론할 생각이었지만, 유성투자증권이라는 복병이 생겼다.
“유성투자증권의 가격에 맞춰줄 수 없으니 당연히…….”
그 말에 우현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에게는 2배를 받든 10배를 받든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떠나는 판에 자신이 이룬 모든 것을 그대로 유지해 주겠다는 약속이 중요했다.
지이잉-
한참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차진형의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고, 차진형은 화면을 확인했다.
“선진증권의 입찰서가 도착했다는 메시지입니다. 대충 입찰 가격은 약 9천억 원가량 된다는군요.”
차진형은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 가격이면 신라벤처투자를 제외한다고 해도 예상하던 금액과 맞아떨어졌다.
“역시 선진이 우리를 인수해야 할 의지를 보여주는 거 같습니다.”
우현태의 말에 차진형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GS 측에서는 사실 가장 급한 곳이 선진이라 봤고, 선진은 신라벤처투자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선진은 GS가 예측한 대로 신라증권 인수에 몸이 달아올라 있었다.
“선진이 2위 증권사로 머문 게 10년 차입니다. 펀드 부분은 늘 그들에게 약한 고리로 작용했고요.”
선진의 약점은 곧 신라의 강점이었다.
“별일 없는 이상 선진으로 생각하는 게 좋겠습니까?”
우현태의 물음에 차진형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유성은 이 이상의 금액을 써내지는 못할 테니까요.”
차진형의 말에 우현태는 무언가 안타깝다는 표정이었다.
“이렇게 됐으니 얘기하자면, 나는 내심 유성이 신라를 가져갔으면 했습니다.”
우현태의 속마음을 처음 듣는 차진형은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나는 신라벤처투자에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내 열정이 너무 과해 우리 직원들이 힘들었을 수도 있습니다만…….”
“…….”
“만약 경제 상황이 이렇지 않았다면, 신라벤처투자는 유니콘들을 키워낸 사관학교라는 이름을 얻었을 겁니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우현태의 공명심은 생각보다 컸다.
그는 신라증권의 ‘펀드매니저 사관학교’라는 타이틀을 그 누구보다 자랑스러워했다.
지금 국내에서 업계를 움직이는 펀드매니저 중 다수는 신라증권 출신이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우리가 오픈을 하지 않아도 먼저 신라벤처투자의 능력을 알아봐 준 유성이 고마웠습니다.”
다른 곳과 다르게 유성은 먼저 신라벤처투자를 승계하겠다는 조건을 걸어왔다.
그들은 신라벤처투자의 가치를 알아봤으니까.
“솔직히 이걸 오픈한다고 해도 다른 곳에서는 1년간 존치하다 매각하거나, 사업부를 축소하겠지요.”
우현태는 바보가 아니었다. 조건을 내걸더라도 그들이 언제고 마음을 바꿀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다만, 지금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들이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조건을 택했다. 1년이라면 경제 상황은 점차 나아질 테고, 스타트업들은 다른 투자자를 구해 신라벤처투자의 투자금을 갚을 수 있을 것이다.
이 1년이라는 시간이 없었다면 당장 그들에게 투자금 회수를 할 증권사들이었다.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 마음을 저도 이해했기 때문에 이 거래의 주관을 받아들인 거고요.”
차진형이 이해한다는 듯 얘기하자 우현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선진이 인수해 갈 게 뻔한 이 상황에서 내 속마음을 한번 얘기해 보고 싶었습니다.”
지이잉-
우현태의 말이 끝나자 타이밍 좋게 다시 한번 차진형의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다.
“받아보세요.”
이번엔 메시지가 아닌 전화였고, 우현태의 말에 차진형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수화기를 귀에 가져다 댔다.
“어, 유성에서? 금액은?”
-…….
“입찰 금액이 8,100억 원.”
차진형은 우현태가 들으라는 듯 수화기 너머의 말을 전달했다.
“그래 알겠네.”
-…….
“뭐라고?”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말에 차진형은 화들짝 놀란 듯 큰소리로 되물었고, 우현태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2-19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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