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162)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162화(162/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162화
“묻고 싶은 게 참 많습니다.”
이틀 후, 주말을 맞아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도경은 걸려온 전화를 받고 강남 모처에 있는 식당으로 나와 있었다.
“이번 거래는 내 입장에서는 변수가 없었거든요.”
도경에게 만나자고 연락해 온 사람은 GS 코리아의 이사 차진형이었다.
도경은 가만히 맞은편에 앉은 차진형을 바라보았다.
“처음부터 알았습니까?”
차진형은 도경을 향해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어왔다.
“나와 만나기 전부터 신라벤처투자가 이번 일의 중요한 고리라는 것을 알았나요?”
“아닙니다.”
“…….”
“선배님을 뵙기 전에 제 머릿속은 백지였습니다.”
도경은 가만히 차진형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선배님께서 주신 매수자 우위 시장을 만들라는 말이 힌트가 되었고, 그날부터 어떻게 하면 우리 유성이 우위의 거래 환경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차진형은 가만히 도경을 바라보았다.
정말이지 신기한 친구였다.
이번 거래가 유성이 우위인 거래로 끝난 것은 아니었다. 앞에 앉은 업계 후배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그랬다.
“그리고 느꼈습니다. GS가 거래를 주관하긴 하지만, 이번 거래의 가장 중요한 사람은 우현태 회장이라고요.”
그렇다고 해서 GS나 신라증권이 우위인 거래도 아니었다. 그 묘한 줄타기 속에서 결국 승자는 눈앞에 앉은 후배가 소속된 회사가 되었다.
‘유성으로 합시다’
‘……태산이 적당한 것 같습니다.’
아니, 어쩌면 거래 내내 유성투자증권의 우위인 시장이었지만 자신이 인정하기 싫은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선진은 아무런 추가 조건이 없습니다. 그저 가장 높은 가격을 불렀지요. 태산은? 고용을 승계하겠다는 추가 조건은 있습니다만…….’
유성이 보낸 입찰서를 본 이후로, 신라증권의 회장 우현태는 단 한 번도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유성을 봅시다. 신라벤처투자 투자를 5년간 존치하겠다고 기간을 명시해 왔습니다. 더 나아가서 신라의 브랜드를 그동안 사용하겠다고요. 태산과 같은 조건인 고용 승계도 있습니다.’
유성은 아주 영악하게 우현태가 혹할 만한 조건이란 조건은 다 붙여왔다.
‘이런 조건을 들고 왔는데 정성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줄 수는 없습니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이번 거래는…….
“윤도경 씨가 느낀 그것이. 이번 거래에서 유성이 단 한 번도 우위를 놓치지 않은 결과로 나왔네요.”
차진형의 말에 도경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곧 거래가 종결되니 말을 하자면, 우현태 회장은 처음부터 유성을 마음에 두고 있었습니다. 윤도경 씨가 파악한 대로 그는 신라벤처투자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죠.”
도경은 가만히 그의 말에 집중했다.
“처음엔 나도 왜 그렇게 그런 애물단지에 집착을 하나 생각했습니다. 공명심 때문에? 아니면 무언가 남기고 싶어 할까?”
“…….”
“그냥 실패자로 낙인찍히기 싫었던 겁니다.”
차진형은 지난 몇 달간 자신이 지켜본 우현태에 관해 얘기해 왔다.
“경영 실패로 회사는 팔려 나가지만, 자신이 한 경영 방식이 틀리지 않았다고. 신라벤처투자는 신라의 다음 스텝을 위해 필요했던 것이라고.”
우현태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 생각을 이해해 주는 유성이 줄곧 우위인 거래였습니다. 진심으로 어려운 경쟁에서 이긴 걸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도경의 인사에 차진형은 미소를 지으며 서류 봉투 하나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고, 도경은 설명이 필요하다는 얼굴로 차진형을 바라보았다.
“GS에서는 업계 최고 대우로 윤도경 씨를 영입하고 싶습니다.”
“…….”
“이곳에서 몇 년 일하다 보면, 다음은 아시아 시장으로, 그다음은 월가로 향할 수 있을 겁니다.”
차진형은 도경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윤도경 씨의 약점. 어쩌면 여의도보다 월스트리트가 더 심하게 볼 겁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세계 유수의 명문 대학교의 졸업장을 가진 사람도 취업이 쉽지 않은 곳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곳에서는 이곳보다 더 윤도경 씨의 장점을 봐줄 겁니다.”
Winners Take All.
승자 독식이라는 말이 가장 두드러지게 작용하는 곳이 월 스트리트, 아니, 미국이란 나라의 사회였다.
“실력 하나로 큰물에서 놀아볼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선배님.”
도경은 차진형을 보며 입술을 뗐다.
“제의는 감사하지만, 저는 이곳에서 더 배울 것이 많습니다.”
“…….”
“그리고 이곳에서 당당하게 월가의 문을 두드릴까 합니다.”
도경의 말에 차진형은 이미 예상했다는 듯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거절할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단박에 거절할 줄은 몰랐네요. 고민이라도 할 줄 알았습니다.”
“정말 탐이 나는 제의를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단박에 거절하는 겁니다.”
고민을 하게 되면 흔들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적어도 GS라는 곳으로 이직해 새롭게 도전하는 것보다 이곳 유성에서 좀 더 자신을 갈고닦는 것이 월스트리트로 향할 수 있는 확률이 더 높다는 걸 도경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저는 유성에서 할 것이 아직 남았다고 생각합니다. 제 가치를 가장 빠르게 알아준 곳에서 더 열심히 하는 것이 제게는 더 좋다고 생각되고요.”
도경이 그리 말하자 차진형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윤도경 씨의 생각이 꽤 확고하군요.”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그래서 더 좋네요. GS는 언제든 윤도경 씨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 이곳으로 올 마음이 생긴다면 연락해요.”
차진형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윤도경 씨의 앞날을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차진형은 미소를 지으며 말해왔고, 도경 또한 미소로 화답했다.
* * *
“고생했어.”
이틀 후, 유성투자증권 대표실.
대표 심주원은 이번 인수합병을 주도한 신선호를 불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사실 신 전무 너를 믿는다고 입으로 말을 하면서도, 마음 한편에서는 걱정도 했다.”
“…….”
“그만큼 신라가 내게는, 또 유성에는 필요했지만 어려운 싸움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야.”
“이해합니다.”
심주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신 전무 너는 내 믿음이 틀리지 않았음을 결과로 가져왔다.”
“제가 한 건 없습니다.”
“하하하, 신선호 성격이 그사이에 바뀌었나?”
심주원은 크게 웃었다. 신선호는 자신감이 늘 넘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공을 챙길 줄도 아는 사람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제가 다 했으니 보너스 좀 달라고 말했을 것 같은데.”
“이번에는 정말로 제가 한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대표님.”
심주원의 농담에도 신선호는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번 거래의 시작은 대표님의 그림이었습니다.”
“…….”
“그리고 대표님은 그림에서 가장 중요한 도구도 제게 함께 주셨죠.”
이번 거래는 심주원의 결단에서 시작되었다.
심주원은 자신이 그린 그림의 스케치와 붓을 자신에게 건넸다.
“대표님이 주신 붓은 캔버스 위에서 정말이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신선호는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통제하려고 했습니다. 붓을 잡은 건 나인데, 붓이 함부로 캔버스 위를 움직이다간 그림을 망쳐 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
“그런데 제 생각이 틀렸습니다.”
심주원은 가만히 신선호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신선호를 오래 보았지만, 이런 진지한 표정으로 해오는 얘기는 처음이었다.
“붓이 한 획씩 뻗어나갈 때마다 그려지는 그림들을 보며 저도 모르게 감탄했습니다. 그리고 대표님께서 제게 말씀하셨죠.”
신선호는 심주원과 했던 대화를 떠올렸다.
“그림이 마음에 들면 그냥 붓에 맡기라고요.”
심주원은 자신에게 윤도경이란 직원을 소개하며 그가 그려온 그림이 마음에 든다면 밀어주라고 말했다.
“그래서 가만히 붓에 모든 것을 맡겨봤습니다.”
“어떻던가?”
“여전히 종잡을 수 없었습니다. 왜 거기를 그리지? 왜 붓이 그곳으로 향하는 걸까? 이런 생각을 품을 때마다 다음 그림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도경은 마치 이번 거래를 자기 손바닥 안에 둔 것처럼 행동했다.
그의 행동에는 망설임은 찾아볼 수 없는 확신들뿐이었다.
그리고 그 확신은 도경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듯, 하나같이 결과로 나오기 시작했다.
“거침없이 채워져 가는 캔버스를 멍하니 바라보며 지낸 넉 달이었습니다.”
신선호의 말에 심주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친구야.”
“…….”
“나를 끊임없이 의심에 빠지게 하지. 저 친구는 어디서 저런 자신감이 나올까? 가진 게 아무것도 없어서 무모한가?”
심주원은 자신이 도경을 바라보며 느꼈던 점을 이야기해 왔다.
“근데 아니더라고, 그냥 그 친구는 승산이 가장 높은 것에 모든 것을 베팅해. 그리고 베팅한 이후에는 거침없이 승산을 더 높이기 위해 움직이지.”
자신이 본 도경은 숫자와 정보를 기가 막히게 조합했다.
그가 가져온 보고서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마치 ‘내가 쓴 보고서대로 일이 일어날 것 같으니 나는 이 보고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행동하려고 한다’라고 적혀 있었다.
“그게 신기해. 승률이 가장 높은 곳에 베팅하고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승률을 더 끌어올리기 위한 행동을 한다는 게 말이야.”
“업계에 오래 있었지만, 처음 봅니다. 아니, 책으로는 본 적이 있는 부류입니다.”
“누구?”
“피터 브라운입니다.”
신선호의 입에서 전설적인 펀드매니저인 피터 브라운의 이름이 나오자 심주원은 미소를 지었다.
“승부사지.”
“네. 피터 브라운도 그렇습니다. 자신이 승부를 걸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승리를 할 수 있도록 움직이죠. 윤도경을 보면 떠오릅니다.”
“하하하, 신 전무 윤도경한테 반했나 본데.”
“보고 있으면 그냥 가슴을 뜨겁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응원하게 되고요.”
신선호의 말에 심주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서 내가 그 친구를 키우려고 하는 거야.”
심주원 또한 신선호가 느낀 묘한 감정을 느꼈다. 이 증권가에서 수많은 사람을 만난 자신이 그렇게 느낄진대, 다른 이들은 어떻겠나.
“이번 일 자네의 공 잊지 않겠네.”
“저보다는 직원들을 좀 더 챙겨주십시오.”
“그것도 걱정하지 말고. 내가 언제 인색한 것 봤나?”
심주원의 말에 신선호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가 보겠습니다.”
“그래, 다음 주 중에 식사 자리 한번 만들자고.”
“네. 알겠습니다.”
신선호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대표실을 나서자 심주원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상념에 잠겨 있던 심주원은 휴대전화를 꺼내 익숙한 번호를 찾았다.
그러고는 거침없이 통화 버튼을 눌렀다.
딸칵-
“하하하, 박 국장님. 심주원입니다.”
-…….
“그렇지 않아도 이번 인수전에 좋은 기사를 써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려고요.”
-…….
“한성경제에는 늘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번 인수전에서 괜찮은 스토리가 하나 있어서 말씀을 드릴까 하는데 시간이 되십니까?”
심주원은 확신에 찬 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계속해 나갔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2-27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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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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