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160)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160화(160/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160화
“고생 많았습니다.”
다음 날, 유성투자증권 TF 사무실.
TF를 이끌고 있는 신선호는 사무실 중앙에 서서 팀원들의 면면을 바라보았다.
팀원들은 피골이 상접한 얼굴로 자신의 말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그간 이들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갑자기 시나리오가 변경되어 기한을 맞추기 쉽지 않았을 텐데, 기한에 맞춰 제출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여러분 덕분입니다.”
중간에 미리 준비했던 시나리오가 바뀌며, 입찰 기한에 맞추기 힘들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TF 구성원들은 야근도 마다하지 않으며 입찰 기한 마지막 날인 어제 입찰서를 제출했다.
“이곳에서 여러분들을 처음 봤을 때 내가 했던 말을 기억할 겁니다.”
신선호는 직원들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우리의 목표는 신라증권의 인수다.”
그 목표를 가지고 지난 두 달간 모두가 쉼 없이 달려왔다.
“지금도 목표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나는 우리가 신라증권을 인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신선호는 잠시 숨을 고르고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태산과 선진이라는 거대 증권사들을 상대로 부족한 우리의 자금을 기반으로 인수자금을 계산한 1팀.”
신선호의 말에 1팀 직원들은 무언가 뿌듯함을 느끼는 듯했다.
“외부 자문사들과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고, 인수 이후의 전략을 수립하느라 고생한 2팀.”
신선호는 2팀 직원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경은 자신을 바라보는 신선호와 눈이 마주쳤다.
“우리에게도 인수 가능성이 있다는 걸 꿈꾸게 해준 3팀.”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모두가 고생 많았습니다.”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되지 않는다면 이 TF는 자연스레 해체될 것이다. 신라증권 인수 실패라는 성적표를 앉고서.
신선호는 그때를 대비에 모두에게 이르지만, 고생했다는 인사를 했다.
“여러분은 최고의 팀원이었습니다. 나는 우리가 신라증권을 인수할 것이라는 믿음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 준 여러분이 자랑스럽습니다.”
그 말에 TF 구성원들은 모두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오늘 하루는 일찍 퇴근해서, 소홀했던 가정에, 그리고 여러분에게 투자를 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반가운 소리가 신선호의 입에서 나오자 사무실 내에는 환호성이 들렸다.
“지금 바로 가방을 들고 퇴근해도 좋습니다. 충분히 회복해, 이후의 협상을 준비합시다.”
신선호의 말에 모두가 굳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협상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유성투자증권은 우선 협상 대상자가 될 거라는 믿음이 모두에게 있었으니까.
“윤 팀장.”
모두가 환한 얼굴로 퇴근을 할 때 신선호는 도경을 불렀다.
도경은 신선호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잠시 얘기 좀 할까요? 옥상 어떻습니까?”
신선호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고, 두 사람은 유성투자증권 옥상에 있는 정원으로 올라갔다.
“날이 많이 차네요.”
겨울 같지 않았던 따뜻한 날들이 가고, 어느덧 한파가 찾아왔다.
“저는 여기 자주 올라옵니다. 도경 씨는요?”
“저는 두 번째입니다. 첫 번째 올라왔던 날의 기억이 좋지 않아서 그런지 자주 오고 싶지 않아서요.”
“하하하, 그럼 오늘 그 기억을 조금 바꿔볼까요.”
신선호는 그리 말하며 난간 가까이 다가갔다.
여의도 증권가의 모습이 두 눈에 들어왔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번 거래에서 우리의 승산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
“하지만 내가 맡은 임무이고 팀장으로서, 팀원들에게 은연중에라도 흔들리는 모습은 보이지 말자며 되뇌었습니다.”
신선호는 처음부터 자신감이 있는 모습으로 팀원들을 대해왔다. 그래서 이런 속마음을 가지고 있을 거라곤 도경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어느 정도였냐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우리가 우선 협상 대상자에서 탈락하는 꿈을 꿨습니다.”
“…….”
“윤도경 씨가 내게 그림을 가져오기 전까지 말입니다.”
신선호는 고개를 돌려 도경을 바라보았다.
“그 이후로는 그런 꿈을 꾸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우선 협상 대상자가 되는 꿈을 꿨습니다.”
신선호는 개운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그런 대단한 인사를 받을 만큼의 일을…….”
“그날 말했듯, 도경 씨는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걸 봤습니다.”
도경은 입을 다물고 신선호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런 그림이 절실했습니다. 아니, 우리 유성투자증권에게는 절실한 그 그림을 그려온 겁니다.”
“…….”
“고맙습니다.”
신선호의 인사에 도경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지금은 받지 않겠습니다.”
도경의 말에 신선호는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저는 우리가 탈락하지 않을 거라고 믿고 있고, 완벽하게 인수가 끝나는 날. 그날 전무님의 인사를 받겠습니다.”
“좋습니다.”
신선호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도경 또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 * *
“신 전무, 오랜만입니다.”
두 달 후, 서울 모처에 있는 호텔 컨벤션홀에는 수많은 취재진과 더불어 각 증권사의 대표단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오늘은 지난 넉 달간 진행되어 온 신라증권의 우선 협상 대상자 발표가 있는 날이었다.
“강 이사님.”
신선호를 중심으로 한 유성투자증권 대표단이 행사장으로 들어오자 선진증권의 대표단이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어떻게 유성은 잘 준비했나 모르겠습니다.”
선진의 이사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고, 신선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는 후회 없습니다.”
“다행입니다. 우리는 유성이 포기할 줄 알고 솔직히 김이 좀 빠졌거든요.”
“저희가요?”
“에이, 선수끼리 왜 이러십니까? 유성의 현금흐름이야 모두가 아는 그림인데.”
선진의 이사가 비아냥거리듯 말해오자 신선호의 뒤에 서 있는 유성투자증권 직원들의 표정이 굳어갔다.
하지만, 신선호는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하하하, 그럼 우리가 진심이라는 것도 아시겠습니다.”
“진심이야 여기 있는 모두가 진심이지요. 문제는 진심을 보여줄 수단이 우리에게는 충분하다는 거고.”
“오버페이 하셨습니까?”
둘 사이에 대화가 오가던 그때 목소리가 들려왔고, 모두의 시선이 그리로 향했다.
“김 이사님.”
이번 인수전에서 태산을 이끄는 대표단이 행사장으로 들어왔다. 태산의 이사는 신선호를 향해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선진의 이사를 바라보았다.
“오버페이 하셨습니까?”
“우리 김 이사는 볼 때마다 나를 못 잡아먹어 안달입니다.”
“글쎄요. 우리 강 이사님의 목소리가 행사장 바깥까지 들려오니 가만히 있을 수가 있어야지요.”
선진의 이사는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자신이 있으신 거 보니 역시 오버페이 하셨나 보네요.”
“그 얘기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부끄러우십니까?”
“김 이사!”
“그렇게 많은 돈을 쓰고도 주주들 뵐 낯이 있겠습니까? 저라면 고개도 못 들고 이 자리에 나왔을 텐데요.”
태산의 김 이사는 계속해서 선진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해나갔다.
“괜히 애먼 상대를 잡고 비아냥거리지 마시고, 그렇게 자랑스러우시거든 주주들 앞에 가서 입찰서 흔드십시오. 우리가 이만큼의 돈을 쓰고 신라를 가져왔다고요.”
“김 이사!”
“모두가 그런 강 이사님의 모습을 보면 자랑스러워하겠습니다.”
태산의 이사는 신선호를 향해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갔고, 신선호 또한 얼굴을 붉히고 있는 선진을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자리로 향했다.
“두 회사가 한자리에 모이면 늘 저렇습니다.”
자리에 앉은 신선호는 옆자리에 앉은 도경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선진의 강 이사님은 자신의 공을 부풀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죠.”
“그렇습니까?”
“예. 태산의 김 이사님은 봐서 알겠지만 신사입니다만, 선진만 보면 저렇게 변하시고요.”
신선호는 미소를 지으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앞으로 이 업계에 있으면서 저런 인물들을 자주 만날 겁니다. 그때는 나처럼 행동하세요.”
신선호는 상대의 도발에도 발끈하지 않았다.
여유가 있는 말투로 받아쳤다. 그건 도경에게도 자신이 있는 일이었다.
“알아서 잘하겠지만, 뭐라도 하나 가르쳐 줄 게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신선호는 도경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TF에 온 윤도경 씨에게 가르쳐 줄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거라도 가르쳐 줘야겠다 싶었어요. 오지랖이었나요?”
“아닙니다. 배웠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파파팟-
그렇게 경쟁사 간의 신경전이 끝나고 시간이 되자 매각 주관사인 GS의 차진형이 단상으로 올라왔다.
동시에 엄청난 카메라 셔터음이 터지기 시작했다.
“시작하려나 봅니다.”
신선호의 말에 모두가 굳은 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보았고, 도경도 크게 심호흡을 하며 차진형을 바라보았다.
“매각 주관사 GS의 차진형입니다.”
단상에 준비된 자리에 앉은 차진형은 준비한 원고를 읽어 내려갔다.
“저희 GS는 지난 넉 달간 신라증권의 매각을 위해 여러 인수 대상자와 대화를 나누었고, 매각 과정에서 별다른 잡음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차진형은 지난 협상 단계에서의 소회를 밝히고 있었다.
오늘 우선 협상 대상자 발표는 증권가는 물론이고, 재계도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된다고 해서 인수가 끝난 것은 아니다. 이후에 본계약을 위한 협상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도 인수 협상 거래가 깨지는 일은 왕왕 있지만, 우선 협상 대상자가 된다는 것은 경쟁사들을 모두 이기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자신들이 내민 입찰 내용을 매각 대상 기업이 마음에 들어 했다는 것이다.
70%는 거래가 끝난 것이라 보는 시선이 많았다.
“저희는 매각 발표 때 말씀드린 것과 같이 매각 대상인 신라증권의 적절한 매각가치, 그리고 빠른 매각 속도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차진형이 고개를 들 때마다 카메라 셔터가 터지기 시작했다.
언뜻 봐도 카메라만 50대 이상인 것 같았다.
“이번 입찰에 참여한 태산증권, 선진증권, 유성투자증권에도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차진형이 잠시 말을 멈추자 모두 긴장되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번 신라증권의 매각 방식은 일반경쟁입찰이며, 매도인인 신라증권의 요구에 따라 기업가치를 반영한 인수 금액과 더불어 매수 기업의 인수 후 경영 의지 등을 반영한 정성 평가를 반영하여 우선 협상 대상자를 선정하였습니다.”
차진형은 고개를 들고 정면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차진형의 말에 순간 행사장 내부에는 정적이 흐르기 시작했다.
“신라증권 매각에 대한 우선 협상 대상자로 유성투자증권이 선정되었습니다.”
“와!”
차진형의 입에서 나온 발표와 동시에 도경을 포함한 유성투자증권 직원들은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신선호는 도경을 끌어안았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2-19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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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